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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401

     

     

     

    ***

     

     

     

    2월 11일 금요일.

     

    “하아…….”

     

    멍하니 숨을 내쉬면서도, 정신이 아직도 좀 멍했다.

     

    지난 하루 내내 수아와 관계를 맺었고, 서로가 미친 듯이 서로를 갈구했다.

     

    나도, 그리고 수아도 서로가 아예 정신이 없었다.

     

    밥을 먹어도, 영화를 보다가도, 그리고 살며시 손을 만지다가도…….

     

    서로 눈이 마주치면 마치 불이 붙은 것처럼 서로를 원했다.

     

    그저 그런 하루인데.

    그게 내가 느낀 그 어떤 하루보다 더 크게 만족스러웠다.

     

    “후우.”

     

    아직도 수아의 열기가 남은 숨을 토해내면서, 웃음이 새어 나왔다. 뭔가 이게 행복인 건가 싶었다.

     

    그냥 연인이랑 사귈 때도 좋았지만, 제대로 육체관계도 맺고 있으니까 그 쾌락에서 오는 정신적 만족감도 결코 무시할 수 없었다.

     

    왜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건지, 육체관계를 맺고 나니까 더 확실히 알겠다.

     

    “…진짜 중독되겠는데.”

     

    수아의 오피스텔을 빠져나와 집으로 돌아가는 지금. 나는 아직도 나 자신을 주체하기가 힘들었다.

     

    마음은 아직도 수아와 더 있고 싶은 마음.

     

    그리고 내 욕망이 만족한 듯하면서도, 더 차오르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

     

    “나 되게…….”

     

    차마 뒷말은 입으로 말할 수 없었다.

     

    내가 이렇게 야할 줄은 나조차 몰랐으니까, 마치 여태 느끼지 못한 성욕을 보상받기라도 하겠다는 듯 내 몸은 너무 강렬하게 욕망을 갈구했다.

     

    은하 씨와의 첫 경험.

    그리고 바로 어제 이어진 수아와의 뜨거운 하루.

     

    지금도 그랬다.

     

    스르륵.

     

    자율 주행 모드를 켠 채 살며시 입술을 어루만졌다.

     

    불현 듯 수아의 사랑스러운 얼굴이 아른거렸다.

     

    어제 서로 그렇게 쾌락을 느끼고, 애정을 깊게 나누자 수아의 표정은 이전과 180도 달라졌다.

     

    날 바라보는 눈빛에서 애정이 뚝뚝 떨어지는 게 겉으로 보일 정도로…….

     

    그래서 헤어지기 전에 나눴던 키스도 여태 그 어떤 키스보다 질척일 만큼 강렬했다.

     

    툭.

     

    입술을 두드리면서 웃음이 새어 나왔다.

     

    “……진짜 나 이래도 되는지 모르겠는데.”

     

    그러면서도 마음이 또 묘하게 일렁였다.

     

    내가 얼마나 이기적이고, 욕망이 강한지 지금 깨닫게 됐다. 그렇게 수아랑 너무 애틋하고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냈는데, 내 마음은 또 다른 연인을 떠올리고 있었다.

     

    은하 씨와의 관계. 그리고 수아와의 관계…….

     

    이후 또 다른 두 사람과 맺게 될 관계까지.

     

    저도 모르게 기대하고 마는 거였다. 두 사람과 맺은 관계도 너무 만족스럽고, 더 바라지 않는데도 나는 필연적으로 다른 두 사람과도 육체관계를 맺게 될 테니까.

     

    “후우.”

     

    뜨거운 숨을 내쉬면서도, 열기를 조금씩 지워간다.

     

    여기서 더 깊게 빠져들면, 내가 방송을 제대로 못 할 것 같았다.

     

    지금도 겨우겨우 수아의 오피스텔에서 빠져나와 방송하기 위해 집으로 돌아가는데, 내가 더 육체관계에 빠진다면 내 일상이 온통…….

     

    ‘무척 행복할 것 같은데.’

     

    꿀꺽.

     

    침을 삼켜가면서도 순간 떠오른 생각이 무서웠다.

     

    육욕으로 점철된 하루하루.

     

    너무 매력적인 연인들과 매일같이 만나며 몸을 섞는 관계…….

     

    그런 생활이 너무 매력적으로 느껴져서, 그리고 그게 더없이 행복하리란 것도 단숨에 상상이 가서 더 무서웠다.

     

    찰싹.

     

    살며시 뺨을 두드려가면서도 고개를 가로저었다.

     

    정말 자율 주행 모드가 있기에 다행이지, 난 지금 운전조차 집중이 되지 않았다.

     

    “공과 사는 구분하자.”

