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17

       

       

       

       

       

       17화. 북부 ( 1 )

       

       

       

       

       다그닥ㅡ 다그닥ㅡ 

       

       

       성도 키비타스를 떠나 북부 몬테그로스 공작령으로 향하는 성기사들. 케니스는 북부로 향하는 말에 몸을 맡긴 채,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 별빛은…’

       

       

       연무장에서 훈련 중이던 그녀를 감싼 오색찬란한 별무리. 함께 훈련 중이던 성기사들과 사제들은 케니스를 보며 한바탕 소란을 피웠다.

       

       

       “신의 축복이다!”

       “용사님이 신의 은총을 받으셨어!”

       “전능하신 여섯 신이시여, 영원한 빛으로 용사님을 보우하소서…!”

       

       

       그녀의 몸을 감싼 별빛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졌지만, 케니스는 느낄 수 있었다.

       

       

       꽈악ㅡ

       

       

       힘껏 주먹을 쥐자 그녀의 손을 따라 흐르는 작은 별빛. 신성력보다 순수하고 반짝인다. 지금까지 세상에 발견된 적 없는 새로운 힘이 케니스의 손을 따라 뭉쳤다.

       

       

       “아…”

       

       

       케니스의 손을 타고 흐르던 빛은 곧 사그라졌다. 아쉬운 표정이 케니스의 얼굴을 스쳤다. 짧은 순간이지만, 별빛이 몸을 타고 흐르면서 케니스는 별의 순수한 힘을 느낄 수 있었다.

       

       

       ‘가장 순수하고 계속해서 흐르는 힘…’

       

       

       아직 그 정도가 미숙해 별빛을 그녀의 뜻대로 움직일 수는 없었지만, 훗날 이 힘을 능숙하게 다루게 된다면…

       

       

       ‘모두를 지킬 수 있을 거야.’

       

       

       그날을 위해서라도 정진하고, 또 정진해야 하리라. 속으로 다부진 각오를 하는 케니스. 그 각오를 싣고, 케니스와 성기사들은 북부를 향해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

       

       

       

       

       ㅡ휘이이이이잉

       

       

       “에잇츄!”

       

       

       크흥,훌쩍! 사제들 사이에서 연신 기침 소리와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렸다.북부의 경계선을 지나자 점차 추워지던 날씨는 몬테그로스 공작령 근처로 가까워지자 정점을 찍었다.

       

       추위에 약한 말들은 근처 도시의 신전에 반납하고, 방한 장비를 든든하게 지급받았지만…

       

       ㅡ뽀득 ㅡ뽀득

       

       눈은 발목까지 쌓여서 몸을 무겁게 했고, 바람은 그들의 피부를 채찍처럼 날카롭게 때리며 지나갔다.

       

       

       “으, 으으. 저, 저희 으으. 언, 언제 도착, 하, 하나요?”

       

       

       담요로 온몸을 둘러싼 사제 한 명이 선두에 선 단장에게 말했다. 아무래도 성기사들처럼 신성력을 몸에 둘러서 추위를 막을 수 없다 보니,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는 사제들.

       

       

       “음, 이제 정말 거의 다 왔습니다. 1시간 정도만 더 걸으면 될 겁니다.”

       “그, 그렇군요! 차, 차, 참으로 다행입니다…”

       

       

       안쓰러운 눈으로 사제를 바라보던 단장은 선의의 거짓말을 해야 했다. 앞으로 6시간은 더 남았다는 걸 굳이 말해 줄 필요는 없으리라.

       

       사제는 아무것도 모르고 활짝 웃으며 자리로 돌아갔다.

       

       

       “…음?!”

       

       

       

       

       사제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단장은 눈보라를 뚫고 달려오는 형체를 발견했다. 무언가 그들을 향해 똑바로 달려오고 있다.

       

       

       ‘적습인가!’

       

       “모두 전투 준비! 전방에서 온다!”

       “전투 준비!”

       “사제분들은 뒤쪽으로!”

       

       “전원ㅡ발검!”

       “”발검!””

       

       

       촤앙ㅡ!

       

       

       일사불란하게 대형을 갖추는 병력들. 사제들도 담요를 벗어 던지고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신성력을 끌어올렸다. 성기사들도 검을 빼 들고 신성력을 온몸에 두르며 긴장한 눈으로 눈보라를 노려봤다.

       

       

       꿀꺽ㅡ

       

       

       긴장한 누군가의 마른침 소리가 눈보라를 뚫고 들렸다 생각됐을 때, 땅울림 소리가 시작됐다.

       

       

       ㅡ투두두두두

       

       

       저 멀리서부터 들리는 땅을 박차는 소리. 사람이 낼 수 있는 소리가 아니란 걸 깨달은 기사단장의 얼굴이 와락 구겨졌다.

       

       

       ‘젠장, 마수 떼인가?’

