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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1

       

       

       

       

       

       21화. 눈의 정수 ( 2 )

       

       

       

       

       

       수많은 B등급의 무기들. 레이피어와 롱보우, 작은 손도끼. 각양각색의 무기들이 자신을 뽐냈지만, 나는 흔들리지 않았다.

       

       

       슥ㅡ

       

       망설임 없이 손을 옮겨 무기를 터치했다. 화면에 나타나는 거대한 도끼의 형상.

       

       

       “오…”

       

       

       나도 모르게 입에서 감탄사가 나왔다. 성인 남성의 어깨까지 올라오는 손잡이와 흉악할 정도로 거대한 두 개의 도끼날. 도끼를 들고있는 아바타의 몸통보다 거대한 도끼날이 앞뒤로 달려있다.

       이름도 제법 마음에 든다. ‘용 사냥꾼의 대형도끼’. 그 이름처럼 도끼날의 널찍한 부분에는 용을 죽이고 있는 남성의 모습이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다.

       

       

       “설정은 용 사냥꾼이 쓰던 도끼인가?”

       

       

       용을 사냥할 때 사용하던 대형 도끼라니. 개발자들이 대형무기의 낭만을 좀 아는 사람들이 틀림없다. 거대한 짐승을 대형무기로 시원시원하게 때려잡는 게 바로 대형무기의 매력.

       

       

       “다음 달 월급 들어오면 대형 무기 패키지가 있나 한번 찾아봐야겠네.”

       

       

       대형무기의 멋짐을 알아주는 개발자들에 대한 충성심이 무럭무럭 자라난다.

       

       손을 움직여 재빨리 무기를 제작한다. 재료로 인벤토리에 미리 준비해뒀던 ‘제련된 금’을 사용했다. B등급이라 그런지 8개나 사용되는 광물.

       

       

       “어우, 광물 많이도 먹네.”

       

       

       빠밤ㅡ!

       

       《최초획득! B등급, ‘용사냥꾼의 대형도끼’ 획득!》

       

       

       인벤토리에 들어온 거대한 도끼를 보자, 흐뭇한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이 맛에 게임을 하지.

       잊지 않고 무기를 잠금 설정한 뒤, 드워프들과 광산쪽으로 화면을 옮겼다.

       

       

       “B등급 자동 제작은 안 풀렸나 보네.”

       

       

       ‘낡은 롱소드’를 처음 만들었을 때는, ‘일꾼1’이 자동으로 제작한다고 메세지가 나왔었는데. 이번엔 안 나오는 걸 보니 결국 B등급은 자동 제작이 안 되는 것 같다.

       

       

       “뭐를 올려야 이 자동 제작 등급이 올라갈까…”

       

       

       이리저리 화면을 돌려가며 이것저것 조작해본다.

       

       

       “… 드워프 숫자나 좀 맞춰야겠다,”

       

       

       하는 김에, 5명이던 드워프들의 숫자가 불편해서 10명으로 맞췄다. 숫자가 딱 맞아떨어지지 않으면 은근히 거슬린다.

       

       

       슥ㅡ 스슥ㅡ

       

       

       “분명 어디에 자동 제작이 가능한 등급이 나올 텐데…”

       

       

       아무리 찾아봐도 나오지 않는다. 별다른 성과 없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을 때, 머릿속에 번뜩하고 스쳐 지나갔다.

       

       

       “아, ‘명성도’라는 게 있지 않았나?”

       

       

       5일 동안 들어와서 무기만 만들어서 팔고 껐더니 잠시 까먹었던 명성도의 존재. 화면 구석에 있는 아이콘을 터치해 명성도를 열어봤다.

       

       

       ㅡ툭

       

       《현재 명성도가 “나라에서 알아주는 유명한 국민가수” 수준입니다!》

       

       

       미묘하게 현실적으로 설명해주는 명성도. 저번에 봤을 때보다 제법 오른 것 같다.

       

       

       “저번에는 뭐였지? 도시에서 유명한 서커스였나? 나라 단위로 커진 거 보면 좀 높아진 거 같은데. 이거랑 관련이 있나?”

