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193

       “네게서 맛이 느껴지기 시작했어.”

       ​

       “히에에엑!!?”

       ​

       녀석이 질겁한 표정으로 물러났다.

       아마 뭔 소린가 싶을 거다. 아니, 내가 미친놈처럼 보일지도.

       ​

       하지만 난 당당하다.

       ​

       “넌 나한테 냄새가 난다면서. 이것도 비슷해. 난 네 맛이 느껴져.”

       ​

       “아니!!… 그건 명백히 이상하잖아!!?”

       ​

       “느껴지는 걸 어떡해.”

       ​

       “으엑…… 무찬. 나한테 가까이 오지 마.”

       ​

       “그렇게까지 반응한다고?….”

       

       샤엘라가 팔을 X자로 크로스해 양어깨를 움켜쥐었다.

       ​

       경멸하는 표정.

       생각보다 볼만한….

       아니, 나는 그런 취향이 아니다.

       ​

       게다가 장난인 거 다 안다.

       살짝 히죽이는 거 다 보인다고.

       처음엔 진짜 놀랐을지 몰라도, 지금은 날 놀리려고 머릴 굴리고 있겠지. 언제나 놀리는 건 진심인 놈이니까.

       ​

       그럴 바엔 내가 먼저 한다.

       출격하라, 내 혓바닥이여.

       ​

       츄릅.

       ​

       “흐익!?”

       ​

       츄베뤠레레레렑!!

       ​

       “끼히이이이익!!!?”

       ​

       얼굴을 들이대며 혓바닥을 가져다 대자 녀석이 정말 질겁하여 뒤로 휙 사라졌다.

       ​

       정말 빠른 속도다.

       눈앞에서 기척을 놓쳤다.

       어느새 저 멀리 도망가 있었다.

       ​

       슥.

       ​

       다시 녀석을 바라보면.

       ​

       

       ​

       심장이 벌렁거리는 듯.

       천하에 샤엘라가 저리 떨고 있다.

       솔직히 한 대 맞을 각오로 한 건데, 저리 도망갈 줄은….

       ​

       “우으으…”

       ​

       어느새 경멸하는 표정으로 변했다.

       가짜가 아닌 찐이었다.

       ​

       “그렇게 도망갈 정도였냐?”

       ​

       “그럼 넌 내가 혓바닥 냘름냘름 거리면서 다가오면 가만히 있을 거냐!?”

       ​

       “……괜찮을지도?”

       ​

       “갸아아앍!!!”

       ​

       “…농담이니까 그만 도망가.”

       ​

       “너, 너 또 그러진 마라? 그으… 그런 건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단 말이야.”

       ​

       “마음의 준비?….”

       ​

       어?

       받아줄 마음은 있다는 건가?

       ​

       …못 들은 걸로 하자.

       ​

       툭.

       ​

       슬슬 진정됐을까.

       녀석이 다시 거리를 좁혔다.

       ​

       후우~ 

       ​

       가벼운 한숨과 함께 다시 마주 봤다.

       맛 얘기로 주제를 벗어나긴 했지만, 다시 본론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

       “그나저나 나한테 뭘 했던 거야?”

       ​

       나는 샤엘라의 힘으로 101층에 올라가기 위해 온 상황이다. 그러자 녀석은 날 쓰다듬으며 신성을 내뿜었었고.

       ​

       나는 그 이유를 물었다.

       샤엘라는 피식 웃으며 답했다.

       ​

       “별거 아냐~ 네 시야를 엿보려고 사도처럼 내 힘을 심은 거니까.”

       ​

       “힘을 심어?”

       ​

       “심었다기보단 일깨웠다고 해야 하나. 일전에 내 피를 먹었잖아.”

       ​

       “저번에 준 그 단약?”

       ​

       “응. 그걸로 너는 내게 이어졌어. 네가 날 생각하면 나도 널 볼 수 있지.”

       ​

       “그런 효과가 있다곤 안 말해줬잖아.”

       ​

       “안 물어봤잖아. 좋다고 가져가서 더 만들어달라고 할 땐 언제고. 어쨌든 싫다고 멋대로 내 기운 떨쳐내진 마라? 그땐 도망친 걸로 간주하고 나 어떻게 나올지 모르니까.”

       ​

       뭐지, 이 강매꾼은.

       처음부터 그게 목적이었던 건가.

       어쩐지 순순히 혼자 보내준다 했건만, 이런 걸 숨기고 있을 줄이야.

       ​

       딱히 불편한 건 아니다. 

       내가 엘프를 보는 것과 비슷하겠지.

       어찌 보면 엘프는 내 사도와 같으니까.