       

       

       북부로 갈수록 마수 떼가 극성이란 것은 알고 있었지만, 공작령 근처에서도 이럴 줄은ㅡ!

       

       

       “전방에 마수 떼 출현! 모두 방패를 꺼내라! 사제들은 신성력으로 보조를ㅡ!”

       

       

       힘차게 외친 단장은 등에서 거대한 방패를 꺼내 땅에 힘차게 박았다. 북부 파견용 장비로 지급된 거대한 방패의 밑에는 강철의 발톱들이 날카롭게 서 있었다.

       

       

       ㅡ푸욱 ㅡ푹!

       

       

       언 땅을 치즈처럼 파고드는 강철 발톱. 선두에 자리한 성기사들도 방패를 꺼내 땅에 단단히 고정했다. 그렇게 탄생한 거대한 강철의 벽. 

       

       

       후우웅ㅡ

       

       

       그 뒤를 사제들의 신성력이 보조했다. 강철의 벽을 뒷받침하는 성기사들의 육체와 사제들의 신성력. 마수 떼를 막을 강철의 벽이 완성됐다.

       

       

       투두두두두두ㅡ!!!

       

       

       점차 가까워지는 땅울림. 땅에 쌓인 눈들도 가볍게 진동하며 그 맹렬한 돌진의 위력을 짐작게 했다.

       

       

       ‘…지금!’

       

       

       다가오는 돌진을 가늠하던 단장이 힘차게 외쳤다.

       

       

       “막아라!”

       “흐아압!”

       “하아앗!”

       

       

       곧 닥쳐올 충격에 대비해 성기사들은 온몸에 힘을 잔뜩 주고, 다리를 단단히 고정했다. 다가올 충격에 저도 모르게 질끈 눈을 감은 성기사는 방패를 단단히 붙잡았다.

       

       

       “… 음?”

       

       

       하지만 그들의 예상과 달리 한참이 지나도 잠잠한 마수 떼.

       

       

       ‘설마 돌아갔나?’

       

       

       기사단장이 방패 너머로 고개를 내밀어 앞을 바라보자, 거대한 순록 떼가 멀뚱히 앞에 서 있었다.

       

       

       “… 순록?”

       “아하하하하! 이 촌놈들, 놀라는 모습하고는!”

       

       

       순록이 날카로운 여성의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 순록의 등 뒤에서 들려왔다.

       

       파앗!

       

       거대한 순록의 등에서 날듯이 뛰어오른 인영은 방패 앞에 가볍게 착지했다.

       

       

       “이거, 추울까 봐 열심히 달려왔는데. 생각보다 올 만했나 봐? 이렇게 방패 드는 거 보니까 쌩쌩하네.”

       

       ㅡ캉캉

       

       손으로 방패를 두들기며 씨익 웃었다. 추운 눈바람에 한 줄기로 묶은 머릿카락이 흔들리고, 등에는 거대한 도끼를 맨 여성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북부에 온 걸 환영한다! 여기서부터는 몬테그로스의 땅! 이 프리가 닉스 님이 함께해주지!”

       

       

       두 다리를 어깨너비로 벌리고, 팔짱 끼며 말하는 프리가.

       

       갑작스러운 그녀의 등장에 성기사들과 사제는 입을 벌리고 뭔 일인가 싶은 표정을 지었다.

       

       프리가의 뒤로 몇 명의 남성들이 거대한 텐트를 끌고 왔다.

       

       

       “자, 자! 우린 샌님 사제분들 많이 추울텐데 얼른 여기 들어가! 이거 끌고 온다고 우리 순록들이 얼마나 고생했는데!”

       “예? 어? 저기, 여기로요?”

       “어, 어? 단장님?”

       

       

       어어하는 사이에 그녀의 손아귀에 붙잡혀 이동식 텐트 안으로 끌려 들어가는 사제들.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던 단장에게 애꾸눈의 사내가 다가왔다.

       

       

       “큼, 흠. 반갑습니다. 프리가님의 부단주를 맡은 ‘애꾸눈’입니다.”

       “..아, 반갑습니다. 단장 데이비드 입니다. ‘애꾸눈’이요…?”

       

       

       단장은 저도 모르게 그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 실례했습니다.”

       “흐, 아닙니다. 흐흐. 한쪽 눈은 옛날에 어떤 자식한테 맡겨뒀거든요. 그 후로 녀석을 잊지 않기 위해 이름을 바꿨습니다. 크흐흐흐.”

       “그, 그렇군요…”

       

       

       한 손으로 안대를 만지며 씩 웃는 애꾸눈. 단장은 떨떠름함 표정을 지으며 그에게서 한 걸음 떨어졌다. 어떤 미친 작자가 눈을 잃었다고 이름을 애꾸눈이라고 바꾼단 말인가?

       

       애꾸눈은 태연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그건 그렇고, 갑자기 눈보라 몰아쳐서 오시는 길이 힘들까 봐 좀 서둘러서 달려왔는데. 순록들 소리에 많이 놀라셨나 봅니다. 하하!”