       

       

       중얼거리면서 명성도 메시지를 닫았다. 결국 찾아낸 건 하나도 없다. 

       그대로 게임을 끄려고 할 때, 건축물 아이콘이 깜빡거렸다. 

       

       

       “뭐지?”

       

       

       의아한 마음에 건축물 아이콘을 터치하자 주르륵 나타나는 건물들의 리스트. 맨 위에서 개선문처럼 생긴 것이 반짝거린다.

       

       

       “뭐가 해금된 건가? 한 게 없는데.”

       

       

       의아한 마음에 개선문을 닮은 건물을 터치했다.

       

       

       《! 해당 건물을 건축하기 위한 명성도가 부족합니다. !》

       

       

       명성도가 일정 이상 도달해야 지을 수 있는 이벤트성 건축물인 모양. 어차피 명성도는 무기를 팔기만 해도 차츰 올라가니,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어으~”

       

       

       몸을 일으키며 쭉 뻗었다. 만들려고 하던 무기도 만들었으니, 이제 영웅급 모험가만 오면 된다. ‘모험가 대탐험 패키지’도 적용 중이니까 금방 올 것이다.

       기지개를 쭉 켜다가 아까 충전시켰던 이상한 스마트폰이 눈에 들어왔다.

       

       

       “…켜지나?”

       

       

       전원을 꾸욱 눌러봐도 아무 반응이 없는 스마트폰. 

       

       

       “내버려 두면 언젠가는 켜지겠지.”

       

       

       계속 충전기에 꽂아둔 채로 침대에 푸욱 누웠다. 잠시 그렇게 누워있자니 졸음이 점점 몰려왔고.

       

       나는 그렇게 깊은 잠에 빠졌다.

       

       

       

       

        

       

       ***

       

       

       

       

       

       해가 중천에 걸리자 루샨 공작이 보낸 마차가 신전 앞에 도착했다. 닉스 공작 가문의 상징인 방패와 쌍 도끼가 교차한 문양이 그려진 마차.

       케니스와 데이비드 단장은 마차를 타고 빠르게 공작가로 향했다.

       

       

       다그닥ㅡ다그닥ㅡ

       

       

       마차 내부를 채우는 말의 발굽 소리. 마차는 포장된 도로를 따라 달려 공작가에 도착했다.

       

       

       “데이비드님과 케니스님! 확인되었습니다!”

       

       끼이익ㅡ

       

       

       거대한 문과 경비병을 지나자 내부로 들어서자, 기다리고 있던 집사가 길을 안내한다.

       

       

       “이쪽으로 오시지요. 공작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집사는 어제와 다르게, 계단을 올라가며 성의 꼭대기 층으로 향했다. 케니스가 집사를 뒤따르며 물었다.

       

       

       “공작님께서는 어디에 계신가요?”

       

       “맨 위층에 있는 집무실에 계십니다. 급한 연락이 왔다고 하시더군요.”

       

       

       세 사람은 계단을 성큼성큼 올라 집무실의 앞에 도착했다. 짙은 갈색의 나무로 만들어진 문이 굳게 닫혀있었다.

       집사는 정중하게 문을 두들겼다.

       

       

       똑똑ㅡ

       

       “공작님, 케니스님과 단장님을 모시고 왔습니다.”

       

       “그래, 들어와라.”

       

       끼익ㅡ

       

       

       문이 작은 소리를 내며 그 몸을 열었다. 책상과 의자, 한쪽 구석에는 온도 유지를 위한 벽난로가 전부인 삭막한 집무실의 내부.

       루샨 공작은 책상에 앉아 종이 한 장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어서 오게. 내가 점심부터 대접하고 이야기하려고 했는데, 방금 좀 급한 보고가 들어와서 말이지. 양해 좀 해주게.”

       

       “아닙니다, 공작님. 저희는 괜찮습니다.”

       

       

       어제저녁에 먹은 고기가 그 불편한 분위기 때문에 아직도 소화가 안 된 것 같은 느낌이 들고 있었던 단장. 공작의 말에 내심 안도했다. 

