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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91

     

     

     

    ***

     

     

     

    “…그럼 여러분, 광고 방송은 여기까지 하도록 하고 많이 사랑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저도 이렇게 캠방하면서 광고를 진행하는 건 처음이라 아무래도 좀 많이 떨리거든요. 그럼 잠시만 쉬었다가 곧바로 2부로 넘어갈게요.”

     

    광고 계약대로 2시간가량의 광고 방송을 끝마쳐가면서도 내 마음은 정작 딴 곳에 있었다.

     

    딸깍.

     

    마이크를 끄고, 송출화면조차 잠시 일러스트로 가리자 나는 겨우 숨을 돌릴 수 있었다.

     

    “하아.”

     

    광고 방송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조금 횡설수설하긴 했지만, 광고 계약엔 어떻게 광고하면 되는지 상세하게 다 가이드가 나와 있었으니까.

     

    시청자들의 반응도 내가 광고하는 모습이 신기한지, 나름 나쁘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그래도 광고 자체는 잘 끝내긴 했는데…….”

     

    나는 자꾸만 유화가 신경 쓰였다.

     

    하필 네 사람이 모두 시간이 비는 날이 평일이었기에, 날 제외한 네 사람은 지금도 아마 만남을 이어가고 있을 것이다.

     

    스륵. 스르륵…….

     

    광고 진행을 위해 펼쳐놓은 소품을 다시금 정리해가면서도 그게 자꾸 마음에 걸렸다.

     

    ‘유화가 사고 치거나 그러진 않겠지?’

     

    세 사람을 대하는 모습은 기대 이상으로 말을 잘 주고받았지만, 끝에서 날 보고 던진 말이 워낙 충격적이라 걱정이 앞섰다.

     

    툭.

     

    손이 멈춤과 함께 근처에 올려둔 폰에 시선이 갔다.

     

    광고 방송에 차질을 줄까 봐 방송 내내 확인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괜찮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 연락이 온 것만 확인하자.”

     

    멍하니 폰을 집어 들고 바로 바톡을 켰다. 방송하던 사이 도착한 수십 개의 바톡이 보였다.

     

    그중 최상단은 편집자로부터 온 톡이 주를 이뤘다.

     

    하윤 씨.

    [진짜 세린 씨 오늘 광고 방송 너무너무 고생하셨어요. 지켜보면서 너무 방송 잘하시던걸요!!]

     

    소율 씨.

    [저 광고 방송인데도 이렇게 시청자 수 유지되는 방송 처음 봤어요; 아니 세린 언니! 대체 무슨 짓을 하신 거예요?]

     

    서윤이.

    [언니 광고 방송도 고생했어. 그런데 린튜브 업로드는 모래까지 맞지?]

     

    오늘 광고 방송에 대한 소감을 전하는 편집자들을 보며 괜스레 마음이 뿌듯하던 차, 나는 금세 또 다른 톡방에 시선이 갔다.

     

    도착한 톡의 수는 51.

     

    꿀꺽.

     

    침을 삼켜 가며 도착한 톡을 확인해가자, 나는 중간중간 멈칫하게 됐다.

     

    “어, 어……?”

     

    톡을 확인하는 내내 사고가 따라가지 못했다.

     

    스륵, 스르륵.

     

    위로 올렸던 스크롤을 다시 아래로 내려가며 왕복한다. 그리고 이미 읽은 바톡을 다시 확인한다.

     

    그리고 멍하니 눈을 깜박거렸다.

     

    “아니…… 자, 잠깐만 이게 무슨 말이야.”

     

    정말 굉장히 당황스러웠다. 그도 그럴 게 내가 설마 하던 불안이 현실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나는 이게 어떻게 가능한지 몰랐다.

     

    “이걸 자기들끼리 합의를 봤단 말이야?”

     

    오늘 유화는 세 사람과 첫 만남이었을 텐데, 이 민감한 주제로 말을 나눴다는 게 나로선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걸.

     

    ‘세 사람은 또 받아들였단 거잖아.’

     

    물론 이제 유화도 같은 연인사이긴 하지만, 정말 그래도 되는 걸까.

     

    아니, 이젠 나도 잘 모르겠다.

    내가 이뤄놓은 그들과의 관계.

