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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9

       

       

       

       

       

       19화. 북부 ( 3 )

       

       

       

       

       

       재빨리 드러누워서 게임에 최적화된 자세를 만든다. 베개를 적당히 쌓아서 목을 받치고, 약간 기댄듯이 누운 자세를 취한다. 이게 바로 완벽한 게이밍 포지션.

       

       

       “빨리 좀 켜져라.”

       

       

       게임에 접속하자 나를 반기는 접속 재화들. 내가 게임을 꺼놔도 드워프들이 열심히 일하며 골드를 벌어 놨다. 이런 알짜배기 골드와 하루에 한 번씩 ‘마수 섬멸’을 진행하며 모은 골드가 무려 5일 분량.

       

       

       “이 정도면 A급 하나는 열 수 있겠지.”

       

       

       계산은 안 해봤지만, 아마 대충 맞을 거다. 만약 모자르면… 그때 가서 생각해 봐야지. 

       

       

       ㅡ타탁

       

       

       재빨리 손을 움직여 무기 리스트를 확인한다. 만들 무기는 아직 정해 두지는 않았다. 아마 이번에도 대형 무기로 하지 않을까?

       

       

       “낭만은 대형무기니까.”

       

       

       건랜스가 그랬고, 태도와 대형망치가 그러했다. 막대한 질량의 대형 무기는 늘 내 가슴을 뛰게 했으니까. 무기는 낭만이 전부다. 효율 같은 거 따지면서 하려면 총이나 쏘라지.

       

       

       “A급 중에서 해금할 만한 게…”

       

       슥ㅡ스윽ㅡ

       

       

       무기 리스트를 쓱쓱 내리며 쭉 둘러보는데… 음, 약간 당황스럽다.

       

       

       “생각보다 돈이 너무 부족한데?”

       

       

       5일 모인 골드로는 어림도 없는 수준. 저번에 2만원을 현질해서 A급 무기 한 개 해금했는데, 도대체 얼마나 A급 무기의 가치가 얼마나 높은 거야?

       

       

       “등급을 좀 낮춰야 하나…”

       

       

       생각보다 골드가 적게 모인 탓도 있다. 5일이나 모았는데 해금을 못 할 줄이야.

       

       

       “도대체 왜 이렇게 돈이 안 벌리지?”

       

       

       이리저리 화면을 눌러서 확인해 보니 원인은 금방 발견됐다. 저번에 해금한 A급 무기 ‘신실한 자의 대검’을 드워프들의 등급이나 대장간 레벨이 부족한지, 드워프들이 만들지 못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금이나 청동을 제련해서 단검이나 만들어 팔고 있던 상황. 

       

       

       “F급 무기를 파니까 돈이 안 모이지 빡통아…”

       

       

       지금이라도 드워프가 만들 수 있는 등급의 아이템을 해금해야 하나? 그래도 최소한 B 등급이나 C 등급까지는 만들고 싶은데.

       

       

       “C급 무기 정도는 만들 수 있겠지? 그 정도는 만들겠지.”

       

       

       아무리 둘러봐도 자동 제작이 가능한 무기의 등급이 나오질 않는다. 이 똥겜은 유저에게 너무 불친절하다. 

       

       

       “A급은 일단 확실하게 안 되는 게 맞고… 그럼 B급이나 C급에서 골라야 되네.”

       

       

       고민에 빠진다. B등급이냐 C등급이냐. 잠시 생각해 보니, 명쾌한 답안이 떠올랐다.

       

       

       “그래! 어쩌면 둘 다 자동제작이 안 될 수도 있잖아. 그러면 무조건 B급이지!”

       

       

       어차피 둘 다 안 될수있다면, 더 좋은 등급의 무기를 고르는 게 무조건 이득이다. 둘 다 망할 가능성이 있다면, 더 좋은 무기를 뽑는 게 기분이라도 좋지 않겠는가?

       정 안되면, 진짜 마지막으로 현질하고 콩나물에 케찹을 비벼 먹는 것도 방법이다.

       

       

       음머ㅡ

       

       “어디서 소 울음소리가…”

       

       

       문뜩 들린 소의 울음소리에 귓가를 후비적하고 문질렀다.