       “아, 예. 아무래도 북부는 마수떼가 극성이라고 하니까요. 마수떼의 습격인 줄 알았지 뭡니까.”

       “흐하하! 그러셨군요! 걱정하지 마십쇼! 다른 곳은 몰라도, 몬테그로스 주변은 저희가 마수 놈들의 씨를 싹 말렸으니까요!”

       

       따뜻한 곳에 가서 술 마실 생각이나 해 두십쇼ㅡ!

       

       자신만만하게 말하며 순록의 등을 두들기는 애꾸눈. 단장이 눈을 가늘게 뜨며 뒤에 서 있는 전사들을 보니, 과연. 그 수준이 보통이 아니다.

       

       

       ‘하나하나가 노련한 성기사들과 맞먹는 전사들이구나.’

       

       

       발이 눈에 푹푹 빠지는 곳에서, 저들이 순록을 타고 공격해 온다면 손쓸 틈도 없이 당할 것이다. 약간의 긴장을 담아 애꾸눈을 바라본다.

       

       퐁ㅡ 

       꿀꺽꿀꺽ㅡ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품에서 주섬주섬 병을 꺼낸 애꾸눈은 경쾌하게 뚜껑을 따더니 그 내용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코를 알싸하게 찌르는 알코올 향기.

       

       

       ‘술?!’

       

       

       대경한 표정의 단장. 아무리 술이 좋아도 그렇지, 군사 임무 중에 술이라니ㅡ!

       

       애꾸눈이 단장을 힐끔 바라보다가 씩 웃었다. 

       

       

       “하하! 너무 놀라지 마십쇼! 이 정도는 간에 기별도 안 가니까요! 북부인에게 이 정도는 물입니다, 물! 하하하!”

       

       

       크게 웃으며 말하는 애꾸눈은 자기 뒤에서 혀를 날름거리는 순록을 바라봤다.

       

       

       “오, 그래. 너도 한 입 주랴?”

       

       

       순록의 주둥이에 술병이 꽂히자, 순록은 익숙하게 술을 꼴꼴꼴 마셨다. 이윽고 순록은 한 병을 통째로 다 비웠다.

       

       그어어어ㅡ!

       

       순록의 힘찬 트림이 단장의 얼굴을 덮치고, 단장은 저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았다. 그는 이 순간이 질 나쁜 악몽이길 바랐다.

       

       

       ‘어쩐지 선배들이 나를 그렇게 쳐다보던 이유가…!’

       

       

       북부 파견 소식이 알려지자, 자신을 안쓰럽게 쳐다보던 선배들의 눈빛. 고소함과 동정심이 담긴 눈으로 바라보던 같은 기수의 성기사들. 데이비드는 그제야 모든 걸 이해할 수 있었다.

       

       

       “하하하! 이 녀석, 다 마셔버리면 어떡하냐? 에잇, 그래. 여기 한 병 더 있다!”

       

       무오오오ㅡ!

       

       

       데이비드의 눈에는 술에 미친 애꾸눈과 순록이 보였고, 저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았다.

       

       

       깜깜한 것이, 마치 그의 미래와도 같았다.

       

       

       단장이 자신의 미래를 엿보고 있을 때, 케니스는 살금살금 일행의 뒤로 이동했다. 근처 사제에게서 담요를 받아 붉은 머리카락을 가리고 천천히 뒤로 걸어간다.

       

       

       뽀드득ㅡ 뽀드득ㅡ

       

       

       조심스레 옮기는 발에 눈이 밟히며 뽀득거린다. 저 앞에서 프리가가 사제들을 정신없이 텐트로 밀어 넣고 있으니, 그 틈을 타 몰래 뒤에 있으면 저 미친년으로부터 조금이라도 떨어질 것이다.

       

       

       “후우…후우…”

       

       

       조심스레 걸음을 옮기는 케니스. 순간 프리가의 눈이 일행 뒤쪽을 향했다.

       

       

       “음?”

       “… 아”

       

       

       그녀와 프리가의 눈이 마주친 순간. 프리가는 아무 말도 없이 케니스를 바라보며 씨익 웃었다. 케니스는 어색하게 마주 웃었다.

       

       

       “하! 거기 있었구나?”

       “하, 하하…”

       

       

       프리가의 손이 등에 메인 도끼로 향했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은 사제들이 어리둥절하게 쳐다보고, 미래를 직감한 케니스가 암담한 표정을 지었다.

       

       

       ㅡ쿠웅!

       

       

       도끼를 들고 하늘로 날아오른 프리가가 거칠게 웃으며 말했다.

       

       

       “북부에 돌아온 걸 환영한다, 케니스!!”

       

       

       ㅡ콰앙!!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오타나 어색한 부분 지적은 늘 감사합니다!

    다음화 보기


           


I Install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I Install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