       샤엘라도 나를 자신의 신성으로 연결한 것과 다름없다. 풍요롭게 청량한 맛이 나는지라, 나쁘지도 않고.

       ​

       그러니 거부할 이유는 없다.

       애초에 나도 샤엘라를 많이 훔쳐봤었으니. 내 죄질에 비하면 한참 약과지. 떨어져 있는 동안 지켜보게 해주자.

       ​

       자, 그럼.

       ​

       “이제 날 보내줘. 빨리 끝내고 오게.”

       ​

       “알았어. 차원 줄기나 내놔. 가능하면 네 신성을 듬뿍 담아서 말이야.”

       ​

       “내 신성?”

       ​

       “그래야 내가 편해.”

       ​

       “그렇다면야.”

       ​

       쉬이익!~

       ​

       차원 줄기 2개를 내 몸에서 꺼냈다.

       아까 전 왕궁에서 돌아온 뒤, 차원 줄기를 모조리 몸속에 넣어놨었다. 현재 내 몸속에는 1개의 차원 줄기가 더 있다.

       ​

       공간을 이용한 보관법.

       손바닥에 아공간을 만들었다고 보면 된다.

       아니, 아공간 마법보다 더 진화된 개념으로, 이제 일일이 소환하거나 가지러 갈 필요가 없다. 생각하지 못했을 뿐이지, 나는 무한한 배낭을 언제든 만들 수 있다.

       ​

       “오호? 새로운 재주를 익혔네.”

       ​

       샤엘라의 칭찬에 우쭐해졌다.

       길게 끌 것 없이 초록빛 신성을 끌어올려 차원 줄기에 불어넣었다.

       ​

       툭.

       ​

       바톤 터치.

       샤엘라에게 내밀었다.

       차원 줄기를 받아든 샤엘라는 이번엔 자기 신성을 끌어올렸다.

       ​

       파아아~

       ​

       언제나 아름다운 황금빛.

       그 빛은 차원 줄기를 감싸더니 이내 차원 줄기를 분해하기 시작했다.

       ​

       샤르르륵~

       ​

       재처럼 사라지는 1개의 차원 줄기.

       그 일련의 과정에서 가늠할 수 없는 초월적인 힘이 느껴졌다.

       ​

       신성끼리 반발은 없었다.

       샤엘라의 말을 듣도록 제어했으니까.

       신성이란 존재의 힘과 같다. 육신을 떠나더라도 나의 몸처럼 쓸 수 있는 힘이다. 따라서 최대한 녀석의 의지에 따르게 하였다.

       ​

       그랬을 뿐이거늘.

       차원 줄기가 저리 녹아들었다.

       ​

       “이야~ 상성이 좋네. 대가가 거의 없어. 다른 것도 가능하겠는데?”

       ​

       “잘 된 거야?”

       ​

       “물론. 준비 다한 거 맞지? 당장 보낸다?”

       ​

       “빨라서 좋네. 혹시 바로 아칸벨리 본거지로 이동되는 건가?”

       ​

       “그건 귀찮고 힘들어. 알아서 해.”

       ​

       “그럼 어디로 도착해?”

       ​

       “몰라~”

       ​

       “응?….”

       ​

       “잘 다녀와!”

       ​

       “야!?”

       ​

       파아앗!!

       ​

       일순간 샤엘라의 손에서 분해된 차원 줄기 가루가 나를 뒤덮은 기분이었다.

       ​

       뭐라 말할 틈은 없었다.

       눈을 깜빡이면 다른 곳이었다.

       ​

       ​

       ​

       *

       ​

       ​

       ​

       “…여긴 어디?”

       ​

       웬 사막지대가 보인다.

       옆에는 기둥형 게이트가 있었다.

       ​

       [101층. 네트리 게이트.]

       ​

       101층이라는 글씨가 눈에 들어온다.

       딱히 돌아갈 것도 없이 전부 스킵하고 101층에 온 것이다.

       ​

       감탄 밖에 안 나온다.

       샤엘라의 능력은.

       그나저나….

       ​

       “어디로 가야 하지?”

       ​

       우선 천천히 생각하자.

       먼저 게이트를 돌아봤다.

       ​

       “네트리 게이트….”

       ​

       당연히 모르는 장소다.

       어쩌면 미래의 내가 101층에 등반했을 때 이용하는 게이트가 아닐까 싶었다.

       ​

       “…등록하면 어떻게 되지?”

       ​

       잠시 고민했다.

       현재 본체는 시스템에 등록되지 않았다.

       그러니까 지금 여기서 게이트에 등록하면 101층의 자격을 쉽게 얻을 수 있는 거 아닌가?

       ​

       툭.