       

       

       슥ㅡ

       

       

       B등급 무기에서 리스트를 쭈욱 내려본다. 빠르게 훑어보다가, 어느 무기에 시선이 쏠렸다.

       

       

       “오, 이건…”

       

       

       제법 낭만 있는 무기인데?

       

       

       

       

       ***

       

       

       

       ㅡ위끼끼끾!!

       ㅡ우끠ㅡ긱!!

       

       “이 원숭이 새끼들!”

       “네놈들 골통으로 수프를 끓여주마!”

       “너희 어미 곁으로 보내주겠다!”

       

       

       콰직ㅡ

       ㅡ퍼억!

       ㅡ촤아아악!!

       

       

       북부 전사들이 뛰어 들어간 나무숲에서는 원숭이의 비명소리와 살점을 찢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소리만 들었다면, 실력 좋은 푸줏간 집이라 해도 믿을 정도의 고기 파육음.

       

       

       “세상에…”

       

       

       케니스를 비롯해 북부에 와본 성기사들은 태연했지만, 단장처럼 북부에 처음 온 일행은 아연한 표정을 지었다. 도대체 저 숲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길래 고기를 가죽에 넣어서 터뜨리는 소리가 나는가?

       

       이윽고 숲에서 나오던 소리가 잠잠해졌다. 그리고 북부 전사들이 시끄럽게 떠들며 나타났다.

       

       

       “하하! 간에 기별도 안 가는 원숭이 녀석들.”

        “내가 너보다 2마리 더 잡았으니까, 이따가 술 사라고!”

       “이런 젠장. 이번엔 이길 수 있었는데.”

       

       

       시뻘건 피가 군데군데 묻은 모습. 아직도 피가 뚝뚝 떨어지는 도끼와 벌겋게 충혈된 안구는 밤에 마주치면 그 자리에서 울어버릴 살인마의 모습이었다.

       

       

       “케니스, 저 사람들. 괜찮은 건가?”

       

       

       주로 정신 쪽이, 라고 올라오는 말을 단장은 간신히 삼켰다.

       

       

       “아, 단장님. 저분들은… 괜찮아요. 그래도 손님 앞이라고 이번엔 점잖게 싸우시네요.”

       “점잖아? 저게 점잖다고?”

       “예, 그럼요. 적어도 술안주라면서 마수 내장을 씹어먹거나, 눈알을 주렁주렁 들고 오시지는 않았잖아요?”

       “허…”

       

       

       태연하게 말하는 케니스. 단장은 그만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북부는 사람이 아니라 짐승이 사는 동네란 말인가?

       

       

       ‘마수들과 드잡이질을 하다가 마수 그 자체가 된 사람들만 살아남았구나…!’

       

       

       단장은 속으로 생각했다.

       

       

       ‘다섯 신과 여섯번째 신이시여…! 저에게 이 난관을 헤쳐나갈 힘을 주소서!’

       

       

       단장의 기도에 응답하듯, 낮게 걸린 샛별 하나가 단장의 머리 위에서 작게 반짝였다.

       

       

       

       – 

       

       

       

       피칠갑을 한 북부 전사들과 성기사들은 다시 걸음을 옮겼다. 왁자지껄하게 떠드는 북부 전사들과 어색하게 침묵을 지키는 성기사들.

       

       

       ㅡ푸르륵

       

       

       성기사들 사이에서는 이따금 순록들이 투레질하는 소리만이 들려왔다.

       

       

       

       ‘다들 많이 놀라셨나 보네.’

       

       

       케니스는 프리가의 수다를 받아주며 흘끔 뒤를 쳐다봤다. 약간 질린 듯, 어색한 표정의 성기사들. 어쩐지 2년 전 자신의 모습이 보이는 건 기분 탓일까?

       

       

       ‘뭐, 금방 괜찮아지겠지.’

       

       

       북부 사람들은 투박하지만, 그 누구보다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란걸 모두 알게될것이다.

       

       

       “오, 다 왔네.”

       

       

       프리가의 말처럼 저 멀리 눈보라를 뚫고 웅장한 성벽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눈과 얼음을 이겨내고 인간이 쌓아 올린 승리의 장벽.

