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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8

       

       

       

       

       

       28화. 저주와 성지 ( 2 )

       

       

       

       

       

       “성지…요?’

       

       

       의아하게 묻는 케니스의 고개가 갸웃하고 기울어졌다. 세상에 성지(聖地)라고 불릴 곳이 있던가? 아, 혹시 성도 키비타스를 말씀하신 걸까?

       

       의문으로 가득 찬 케니스의 눈동자를 본 사제가 빙긋 웃었다.

       

       

       “케니스님이 누워계신 동안, 키비타스가 발칵 뒤집혔답니다.”

       

       “어… 왜죠?”

       

       “키비타스에 성지로 가는 문이 생겼거든요.”

       

       “아, 성지로 가는 문이… 네?!”

       

       

       케니스는 대수롭지 않게 대답하다가, 화들짝 놀랐다. 지금 키비타스에 뭐가 생겼다고?

       

       

       “자,잠깐. 잠깐만요. 키비타스에 뭐가 생겨요?”

       

       “후후. 키비타스의 만신전에 성지로 향하는 문이 생겼답니다.”

       

       “예? 아니, 성지요? 문이 생겨요?”

       

       “네. 문이요. 전해 듣기로는 빛과 함께 문이 나타났다고 하던데… ”

       

       

       사제는 어안이 벙벙한 표정의 케니스를 보며 즐겁게 웃었다. 자신도 이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저런 표정이었을까?

       

       신성력이 존재하지만 다섯 신의 기적이 이 땅에 임한 것은 너무나도 오랜 옛날. 최초의 성자를 제외하면 그 기록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불신한 자들은 신들이 지상을 버렸다는 불경한 말을 하지만, 여섯 번째 신께서는 지상의 필멸자들을 위해 직접 성지로 향하는 문을 열어 주셨으니.

       

       

       “참으로 복되고 복된 일입니다…”

       

       

       사제는 경건하게 기도문을 외우며 중얼거렸다. 케니스는 뭐가 뭔지 알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성지? 키비타스에 문이 생겨? 빛에서?

       

       

       ‘도대체 6일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

       

       

       

       “음, ‘차원 관문’…?”

       

       

       다른 차원과 연결하는 관문인가? 어디랑 어디를? 내 신전이랑 다른 곳을 연결한다는 걸까? 

       

       

       “모르겠네.”

       

       

       일단 설치하고 나면 알게 되겠지. 일단 화면을 공터로 옮겼다.

       

       광산과 신전을 열심히 돌아다니면서 무기를 만들고 있는 드워프들이 보였다.

       

       

       《빈 공터에 ‘차원 관문’을 설치해 보세요!》

       

       

       건축 리스트에서 ‘차원 관문’을 드래그해서 적당한 공터에 옮겼다. 개선문과도 비슷하게 생긴 건축물이 바닥에서부터 올라와 뚝딱뚝딱하더니, 순식간에 완성됐다.

       

       이번에도 ‘건물 완공 패키지’가 빛을 발했다. 정말 두고두고 잘 샀다는 생각이 든다.

       

       

       “역시 혜자 패키지였어.”

       

       

       흐뭇하게 미소를 지으며, 완공된 ‘차원 관문’을 터치했다.

       

       

       빠밤ㅡ!

       

       

       《’차원 관문’이 완공되었습니다! 일정 시간마다, 다른 차원의 주민들이 신전을 방문합니다!》

       

       《방문한 주민들은 무기를 구매하기도 하고, 특수한 이벤트를 주기도 합니다! 》

       

       《새로운 운명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다른 차원의 주민들이 방문?”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방랑 상인들 비슷한 건가? 만나면 이벤트도 주고, 무기도 사가고. 

       

       

       “랜덤 이벤트는 참을 수 없지…”

       

       

       남자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건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엄청 큰 무기고, 다른 하나는 랜덤 이벤트다.

       

       만약 게임을 하는데 두 갈래 길이 나온다고 치자. 그것이 전투 타일과 랜덤 이벤트 타일이라면, 나는 랜덤 이벤트 타일을 고른다. 절대 못 참지.

       

       

       “그나저나 방치형 게임치고는 제법 뭔가 많단 말이지.”

       

       

       게임을 진행하면 할수록, 뭔가 점점 더 계속해서 컨텐츠가 나온다. 

       

       처음에 무기를 만들고, 파는 게 전부였는데. 꼭 개발자들이 실시간으로 개발해서 뭔가를 계속 추가하는 것 같은 느낌.

       

       

       “이게 갓겜이지!”

       

       

       뭐, 설마 그러겠어?

       

       

       

       

       ***

       

       

       

       성도, 키비타스의 이른 아침.

       

       팔라딘 데모닉은 거울을 바라보고 있었다. 거울 속에서 검은 머리카락의 사내가 그를 뚫어져라 응시한다. 구슬처럼 맨들거리는 은빛 눈.

       

       이윽고 거울 속의 눈동자가 가늘게 휘어졌다.

       

       데모닉이라면 절대 하지 않을 뱀처럼 간사한 웃음을 흘린다.

