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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99

     

     

     

    ***

     

     

     

    2월 10일 목요일.

     

    이른 아침부터 나는 집을 나서고 있었다.

     

    “하아으.”

     

    작게 하품하면서도 정신이 좀 멍했다. 이른 아침이라 더 피곤하기도 하지만, 나는 아직도 아침이 좀 약했다.

     

    띵!

     

    도착한 엘리베이터에 탑승하면서도, 엘리베이터 내 거울에 비친 날 찬찬히 확인했다.

     

    “……나쁘진 않네.”

     

    과거엔 내 얼굴에 뭔가를 바르는 것도 굉장히 어색했던 적이 있는데, 이젠 날 꾸미는 것에 저항감이 사라졌다.

     

    자연스레 더 예뻐 보이기 위해, 날 꾸미게 되고 패션도 더 신경 쓰게 된다.

     

    지금도 그랬다.

    수아와 데이트하려는 지금, 나는 연애한다는 게 뭔지 서서히 깨닫고 있었다.

     

    내가 상대를 사랑하면서도, 상대에게 내가 더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 교차한다. 나만을 위하는 게 아니라…… 상대의 마음도 위하게 되는 그런 마음.

     

    그게 사랑이라고.

     

    그렇게 지하 주차장에 내려서자, 자연스레 내 차를 찾았다.

     

    내 얼굴을 공개한 지도 벌써 3주가 지나가는 지금, 외출할 땐 더 조심스럽긴 한데 큰 결로 보면 그렇게까지 크게 바뀌진 않았다.

     

    적어도 날 숨길만 한 코디는 한다.

    예로 베레모나 헤어 스타일이나 분위기 등.

     

    특히 헤어 스타일도 밖에선 포니테일 형식으로 단정하게 묶고 다니는 게 이젠 일상이 됐다.

     

    “……어차피 그래도 날 알아볼 사람은 알아보긴 하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변화는 주어야 덜 귀찮아지니까.

     

    우우웅…!

     

    힘찬 엔진음을 들으며 그대로 도심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

     

     

    수아의 오피스텔에 도착했을 때 시간이 오전 8시 52분이었다.

     

    내가 생각하기에도 너무 빠른 시간이다 싶은데, 수아는 그럼에도 날 환히 맞아주었다.

     

    착.

     

    바로 앞에 놓인 커피에 나는 살며시 웃음이 났다.

     

    “고마워, 수아야.”

     

    그런 내 곁에 찰싹 몸을 앉히는 수아는 조금 민망하다는 듯 웃었다.

     

    “아무리 제가 최대한 빨리 오라고 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빨리 오는 게 어딨어요?”

     

    “놀라게 하려고 일부러 빨리 왔어.”

     

    “……저 메이크업도 다 못했는데.”

     

    괜히 자신의 얼굴을 만지작거리는데, 내가 보기엔 그저 귀엽고 예쁜 수아의 얼굴만이 있었다.

     

    “에이, 지금도 충분히 예쁜데?”

     

    “거짓말.”

     

    “거짓말 아니야.”

     

    스르륵.

     

    다른 한 손으로 살며시 수아의 뺨을 어루만지면서도 웃음이 났다.

     

    “오늘은 아예 휴방이라고 말했으니까, 오늘 하루는 오직 너랑만 시간 보낼 거야.”

     

    “저야 너무 고맙지만. 그래도 언니 최근 들어서 휴방 자주 하는 거 아니에요?”

     

    “자주라니, 일주일에 하루만 더 쉴 뿐인데.”

     

    그래서 최근은 주에 4일만 방송하게 됐지만, 난 지금이 페이스 조절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했다.

     

    내 얼굴 공개 이후, 이제 난 방송에서 캠방이 거의 필수가 됐다. 그래서 매일같이 소통 시간엔 캠을 켜고 소통하는 게 이젠 편안해질 정도로 적응도 했다.

     

    ‘다만.’

     

    그게 마냥 장점만 있진 않았다.

     

    그러자, 이 이상은 시청자 수가 상승하지 않을 거라 여긴 것에 반해 실시간 시청자 수는 거의 줄어들지를 않았다.

     

    그게 최근엔 좀 과하다 싶어서 조절해야 한다고 느끼니까.

     

    그리고, 겸사겸사 내 개인 시간을 들여 연인과 더 데이트할 생각이었다.