       

       

       “와…”

       

       

       뒤에서 감탄어린 목소리가 들린다. 누구라도 추위를 뚫고 우뚝 솟아오른 저 성벽을 보면 감탄할 수밖에 없으리라.

       

       

       “자, 어서 들어가자고! 추워 뒤지겠네!”

       

       

       프리가는 능청스럽게 팔을 문지르며 일행을 재촉했다. 두꺼운 성벽을 지나자 나타는 투박한 대로와 건축물들.

       짙은 회색빛 돌로 거칠게 지어진 길과 건물은 북부 사람들의 성격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했다.

       

       그때, 한 무리의 어린아이들이 우르르 달려왔다.

       

       

       “와아ㅡ!”

       “프리가 누나! 사냥 다녀온 거야? 이번에는 뭐 잡았어?”

       “프리가 언니이! 안아줘!”

       

       

       프리가를 둘러싼 아이들이 시끄럽게 조잘거렸다. 프리가는 씨익 웃으며 아이들의 머리를 마구 쓰다듬었다.

       

       

       “요 꼬맹이들! 잘 지냈냐? 지금 내가 좀 바쁘니까 나중에 얘기하자! 이걸로 저기 가서 맛있는 거라도 좀 사 먹고.”

       “으악! 머리 망가져 언니!”

       “치, 알겠어! 나중에 꼭 사냥 얘기해주기야?”

       “우리 빵 먹으러 가자!”

       

       

       아이들이 돈주머니를 받고 와아아ㅡ달려간다. 프리가는 크게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뛰다가 넘어진다! 조심하고!”

       

       

       그런 프리가의 모습을 낯설게 바라보는 단장. 반갑다는 인사를 도끼 휘두르기로 하던 난폭한 여자에게서 뜻밖의 모습을 발견한 표정이다.

       애꾸눈이 슬쩍 다가와서 속삭인다.

       

       

       “흠, 저 아이들은 전부 우리 대장 부하들의 자식이요.”

       “아 그렇습니까? 부하들의 자식을 저리도 챙기다니. 프리가 공녀도 정말 따뜻한 분이시군요.”

       

       

       애꾸눈이 알 수 없는 눈빛으로 프리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말했다.

       

       

       “정확히는 부하였던 녀석들의 자식이요…”

       “부하였다고 한다면?”

       “…대장과 함께 싸우다 얼음 밑으로 잠들었지.”

       “그,그런…”

       “상처가 많으신 분이요. 그나마 케니스님 덕분에 저렇게 밝아지셨지.”

       

       

       아연한 표정의 단장. 전사한 부하들의 자식이라니. 애꾸눈이 재빨리 속삭인다.

       

       

       “내가 당신은 대장이니까 말해주는 거요. 그렇다고 괜히 우리 대장 앞에서 티내지 말고.”

       “음, 알겠습니다.”

       

       

       무거운 표정으로 끄덕이는 단장. 앞서가는 케니스의 등이, 단장에게는 새삼 다르게 보였다.

       

       

       “뭣들 꾸물거려? 얼른 가자고!”

       

       

       프리가는 저 앞에서 일행들을 재촉했다.

       

       성질 급하게 재촉하는 프리가를 따라 도착한 작은 신전. 드물게 북부 사람들이 앉아서 기도를 올리고 있다.

       만신전의 영향이 크지 않은 몬테그라스 영토지만, 꾸준한 포교활동과 성기사 파견의 영향으로 조금씩 신도가 늘어나고 있었다.

       

       

       “칫ㅡ”

       

       

       프리가는 기도하는 사람들을 보더니, 작게 혀를 찼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작게 눈썹이 찡그려졌다.

       

       

       “이봐, 우린 여기까지 안내해줬으면 됐지? 이만 갈께.”

       

       

       북부 사람들과 쌩하니 뒤돌아가던 프리가는 깜빡했다는 듯 크게 외쳤다.

       

       

       “아, 맞다! 야, 케니스! 너랑 너희 대장은 이따 저녁에 아버지가 같이 이야기하자고 했어! 저녁 시간에 맞춰서 오라고!”

