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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94

       휘이이이이!!!~

       ​

       시원한 추락.

       이걸로 일곱 번째다.

       일곱 번이나 공간을 열고 높은 상공에서 추락하길 반복한 셈이다.

       ​

       다행히 피로하진 않다.

       본체는 분신체와 결이 다르다.

       게다가 차원을 넘기보단 살짝 튀어 올랐다 다이빙한 형식이라 에너지 소모도 적다. 나는 아직 1할의 힘도 사용하지 못했다.

       ​

       ‘본의 아니게 내 힘이 체감되는군.’

       ​

       가장 크게 변화한 것은 힘의 용량.

       망망대해가 속에 들어찬 기분이다.

       ​

       따라서 탐색은 문제없다.

       추락하고 공간 이동하길 반복하며 기억 속 지형을 찾으려 노력했다. 식물의 감각이면 지형을 분별하는 게 어렵지 않았다. 단순히 보는 것 이상으로 느껴지는 게 있다.

       ​

       그렇게 약 12번째 추락하던 차.

       ​

       ‘발견.’

       ​

       익숙한 지형을 찾았다.

       도시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찾으니 의외로 금방이다. 세리아스의 머릿속에 들어있는 마이낙스 도시와 주변 지형이 일치하는 곳을 찾았다. 저곳에서 서쪽으로 가면 마법으로 꼭꼭 숨겨진 아칸벨리 본거지가 나올 것이다.

       ​

       굳이 도시에 들릴 이유 없다.

       마법으로 아칸벨리 본거지가 있는 곳을 향해 가속했다.

       ​

       휘이이익!!!

       ​

       빠르게 다가오는 지상.

       이대로면 운석처럼 폭발이 일어날 수 있으니, 적당한 시점에 속도를 늦췄다.

       ​

       휘릭~

       톡.

       ​

       공중제비 후 가볍게 착지.

       호수였다면 잔잔한 물결이 퍼질 듯 가벼운 착지였다. 지금은 그런 미세한 영역까지 힘을 조절할 수 있었다.

       ​

       그리고 앞을 바라보면.

       ​

       “이곳이 입구인가.”

       ​

       숲솦 어딘가.

       신기하게 생긴 돌탑.

       이곳을 특정한 방식으로 지나면 아칸벨리의 성으로 가는 길이 나타난다. 말만 성이지, 조금 거대하고 뾰족한 저택과 몇몇 개의 집이 있는 정도가 끝인 곳이다.

       ​

       하지만 길 찾는 건 매우 복잡하다.

       숨는 것을 목적으로 만든 곳이거든.

       ​

       “기억을 흡수하지 않았으면 피곤했겠군.”

       ​

       몰랐다면 아마 여기 오지 못했을 것이다.

       세리아스 기억에 의하면 마이낙스 도시에 가짜 본거지가 있기 때문이다. 어찌 수소문해서 왔더라도 가짜를 처리하고 끝났을 터. 레이븐에게 자세히 묻고 왔으면 또 모르겠다만, 이렇게 수월히 찾아 들어가긴 힘들었을 거다.

       ​

       어쨌든 이젠 상관없다.

       나는 진짜 본거지를 아니까.

       세력의 수장은 이곳에 거주하고 있다.

       상당히 쪼들리는 짓을 많이 했기 때문인지 여기서 잘 나오지 않는다. 덕분에 몰래 들어가서 박살 내면 끝이니 나도 편하다.

       ​

       하지만 어떻게 박살 내느냐가 문제.

       전력을 대거 잃은 작은 세력이라지만, 그럼에도 무시할 순 없다.

       ​

       적은 강자다.

       나는 내 힘을 잘 모른다.

       옆에는 든든한 샤엘라도 없다.

       여기부턴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혼자 싸워야 한다.

       ​

       고로.

       ​

       스르륵.

       두드드득.

       ​

       육체를 변형시켰다.

       본체에 저장된 생명 정보를 불러들였다.

       흡수했던 생명체를 복제하듯, 내 본체에 그대로 구현시켰다. 신성 자체가 물질로 구성된 본체는 평범한 피부가 아니다. 그냥 새로운 물질이라 봐도 무방하다.

       ​

       애초에 내 본체는 어떠한 물질로도 설명할 수 없는 초월적인 힘 그 자체였다.

       ​

       빛나는 구슬 같았던 본체.

       그것을 육신으로 만든 결과가 이거다.

