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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98

     

     

     

    ***

     

     

     

    2월 6일 일요일 오후 11시.

     

    늦은 밤, 이제 새로운 한 주를 맞이할 시간이 다가왔다.

     

    “…벌써 월요일이네.”

     

    요즘 들어 시간의 흐름을 잊고 살곤 한다.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 폰을 켜야 그날을 정확히 느낄 만큼 하루하루가 바쁘곤 하니까. 그리고 오늘은 더 그런 날이었다.

     

    스륵.

     

    캡슐에 들어가며 살며시 마음을 비운다.

     

    주기적으로 세실리아를 만나기 위해 시간을 내는 날. 마음을 크게 비워가면서도 좌석에 편안하게 몸을 앉혔다.

     

    “후우.”

     

    마음의 준비가 필요했다.

     

    내게 있어 어나더 월드는 두 걸음 정도 떨어진 또 다른 현실이라고 생각하면, 그랑델리아에서 세실리아와 만나는 건 그와 비교조차 안 됐다.

     

    그래서 현실에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조금 내려놓는 준비가 필요했다.

     

    전혀 다르지만.

    다시 돌아왔을 때, 괜히 그 감정의 괴리에 휩쓸리지 않도록.

     

     

    …….

     

     

    다시 눈을 떴을 때, 나는 당연하다는 듯 전혀 다른 공간에 있었다.

     

    익숙한 내부 공간은 호사스럽고 또 화려했다.

     

    황실 내에서 내가 머물 공간인 만큼, 세실리아가 특별히 신경 썼기에 그러했다.

     

    “……오셨군요.”

     

    “오랜만이야 벨루아.”

     

    투명한 물을 바라보는 것 같은 하늘빛 머리칼과 무감정한 표정의 여성.

     

    세실리아의 암중 호위이자, 그랑델리아 제국의 별로 불리는 존재 중 하나.

     

    “예. 오랜만입니다.”

     

    시선을 마주치자, 그 무감정한 표정이 풀어지는 게 나로서도 그저 반가웠다.

     

    전만 하더라도 내가 그녀를 받아주겠다고 묘한 말을 했었지만, 벨루아는 좀처럼 내게 마음을 내려놓지 못했다.

     

    ‘그야 날 사랑하는 세실리아를 그녀가 마음에 품고 있으니까.’

     

    그래서 더 묘한 관계였다.

     

    나 역시, 이 세상에선 그 누구보다 사랑하는 세실리아를 벨루아에겐 믿고 맡길 수 있는 신뢰 관계가 형성되어 있으니까.

     

    “그래서, 세실리아는?”

     

    “기다리고 계십니다. 항상 이 시간대에 돌아오시니까요.”

     

    “그것도 그런가.”

     

    말하며 창가로 시선을 주었다.

     

    노을이 져가는 시각.

     

    그리고, 난 항상 이 세상에 돌아올 때 이런 시간에 돌아오곤 했다.

     

    “가지.”

     

    “예. 안내하겠습니다.”

     

    사락.

    사락.

     

    곧바로 내실을 빠져나가며, 자연스레 손을 쥐었다가 폈다.

     

    그건,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전능감이었다.

     

    그것도 어나더 월드 린으로 존재할 때와는 가히 차원이 다른 감각이 전신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이건 적응되지 않는구나.’

     

    그랑델리아에 올 때면 내 감정의 변화도 변화인데, 힘의 자각이 나로선 더 크게 느껴졌다.

     

    내가 한세린이 아닌 ‘린’으로 존재한다는 더없이 큰 증거가 내 몸에 가득히 존재하니까.

     

    그렇게 세실리아가 머문 내실을 향해 얼마나 걸었을까.

     

    끼이익.

     

    거대한 내실의 문이 살며시 열리자, 나는 그 문 사이로 한 여성이 보였다.

     

    “린……!”

     

    화려한 레드 드레스 차림. 그리고 조금 자극적으로 노출을 감행한 세실리아가, 날 보자마자 내게로 뛰어오는데…….

     

    와락!

     

    나는 그녀를 자연스레 받아들며 행복이 느껴졌다.

     

    “오랜만이야.”

     

    “……응. 너무 오랜만이야.”

     

    이 세상 시간으론 길어도 3일을 넘지 않겠지만, 세실리아는 언제나 날 맞이하며 이렇게 애틋한 마음을 비쳐왔다.

     

    뭉클하게 와닿는 그녀의 부드러움을 만끽하면서, 살며시 고개를 떼어냈다.

     

    “……잘 지냈지?”