       ​

       생각과 동시에 게이트에 손을 짚었다.

       예상대로 시스템은 날 인지했다.

       ​

       다만.

       ​

       ◎︎ 등록되지 않은 사용자.

       ◎︎ 비정상 루트 등반자로 판정.

       ◎︎ 식별 불가. 중층부터는 탑 주민의 식별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식별을 위해선 게이트 관리자와 상의하십시오.

       ​

       식별이 불가능했다.

       살짝 아쉬운 맘이 든다.

       이런 편법을 막아놨을 줄이야.

       ​

       사실 어느 정도 이해는 한다.

       고층에서 태어난 존재는 강함과 관계없이 높은 자격을 갖는 셈이니까. 즉, 고층 탑 주민은 마음대로 층 이동을 할 수 없고, 해당 층에서 살거나 관리자를 만나 해결해야 하는 듯했다.

       ​

       대충 이곳 생태가 예상된다.

       이곳에서 태어난 힘없는 고층 탑 주민은 노예처럼 마구 부려질 것이다.

       ​

       여기도 폐기장과 다르지 않다.

       아니, 폐기장이 고층의 축소판이었을 터.

       꼼짝없이 갇힌 약자를 부려 먹고 관리자급 이상의 강자나 등반자만이 특권을 누릴 것이다.

       ​

       “…곤란하네.”

       ​

       고층 생태는 어느 정도 예상했다만, 게이트가 통제되어 있을 줄은 몰랐다.

       ​

       정말 곤란하다.

       시스템을 못 쓰니까.

       다시 말해 길을 찾을 수 없다.

       아칸벨리로 가는 길을 알려면 우선 정보 길드에 들릴 필요가 있는데, 포인트를 지불할 수 없으니 거래할 수도 없다.

       ​

       물론, 방법이 없지는 않다.

       아무 도시에 들러 누군가를 흡수해 정보를 알아내면 된다. 다만, 그런 사소한 정보는 파헤치기 힘들며, 제대로 된 길을 아는 자를 찾기까지 모르는 이들을 계속 죽여야 한다.

       ​

       기각.

       ​

       난 그렇게 쓰레기가 아니다.

       길 찾겠다고 아무나 죽일 순 없지.

       ​

       슬슬 걱정된다.

       ​

       “하루 만에… 끝낼 수 있겠지?”

       ​

       [파이팅~ 힘내라. 무차무찬!~]

       [먀앗, 먀!!]

       ​

       속에서 샤엘라의 응원이 들린다.

       어째 챠니도 함께 응원하고 있었다.

       예전에는 내가 샤엘라의 출정을 구경하곤 했었는데, 지금은 정반대다. 녀석은 나를 관찰하며 집에서 과자를 먹고 있었다.

       ​

       팔자 좋기는.

       어서 끝내자.

       ​

       탓!!

       슈후우욱!!~

       ​

       하늘로 도약했다.

       이전보다 훨씬 빠른 속도.

       하늘을 비행하며 길을 찾았다.

       ​

       ​

       ​

       *

       ​

       ​

       ​

       툭.

       ​

       사막 어딘가.

       비행 도중 지상에 내려섰다.

       도시를 찾으려 30분 정도 비행했으나, 아쉽게도 찾을 수 없었다.

       ​

       그러나 절망적인 상황은 아니다.

       내겐 세리아스의 기억이 있으니까.

       그녀의 기억에 따르면, 아칸벨리 본거지는 마법으로 숨겨진 작은 성이며, 마이낙스라는 도시와 멀지 않은 곳에 있다. 

       ​

       우선 마이낙스 도시를 찾으면 된다.

       그다음의 길은 내 머릿속에 들어있다.

       만약 이 사실을 몰랐다면, 정보 길드를 뒤져도 아칸벨리를 못 찾았을 수도 있다.

       ​

       문제는 그 도시가 어딘지 모른다는 것.

       결국, 그 정보조차 정보 길드에 들러 알아내야 하는데… 내겐 불가능한 방법이다.

       ​

       무작정 돌아다녀야 하는 상황.

       운 없으면 하루 만에 못 끝낼 수도 있다.

       ​

       별수 없군.

       ​

       “이 방법만은 쓰지 않으려 했는데.”

       ​

       스륵!

       사르륵!!

       ​

       공간이 일그러트렸다.

       그 공간은 나를 집어삼켜 101층 어딘가로 날 전이시켰다.

       ​

       누군가와 마주칠 걱정은 없다.

       나는 지상에 나타나지 않을 거니까.

       ​

       ​

       ​

       *

       ​

       ​

       ​

       ​

       후우우욱!!-

       휘이이이익!!!