       

       

       제 말을 마친 프리가는 부하들을 이끌고 사라졌다. 한바탕 태풍처럼 몰아쳐간 프리가와 북부 전사들. 성기사들은 주섬주섬 짐을 챙겨 신전으로 향했다.

       신전 내부로 향하는 케니스에게 다가오는 단장.

       

       

       “용사 케니스.”

       “네, 단장님. 편하게 케니스라고 부르셔도 됩니다.”

       “흠, 그러지. 그럼 케니스? 그, 프리가 공녀와 혹시 무슨 일이 있었나?”

       

       

       단장은 애꾸눈도 자세히 알려주지 않았던 일에 관해 물어봤다. 질문을 들은 케니스는 표정이 어색해졌다. 마치, 제 입으로 말하기 창피해하는 사람의 표정처럼 어쩔 줄 몰라 했다.

       

       

       “그, 그게 말이죠? 어… 무슨 일이 있었냐면요. 별일은 아닌데 이게 참, 뭐라고 말씀을 드려야 할지…”

       

       

       빙글빙글 돌아가는 케니스의 눈동자. 단장은 피식 웃었다.

       

       

       “뭐, 말하기 곤란한 거라면 됐다. 심각한 일은 아니겠지? 뭐 사람을 죽였다던가, 때렸다던가.”

       “아, 아닙니다! 살인이라뇨! 맹세코 살인은 아닙니다.”

       “그럼 됐다. 가서 쉬다가 저녁에 보자고.”

       “아,예! 알겠습니다! 이따 저녁에 뵙겠습니다!”

       

       

       단장은 말을 마치고 자신의 방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갔다.

       케니스도 자신의 짐을 챙겨 방으로 들어가 조용히 여독을 풀며 시간을 보냈다.

       

       

       

       –

       

       

       

       북부의 태양은 빠르게 움직인다. 

       성도 키비타스라면 아직 밝을 시간이지만, 몬테그라스의 땅은 어느덧 뉘엿뉘엿 어둑해지기 시작할 무렵.

       케니스와 단장은 몸단장을 마치고, 몬테그라스의 공작 저택으로 향했다. 

       

       

       “케니스님과 데이비드님, 확인되었습니다!”

       

       

       그들을 반기는 거대한 문과 경비병들. 육중한 강철의 문이 천천히 제 몸을 열었다.

       

       

       끼이익ㅡ

       

       

       성으로 들어가자 보이는 황량한 성의 실내. 공작의 저택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삭막하고, 수수하다. 장식품이라고는 벽에 걸린 역대 공작들의 초상화가 전부.

       

       

       “공작님께선 많이 소박하신 분인가 보군.”

       “… 그것보다는 꾸미는 것에 별로 관심이 없으세요.”

       

       

       작게 속삭이는 단장과 케니스. 둘은 마중 나온 하인의 안내를 따라 거대한 식당으로 향했다.

       

       

       똑똑ㅡ

       

       “공작님. 케니스님과 데이비드 단장님을 모셨습니다.”

       “들어와라.”

       

       

       하인이 정중하게 문을 두들기자, 안에서 들리는 굵은 사내의 목소리. 단장은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굉장한 기백! 상당한 실력자다!’

       

       

       목소리에 실린 기백에 이미 압도당한 단장은 식은땀을 흘렸다.

       

       

       끼이익ㅡ

       

       

       문이 열리자, 긴 연회 테이블의 끝에 거대한 사내가 조용히 앉아있었다. 프리가와 똑같은 검은색 머리카락과 눈동자. 점잖게 앉아있지만 감춰지지 않는 사나운 기색이 단장을 압박한다.

       

       

       “반갑소, 데이비드 단장. 몬테그라스의 공작, 루샨 닉스라고 하오.”

       

       그리고ㅡ

       

       루샨 공작이 케니스를 바라보며 씨익 웃었다. 프리가와 똑닮은 사나운 미소로.

       

       

       “오래간만이구나, 우리 딸.”

       

       “아니에요!!”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오타나 어색한 부분에 대한 지적은 늘 감사합니다!

    패치 사항이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공지 확인 부탁드립니다!!!

    ㄴo0oㄱ 아니!! 이게 무슨 일입니까!!

    – 미방 님, 1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좀 더 노력하는 글쟁이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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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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