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6

       

       

       

       

       

       6화. 신의 무기 ( 3 )

       

       

       

       

       

       “어으, 목 말라”

       

       

       아침에 눈을 뜨니 목이 갈라지는 듯한 갈증이 느껴졌다. 어제 맥주를 먹다가 기분이 좋아져서 소주까지 마셨는데, 조금 무리였나보다. 어기적거리며 침대에서 일어나 냉수를 한 잔 마신다.

       

       

       꿀꺽ㅡ꿀꺽ㅡ

       

       

       “하아. 살겠다.”

       

       

       곧장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을 붙잡고 게임에 접속한다. 어제 술김에 2만 원짜리 패키지도 샀으니 뽕을 뽑아야 한다.

       

       게임에 접속해 밤 동안 쌓인 재화를 정리하고 인벤토리에 들어갔다.

       

       

       “뭐지 이건?”

       

       

       인벤토리 한구석에 처음 보는 보랏빛 테두리의 아이템이 있다. 그동안 내가 본 아이템들은 전부 테두리 색이 없는 아이템이였다. 의아한 마음에 아이템을 터치해 자세한 정보를 확인했다.

       

       

       

       《”마력을 띤 오르할콘” 》X 10개

       

       

       “오? 뭐지? 갑자기 왜 이런 광물이 생겼지?”

       

       

       드워프들이 광산에서 캐왔나 했지만, 아직 광산은 그만큼 진행이 안 됐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런 좋은 아이템이 갑자기 생길 이유는 하나밖에 없다.

       

       

       “어제 산 패키지에 포함된 거구나.”

       

       

       아마 어제 산 ‘건축 완공 패키지’에 포함돼서 같이 따라온 아이템이 분명하다. 2만원이나 줬는데 딸랑 완공기능만 주면 좀 그렇긴 하지.

       

       

       “이걸로 제련해서 무기를 만들면 되겠네.” 

       

       

       제련소에 ‘마력을 띤 오르할콘’을 옮기려 하자 메시지창이 나타났다.

       

       

       《 ! 광물이 해금되지 않아 제련이 불가능합니다. ! 》

       

       

       “뭔 소리야 이건. 획득한 거랑 해금이랑은 또 별개야?”

       

       

       어이가 없다. 시스템창에 들어가서 해금된 목록을 보니 광물중에서는 해금된 표시가 하나도 없다. 

       

       

       “돈 주고 산 거인데 해금도 안 해 줘? 에이 씨 똥겜 진짜.”

       

       

       내 돈 주고 산 재화인데 해금도 안 해주는 개발사를 욕하면서 ‘오르할콘’으로 단검을 제작하려다 멈칫했다.

       

       

       ‘좀 무리해서 더 좋은 무기를 해금할까?’

       

       

       귀한 광물로 단검이나 만들자니 손해 보는 기분이 들었다. 더 좋은 무기를 만들어서 모험가들에게 팔고 싶었다. 기왕이면 극한의 이득을 보는 게 좋지 않은가?

       

       

       ‘그래, 무기를 해금하자.’

       

       

       무기 리스트를 눌러서 A급 무기를 살펴봤다. 역시 내가 가진 골드로는 어림도 없지만.

       

       

       “내가 한 번 더 속아준다.”

       

       

       카드를 긁어서 현금을 골드로 바꾸는 마술을 부렸다. 그렇게 2만원의 현금이 데이터 속의 골드가 되는 기적을 일으키니, 게임 속의 지갑은 순식간에 풍족해졌다. 

       

       2만원을 태운 만큼 차오른 골드를 보니 약간 속이 쓰렸지만, 이 정도 지출은 치킨 한번 덜 먹으면 된다.

       

       애써 치킨 한 마리의 미련을 버리고, A급 무기 리스트를 보며 즐거운 쇼핑을 시작했다. 

       

       

       “음…뭐가 좋으려나…”

       

       

       A급 무기들이라 그런지 ‘낡은’, ‘짧은’ 이런 수식어 대신 ‘빛나는’, ‘피를 마시는’처럼 흉흉하고 강해 보이는 수식어가 가득했다. 

       

       

       스윽ㅡ 

       

       슥ㅡ

       

       

       대충 리스트를 쭉쭉 넘기면서 보고 있자니, 문뜩 한 무기에 눈이 갔다.

       

       

       “오…이건 검이 엄청 크네?”

       

       

       무기 만들기라는 게임의 이름처럼 만들 수 있는 종류는 거의 다 무기였는데. 이렇게 큰 검은 처음 봤다.

       

       

       “뭔데 이렇게 무식하게 크지?”

       

       

       꾸욱

       

       

       아이템의 정보를 확인해 보니

       

       

       《A급 무기, ‘신실한 자의 대검’ 》

       

       

       성인 크기의 검이 그 모양새를 자랑했다. 얼추 모델링만 봐도 다른 검들보다 압도적으로 커 보인다.

