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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91

       “어떡할까.”

       ​

       “응?”

       ​

       주어를 생략한 질문.

       샤엘라가 의문을 표했다.

       ​

       “갑자기 무슨 소리야?”

       ​

       혼자 고민해서 좋을 건 없다.

       이때껏 막히는 일마다 샤엘라와 의논하면 신기하게 쉽게 풀렸었다.

       ​

       고로.

       ​

       “이번 드워프 침공. 분명 적은 다시 올 거야. 대책을 세워둘까 해.”

       ​

       세력 아칸벨리.

       그들은 다시 침공하든, 정보를 팔아 다른 세력을 끌어들이든 결국 침략올 것이다. 그들을 어떻게 공략해야 하는가. 

       가능하면 아칸벨리가 뭔 수작을 부리기 전에 해치우는 게 가장 베스트인데….

       ​

       샤엘라는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

       ​

       “굳이 더 도와야 해? 이미 할 만큼 도운 데다가, 드워프들 여기로 이주 온다면서.”

       ​

       “그 시간이 부족할 거야. 도시 하나를 통째로 옮기는 게 쉬운 일이 아니잖아.”

       ​

       “그래서 시간을 벌어주고 싶다?”

       ​

       “대충 그런 맥락이지.”

       ​

       침략과 이주.

       다시 일어서기 위한 시간.

       그 과정에서 구멍 난 기술력.

       그것만 해도 매우 큰 타격이다.

       드워프는 이미 그런 일을 한 번 겪었다. 직접 본 건 아니지만, 시리안의 보고 속 드워프는 본래 매우 뛰어난 문명이었다.

       ​

       그런 문명 퇴화를 막아야 한다.

       그래야 다크레아도 빨리 클 수 있잫아.

       ​

       따라서 아칸벨리를 처리해야 한다.

       침략군이 복귀하지 않으면 실패로 보고 정보를 적극적으로 팔 테니까.

       ​

       문제가 있다면.

       ​

       “어떻게 처리하게? 본거지가 101층에 있다고 하지 않았어?”

       ​

       아칸벨리 세력의 위치다.

       놈들의 본거지는 101층에 있다.

       나도 그 해법이 알고 싶어서 샤엘라에게 질문한 거다.

       ​

       우선 내 생각부터 말했다.

       ​

       “방법이야 있기야 있지. 두 가지 정도.”

       ​

       “두 가지?”

       ​

       “그건….”

       ​

       1. 본체 힘으로 무리해서 100층을 돌파한다.

       지금이라면 가능할지 모른다. 힘의 체계 자체가 달라져 효율이 높아졌고, 전과 비교할 수 없는 에너지를 본체에 품고 있다.

       ​

       2. 세오른에게 대신 처리해달라고 부탁한다.

       빚지기는 싫지만… 승낙해준다면 확실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

       ​

       허나.

       ​

       “시원한 해결법은 없네. 올라간다고 제대로 해결될지도 의문이고.”

       ​

       “그건 그래. 과한 부담뿐이긴 하지.”

       ​

       이것 참 문제다.

       역시 손 떼는 게 정답일까.

       어차피 내가 101층에 간다고 해서 팍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성공한다 해도 시간을 조금 더 버는 정도가 고작.

       ​

       이미 도울 만큼 도왔다.

       적어도 안전은 보장했다.

       단순히 조금 아쉬울 뿐이지, 이쪽은 손해 볼 게 없다. 뿅!하고 101층에 갈 수 있는 게 아니라면 역시 그만두는 게-

       ​

       “무찬. 그냥 내가 101층에 올려줄까?”

       ​

       “응?….”

       ​

       웬걸.

       생각하기 무섭게 샤엘라가 그리 말했다.

       무슨 소리냐는 눈빛으로 쳐다보니, 녀석은 히죽 웃으며 제안했다.

       ​

       “하루 정도면 가능한데. 어때?”

       ​

       이럴 수가.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드는 힘.

       샤엘라의 존재 자체가 변수인 것을 깜빡하고 있었다.

       ​

       “날 101층에 보낼 수 있어?”

       ​

       “당연하지. 네가 101층에 가는 건 쉽고 확정된 사실이거든. 적당히 할만해.”

       ​

       “도대체 네 능력의 한계가 뭐야….”

       ​

       “후후. 존경스럽냐?”

       ​

       저 자신감 있는 태도.

       역시 녀석과 의논하길 잘했다.

       해법을 제시하는 정도가 아니라, 해법을 창조하는 수준이다. 녀석의 말이 사실이면, 당장 아칸벨리로 날아갈 수 있다.