     

    두 눈 가득 애정을 담는 세실리아를 보며, 나도 애정이 차올랐다.

     

    “그럼 잘 지냈지…… 그런 세실리아야 잘 지냈어? 아무 문제 없었고?”

     

    “아무 문제 없어. 나도 네가 없는 시간엔…… 업무에 매진하고 더 철저하게 제국을 다스리려 하니까, 이렇게 널 보는 이 시간에 오직 너한테 집중하기 위해서.”

     

    더 사랑스러운 말을 하는 세실리아가 기특하면서 자연스레 고갤 기울이게 됐다.

     

    쪼옥… 츄릅…….

     

    자연스레 내 입술을 받아들이며, 끈적하게 호응하는 세실리아가 보였다.

     

    더없이 아름다운 얼굴 사이, 날 향한 애정이 가득하다.

     

    그리고 그 애정에 내 마음에 가득 찬 애정도 끝없이 차오르고 있었다.

     

    “……하아.”

     

    기나긴 키스를 끝내고 얼굴을 떼어내자, 붉게 상기된 얼굴로 세실리아는 날 원하고 있었다.

     

    “그렇게 하고 싶어?”

     

    내가 조금 짓궂게 묻자, 세실리아는 부끄럽다는 듯 미미하게 고갤 끄덕였다.

     

    “그만큼 네가 보고 싶었는걸.”

     

    “나도 보고 싶지만, 어쩌지 난 조금 더 말을 나누고 싶은데…….”

     

    전혀 그럴 마음이 아님에도, 일부러 세실리아를 애태웠다.

     

    “그, 그러면…… 그렇게 해. 난 같이 있는 것만으로 좋으니까.”

     

    명백히 아쉬워하면서도, 내 의견을 더 우선시하려는 세실리아가 그저 귀엽고 또 사랑스럽다.

     

    사락.

    사락.

     

    그렇게 응접실로 걸음을 옮겨가던 차.

     

    세실리아는 내게 몸을 밀착하듯 조금도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

     

    “……시녀들이 자꾸 보는데?”

     

    내가 괜스레 말하자, 세실리아는 멍하니 날 올려다보았다.

     

    “봐도 아무 상관 없어.”

     

    이젠 주저가 사라졌다.

     

    전에 우리가 관계를 맺을 때도 시녀가 본다고 크게 부끄러워했음에도, 이젠 이런 끈적한 애정을 표현함에도 세실리아는 거침이 없었다.

     

    스륵!

     

    그래서 나도 자연스레 그녀의 허리를 힘주어 껴안았다.

     

    “흐읏…!”

     

    그런 자극에도, 순간 야릇한 신음을 토해낸 세실리아가 크게 놀라 입가를 가리는데, 나는 살며시 그녀의 허리를 야릇하게 어루만지며 그대로 몸을 돌렸다.

     

    “린……?”

     

    순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그럼에도 내가 방향을 틀자 자연스레 따라오는 세실리아를 보며 웃음이 났다.

     

    “…네가 이렇게 자꾸 날 유혹하니까, 나도 못 참겠잖아.”

     

    “그, 그런 건 아니었어.”

     

    “그래서 싫어?”

     

    절레절레!

     

    다급히 내 말에 고개를 젓는다.

     

    ……붉게 상기된 얼굴엔 더욱 큰 열기로 가득했다.

     

    이 세상에선 분명 내가 떠난 시간이 며칠밖에 되지 않음에도, 나를 애타게 갈구하는 애정이.

     

     

    …….

     

     

    “흐으응…….”

     

    간드러진 교성이 귓가를 울린다.

     

    그리고 그사이, 내겐 탐스러운 몸매를 과시하듯 내 위에 있는 세실리아가 보였다.

     

    스륵. 살며시 손을 뻗어 그녀의 몸을 어루만지자, 그것만으로 크게 반응하듯 세실리아는 연신 몸을 배배 꼬았다.

     

    “……아직도 부족해?”

     

    자연스레 새어 나온 웃음 사이로 묻자, 세실리아는 날 따라 행복한 웃음을 머금었다.

     

    “아니.”

     

    그렇게 허물어지듯 그녀가 내 위에 몸을 겹쳐오자, 나는 자연스레 그녀를 받아들였다.

     

    시야를 가득 채우는 새하얀 나신, 극상의 부드러움을 자랑하는 풍만한 세실리아의 몸을 내 몸으로 받아 가면서도 그저 마음은 행복했다.

     

    사르륵.

     

    그리고 금으로 빚은 듯한 그녀의 금발이 내 몸을 아스라이 간지럽혔다.