       

       

       “비슷하게 생긴걸 다른 게임에서 봤지.”

       

       

       이 게임에서 이렇게 큰 검은 또 처음 보는데, 거대한 양손 검을 보니 남자의 낭만이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특이하게 날이 중간부터 천처럼 풀려서 꼬여가며 검의 끝에서 만나는 것이 상당히 멋있었다.

       

       

       

       

       “이렇게 멋있는 대검을 어떻게 참겠어.”

       

       

       

       

       망설임 없이 제작버튼을 눌렀다. 등급이 높아서 그런지 ‘오르할콘’ 10개를 전부 써야했지만, 후회는 없다. 대검은 낭만이니까.

       

       뚱땅뚱땅ㅡ

       

       

       망치기 뚝딱거리는 이팩트가 잠시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빠밤ㅡ!

       

       

       《최초획득! A등급, ‘신실한 자의 대검’ 획득!》

       

       

       인벤토리에 들어온 멋있는 대검을 보니 2만원이 아깝지 않다. 다시봐도 대검의 모델링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흐, 이건 나중에 진짜 등급 높은 모험가 오면 걔한테 팔아야겠다.”

       

       

       이런 귀한 물건을 F급 모험가에게 팔 수는 없다. 잠금설정까지 완료한 나는 남는 구리와 강철로 롱 소드와 단검을 제작했다.

       

       

       “요즘 왜 여관에 모험가들이 안 오지?”

       

       

       빈 자리는 많은데 기분 탓인지 모험가들이 오는 빈도수가 줄었다. 이 게임은 불친절하게도 다음 모험가가 올 때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보여 주지도 않으니. 그저 무작정 기다려야 한다.

       

       

       “쯥, 망겜이 다 그렇지.”

       

       

       모험가들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도 귀찮아서 모조리 팔고 접속을 종료했다.

       

       

       

       ***

       

       

       

       벌떡!

       

       

       케니스는 이른 새벽에 눈을 떴다. 피곤함에 미적거릴 만도 한데, 그녀는 그러한 기색도 없이 빠르게 일어나 씻었다.

       

       

       ‘오늘이 바로 파견대가 출발하는 날!’

       

       

       그녀는 잠들기 전에 4번이나 확인한 짐가방을 한 번 더 꼼꼼히 확인했다.

       

       

       ‘벌레퇴치풀, 소금이랑 육포, 담요, 숫돌…어 그리고 또 뭐가 있지?’

       

       

       그렇게 케니스는 아침 식사 전까지 모든 짐을 3번이나 넣었다 빼는 걸 반복했다.

       

       아침도 먹는 둥 마는 둥 하던 그녀는 식사를 마치자마자 쏜살같이 식당을 빠져나갔다.

       

       파견대의 집합은 아침 식사가 끝난 후, 만신전 정문 앞.

       

       케니스는 빠르게 숙소로 들어가 준비해 둔 튼튼한 여행용 복장으로 갈아입고, 짐가방을 챙겨들었다.

       

       ㅡ팍

       

       가방끈을 쭉 당겨 어깨에 든든히 고정하고, 밑창이 튼튼한 신발을 신은 케니스는 빠르게 정문으로 향했다.

       

       

       ‘신의 흔적을 찾는 파견대의 출발이야! 내가 그 영광스러운 파견대의 일원이라고!’

       

       

       정문 앞에는 벌써 사람들이 제법 모여서 웅성거리고 있었다. 

       

       

       ‘내가 늦었나?’

       

       

       수습 성기사가 첫 집합부터 늦으면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한다.

       그걸 잘 아는 케니스는 뛰다시피 걸으면서 다가 갔다. 모여 있는 사람들 중, 일행을 지휘하는 것으로 보이는 남자에게 다가가 큰 소리로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수습 성기사 케니스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허리를 굽히며 인사하자, 그녀의 붉은 머리카락이 목덜미를 따라 흘러내렸다.

       

       

       “그래, 얘기는 들었다. 케니스 수습 성기사 맞나?”

       

       

       한 인영이 케니스에게 다가왔다.

       

       

       “난 이번 파견대의 총 지휘를 맡은 팔라딘 데모닉이라고 한다.”

       

       “넵! 안녕하십니까!”

       

       

       케니스는 저도 모르게 심장이 쿵쾅거리는 걸 느꼈다. 팔라딘이라니! 만신전에 3명밖에 없는 살아 있는 성기사들의 우상이 지금 그녀의 눈앞에서 말을 걸고 있었다!

       

       

       

       케니스는 이번 파견대를 팔라딘이 직접 이끌정도로 만신전이 큰 기대를 걸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시간이 얼마 없군. 저기 보이는 금발 머리 여자에게 가게. 그럼 난 바빠서 이만.”