       ​

       그럼 마다할 이유가 없지.

       ​

       “샤엘라. 그럼 101층에 가자. 불확실한 위험 요소는 빠르게 처리해두는 게 좋을 것 같으니까. 놈들이 수작 부리기 전에 지금 처리해야 시간을 벌 수 있을 거야.”

       ​

       이참에 내 힘을 시험할 겸, 확실히 처리하고 오도록 하자.

       ​

       허나, 만능은 아니라고 했던가.

       샤엘라는 고개를 내저었다.

       ​

       “미안하지만, 나는 됐어~ 내가 함께 가면 그곳에서 능력 쓰기가 피곤해지거든. 널 보내는 것도 조금 피곤한 일이지.”

       ​

       “…나 혼자 가라고?”

       ​

       “왜? 내가 없으면 무서워?”

       ​

       “그건….”

       ​

       무섭다라.

       상당히 쪼들리는 건 맞다.

       녀석은 매번 위기 때마다 날 구해줬고, 어느 새부턴가 계속 의지하고 있었으니. 고층에서 혼자 활약하는 건….

       ​

       이런 내 반응에 샤엘라는 웃어 보였다.

       ​

       피식.

       ​

       “무찬~ 괜찮으니 다녀 와. 네 힘을 제대로 느끼고 오라고. 내가 보기엔 너는 네가 어느 정도인지 깨달을 필요가 있거든.”

       ​

       “말 안 해도 알거든. 나 약한 거.”

       ​

       “아니… 일단 다녀와 봐.”

       ​

       “위험할 것 같은데….”

       ​

       “아 좀! 그냥 다녀와. 위험하다 싶으면 바로 복귀시켜줄게.”

       ​

       “그런 것도 가능하냐?”

       ​

       “난 불가능한 게 없다니까?”

       ​

       그럼 역시 거절할 이유가 없다.

       ​

       애초에 다짐했지 않은가.

       강해져서 녀석을 지키겠노라고.

       계속 꼴사나운 모습을 보일 수야 없지.

       진화했으니, 자립할 시간이다. 나의 힘을 파악하고 다듬어야 한다.

       ​

       “좋아. 혼자 다녀올게.”

       ​

       “그래. 잘 생각했어. 그럼 힘 좀 써야 하니 차원 줄기 좀 줘봐.”

       ​

       “차원 줄기는 왜?”

       ​

       “아무리 나라도 힘을 막 쓰는 건 힘들어. 하지만 상황에 맞는 담보가 있으면 인과를 조작하기 쉬워져. 그 정도는 괜찮잖아?”

       ​

       “차원 줄기를 담보로 쓴다라… 그래도 굉장한 건 틀림없네.”

       ​

       “많이 주면 더 좋고.”

       ​

       “알았어. 준비해둘게. 하지만 나도 준비가 필요하니 출발은 있다가 할 거야.”

       ​

       “그건 알아서 해.”

       ​

       이것으로 당장 할 일이 정해졌다.

       샤엘라의 능력으로 101층에 올라 아칸벨리 세력을 괴멸시킨다. 괴멸하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드워프가 다크레아로 이주할 수 있는 준비 기간을 확립해야 한다.

       ​

       드워프와 엘프가 합작하면 거주 시설을 짓는 데 오래 걸리진 않겠지만, 그렇다고 며칠 만에 후딱 끝낼 수 있는 건 아니니까.

       ​

       섞일 시간을 줘야겠지.

       그럼 바로 준비하자.

       ​

       ​

       ​

       *

       ​

       ​

       ​

       계획은 방향성이다.

       방향을 안다면 나아갈 수 있다.

       그렇기에 가만히 여유 부릴 이유는 없다.

       ​

       지금 할 일은.

       ​

       1. 차원 줄기 확보.

       2. 시리안의 보고 듣기.

       3. 친위대의 문제 결정하기.

       4. 그동안 밀린 열매들 생산하기.

       5. 아칸벨리에 잠입할 방법 구상하기.

       ​

       대충 이 정도.

       ​

       우선 차원 줄기 상황을 살폈다.

       현재 다크레아는 17~20층 사이에 차원 줄기로 양분 수급처를 열 군데 넘게 만든 상황이고, 여분으로 5개 정도 남았다. 

       5개면 여유가 있는 것 같지만, 폐기장과 잇는 걸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

       고로.

       ​

       스르륵!!~

       ​

       부화장에서 차원 줄기를 생산했다.

       이제는 양분 수급이 전보다 훨씬 수월하다. 여기에 달라진 본체의 힘을 집중하면.