       생명을 만들고 복제하고 강화하고 개조하던 본체의 능력. 그 힘의 종합체인 내가 변하지 못할 이유는 없었다.

       ​

       그렇기에.

       ​

       파르릇!~

       ​

       초록빛 신성이 퍼지고.

       그 빛무리에 나타난 나는.

       ​

       

       

       ​

       “아- 나쁘지 않네.”

       ​

       일전에 내가 죽였던 세리아스의 모습이었다.

       ​

       [히이에에엑!!!!]

       [미야아아앗!!?!]

       ​

       샤엘라와 챠니가 놀란듯했으나, 가볍게 무시하고 몸을 내려봤다.

       ​

       본체는 흡수율이 매우 높다.

       세리아스의 정보를 온전히 받아들였다.

       한 치의 오차 없이 완벽한 세리아스의 모습을 구현했고, 몸에 약간의 한기마저 감돌았다.

       ​

       ‘얼음 능력을 쓰던 놈이었던가.’

       ​

       그 힘도 흉내 낼 수 있다.

       완벽히는 아니어도 남을 속일 정도는 되지 않을까 싶었다.

       ​

       보아라.

       ​

       쩌적!!

       쯔으윽.

       ​

       한 손에 주먹만 한 얼음 결정이 생겼다.

       결정은 내 의지대로 형태를 바꿔 사방으로 뾰족한 가시를 솟구쳤다.

       ​

       원래라면 쓰지 못하는 힘이다.

       배우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했을 거다.

       마법으로 흉내 내더라도 이렇게 쉽고 빠르게 얼음을 다스리진 못할진대, 그런 힘을 이리 쉽게 구현해냈다.

       ​

       물론, 제약이 없진 않다.

       ​

       내가 이놈을 얼마나 이해했느냐.

       그 힘을 제 것처럼 다뤄낼 수 있느냐.

       얼마나 정확히 생체 정보를 파악했느냐.

       대상의 특정한 고유 기운을 다룰 수 있느냐.

       등등, 이러한 조건을 전부 만족시키지 않는 한 완벽하게 따라 할 순 없다.

       ​

       하지만 다행히 세리아스는 고유의 힘이 아닌, 특정한 음의 기운을 띄는 마나 회로를 사용하는 녀석이었고, 몸 구조를 바꿔 근접한 힘을 사용하는 것이 가능했다.

       ​

       ‘신성 같은 고유의 기운이 필요한 힘이라면 흉내 내기 어렵겠지만….’

       ​

       그럼에도 충분한 성과다.

       웬만한 지배자급까지는 온전히 흡수해 힘을 흉내 낼 수 있다는 거니까. 

       ​

       더 많이 흡수할수록.

       더 많은 생체 정보가 쌓일수록.

       이러한 빅데이터는 나를 더 강하게 만든다.

       또한 이런 정보와 강화된 본체 감각으로 작정하고 엘프를 강화하면, 훨씬 강한 생명체로 진화시킬 수 있을 거다.

       ​

       [무찬… 그 몸으로 잠입하려는 거냐?]

       ​

       찬란한 미래를 꿈꾸던 차.

       샤엘라가 뭔가 불만족스러운 듯한 느낌으로 텔레파시를 보냈다.

       ​

       나는 잠시 작전을 설명했다.

       ​

       [이게 가장 쉬운 잠입 법이니까. 재밌게도 세리아스는 아칸벨리 수장의 연인이거든. 이 몸이라면 속이기 쉬울 거야.]

       ​

       [끄응….]

       ​

       [왜?]

       ​

       [그몸. 여자잖아.]

       ​

       [잠시 사용하는 것뿐이야. 이거라면 기습하기 좋을 거 아냐. 그때까지뿐이야.]

       ​

       [그럼 이상한 짓 하지 마.]

       ​

       [이상한 짓?]

       ​

       [혹시 모르잖아. 네가 갑자기 남자한테 관심이 생겨서 들이댄다거나-.]

       ​

       [하겠냐!?]

       ​

       거참, 별걸 다 걱정하네.

       이상한 상상으로 장르를 바꾸지 말라고.

       난 이미 생명체를 만들면서 생물학적으로 여성이 어떤 구조인지부터 어떻게 생겼고 어떤 작용을 하는지 전부 꿰뚫고 봐왔다. 단순한 호기심으로 그런 짓을 할 리가….

       ​

       잠깐.

       할 수 있을지도?