       

       

       《키킥… 그녀가 그립지?》

       

       “…”

       

       

       데모닉의 주먹이 꽉 쥐어지면서 부들부들 떨린다. 당장에라도 거울을 후려칠 듯 거세게 요동치는 주먹.

       

       

       《나는 그 여자를 살려줄 수 있다, 데모닉… 살려줄 수 있고말고…》

       

       《나에게 몸을 맡겨라… 네 아내가 보고 싶지 않나?》

       

       

       거울 속 사내의 혀가 뱀처럼 간사하게 움직이며, 데모닉에게 속삭였다.

       

       

       《그 잘난 다섯 신이 너에게 뭘 해줬지? 아무것도 없어! 너에게 희생을 강요하기만 했지…》

       

       《내가 다시 만나게 해 주마… 넌 그냥 편하게 몸만 맡기기면 된다.》

       

       “큽…!”

       

       

       데모닉의 꽉 다문 입에서 주르륵ㅡ하고 피가 한 줄 흘러내렸다. 유혹에서 벗어나기 위해 스스로 혀를 깨문 데모닉.

       

       거울 속 데모닉을 흉내낸 존재의 모습이 크게 흔들린다.

       

       

       《얼마 안 남았구나, 데모닉.》

       

       《넌 선택해야한다…》

       

       

       거울 속 데모닉의 모습이 요동치는 연못처럼 잔뜩 일그러지고 흔들리며 사라졌다.

       

       이윽고 뱀처럼 웃던 모습은 사라지고, 입에서 피를 흘리는 남자의 모습만이 비춰졌다.

       

       

       “후우…”

       

       

       데모닉은 그제야 거울 앞에서 비틀거리며 멀어졌다. 잔뜩 굳어 있던 주먹에서 피가 방울방울 떨어지며 바닥에 점을 남겼다.

       

       침대에 풀썩 주저앉아 거칠게 머리를 쓸어올렸다. 오랫동안 잠을 자지못해 눈 아래 내려앉은 다크서클. 

       

       지난 17년 동안, 그는 깊은 잠을 청한 적이 없었다. 꿈을 꾸면 반갑지 않은 손님들이 꿈을 통해 데모닉을 찾아왔으니.

       

       

       ‘빌어먹을…’

       

       

       데모닉은 입안 가득 느껴지는 비릿한 피를 삼켰다. 자신은 무너질 수 없는 존재다. 

       

       아직 무너져서는 안 된다. 케니스가 용사로서 평화의 상징이 될 때까지는.

       

       

       “거지 같은 새끼들…”

       

       

       지긋지긋한 녀석들이다. 온갖 방법을 사용해서 막으려해도 작은 틈 사이로 뱀처럼 파고들어온다.

       

       끈질기게 유혹하고, 사람을 흔드는 녀석들. 

       

       

       데엥ㅡ 데엥ㅡ

       

       

       저 멀리서 키비타스의 아침을 알리는 거대한 종소리가 울렸다. 성도의 기상을 알리는 종소리. 데모닉은 자리에서 일어나 간단한 몸단장을 시작했다.

       

       빠르게 준비를 마친 데모닉은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뚜벅뚜벅ㅡ

       

       

       단단한 걸음 소리가 빠르게 복도를 울린다. 이른 아침의 햇볕이 데모닉을 비췄지만, 그의 그림자는 햇볕에 지워지지 않고 일렁거리며 데모닉을 뒤따랐다.

       

       거침없이 걸어가던 데모닉은 작은 문 앞에서 멈춰 섰다.

       

       

       똑똑ㅡ

       

       

       나무로 만들어진 문을 가볍게 두들긴다. 짧고 빠르게. 

       

       그리고 데모닉은 잠시 기다렸다.

       

       

       “들어오게.”

       

       

       문 너머에서 들리는 노인의 목소리. 데모닉은 천천히 문을 열고 들어갔다.

       

       

       “… 데모닉?”

       

       

       늙은 대사제, 안토니오가 눈썹을 치켜올리며 데모닉을 바라봤다.

       

       

       “이른 아침부터 자네가 어쩐 일인가?”

       

       

       데모닉은 아무 말없이 허리춤에서 무언가를 꺼내 그에게 내밀었다.

       

       

       “이건…”

       

       

       까맣게 변한 수호부. 늙은 대사제의 안색이 심각하게 변했다. 이것은 자신과 다른 대사제들이 직접 만들어 준 항마(抗魔)의 수호부.

       

       사악하고 삿된 것들의 눈으로부터 데모닉을 숨기고 막아주는 부적.

       

       그것이 이렇게 까맣게 변했다는 것은…

       

       

       “자네, 얼마나 됐나?”

       

       “얼마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렇군… 몸은 괜찮나?”

       

       

       대사제 안토니오의 눈이 가늘게 얇아지며 데모닉의 주먹을 향했다. 데모닉은 피곤함과 씁쓸함이 미묘하게 섞인 미소를 지었다.

       

       

       “익숙합니다.”

       

       “익숙하다… 좋지 않은 말이구만. 사악한 것들에 익숙하다니.”

       

       

       안토니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젊은 사람이 얼마나 시달렸으면 저런 표정을 지을 수 있겠는가?