       ​

       주륵.

       꾸루룩!

       ​

       하나, 둘, 셋.

       다섯, 일곱, 열.

       ​

       총 10개다.

       10개의 차원 줄기를 생산했다.

       이때껏 차원 줄기는 막대한 양분과 본체의 초월적인 힘이 투여됐었다. 여기서 말한 초월적인 힘은 사실상 신성이나 다름없었고, 차원 줄기의 근본이나 다름없었다.

       ​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본체는 온전한 형태를 빚었다.

       매우 효율적인 체계로 직접 힘을 쓸 수 있으며, 약간의 신성을 투여하는 것만으로도 차원 줄기 생산이 놀랍도록 쉬워졌다.

       ​

       신성의 제약이 풀렸다.

       부족하면 양분과 마나로 본체 육신에서 공장처럼 신성을 제조할 수도 있다.

       ​

       즉, 차원 줄기 양산이 가능해졌다.

       양분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제한 없이 수십 개씩 쭉쭉 뽑아낼 수 있다.

       ​

       “곧이군. 무뚝찬과 만나는 것도.”

       ​

       조금만 더 있으면 17층부터 1층까지 차원 줄기를 설치해 폐기장과 이을 수 있다. 그때부터 두 엘프의 교류가 가능해지고, 무뚝찬도 마음껏 위로 올라올 수 있게 된다.

       ​

       아마 녀석이 내 본체를 보면 놀라겠지.

       그러고 보니 요즘 좀 잠잠한데… 한창 도시를 개발 중인 듯하다.

       ​

       스르륵~

       ​

       다음은 열매를 생산했다.

       ​

       개조 열매.

       생체 무기.

       단번에 50개가량 만들었다.

       완성된 본체가 있으므로 딱히 개조 육체는 연구하지 않았다. 이젠 흡수만 해도 본체 내부에서 생체 정보가 분석되니까.

       ​

       이어서 하이 엘프 열매에 양분을 보급하고 포션을 위한 생명과도 100개 더 만들었다. 그렇게 한동안 열중했고.

       ​

       [신목님이시여. 벨칸국과 동맹에 관한 조율을 마치고 복귀했습니다.]

       ​

       이쯤 시리안이 돌아왔다.

       마침 논의할 사항도 많다.

       ​

       [그래. 왕성에서 보자.]

       ​

       드워프 문제.

       친위대 문제.

       레이븐 문제.

       아칸벨리 문제.

       ​

       빠르게 상의하고 넘어가자.

       ​

       ​

       ​

       *

       ​

       ​

       ​

       다크레아 왕궁.

       ​

       “-하여, 다크레아는 드워프 인사를 초청해 도시를 지을 땅을 선별 중이며, 가능한 한 달 내로 모두 이주할 수 있도록 계획도시를 세우는 것이 목표라고 합니다.”

       ​

       시리안에게 보고를 들었다.

       주로 드워프와 동맹 안건 얘기였고, 앞으로의 대처를 설명했다.

       ​

       나는 가만히 보고를 들었다.

       ​

       “드워프 왕국은 선발대 지원자를 모집해 다크레아에 넘어오기로 했고, 추가로 내일까지 300명의 기술자를 투입할 것이며, 저희 측은 군대를 동원해 건설 인력으로-”

       ​

       시리안과 벨칸의 콜라보.

       지혜롭고 결단력 좋은 두 존재가 협상한 것으로 일은 척척 진행되었다.

       ​

       벨칸은 매일 주민과 기술자를 투입해 주거 구역과 행정 시설을 짓고, 일주일 내로 왕정 업무가 가능하도록 하겠단다.

       ​

       굉장히 빠듯한 시간.

       과연 잘 해낼 수 있을는지.

       이에 다크레아도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군대 인력과 지원자에게 급여를 지원하는 식으로 인력을 동원해 드워프를 돕기로 했다.

       ​

       또한.

       ​

       “차원 줄기로 연결한 18층에 광산에 드워프 일꾼을 투입하기로 했습니다. 가능하면 도시 완성까지 7할의 자원을 무상 배분할 생각입니다.”

       ​

       가장 부족한 것은 자원.

       다크레아는 그 부족한 부분을 긁어줬다.

       영역 수색대가 차원 줄기를 이곳저곳에 뿌려뒀기에 다른 곳에서 자원을 구하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캐낼 인력이 적었을 뿐이지, 드워프가 투입하면 순식간에 끝날 거다.

       ​

       드워프는 타고난 광부다.

       뛰어난 발굴 장비와 로봇도 많다.

