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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

       

       

       

       

       

       5화. 신의 무기 ( 2 )

       

       

       

       

       

       “…다시 말해 봐라. 케니스 수습 성기사. 지금 뭐라고 했지?”

       

       

       고오오ㅡ

       

       

       뱀의 아가리 앞에 선 개구리의 심정이 이럴까? 케니스는 에반의 애꾸눈이 자신을 노려보자 식은땀이 뒷목을 적시고, 온몸이 덜덜 떨렸다.

       

       

       흐읍ㅡ

       

       

       백전노장의 기세를 정면으로 받는 케니스의 안색은 푸르죽하게 죽어 갔지만, 사정없이 떨리는 이를 악물고 다시 한번 외쳤다.

       

       

       “이,이번에…신의, 흐읍. 흐,흔적을! 탐색하는, 후읍! 파견대에!!”

       

       “그래, 알겠다.”

       

       

       “…예?”

       

       

       케니스는 멍청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죽일 듯이 케니스를 조여 오던 에반의 기세는 어느새 갈무리되어 잠잠했다.

       

       

       “쉬라고 주는 휴가도 반납하고 다시 파견을 나가겠다는데. 사서 고생하겠다는 걸 말릴 이유는 없지.”

       

       “에,아니. 그, 감사합니다…”

       

       

       케니스는 문뜩 억울함을 느꼈다. 어차피 허락해 줄 거였다면 왜 그렇게 그녀를 죽일 듯이 노려본 건가ㅡ!

       

       그녀의 눈에서 그런 기색을 읽은 건지 에반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내가 케니스 수습 성기사를 조금 ‘거칠게’ 대한 이유는…뭐, 늙은이가 심심해서 꼬장을 조금 부렸네.”

       

       “예,예?! 아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케니스는 그녀의 앞에 있는 사람이 기사단장이라는 것도 잊은 듯이 큰 소리를 냈다. 에반의 눈썹이 일순간 꿈틀거렸지만 이내 잠잠해졌다. 

       

       

       “…농담이네. 요즘 젊은이들은 유머감각이 없구만.”

       

       

       “…하아”

       

       

       저도 모르게 나오는 한숨은 에반의 귓가에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았다.

       

       

       “뭐, 진짜 이유는 위험성 때문에 테스트를 간단하게 했네.”

       

       “위험성…말씀이십니까?”

       

       

       “그래, 빌어먹을 이단과 악마 새끼들이 이번 파견에 나타날거다. 케니스 수습 성기사가 방금 기세도 버티지 못한다면, 파견대에 짐이 될것은 뻔하지.”

       

       에반이 케니스에게 물었다.

       

       

       “이번 파견대가 뭘 목표로 하는지 알고 있겠지?”

       

       

       “옙, 신의 흔적을 조사하는 것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에반은 고개를 돌려 창가 너머의 하늘을 바라모며 말했다.

       

       

       ” 그래, 신의 흔적을 찾아나서는 거다. 어쩌면 지상에 남은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신을 말이야.”

       

       “당연하게도 우리 만신전에게는 그 의미가 크다. 그리고 어떻게든 신의 흔적을 이용해 보려는 이단녀석들과 악마들도 꼬이겠지.”

       

       

       케니스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 신의 흔적을 이단이 어떻게 사용한다는 건지…”

       

       “모른다.”

       

       

       에반이 고개를 돌려 애꾸눈으로 케니스를 바라봤다.

       

       

       “하지만 신의 흔적이라는 달콤한 꿀이 있는데, 악마에게 영혼까지 바친 이단녀석들이라면 어떻게든 그 흔적을 써먹어서 거지 같은 일을 벌이겠지.”

       

       “이단들이 악마 군단장을 지상에 현신시킨 그때처럼 말이야…”

       

       

       에반의 눈은 케니스를 바라보지 않았다. 그 뒤에 있는 무언가를 바라보듯이 초점이 흐릿했다.

       

       케니스의 눈은 에반의 얼굴을 가로지르는 흉터를 따라 천천히 움직였다. 거친 흉터는 그날의 전장을 잊지 못하고, 금방이라도 피가 흐를 듯했다.  

       

       

       “우리 성기사들이 이단들이라면 이를 가는 것처럼, 이단들도 성기사라면 치를 떤다. 이번 파견에서는 높은 확률로 이단들과 마주치겠지.”

       

       

       에반이 말했다.

       

       

       “이단들과 마주치면 교전이 일어나고, 만약 이단에게 붙잡힌다면…곱게 죽기는 힘들 거다. 악마들에게 영혼을 뺏기지 않으면 다행이고.”