       ​

       굉장히 높은 상공.

       거대하고 동그란 행성으로 추락했다.

       여긴 드높은 대기권. 고개를 살짝 옆으로 돌리면 우주가 보이고 정면을 보면 101층이라는 이름의 행성이 보인다.

       ​

       보다시피 나는 높은 하늘로 이동했다.

       이러면 누군가와 마주칠 걱정도 없다.

       차원 줄기를 피뢰침 삼지 않더라도, 이렇게 무작정 멀리 이동하는 건 어렵지 않다.

       ​

       휘유우욱!!-

       ​

       거센 바람을 느끼며 지상을 내려봤다.

       이대로 목적지를 찾을 셈이었다.

       ​

       다만.

       ​

       ‘뭐 이리 행성이 못생겼어.’

       ​

       지구는 푸르렀었는데.

       하지만 이곳은 제멋대로다.

       다른 세계의 땅들을 억지로 붙였기 때문인지, 구역마다 풍경이 전부 달라서 한눈에 조화되지 않고 어색했다.

       ​

       [크~ 재밌는 풍경이네.]

       [먀아앙~]

       ​

       이건 뭐 백그라운드 재생인가.

       자꾸 둘의 텔레파시가 들린다.

       ​

       딱히 신경 쓸 건 아니다.

       지금 내가 할 일은 도시를 찾는 건.

       지상에선 매우 힘들었지만, 우주라고 해도 될 정도로 높은 대기에서 내려보면 못 찾을 것도 없다. 적당히 높게 비행한 것과는 보이는 시야가 차원이 다르거든.

       ​

       휘이이익!!

       치이이!!

       ​

       전신이 뜨겁게 달궈지지만, 육체에 흠집도 나지 않는다. 생체 운석이 되어 지상으로 쭉 추락하며 행성을 훑었다.

       ​

       ‘자, 어디냐.’

       ​

       빠르게 세계를 훑었다.

       세리아스의 기억 속에 마이낙스 도시가 어떻게 생겼는지와, 근처에 눈에 띌만한 지형 정보까지 들어 있었기에 잘만 집중하면 아칸벨리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

       문제는 도시가 너무 많다.

       또한 너무 멀어서 잘 보이지도 않는다.

       구름에 가려진 곳도 많아서 위치를 특정하는 게 매우 까다롭다.

       ​

       ‘그래도 얼추 보이네.’

       ​

       다행히 본체 감각은 평범하지 않다.

       나는 전신으로 사방을 모두 볼 수 있으며, 눈으로 보는 것과 달리 안개나 구름을 무시하고 선명한 시야를 느낄 수 있다.

       ​

       나의 감각이라면 가능하다.

       지상을 자세히 살필 수 있다.

       멀리서 목표를 찾는 것도 어렵지 않다. 심지어 가까이 있는 것이라면 만지고 있는 것처럼 대상을 느낄 수도 있다.

       ​

       그뿐만이 아니다.

       내가 바라보는 곳의 숲이나 식물들과 교감하여 시야를 빌릴 수 있다. 일전과 달리 매우 넓어진 교감 범위였다.

       ​

       이거라면 찾을 수 있다.

       침착하게 차근차근 지상을 훑었다.

       그러던 도중 마을이 따닥따닥 붙은 듯한 거대 도시가 내 시선을 강탈했다. 수천만 명은 살듯한 미친 규모의 도시로, 워낙 크다 보니 맨눈으로도 훤히 들어온다.

       ​

       저건… 보기만 해도 무섭네.

       어떤 강자들이 머물고 있을지.

       ​

       싸악~

       ​

       본체 감각에 더 집중했다.

       추락하면서 계속 지상을 관찰했다.

       ​

       후우우웅!!~

       ​

       시야가 좁아진다.

       지상이 점점 다가온다.

       아쉽게도 마이낙스로 추정되는 도시는 찾을 수 없었다. 아무리 시야가 좋더라도 한 번에 찾을 수 있으리라곤 나도 생각 안 했다.

       ​

       고로.

       ​

       스르륵!~

       ​

       지상에 추락하기 전.

       저 앞에 추락 지점 공간을 일그러트렸고, 나는 그곳으로 낙하했다.

       ​

       쏙!~

       ​

       우선 계속 살펴보자고.

       찾을 수 있을 때까지.

       

    다음화 보기


           


The Broken Goddess Tries to Raise Me

The Broken Goddess Tries to Raise Me

망가진 여신이 나를 키우려 한다.
Score 8
Status: Ongoing Author:
I have become the World Tree that the goddess is obsessed with. I ended up taking care of the broken goddess, and at some point, she started exerting her strength to raise me.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