       심지어 드워프 왕국은 다크레아와 달리 만명도 넘는 인구를 가졌다.

       ​

       여기에 더해.

       ​

       “19층에 단단한 암석 굴을 발견했는데, 벨칸 국에게 필요한 자원이 매장된 것 같아 탐색대가 차원 줄기를 심어놨습니다. 혹시 포탈을 열어주실 수 있으십니까.”

       ​

       새로운 채굴 장소가 발견됐단다.

       당연히 드워프들이 맘먹고 자원을 캐기 시작하면 빠르게 해결될 것이다. 한 달 내에 왕국을 옮길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만, 그럴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해줘야겠지.

       ​

       하지만 그전에.

       ​

       “이제 막 복귀했으면서 그런 건 어떻게 언제 보고 받은 거냐.”

       ​

       시리안의 능력이 궁금해졌다.

       녀석은 밖에 원정 나간 엘프의 동향을 정확히 파악하고 지시하고 있었으니까.

       ​

       녀석은 후훗 웃으며 답했다.

       ​

       “저도 신목님처럼 다른 신목의 엘프와 텔레파시를 주고받을 수 있습니다.”

       ​

       “오호….”

       ​

       요컨대, 나와 같은 능력을 쓸 수 있다?

       그렇다면야, 이건 어떨까.

       ​

       “좋아. 네가 열어 봐.”

       ​

       “네?”

       ​

       나는 한 손을 뻗었다.

       사르륵~ 차원 줄기 지팡이가 나타났다.

       세계수 집에 있는 여유분인데, 본체 힘으로 쉽게 소환할 수 있었다.

       ​

       툭!

       ​

       그 차원 줄기를 던졌다.

       시리안은 당황한 듯하면서도 가볍게 차원 줄기를 받아냈다,

       ​

       “이건 제게 왜….”

       ​

       “네가 해봐.”

       ​

       “…제가요?”

       ​

       갑자기 든 호기심이다.

       만약 시리안도 포탈을 열 수 있다면?

       녀석은 나와 함께 진화하면서 분신 이상으로 크게 연결되었다. 게다가 시리안은 식물의 감각을 다루고 나처럼 다른 누군가와 동화되는 힘까지 다뤘었다.

       ​

       그러니 혹시 모른다.

       녀석도 차원문을 열 수 있을지.

       ​

       “네가 차원문을 열어봐. 왜인지 몰라도 너는 내 능력도 어느 정도 쓰는 것 같더라고.”

       ​

       “……정말 해봐도 되겠습니까.”

       ​

       시리안은 묘하게 설레는 눈빛과 목소리로 그리 되물었다.

       ​

       “혹시 해보고 싶었던 거냐?”

       ​

       “…예.”

       ​

       수줍게 긍정한다.

       뭐지, 이 귀여운 구석은.

       어쩌면 이녀석도 레이븐처럼 차원 줄기가 갖고 싶었던 게 아닐까.

       ​

       하여간.

       ​

       “진작 말하지 그랬냐.”

       ​

       “하지만 제가 감히 신목님의 권능을….”

       ​

       “본래의 넌 나보다 뛰어난 녀석이었어. 너를 깎아내리진 마라. 이젠 반신격이 된 주제에. 내가 무안해진다고.”

       ​

       “…알겠습니다. 그럼.”

       ​

       슥.

       ​

       시리안이 잠시 일어서 집중했다.

       양손에 차원 줄기를 짚고 식물의 감각으로 집중하는 듯했다.

       ​

       대략 1분 정도.

       조금 느리지만.

       ​

       스륵.

       스르륵….

       ​

       공간이 일렁거렸다.

       나의 감각으로도 느껴진다.

       일렁거리는 공간 속에 다른 공간이 겹치려는 것이.

       ​

       슈화아아아!!~

       ​

       차원문이 열렸다.

       설마 했는데, 바로 성공했다.

       가르쳐주지 않아도 스스로 깨닫고, 차원 능력을 다스린 것이다. 비록, 내 차원 줄기가 필요하지만, 이게 어디랴.

       ​

       이건 매우 축하할 일이다.

       다크레아에 차원술사가 탄생한 순간이니까.

       ​

       고로.

       ​

       “그 차원 줄기… 너 가져라.”

       ​

       차원 줄기를 녀석에게 선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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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roken Goddess Tries to Raise Me

The Broken Goddess Tries to Raise Me

망가진 여신이 나를 키우려 한다.
Score 8
Status: Ongoing Author:
I have become the World Tree that the goddess is obsessed with. I ended up taking care of the broken goddess, and at some point, she started exerting her strength to raise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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