     

    내가 너무 섹스에 목매달지 않게, 제대로 생각하고 살면서 연인과 건전한 관계를 맺고 싶다.

     

    사랑을 나눌 땐 뜨겁게.

    지금처럼 방송을 해야 할 땐…… 마음을 다잡고 방송에 집중하게.

     

    잘 될지는 몰라도, 지금부터라도 날 다잡아야 혼란이 없을 것 같았다.

     

     

     

    ***

     

     

     

    @#$%.

     

    벨이 울리는 사이, 유정은 크게 긴장하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철컥.

     

    “……어서 와요. 유정 언니.”

     

    그리고 문을 연 수아가 조금 지친 얼굴로 답하자, 유정은 어색하게 웃었다.

     

    “내가 너무 피곤할 때 찾아왔지?”

     

    “아뇨. 괜찮아요. 그리고 저도…… 언니랑 좀 대화하고 싶었으니까. 안으로 들어와요.”

     

    그렇게 내부로 들어서면서도 유정은 수아의 모습이 달라졌음을 알았다.

     

    불과 며칠 전에도 만나서 같이 밥을 먹었는데, 오늘은 그 느낌이 전혀 다르다고.

     

    “집이 좀 어질러져 있는데 그건 감안해주셔야 해요?”

     

    “그럼, 나도 이해해.”

     

    말하면서도 순간 느껴졌다.

     

    은은히 눈을 흘기는 수아, 그리고 조금 야한 네글리제를 걸친 수아의 몸은 마치 색기가 흐르는 듯했다.

     

    “음료는 뭐로 드릴까요?”

     

    “커피.”

     

    “네, 커피~ 그럼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그렇게 부엌으로 향한 수아의 뒷모습을 보면서, 실감했다.

     

    ‘정말…….’

     

    정말 세린 씨와 육체관계를 맺었다는 게.

     

    그냥 수아는 숨길 생각도 없었다. 아니, 애초에 단톡에서 말했기에 내가 이렇게 수아를 찾아온 거지만. 그게 새삼스레 너무 부러웠다.

     

    착.

     

    그렇게 내 앞에 커피를 내려놓은 수아가 살며시 맞은편에 몸을 앉혔다.

     

    “세린 씨는 방금 떠나신 거야?”

     

    “아뇨, 좀 됐어요. 방송 준비도 있고 그래서…….”

     

    “아, 그렇구나.”

     

    “그래서 언니. 많이 궁금하죠?”

     

    씨익 입꼬리를 말아 올린 수아가, 야릇하게 웃는데. 나도 모르게 멍하니 시선이 갔다.

     

    “……궁금하지. 나도 이제 곧 할 건데.”

     

    “저 진짜 다 설명해드릴 수 있어요. 저 처음이라서 어제 되게 허둥지둥했지만 진짜 세린 언니 장난 아니에요.”

     

    “자, 장난 아니야?”

     

    “그럼요. 평소 세린 언니 보면서 은근히 색이 있다고는 느꼈는데, 진짜 괜히 그런 게 아니었다니까요?”

     

    연신 야릇하게 말하는 수아를 보며 나도 정신이 붕 뜨는 듯했다.

     

    그 말에 십분 공감이 갔다.

     

    세린 씨는 그 아름다운 미모로 신비로운 분위기도 있지만, 연인이 된 후 은은히 눈을 흘길 때 그 색기가 진짜 장난이 아니었다.

     

    마치 꼬리 아홉 개 달린 여우를 보는 것처럼 날 유혹하는 것만 같았다.

     

    “……나, 영상 같은 건 좀 보긴 했는데.”

     

    “유정 언니! 영상이랑은 현실은 전혀 달라요.”

     

    “그렇게 달라?”

     

    “네. 영상으로 보면 그냥 솔직히 좀 그렇잖아요. 별로 느낌도 없고, 딱히 해보지 않으니까 상상도 안 가고…….”

     

    “그, 그렇지.”

     

    “그런데 진짜 해보니까, 와……. 전 솔직히 그렇게 쾌감이 느껴질까 싶었는데 이게 상상을 초월하는 거 있죠?”

     

    두 눈을 몽롱하게 흐린 수아의 모습에 짐작도 가지 않았다. 그리고 그 말들도 다 이해가 가지 않았다.

     

    ‘대체 어떤 정도길래…….’

     

    나도 세린 씨와 연인이 된 후부터 더 본격적으로 여자와 여자가 육체관계를 맺는 방법, 꽤 많이 찾아보게 됐다.

     

    연인이 됐으면 마땅히 준비해야 하니까.

     

    그리고 내 생각 이상으로 여러 방법이 있고, 전혀 생각지도 못한 방법도 더러 있었다.