       

       

       ‘기구한 운명이로고…’

       

       

       속으로 탄식을 삼킨 대사제 안토니오는 오염된 수호부를 받으며 말했다.

       

       

       “일단 이건… 조만간 내가 다른 대사제들과 다시 만들어 주겠네.”

       

       “감사합니다.”

       

       “그래. 한동안은 조심하게. 키비타스의 안에 있는 자네를 직접 노린 녀석들이야. 수호부도 없이 경거망동해서는 안 되네.”

       

       “… 가능하다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데모닉은 허리를 꾸벅 숙여 인사하고 뒤돌았다. 그런 그의 발걸음이 늙은이의 한 마디에 잠시 멈췄다.

       

       

       “자네, 그 아이에게는 언제까지 비밀로 할껀가?”

       

       “…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데모닉의 날카로운 대답에 안토니오가 피식 웃었다. 평소에는 돌처럼 무뚝뚝하게 굴면서 이런 모습이라니.

       

       

       ‘언제까지 도망칠 순 없는 것이거늘…’

       

       

       늙은이의 충고는 젊은 사람에게는 잔소리에 불과하다는 걸까? 안토니오는 뒤돌아나가는 데모닉의 모습을 안타깝게 바라봤다.

       

       과거의 짐과 스스로 짊어든 짐이 그를 서서히 짓누르고 있는 것이, 늙은 사람의 눈에는 보였다.

       

       

       “어린놈이 좀 내려놓고 살 줄도 알아야 할텐데. 쯧쯧… ”

       

       

       안토니오는 데모닉을 향해 혀를 차고, 수호부를 주섬주섬 서랍에 넣었다.

       

       그리고 그 순간ㅡ

       

       

       “ㅡ음?”

       

       

       그의 고개가 창문 쪽을 향했다. 창문 밖, 만신전 밖에서 느껴지는 거대한 기운.

       

       하늘에서 어마어마한 양의 신성력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쾅ㅡ!

       

       

       “안토니오 대사제님!”

       

       

       방을 나갔던 데모닉이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 어서 나가지.”

       

       “예, 가시죠.”

       

       

       둘은 빠른 걸음으로 만신전의 밖을 향했다.

       

       케니스의 용사 임명식이 있던 광장의 하늘.

       

       

       파지지직ㅡ!

       

       ㅡ파직!

       

       

       하늘에 신성력이 응축하고 모여 들며, 거대한 빛의 구름을 만들고 있었다.

       

       명백한 이상 현상에 수많은 사람이 모여서 웅성거렸다.

       

       

       “여러분, 모이시면 안 됩니다ㅡ!”

       

       “실제 상황입니다! 어서 물러나세요!”

       

       

       성기사들이 발 빠르게 움직여 사람들을 해산시키고 있었지만, 쉽사리 흩어지지 않는 사람들.

       

       오히려 점점 모여 들며 그 수를 늘려갔다.

       

       

       “심상치 않군요. 바로 가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 어서 가보게.”

       

       

       데모닉이 성기사들을 돕기 위해 달려 나가고, 안토니오는 눈썹을 찌푸리며 빛의 구름을 바라봤다.

       

       대사제인 그는 그 누구보다 하늘의 신성력을 선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터무니없을 정도로 뭉쳐 있는 거대한 양의 신성력. 자신의 신성력이 반딧불이라면, 저 빛의 구름은 태양일 것이다.

       

       

       ‘어마어마한 양의 신성력이군….’

       

       

       안토니오의 등 뒤로 식은땀이 한 방울 흘렀다. 키비타스에 저 정도의 신성력을 다룰 수 있는 사람이 있단 말인가?

       

       아니, 애초에 저게 인간이 가능한 일인가? 말 그대로 신이나 다름없는ㅡ

       

       

       ‘… 설마?’

       

       

       여섯 번째 신께서? 안토니오의 머릿속을 스치는 한 가지 추측.

       

       정말 만약이지만. 만약에ㅡ

       

       

       ‘신께서 직접 지상에 기적을 행차하시려고 한단 말인가?’

       

       안토니오의 눈이 거세게 흔들렸다. 정말로, 정말로 신의 기적이 임하려는 것인가?

       

       

       ㅡ파지지직

       

       파지직ㅡ!

       

       

       빛의 구름은 점점 그 크기가 커지고 선명해졌다. 

       

       이윽고, 임계점에 달한 듯 거세게 흔들리더니ㅡ

       

       

       화아아악ㅡ!

       

       

       거대한 빛이 하늘에서 땅으로. 

       

       빛의 기둥이 하늘에서 땅으로 떨어졌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오타나 어색한 부분에 대한 지적은 늘 감사합니다!

    가끔 자신의 글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지고는 합니다. 분에 넘치는 관심과 사랑으로 신작 랭킹에 올랐지만, 다른 분들의 작품에 비하면 많이 부족한 글이니까요.

    그래도 열심히 노력하면서 쓰려고 합니다! 노력하고 발전하려고 하면, 어떻게든 되는 게 인생이니까요! 항상 노력하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내일은 휴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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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Install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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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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