       

       

       아아ㅡ

       

       

       케니스는 저도 모르게 탄식이 나왔다. 영혼의 안식조차 빼앗기다니.

       

       

       “신의 흔적을 발견한다면 좋은 일이지. 하지만 그 흔적이 없어도 좋다. 그게 뭐든 예사롭지 않은 힘이라는 건 분명하니까. 그리고 그 힘을 이용해서 이단들이 개짓거리하는 것을 막는다.”

       

       “그러니 파견대는 누구보다 빨리 흔적을 발견해서, 보호해야 한다.”

       

       “이제 이 파견의 무게를 알겠나?”

       

       

       꿀꺽ㅡ

       

       

       케니스는 마른침을 삼키고 말했다. 생각보다 커지는 일에 겁이 날법도 했지만, 케니스는 그 누구보다 대담하고 용감한 수습 성기사였다. 

       

       

       “예! 알겠습니다!”

       

       “기세가 좋군. 파견대는 3일 뒤에 출발한다. 충분히 쉬고 만전의 상태로 임무에 임하도록.”

       

       “옙!”

       

       

       케니스는 이단과 악마가 떼로 몰려와도 두렵지 않았다. 

       

       그녀는 다섯 신의 수습 성기사니까ㅡ!

       

       

       

       

       

       ***

       

       

       

       

       

       “오늘은 드워프들이 얼마나 벌어놨으려나~”

       

       

       하루에 두번정도 접속하면서 틈틈히 플레이한 무기 키우기 게임. 그동안 여관에 모험가들이 제법 많이 와서 무기를 사갔다.

       

       

       “오늘은 한 명밖에 없네.”

       

       

       모험가를 터치해서 새로 만들어둔 단검을 팔았다. 

       

       

       《q£id est h€c》

       

       

       알 수 없는 대사창과 함께 사라지는 모험가. 번역에 관해서 문의하려고 공식 카페에 글을 올렸는데 바뀌는게 없어서 그냥 포기했다. 망겜이 다 그렇지 뭐.

       

       드워프들이 쌓아둔 재화를 수령하고, 무지성으로 단검과 롱소드를 제작했다. 

       

       그렇게 만든 무기를 전부 팔아서 돈으로 바꾼다.

       

       

       “건물을 새로 올릴까, 광산을 뚫을까. 아니면 일꾼을 더 뽑을까.”

       

       

       넘치는 재화를 어떻게 써야할지 즐거운 고민을 시작한다. 

       

       

       띵ㅡ동ㅡ

       

       

       집에 오면서 주문한 치킨이 도착해 폰을 침대에 던지고 뛰어나갔다.

       

       

       “지금 나가요!”

       

       

       따뜻한 치킨을 책상에 올려두고, 차가운 캔맥주 2개를 앞에 깔고 자리에 앉는다. 한 손으로 치킨을 잡고, 다른 손으로는 핸드폰을 잡는다.

       

       “이게 야스지.”

       

       

       원룸에서 혼자 하는 야스. 양념이 골고루 잘 묻은 치킨을 물어뜯으며 핸드폰을 봤다.

       

       

       “아, 건물 올려야겠다.”

       

       

       건물 리스트를 눌러 해금 가능한 건축물을 확인한다.

       

       

       우물우물

       

       

       “오, 해금할 수 있는 건물이 3개네?”

       

       

       스윽ㅡ

       

       스윽ㅡ

       

       

       “광물 제련소, 술집, 갱도 열차? 다 지을 수는 없나?”

       

       

       돈이 애매하게 쌓여서 2개 정도는 지을 수 있을것 같은데. 저 3개중에서 뭘 포기할지 약간 고민을 했다.

       

       

       꿀꺽 꿀꺽

       

       캬하ㅡ

       

       

       치킨을 계속 먹고 있으니 입 안이 텁텁해져서 시원한 캔맥주로 입 안을 게워준다. 역시 치킨에는 맥주다. 

       

       

       그러다 화면을 보니 바쁘게 일하는 드워프들이 보인다. 드워프하면 또 술이 아니겠어? 매일 고생하는 드워프들에게 술의 멋짐을 알려주고 싶어졌다.

       

       

       “그래 드워프들도 술은 마시고 살아야지. 술집이랑 제련소 세워줘야겠다.”

       

       

       신전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술집을 세우고, 제련소는 자동으로 대장간 주변에 건설됐다.

       

       화면에 건축 완료까지 남은 시간이 표시된다.