       

       

       “근데 이 보고 내용이 말이지… 자네들이랑도 관련이 있는 문제여서 이렇게 내가 집무실로 오라고 했네.”

       

       

       “저희와 관련이 있다면…?”

       

       

       “음… 원래는 눈의 정수 탐사 계획은 말이지. 성기사들이랑 우리 전사들이랑 같이 천천히 길을 만들어가면서 진행하려고 했는데…”

       

       

       말을 하다가 목이 타는 듯 공작은 침을 한번 삼켰다.

       

       

       “우리한테 시간이 그렇게 많은 것 같지 않더군. 오늘 경계병들이 마수의 산에서 이상징후가 발생했다고 보고했네.”

       

       “이상징후요?”

       

       “그래. 마수의 산… 정확히는 우리가 가려고 했던 눈의 정수 군락지 쪽에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고 하더군.”

       

       “마수의 산에서 폭발이…?”

       

       

       케니스는 아연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마수의 산은 숙련된 전사들도 쉽게 머무를 수 없는 곳. 그런 곳에서 폭발이 일어났다는 것은 결코 좋은 징조가 아니다.

       

       

       “눈보라가 심해서 정확히 보지는 못했지만. 파란색 불꽃을 봤다고 하더군. 절대 자연적인 일은 아니야.”

       

       “… 누군가 수작을 부리고 있군요.”

       

       “그래, 어떤 놈이 무슨 목적으로 마수의 산에서 개짓거리를 하는지 모르겠지만. 우리에게 그리 좋은 일은 아니겠지. ”

       

       

       공작의 말에 무거워지는 집무실의 분위기. 공작은 보고서를 바라보며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무슨 관계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최근 마수들이 산에서 쫓기듯 내려온 것도, 이 일과 연관이 있는 것 같군.”

       

       “최대한 서둘러야겠군요.”

       

       

       단장이 굳은 표정으로 공작을 바라봤다. 의문의 적이 마수의 산에 자리 잡았고, 마수가 계속해서 산에서 내려오는 상황. 거기에 군락지 주변에서 거대한 폭발까지 관찰됐다.

       한시라도 빠르게 움직여야 하는 상황.

       

       

       “그렇지. 그래서 내가 자네들에게 군사적인 협조를 요청하겠네.”

       

       

       루샨 공작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쪽 전사들은 1시간 안에 모든 준비를 마치고, 마수의 산으로 향할거네.”

       

       “1시간…”

       

       “만신전 쪽 성기사들 중에서 1시간 안에 가용할 수 있는 인원들의 협조를 부탁하지. 괜찮겠나?”

       

       

       단장은 씨익 웃으며 공작을 바라보았다. 무슨 그런 섭섭한 말을 하냐는 어투로 말했다.

       

       

       “섭섭하군요, 공작님. 가용할 수 있는 인원이 아니라, 성기사 전원이 함께할 것입니다.”

       

       “고맙네. 그나마 다행이군.”

       

       

       공작은 의자에서 일어나 창가로 향했다. 그 시선은 저 멀리 뻗어있는 마수의 산을 바라봤다.

       

       

       “1시간 뒤에, 마수의 산으로 향하는 성문에서 출발하려고 하네.”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그럼 저쪽 성문 앞에서 뵙겠습니다.”

       

       “나는 가지 않네.”

       

       

       공작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누군가는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이곳을 지켜야 하는 법. 많은 전사가 총출동하는 만큼, 나와 일부 전사들이 남아서 이곳을 지키기로 했네.”

       

       

       케니스는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성이 텅 비어있을 때 습격을 당한다면 큰 피해를 볼 것이 분명했다.

       누군가는 뒤를 지켜야 하는 법.

       

       

       “나 대신 프리가가 갈 것이야. 잘 부탁하네.”

       

       “예, 알겠습니다. 공작님.”

       

       

       집무실을 나온 케니스와 단장은 서둘러 성을 빠져나와 마차에 올라탔다.

       한시가 급박한 상황.  