       

       

       “네,넵! 만나 뵙게 돼서 영광이였습니다!”

       

       “그래, 다섯 신의 은총이 있기를.”

       

       

       데모닉은 파견대 전체를 진두지휘하느라 바쁜지 정신없이 걸어 다니며 무언가를 시켰다.

       

       

       “케니스! 이 짐 좀 같이 옮기자!”

       

       “예! 알겠습니다!”

       

       

       케니스도 자신을 담당하는 선임 성기사를 따라다니며 열심히 파견대를 도왔다.

       

       잠시 부산스러운 준비가 끝나고, 마침내 파견대는 위풍당당하게 만신전의 정문을 나섰다.

       

       

       ㅡ척!

       

       “신의 흔적을 찾아나서는 용자들에게 다섯 신의 축복이 있기를!”

       

       “””축복이 있기를!!”””

       

       

       파견대의 축복을 빌어 주기 위해 만신전의 모든 사제들이 나와 축복을 빌어줬는데, 케니스는 그 모습을 보며 가슴이 벅차오르는 표정을 지었다.

       

       

       ‘그래, 이게 내가 꿈꾸던 성기사야! 춥고 어두운 북부에서 그 빌어먹을 마귀들이랑 드잡이질을 하는 게 아니라! 이런 게 내 꿈이었어!’

       

       

       사제들이 내린 축복으로 하늘에서 떨어지는 빛무리는 마치 케니스의 위대한 여정, 그 첫걸음을 축복하는 듯 보였다.

       

       적어도 케니스의 눈에는 말이다.

       

       

       

       –

       

       

       

       이단과 악마들이 파견대를 방해할 거라고 잔뜩 겁을 준 애꾸눈 에반의 말이 무색하게, 파견대는 아무 사건 없이 8일 동안 이동했다.

       

       케니스는 김빠졌다는 표정을 지었다.

       

       

       “케니스 이제 조금만 더 가면 도시가 나올 거야.”

       

       

       그녀의 선임 성기사가 말했다.

       

       

       “최초로 신의 무기를 획득했다는 던전이 ‘유스텔라’라는 도시 주변에 있다고 하더라. 아마 도시에 들어가서 좀 쉬다가 던전에 들어가려는 것 같아.”

       

       “신의 무기요?”

       

       

       케니스의 귀가 쫑긋했다.

       

       

       “그래, 듣기로는 뭐 황금빛으로 빛나는 신의 검은 강철 방패도 그대로 자를 정도로 날카롭다나.”

       

       

       선임 성기사는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소식을 신나게 떠들었다.

       

       

       “이 신의 무기라는 게 사람마다 말이 다르더라고. 누구는 검을 받았고, 또 누구는 단검을 받았다던데.”

       

       “그 사람들은 전부 신을 직접 뵙고 목소리를 들었데요?”

       

       “뭐, 그렇다고 하더라고. 모르는 거지. 진짜 새로운 신께서 지상에 오신걸 수도 있고. 이단이랑 악마들이 또 헛짓거리 하는 걸 수도 있어.”

       

       그 뒤로 선임 성기사는 케니스에게 뭐라 뭐라 떠들면서 악마와 이단을 때려잡은 이야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케니스는 그 말을 듣는 둥 마는 둥했다.

       

       

       ‘신의 무기라니! 황금빛으로 빛나면서 강철 방패를 찢는다고?’

       

       

       케니스의 머릿속에는 어느새 신의 무기를 받아 든 자신이 용사가 되어, 사악한 악마들과 마귀들을 징벌하고 있었다.

       

       그렇게 케니스가 딴생각으로 가득 차있을 때 행렬 앞에서 큰 목소리가 들렸다. 파견대의 단장인 데모닉의 목소리였다.

       

       

       “모두 주목! 이제 조금만 더 걸어가면 첫 번째 목적지인 ‘유스텔라’가 나온다! 도시의 시민들에게 정갈한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차림새와 행동을 주의해라!”

       

       

       케니스는 먼지투성이가 된 그녀의 옷과 바지를 툭툭 털었고, 기름진 머리칼도 대충 물을 뿌려서 씻었다. 다른 일행들도 나름 단정하게 겉을 꾸몄다.

       

       에반은 그 모습을 만족스럽게 바라보고는 말했다.

       

       

       “좋아, 이동한다!”

       

       

       파견대는 먼지투성이 모습에서 단정한 모습이 되어, 도시의 거대한 문을 통과했고.

       

       케니스는 설레는 마음으로 그 걸음을 옮겼다.

       

       

       ‘내가 그 신의 무기라는 걸 얻을 수 있을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오타와 어색한 부분은 언제든지 지적해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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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Install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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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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