       

       

       《남은 시간, ’15분 40초…39초…’》

       

       

       이 미친 게임은 내가 건물을 얼마나 올렸다고 벌써 15분이나 기다리라고 한다. 빨리 완성된 건물을 보고 싶은데 속에서 열불이 올라왔다.

       

       

       “에이씨, 내가 패키지 사서 바로 건설하고 말지!”

       

       

       알딸딸한 기분에 맥주를 한 입 더 마시고, 상점에 들어가서 패키지들을 쭈욱 내린다.

       

       

       “월정액 패키지, 주간 패키지, 뉴비 환영 패키지…에라이 씨. 양심 없는 놈들 진짜. 적당히 팔아야지 적당히!”

       

       

       누가 K-게임 아니랄까봐 패키지 종류가 어마어마하게 많다. 그 중 내가 원하는 패키지를 찾았다.

       

       

       “그래, 여기있네. 건축 완공 패키지.”

       

       

       19,900원에 무제한으로 건물을 즉시 완공할 수 있게 해준다. 이걸 19,900주고 사는게 맞나? 라는 생각이 뇌를 스쳤지만, 이만원도 안되는 가격에 손가락이 움직인다.

       

       

       “까짓거, 내가 지금 먹는 치킨보다 비싸지도 않구만!”

       

       

       빠밤ㅡ!

       

       

       《’건물 완공 패키지’ 구매 완료! 우편함을 확인해주세요!》

       

       

       우편함에 와 있는 완공 패키지와 약간의 재화. 그걸보니 내가 이런 데이터 쪼가리에 이만원을 태웠나 싶은 자괴감이 들었지만, 이미 결제한 패키지는 돌아오지 않는 법.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다.

       

       

       “앞으로 잘 쓰면 되는거지. 앞으로 건물 건축시간도 점점 길어질텐데 무제한으로 완공가능이면 혜자일꺼야.”

       

       

       혼자서 중얼거리며 화면의 공터에 뚝딱거리고 있는 건물들을 완공시켰다.

       

       

       툭ㅡ

       

       

       빠밤ㅡ!

       

       

       《”술집”이 완공되었습니다! 일꾼들의 작업 효율이 증가합니다!》

       

       《”제련소”가 완공되었습니다! 광물을 제련해 높은 등급의 광물로 가공할 수 있습니다!》

       

       

       “술집을 지었는데 왜 작업 효율이 증가하는건데?”

       

       

       어처구니가 없어서 중얼거렸다. 이 게임을 개발한 사람은 술 마시고 일하면 더 잘하는 취권의 고수가 분명하다.

       

       실없는 생각을 하며 대장간 옆에 자리잡은 제련소를 터치했다. 그러자 화면에 광물을 옮길 수 있는 UI가 나타났다. 

       

       

       “여기다가 광물 옮기면 되나?”

       

       

       ‘조잡한 철’ 1개를 제련소로 옮기자 광산에서 드워프 한 마리가 튀어나와 제련소에 쏘옥 들어갔다. 드워프는 열심히 불을 키우고, 광물을 두들겼다.

       

       

       빠밤ㅡ!

       

       

       《제련성공! 최초획득! ‘제련된 철’을 획득!》

       

       

       오, 앞에 붙어있던 ‘조잡한’이라는 접두사가 사라졌다. 제련소를 사용해서 광물들의 등급을 올릴 수 있구나.

       

       이어서 제련소에 ‘조악한 구리’를 집어넣었다. 드워프가 또 다시 열심히 광물을 두들겼다.

       

       

       빠밤ㅡ!

       

       

       《제련성공! 최초획득! ‘제련된 구리’를 획득! 》

       

       

       내친김에 남은 철을 전부 제련소로 옮겨서 제련했다. 이 ‘제련된 철’을 사용해서 ‘짧은 단검’을 만들것이다.

       

       

       “그러면 E보다는 좋은 아이템이 나오겠지.”

       

       

       재료의 등급이 올라갔으니 틀림없이 무기 등급도 올라갈 것이다. 작은 기대를 품고 무기 제작을 물었다.

       

       

       빠밤ㅡ!

       

       

       스마트폰에서 경쾌한 팡파레 소리가 울렸다.

       

       

       《최초획득! D등급, ‘짧은 단검’을 획득!》

       

       

       D등급의 무기가 제작됐다. 재료가 애매하게 부족해서 더 이상은 만들 수 없다.

       

       

       “이건 나중에 좀 등급이 높은 모험가가 오면 팔아야겠다.”

       

       

       처음으로 획득한 D등급의 아이템을 인벤토리에 잠금 설정으로 보관하고 게임을 껐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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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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