     

    “에이, 그래도 주 5일 하다가 주 4일 하면 체감이 다르잖아요. 언니 시청자들이 휴방 때마다 제 방 와서 굉장히 푸념한단 말이에요.”

     

    “……아직도 그래? 걔네 싹 밴 하지 그랬어. 아니, 네 방송에 가서 왜 내 얘기해.”

     

    “그거야…… 제가 언니 좋아하니까요.”

     

    전혀 생각지 못한 말이라 순간 멈칫했다.

     

    멍하니 눈을 마주쳐가자, 민망하다는 듯 웃는 수아가 보였다.

     

    “방송에서야 언니도, 그리고 저도 사귄다고 말은 안 하지만 제가 무의식중에 언니 얘길 좀 하나 봐요. 그래서 저희 방엔 언니 얘기론 밴 하나도 안 해요. 저부터 언니 얘기를 시도 때도 없이 하는데 시청자를 어떻게 밴 해요?”

     

    살며시 내게 애정을 표현하는데,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새어 나왔다.

     

    “……수아야, 너 진짜 좀 변했다?”

     

    “제가 변했다고요?”

     

    “지금도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나 꼬시잖아. 나 이미 네 여자인데.”

     

    말하며 수아의 어깨에 고갤 기대자, 수아가 멍하니 날 바라보는 게 보였다.

     

    키 차이가 있다곤 해도, 막 앉은키가 엄청 차이 나는 건 또 아니라 그냥 아담한 수아에게도 기댈 만했다.

     

    “진짜 언니, 저 가끔 무서운 거 알아요?”

     

    “뭐가 무서운데?”

     

    “언니 막 이렇게 아무나 홀릴 말을 하면서, 저 굉장히 무섭단 말이에요. 또 다른 여자 꼬시진 않을까 싶어서.”

     

    “진짜 그건 걱정하지 마. 나 이제 진짜 다른 여자는 눈길도 안 줄 거니까.”

     

    내가 유화마저 받아들인 이후, 우리 관계는 생각보다도 원만하게 이어졌다.

     

    갈등이나 혹시 마찰이 있지 않을까 싶은데, 유화가 세 사람을 상대로 생각 이상으로 부드럽게 대하는 듯했다.

     

    나도 네 사람을 만남으로 내 개인 시간이 훨씬 더 사라지게 됐지만, 그럼에도 더 행복하기도 했다.

     

    사르륵.

     

    살며시 내 머리칼을 쓸어내리는 수아의 손길을 받아들이면서도 이런 시간도 좋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이렇게 홈 데이트만 하니까, 좀 답답하지……?”

     

    “아뇨. 전 더 좋은데요.”

     

    “나도 얼굴 공개가…… 아직 잘 모르겠어. 내 마음은 편해졌는데 밖으로 나가는 게 더 조심스러우니까. 어차피 알아볼 사람은 알아보는데도 말이야.”

     

    “언니도 정말, 어차피 얼굴 공개한 거랑 우리랑 사귀는 건 어차피 별개잖아요.”

     

    “별개?”

     

    “네. 어차피 얼굴 공개했든 하지 않았든, 밖에서 저희가 어떻게 지금처럼 알콩달콩한 시간을 보내요?”

     

    당연한 말인데, 그게 조금 다르게 들렸다.

     

    ‘하긴…….’

     

    안 그래도 나에 관한 관심이 줄어들지 않는 상황에서, 밖에서 데이트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더구나.’

     

    내가 사귄 사람들의 면면도 화제가 될 법한데, 그들과 애정행각은 밖에선 더더욱 보일 수 없었다.

     

    “…언젠가 공개할 날이 올까.”

     

    “글쎄요. 요즘 개방적으로 결혼도 바뀐다고는 하던데, 아직 멀지 않을까요? 세상이 받아들이기엔 우리 관계가 아직 좀 그렇잖아요.”

     

    수아의 담담한 말에 나 역시 그랬다.

     

    비밀 연애고, 서로의 입장상 밝힐 수 없다.

     

    ‘아무리 여기서 더 편해지고자 해도.’

     

    공개하는 순간, 거대한 혼란과 서로가 더 힘들어질 테니까.

     

    “언니.”

     

    “응.”

     

    “……나 이제 하고 싶은데요.”