     

    무궁무진하다고 말해야 할 만큼 육체관계엔 정답이 없을 정도였다.

     

    “…정 언니. 유정 언니?”

     

    그러다 날 거듭 부르는 소리에, 뒤늦게 상념에서 깨어났다.

     

    “아, 미안.”

     

    “아뇨. 이해해요. 충분히 그러실 수 있으니까, 저도 첫 경험하기 전에 얼마나 긴장했었는데요.”

     

    싱긋 웃는 수아의 미소는 여전히 되게 야해 보였다.

     

    사람이 이렇게 바뀌는 게 맞는 건가 싶을 정도로…….

     

    “언니,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몸 준비해야 해요.”

     

    “몸 준비……? 이걸 내 입으로 말하긴 그렇지만, 나도 나름 육체 관리하고 있는데.”

     

    나도 자주 애들이랑 같이 다니기도 하고, 엔터테인먼트 사옥 내엔 전문 코치도 있어서 내 몸은 자연스레 만들어져 있었다.

     

    딱히 군살이 없고, 식사도 소식하는 편이라 알아서 관리가 되는 수준이니까.

     

    “아니, 그 몸의 준비가 아니라…… 더 준비해야 해요. 세린 언니 진짜 장난 아니거든요.”

     

    “자, 장난 아니라니?”

     

    “되게 절륜해요. 하아…… 저도 어제 하루종일 세린 언니한테 시달렸다니까요? 아니, 사람이 말이 안 돼요. 보기보다 되게 성욕도 강하시고…… 그리고 낮져밤이라고 세린 언니 밤에 되게 강하더라고요.”

     

    연신 뜨겁게 말하는 수아를 보며, 나는 사뭇 잘 상상이 가지 않았다.

     

    “세린 씨가…… 그 정도야?”

     

    평소 나긋나긋하고, 그 부드러운 세린 씨가 밤에는 그렇게 강해진다니.

     

    “그럼요. 유정 언니는 진짜 상상도 못 하실 거예요. 세린 언니가 얼마나 강압적으로 관계를 맺는지.”

     

    “……가, 강압적이라니.”

     

    “아, 이건 제가 다 말하면 언니의 즐거움이 사라지니까, 자세히 설명하진 않을게요.”

     

    “그냥 말하면 안 돼?”

     

    저도 모르게 애가 탔다.

     

    뭔가 되게 여유롭고, 성숙해진 수아의 분위기를 보면 절대 거짓을 말하는 것 같지는 않은데, 대체 세린 씨가 얼마나 대단하면 이렇게까지 말하는 걸까.

     

    “언니, 잠깐 손 줘볼래요?”

     

    “손?”

     

    의아해하며 손을 내밀었다.

     

    내 손을 덥석 잡는 수아를 보던 차. 수아는 살며시 내 손을 움켜쥐었다.

     

    “……뭔데?”

     

    세린 씨라면 모를까, 우리끼리 굳이 손을 잡아야 하나 싶던 차.

     

    “이게 평소 세린 언니랑 데이트하며 느끼는 행복이라 가정할게요.”

     

    그러면서 다시 손을 움켜쥐는데, 잡은 건가 싶을 정도로 약했다.

     

    그리 느낀 순간.

     

    “그리고 이게 전혀 다른 행복이에요.”

     

    스륵!!

     

    “수아야, 조금 아픈데……?”

     

    “이렇게 큰 차이가 있어요.”

     

    “이 정도 차이라고……?”

     

    “세린 언니랑 데이트하는 것에서 느끼는 행복이랑, 육체관계를 맺어서 느낄 수 있는 쾌락의 차이죠.”

     

    스륵!

     

    강약 조절을 하듯 수아가 제 손을 잡았다가 놓는데, 나는 그걸 체감하면서도 정신이 멍했다.

     

    ……꿀꺽.

     

    침을 삼켜가면서도 정말 그 정도일까? 의문이 들 정도였다.

     

    “조금 과장하는 거 아니야……? 난 세린 씨랑 데이트해도 너무 행복한데.”

     

    “저도 똑같았어요. 데이트만으로도 충분히 좋다고 생각했는데, 세린 언니랑 육체 관계 맺고 나면 유정 언니는 도저히 데이트론 만족 못할걸요?”

     

    씨익 웃는 수아는 굉장히 야하게 보였다.

     

    ……그래서 더 나는 호기심이 들었다.

     

    ‘그렇게 좋다고……?’

     

    정말 여기서 더 행복해질 수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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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eamer Crazy About Slaughter

Streamer Crazy About Slaughter

살육에 미친 스트리머
Score 3.9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After being trapped in the game world for several years, I was transported back to real world. However, my appearance was exactly like that of the character in the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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