     

    이 관계에 있어 마땅한 정답이 어딨고, 또 오답이 무엇인지 그걸 내가 정할 순 없는 거였다.

     

    그러니, 가능하다면 충분히 가능했다.

     

    “그래도 너무 갑작스러운데.”

     

    유화를 제외하면 이제 그들과 연인이 된 지 한 달이 지나는 시기니까, 나도 서서히 생각하고 있었다.

     

    연인 관계의 진도.

    아무리 정신적 교류가 중요하다고 해도 육체적 진도도 절대 무시할 수 없었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것처럼, 그 반대도 충분히 성립하니까.

     

    스륵.

     

    멍하니 2부 방송을 위해 몸을 일으키던 차, 굉장히 복잡했다.

     

    꿀꺽.

     

    침을 삼켜가면서도 기분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은하 씨…….”

     

    그리고 내 눈에 들어온 건 은하 씨였다.

     

    가장 처음…….

     

     

     

    ***

     

     

     

    1월 28일 금요일.

     

    오후 6시.

     

    국내 어나더 월드 리그인 ‘ACK’ 개막전이 열리는 당일.

    어나더 파크의 열기는 가히 세인의 상상을 초월했다.

     

    개막 경기는 작년 월즈 우승팀인 TSJ와 월즈 진출팀인 샤를마뉴의 기사가 예약되어 있었고, 두 팀의 팬은 물론이며 개막전을 찾은 수많은 인파로 인해 어나더 파크는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찼다.

     

    그리고 개막전의 경기 결과는, 팬들의 기대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와아아아아ㅡ!

    TSJ! TSJ! TSJ!!

     

    거대한 환호가 어나더 파크 전체를 울렸다.

     

    경기가 끝나 연신 승리팀인 TSJ를 연호하던 팬들의 음성이 울렸다. 그리고 그 사이로 경기장 중앙에 자리한 캡슐이 개방되었다.

     

    철컥!

     

    캡슐을 빠져나오던 은하는 살며시 머리칼을 정리하면서도, 옅은 미소를 흘렸다.

     

    “…….”

     

    굉장히 오랜만인 느낌이었다.

     

    연신 귓가를 울리는 팬들의 함성. 그리고 경기장 현장의 뜨거운 열기와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는 이 순간도.

     

    늘 짜릿했다.

     

    승리란 그저 기쁨을 내게 주었으니.

     

    “은하 언니!”

     

    설아가 헤실헤실 웃으며 내게 다가오자 나도 자연스레 호응해주었다.

     

    짝!

     

    그렇게 가볍게 손을 마주치곤 곧 상대 진영으로 걸음을 옮겼다.

     

    예의 경기가 끝나 살며시 오랜만에 마주하는 샤를마뉴 선수들과 인사를 주고받던 차, 내 눈엔 조금은 체념한 듯한 한 사람이 보였다.

     

    “오늘 경기력 나쁘지 않았어요.”

     

    “……아, 고마워요.”

     

    샤를마뉴 팀의 주장인 그가 어색하게 웃는 걸 보며, 담담히 지나쳤다.

     

    ‘확실히 성장했지.’

     

    작년 월즈도 그렇고, 올해 개막된 스프링 첫 상대 팀으로써 나쁘지 않았다.

     

    샤를마뉴는 이제 강팀의 반열에 오를 팀이니까.

     

    이후 예의 오랜만에 어나더 파크의 열기에 적응하던 차 곧 승자 인터뷰 시간이 다가왔다.

     

    “자, 오늘도 대단한 활약으로 MVP를 독점하신 분이 계시죠? TSJ의 주장! 유은하 선수와 인터뷰를 진행하겠습니다!”

     

    아나운서의 인터뷰에 마이크를 든 채 조심스레 고개를 숙였다.

     

    사실 이 인터뷰 자리가 내겐 굉장히 익숙하면서도, 조금 낯간지러웠다.

     

    “안녕하세요. 잔다르크 유은하입니다.”

     

    “네, 은하 선수 개막전에서도 대단한 활약으로 앞선 2경기를 모두 캐리하셨는데, 승리 소감은 어떠신가요?”

     

    “개막전을 승리로 장식한 만큼 기쁘기도 하고, 이렇게 많은 팬분들께서 찾아와주셔서 더 기쁜 것 같습니다.”