     

    흠칫.

     

    갑작스레 이어진 말에, 어깨에 기대고 있던 나는 멈칫했다.

     

    사실 은하 씨와의 관계를 맺은 이후, 나는 일사천리로 모든 관계를 맺을 거라 생각했다.

     

    단시간에 내가 사귄 사람들과 다 육체관계를 맺을 거라고.

     

    그런데 그게 내 예상과 좀 달랐다.

     

    “……오늘?”

     

    “네, 오늘……. 분위기 없이 말 꺼낸 게 부끄럽지만, 이렇게 미리 말해야 언니도 준비할 것 같아서요.”

     

    “그, 그렇지.”

     

    평소답지 않게 긴장한 수아의 말에 나도 멍하니 고갤 끄덕였다.

     

    사실 어렴풋이 짐작은 했다.

    오늘 하루종일 같이 시간을 보내는데, 가장 적기가 아닐까 하고.

     

    “언니, 솔직히 좀 이상하죠?”

     

    수아가 어색하게 웃는데, 난 부정할 수 없었다.

     

    “……솔직히 말하면 조금.”

     

    “그럴 거라 생각해요. 과거엔 제가 언니 먼저 덮치려고도 했고…… 실제로 강하게 욕망을 표출하기도 했잖아요. 그런데 정작 제가 그 관계를 미뤘으니까.”

     

    담담한 나는 살며시 손을 뻗었다.

     

    스륵.

     

    그리고 수아의 손을 살며시 어루만지곤 입을 열었다.

     

    “난 그게 언제가 되든 딱히 중요하다곤 생각하지 않아, 네가 하고 싶을 때 하는 게 중요하니까.”

     

    “그렇게 말하면, 이상하잖아요. 제가 하고 싶을 때 언니가 하고 싶지 않으면요?”

     

    수아가 담담히 답하는데, 나도 모르게 실소가 새어 나왔다.

     

    “그럴 일은 없을 거야.”

     

    “……예?”

     

    순간 이해하지 못한 수아의 말에 살며시 고갤 돌렸다.

     

    그리고 멍하니 날 바라보는 수아와 눈을 마주쳐갔다.

     

    “나는 지금도 널 원하는데?”

     

    ……그리고 숨김없이 내 마음을 말했다.

     

    관계를 맺어, 쾌락을 느낀 이후 나는 내 성욕에 대해 나조차 놀라곤 했다.

     

    이전까진 하지도 않았던 스스로를 위로하는 일도…… 이따금 하기도 하게 될 만큼, 쾌락에 눈을 뜬 느낌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연인들과 시간을 보낼 때면 더 그랬다.

     

    사랑하니까, 더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

     

    “…….”

     

    말없이 날 바라보는 수아가, 당황한 듯 눈을 깜박거리는데, 나는 살며시 수아의 몸에 손을 얹었다.

     

    “할래?”

     

    “지, 지금…… 말이에요?”

     

    “오늘 계속 같이 있을 수 있는데, 언제 하든 뭐가 중요해?”

     

    수아가 하고 싶어서 내게 먼저 말을 꺼냈다. 그리고 난 그런 수아를 보면서 진심으로 몸을 맞대고 싶었다.

     

    ……더 가까워지고 싶다고.

     

    그리고, 서로가 같은 마음이면 굳이 밤이어야 할 이유가 있을까.

     

    “아, 그…… 저…… 하읍……!”

     

    당황해서 말을 얼버무리는 수아의 얼굴엘 감싸며, 그대로 키스를 밀어붙였다.

     

    뭔가.

    첫 관계에 큰 의미를 두는 게 조금 우스워졌다.

     

    이렇게 서로를 원하는데.

    지금도 애정을 갈구하고 있는데…….

     

    쪼옥…… 흐읏…….

     

    자연스레 키스에 호응하는 수아를 보면서도, 마음은 그저 투명했다.

     

    하고 싶으면, 하는 게 옳다고.

     

    고상하게 허례허식이나, 분위기를 잡을 필요도 없이.

     

    그냥 마음이 원하는대로 서로를 갈구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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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eamer Crazy About Slaughter

Streamer Crazy About Slaughter

살육에 미친 스트리머
Score 3.9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After being trapped in the game world for several years, I was transported back to real world. However, my appearance was exactly like that of the character in the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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