       왜냐하면 세리아스는 아칸의 연인이니까.

       나는 세리아스로 아칸벨리에 잠입해 기습할 생각이고, 어쩌면 그 과정에서 약간의 대화로 꾀어내야 할 수도 있다.

       ​

       뭐, 그 정도는 괜찮겠지.

       ​

       [샤엘라. 이상한 걱정 말고 지켜보고 있어. 어차피 날 계속 구경하고 있을 거잖아? 이상한 짓 한다 싶으면 네가 말리면 되는 거고.]

       ​

       일단 모른척하자.

       설명하기 귀찮으니.

       알아서 이해해줄 거다.

       ​

       샤엘라는 다시 의심스럽게 물었다.

       ​

       [흐음~ 혹시 그냥 이성에 관심이 없다거나 그런 건 아니지?]

       ​

       [그냥 이참에 확실히 말해둘게.]

       ​

       [응?]

       ​

       [난 너 아니면 관심 없어.]

       ​

       [으엣?…….]

       ​

       샤엘라가 조용해졌다.

       필시 볼이 붉어졌겠지.

       그 반응을 상상하니 보지도 않았는데 귀엽다는 생각이 든다.

       ​

       다만.

       ​

       […그런 건 얼굴 보면서 얘기해.]

       ​

       바로 앞에 없어서일까.

       녀석이 꽤 대담하다.

       ​

       [그래그래.]

       ​

       보다시피 이런 생각을 할 정도로 나는 녀석이 아니면 관심이 없다. 진심으로 녀석이 걱정할 일은 없을 것이다.

       ​

       일에 집중하자.

       자, 그럼.

       ​

       사박.

       ​

       안으로 나아갔다.

       오늘 안에 끝내야 하니.

       하지만 예상과 달리 곧장 문제가 생겼다.

       ​

       출렁~

       ​

       “…여자 가슴은 다 이리 큰 건가?”

       ​

       몇 걸음 걷다가 멈춰서 아래를 내려봤다.

       하반신을 가리는 거대한 무언가가 불편하게 볼록 솟아 있었다.

       ​

       툭툭.

       ​

       그 윗부분을 잠깐 건드렸다.

       탄력 있고 부드러운-

       ​

       [뭐, 뭐 하는 짓이야!!?]

       ​

       곧장 샤엘라가 태클을 걸었다.

       ​

       [아니… 좀 커서.]

       ​

       [그!!… 크, 크고 추악한 건 좋지 않아!]

       ​

       [추악?…… 거추장스럽긴 하네. 싸울 때 많이 거슬릴 것 같거든.]

       ​

       [그래. 별로야! 뭐든 적당한 게 딱이지.]

       ​

       [………?]

       ​

       이 녀석 뭐지.

       왜 뭔갈 변호하는 느낌이지?

       약간 말의 핀트가 어긋나지 않았나?

       나는 거동이 불편하다고 했는데, 녀석은 무작정 안 좋다고….

       ​

       커흠.

       ​

       모른 척 넘어가자.

       예민한 문제일 테니.

       ​

       그러니.

       ​

       [샤엘라. 나도 적당한 게 좋아.]

       ​

       그말을 남기고 다시 앞을 향했다.

       그러면 샤엘라는 작게 화답했다.

       ​

       [큼… 다, 당연하지.]

       ​

       살짝 만족한 대답이었다.

       ​

       ​

       ​

       *

       ​

       ​

       ​

       아칸벨리 성.

       수장의 집무실.

       ​

       “볼카누스의 후예들이라….”

       ​

       주물주물~

       ​

       회색 머리 남성이 책상에 앉아 드워프에 대한 정보를 읽고 있었고, 뒤에는 여성 노예가 어깨와 등을 마사지하고 있다.

       ​

       회색 머리 남성의 이름은 아칸.

       아칸벨리의 주인이자 반신 격의 강자다.

       세리아스와 몇몇 지배자를 섭외해 세력을 일으켰고, 규모를 확장하고자 이리저리 물불 가리지 않고 포인트를 벌고 세력원을 닥치는 대로 받아들여 키우고 있다.

       ​

       충성심 적은 부하.

       나쁜 평판.

       ​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다.

       세력이 커지면 쏙 들어갈 얘기다. 누구든 굽히게 되어 있으니까.

       ​

       그리고 세력이 커지기 위한 첫 번째 키.

       세력을 단숨에 도약시켜줄 해법.