     

    “역시, 은하 선수 팬들에 대한 감사도 잊지 않으시는데요…….”

     

    이후 경기 내용에 관한 질문을 차분히 받아 가면서도, 내 눈엔 어나더 파크를 찾아온 수많은 팬이 보였다.

     

    여러 치어풀과, 내게 환호하며 뜨거운 열기를 보내주는 팬분들의 면면도.

     

    그리고 조금 체감이 됐다.

     

    역시 나는, 프로 생활이 천직이라고. 이렇게 경기장에 서서 내 가치를 증명할 때가 프로로서 가장 만족스러운 시간이었다.

     

    “…끝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 있을까요?”

     

    싱글 웃는 아나운서의 물음에 순간 충동이 일었다.

     

    “이렇게 현장을 방문해주신 팬분들, 그리고 온라인 중계로 바라봐주실 팬분들께 언제나 감사하고, 항상 잘해주는 저희 팀원들에게도 고마워요. 그리고 오늘이 금요일인 만큼 다들 좋은 밤 되셨으면 해요.”

     

    그러나 간신히 그 충동을 억눌렀다.

     

    ‘굳이…….’

     

    인터뷰로 과시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이런 내 행동이 어쩌면 세린 씨에게 부담이 될 수 있으니까.

     

    무엇보다 오늘은 세린 씨와 더 뜻깊은 시간을 보내는 날이라 나도 더 조심하고 싶었다.

     

    “역시 팬분들을 언제나 생각하시는 은하 선수…….”

     

    그렇게 인터뷰를 마치고 살며시 대기실로 돌아가던 차.

     

    마음은 크게 두근거렸다.

     

    저벅. 저벅…….

     

    걸음을 내디뎌가면서도 뭔가 기분이 붕 뜨는 듯했다.

     

    “은하 언니, 오늘도 고생하셨어요!”

     

    “설아야 너도 고생했어.”

     

    “하아, 올해도 되게 잘 풀릴 것 같단 말이지.”

     

    설아를 비롯해 다른 선수진과 코치들의 밝은 얼굴을 보며, 내 마음도 더 들떴다.

     

    “그래서 오늘 회식 어디로 할래?”

     

    “어, 저희 늘 가던 집 가죠!”

     

    그리고 자연스레 오가는 대화에 난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저, 오늘 저녁은 저 따로 보내려고요.”

     

    “어?”

     

    “아니, 은하 언니! 개막전 승리인데 이걸 함께하지 않으신다고요?”

     

    “은하야, 그래도 오늘은 같이 하지 그래?”

     

    다들 단숨에 서운함을 비추는데, 나는 그들의 마음을 십분 이해하면서도 내게 정말 중요한 하루였다.

     

    “가족이랑 모처럼 저녁 약속이 있어서요. 다음에 같이해요. 오늘은 조금 양해 구할게요.”

     

    “……가족이라면 어쩔 수 없지.”

     

    “은하 언니, 저 은하 언니 없으면 회식 자리 재미없단 말이에요.”

     

    “설아야, 다음 회식 자리는 꼭 같이할 테니까…….”

     

    그렇게 아쉬움을 표하는 멤버들과 코치진을 뒤로하고 조심스레 나는 도중에 따로 숙소에서 내릴 수 있었다.

     

    스륵, 스르륵.

     

    곧바로 옷을 갈아입어 가면서도, 가슴은 여전히 평소에 비해 빠르게 뛰었다.

     

    “…….”

     

    괜스레 전신 거울에 비친 제 모습을 한차례 확인했다.

     

    조금은 과감한 복장.

    그리고 나답지 않은 노출이 있는 옷을 입어감에도…… 나름 만족스러웠다.

     

    “단둘이 보내는 야간 데이트라니…….”

     

    그리고 세린 씨와 단둘이 보내는 밤이라는 게, 내겐 더할 나위 없이 큰 기대를 하게 만들었다.

     

    그야 오늘 데이트는,

    이전과 전혀 다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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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eamer Crazy About Slaughter

Streamer Crazy About Slaughter

살육에 미친 스트리머
Score 3.9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After being trapped in the game world for several years, I was transported back to real world. However, my appearance was exactly like that of the character in the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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