       마부는 빠르게 마차를 몰아 대로를 가로질렀다.

       

       

       두그닥ㅡ두그닥ㅡ!

       

       

       빠르게 달리는 마차 덕에 금세 도착한 신전. 케니스와 단장은 뛰어내리듯 마차에서 내렸다.

       

       

       “케니스! 성기사들에게는 내가 전파할테니, 너는 네 개인 무장만 챙겨서 바로 성문으로 가라!”

       

       “예 알겠습니다!”

       

       

       단장은 신전의 구석에 달린 종을 미친 듯이 울렸다.

       

       

       땡땡땡땡ㅡ!

       

       “성기사들은 모두 집합해라ㅡ! 집합ㅡ!”

       

       

       긴급상황에 울리게 되어 있는 종이 울리자, 성기사들이 속속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모인 성기사들에게 빠르게 상황을 전파하는 단장.

       

       케니스는 개인 무장을 챙기기 위해,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각반이랑 팔꿈치 보호대, 체인 아머랑…”

       

       

       재빨리 방어구를 갖추기 시작한다. 유사시 바닥에 박을 수 있는 거대한 가시가 달린 방패를 등에 메고, 신검까지 챙긴 케니스는 곧장 신전을 나왔다.

       

       

       후욱ㅡ후욱ㅡ

       

       

       빠르게 바닥을 박차며 성문으로 향하는 케니스. 그렇게 한참을 달리자, 성문 앞에 한 무리의 전사들이 우글거리는 것이 보인다.

       그 앞에서 검은 머리를 휘날리고 있는 프리가도 보였다.

       

       

       “프리가 공녀님!”

       

       “어, 케니스. 왔어?”

       

       “후우ㅡ예. 조금만 기다렸다가 출발하시죠. 저희 쪽 성기사들도 곧 올 겁니다.”

       

       “그래? 나도 아버지한테 듣긴 했어. 아직 출발 시간까지 많이 남았으니까 저기서 좀 쉬고 있으라고.”

       

       

       케니스는 프리가의 말대로 한쪽 구석에 앉아서 잠시 숨을 골랐다. 천천히 숨을 쉬면서 주변을 훑어보는 케니스.

       중무장한 전사들은 만반의 준비를 하고 저들끼리 모여서 웅성거리고 있었다. 두려움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모습.

       

       

       ‘전투를 두려워하지 않는 북부 사람들답구나.’

       

       

       그렇게 시간이 조금 흐르자, 웅성거리는 소리가 더 커졌다.

       

       

       ‘단장님이 오셨구나!’

       

       

       케니스는 벌떡 일어나 저 멀리서 다가오는 성기사들을 바라보았다. 성기사들은 빠르게 다가와 성문 앞에 질서정연하게 자리했다. 

       모든 병력이 모인 자리에서, 프리가는 전사들의 앞으로 나섰다.

       

       

       “야, 아직 안 온 새끼 있냐?” 

       

       “대장님, 애꾸눈 이 새끼 배 아프다는데요?”

       

       

       전사들 사이에서 킬킬거리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프리가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하, 저 골때리는 새끼. 누가 마수의 산에 구덩이 좀 파줘라. 거따 애꾸눈 좀 묻어버리게.”

       

       “아유, 대장님. 너무하세요. 제가 뭐 엄청 많이 싸는 것도 아닌데.”

       

       “너는 새꺄. 순록보다 많이 싸잖아. 순록 똥 무더기랑 구별이 안 되더만.”

       

       

       앓는 소리를 하는 애꾸눈. 약간 긴장돼있던 성기사들 사이에서도 작게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씨익 웃으며 사람들을 훑어 보던 프리가는 거대한 도끼를 한 손으로 들어 올리며 힘차게 외쳤다.

       

       

       “자, 가자! 마수의 산에 개짓거리한 새끼 모가지 따러 가야지!”

       

       “”하!””

       

       

       한 무리의 전사들이 눈보라를 뚫고, 마수의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오타나 어색한 부분에 대한 지적은 늘 감사합니다!!

    다음화 보기


           


I Install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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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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