       ​

       슥.

       ​

       서류 한 장을 들어 올렸다.

       ​

       [불카누스 세력.]

       ┗︎드워프 문명 중 압도적인 기술력을 가졌다. 고층에 중간급 세력을 만들었지만, 에스텔라의 침략으로 무너져 흩어졌다.

       ┗︎많은 이들이 그들의 기술력을 노리고 불카누스 드워프를 쫓았다. 허나, 기반을 잃고 뛰어난 기술자는 에스텔라에 납치되어 불카누스는 상당한 기술력이 소실됐다.

       ┗︎그럼에도 뛰어난 기술력을 가져 많은 세력이 그들을 호시탐탐 노렸으나, 한 드워프가 불카누스의 신기를 휘둘러 뒤쫓던 모든 이들을 고열의 지옥 공간으로 끌어내렸다.

       ┗︎그는 드워프 지도자를 자처해 흩어진 동포를 규합하고 탑 어딘가에 잠적했다.

       ​

       ​

       볼카누스 문명의 정보.

       딱히 숨겨진 내용은 아니지만, 상당한 값을 치르고 구입한 정보였다.

       ​

       “이 내용이 맞다면… 현재 우리에게 가장 도움 될만한 곳이겠지.”

       ​

       아칸벨리는 신생 세력이다.

       이렇다 할 기술력이 없다.

       마법사 레이븐을 어찌 설득하고 끌어들여 마법 상품 몇몇개 만들어 팔았지만, 그 정도로는 아직 한참 부족하다.

       ​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돈.

       그리고 기술은 좋은 상품이 된다.

       그 돈으로 다시 기술에 투자해 더 강력한 무구를 만들거나 발전시킬 수 있다. 어쩌면 계획도시를 지을 수 있을지도.

       ​

       “슬슬 우리도 도시를 하나 가질 때가 됐지.”

       ​

       피식.

       ​

       남성은 기분 좋게 웃었다.

       곧, 세리아스가 성공을 알려올 테니까.

       ​

       라고 생각한 순간.

       ​

       쿠구구구.

       ​

       아래층에서 진동이 울렸다.

       튼튼하게 지어진 성 꼭대기까지 울릴 정도의 충격이었다.

       ​

       “뭐지?…”

       ​

       쿠구구….

       쿠웅!~

       ​

       소음은 쉽게 멈추지 않았다.

       밑에서 누가 성을 때려 부수려는 게 아닌가 싶은 진동에 결국, 아칸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

       “아칸님!!”

       ​

       문을 열자 마침 성에 잡아들여 키운 노예 하나가 헐레벌떡 다가왔다.

       ​

       “무슨 일이냐.”

       ​

       “세리아스님이 복귀하셨습니다!”

       ​

       “세리아스가? 그래서 어떻게 된 거지?”

       ​

       “지배자 메리안님과 지하로 가는 걸 보았는데, 갑자기 이리 진동이….”

       ​

       “지하? 혹시 세리아스가 메리안과 싸우고 있는 건가?”

       ​

       “잘 모르겠습니다.”

       ​

       “둘이 싸우는 게 아니라면 이런 진동이 울리진 않겠지. 우열을 가릴 때가 됐으니 그러려니 한다만, 복귀하자마자 내게 보고하지 않고 지하에서 서로 싸우는 건…….”

       ​

       솔직히 둘이 싸우는 건 상관없다.

       하지만 벌써 복귀해서 지하에서 싸움 벌이는 세리아스의 의도를 이해하기 힘들었다.

       ​

       굳이 지하에서?

       이런 시점에 갑자기?

       ​

       불길한 예감.

       ​

       슥.

       ​

       그는 마저 걸음을 옮겼다.

       노예를 스쳐 지나 아래로 이동했다.

       ​

       “직접 확인해봐야겠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주요 인물 정리용 공지를 올렸습니다.
    기억 나지 않는 케릭터가 있으면 종종 들러주시기를!

    또한 대부분 작품에 등장하지 않은 삽화가 있으니, 바쁘지 않다면 한 번 감상하는 걸 추천드립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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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roken Goddess Tries to Raise Me

The Broken Goddess Tries to Raise Me

망가진 여신이 나를 키우려 한다.
Score 8
Status: Ongoing Author:
I have become the World Tree that the goddess is obsessed with. I ended up taking care of the broken goddess, and at some point, she started exerting her strength to raise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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