     

    “린.”

     

    “어.”

     

    “……린.”

     

    “왜.”

     

    “린…… 린…….”

     

    연신 내 이름만을 부르는 세실리아는 순진무구한 눈빛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지난 열락의 시간, 그렇게 날 뜨겁게 갈구했으면서 지금은 또 순수하게 나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사랑해.”

     

    그리고 끝에서 건넨 그녀의 애틋한 말에, 나는 정신이 좀 멍해졌다.

     

    이상했다.

     

    몸을 섞으며, 이미 더없이 애정을 확인했고 지금도 이렇게 서로를 마주하며 애정을 느끼고 있다.

     

    그런데.

     

    “나도 사랑해.”

     

    이렇게 사랑을 입에 담는 건, 또 느낌이 달랐다.

     

    뭔가 더…… 가슴을 간지럽힌다고 할까, 마음을 자극하는 울림이 있었다.

     

    내 말에 더없이 행복하다는 듯 호선을 그린 그녀의 미소가 눈부셨다.

     

    ……새삼 느꼈다.

     

    세실리아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그리고 더 사랑스러운지도.

     

    “있지. 린…… 나는 진짜 너무 좋아서 가끔 불안해.”

     

    “불안해?”

     

    “네가 며칠씩 이 세상에 없잖아. 그리고…… 난 그런 널 기다려야 하고.”

     

    조심스레 말하는 세실리아를 보며, 나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건 그렇지.”

     

    이렇게 행복하고, 그저 기쁜데.

     

    또 사랑스러운 세실리아와 몸을 맞대는 것만으로 다른 모든 생각이 머릿속에 떠오르지도 않는다.

     

    그야말로 이상적인 삶이었다.

     

    그런데…… 난, 이 세상에만 있을 수 없었다.

     

    “그래서 네가 다시 내 곁으로 돌아와, 이렇게 애정을 비추는 순간이 가끔 꿈처럼 느껴져, 절대 꿈이 아닌데…… 마치 내가 너무 행복한 꿈을 꾸는 것 같아서.”

     

    투명하게 애정을 비추는 세실리아의 뺨에 손을 올렸다.

     

    스륵.

     

    그리고 조심스레 어루만지며 나도 입을 열었다.

     

    “내 손의 온기가 느껴져?”

     

    “……응, 느껴져.”

     

    “절대 꿈이 아니야. 내가 이렇게 네 곁에 있는 것도, 너한테 사랑을 비추는 것도, 조금 전처럼 너와 사랑을 나누는 것도 모두…….”

     

    현실이라고 자각시켜주면서도 서서히 고갤 기울였다.

     

    쪽, 쪽……. 쪽…….

     

    계속해서 그녀의 얼굴에 입을 맞춰가면서도, 더 큰 애정을 표현한다.

     

    눈, 코, 입, 뺨…… 이마…… 그녀의 얼굴 전체에 내 흔적을 새기듯 끈적한 키스를 이어 나간다.

     

    그리고 서서히 고개를 떼어낸 순간, 강렬하게 내 목을 껴안는 그녀가 보였다.

     

    츄릅… 쯔읍…….

     

    그리고 딥한 키스를 나눠가면서도 웃음이 새어 나왔다. 세실리아 역시 날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쪽.

     

    그렇게 겨우 입술을 떼어내자, 세실리아는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나도 더 욕심내지 않을게.”

     

    그녀의 말에 나는 그저 웃을 뿐이었다.

     

    묘한 관계인데, 그래서 더 애틋한 걸지도 몰랐다.

     

    떨어져 있던 거리만큼, 더 크게 사랑을 갈구한다. 그리고 헤어지면 그 애정이 더 깊게 차오른다.

     

    그 관계의 반복.

     

    “세실리아가 나 미워해도 되는데.”

     

    내가 구축한 관계지만, 그녀가 내게 조금 서운해해도 난 충분히 받아들일 생각이었다.

     

    “도저히 미워할 수가 없는데 어떻게 미워해?”

     

    그리고 세실리아는 다시금 싱긋 웃고선 내게 입을 맞춰왔다.

     

    그러는 사이에도 은은한 시선이 느껴졌다.

     

    내실 한편에서, 나와 세실리아의 애정을 그저 애틋하게 바라보는 벨루아의 야릇한 시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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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eamer Crazy About Slaughter

Streamer Crazy About Slaughter

살육에 미친 스트리머
Score 3.9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After being trapped in the game world for several years, I was transported back to real world. However, my appearance was exactly like that of the character in the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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