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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1

       

       

       

       

       

       31화. 저주와 성지 ( 5 )

       

       

       

       

       

       “천사님들!”

       

       

       안토니오와 데모닉이 말릴 틈도 없이 열리는 문 틈 사이로, 술집 내부의 풍경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했다.

       

       

       ㅡ부웅

       콰작ㅡ!

       

       ㅡ슈웅

       퍼억ㅡ!

       

       

       술집을 가로지르며 여기저기 날아다니는 의자와 술잔이 요란하게 박살 나는 소리.

       

       

       – “너 내가 맥주 더 가져오라고 했지!”

       

       – “아니꼬우면 한 판 붙을까? 어?!”

       

       – “오냐, 오늘 한번 끝을 보자!”

       

       

       테이블 위에 올라가서 서로 드잡이질을 하는 술꾼들. 루엘의 동공이 거칠게 떨리기 시작했다. 동공의 빛이 점차 사라지며 거무튀튀해지기 시작한다.

       

       

       “처,천사…님?”

       

       – “댁은 뉘쇼?”

       

       

       키가 얼마나 작은지 루엘도 내려다 볼 수 있는 존재가 한 손에 맥주잔을 들고 다가왔다. 그걸 본 루엘의 동공이 한층 더 탁해졌다.

       

       

       – “여기까지는 어떻게 온 거요?”

       

       

       온 몸에 땀과 돌가루가 묻어 있었고, 맥주잔을 잡지 않은 손은 굳은살이 두껍게 박혀 있었다. 맥주 거품이 묻은 수염은 입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풍성하고 억셌으며, 팔과 다리에는 군살하나 없는 근육이 돌처럼 단단하게 박혀 있었다.

       

       안토니오와 데모닉은 키 작은 존재를 보며 생각했다. 저 존재가 뭔지는 몰라도, 루엘이 바라던 천사의 모습은 아닐 것이다.

       

       

       ‘…가엾은 루엘 사제.’

       

       

       안토니오는 충격에 바들바들 떨고 있는 루엘을 자기 등 뒤로 스윽 숨기며 앞으로 나섰다. 루엘의 눈은 진흙처럼 탁해져 있었다.

       

       

       “신의 은총이 있기를. 반갑습니다. 저는 안토니오라고 합니다. 이쪽은 데모닉, 제 뒤에 있는 아가씨는 루엘이라고 합니다.”

       

       – “오, 그렇구만! 반갑소! 나는 우리 드워프 형제 중 둘째인 세듀스 팔락이오!”

       

       

       자신을 드워프라고 밝힌 존재가 반갑게 인사했다. 외지인에 대한 경계는 보이지 않았다. 그때, 드워프라는 말을 듣자 루엘이 앞으로 폴짝 나섰다.

       

       

       “저기! 드워프라고 하셨죠?”

       

       – “그래, 우린 드워프 형제지.”

       

       “그러엄… 그으, 천사분들은 어디에 계신가요?”

       

       

       루엘이 몸을 비비꼬며 세듀스에게 물었다. 드워프와 천사가 별개라는 생각한 것일까? 진창처럼 탁해졌던 동공에 다시금 빛이 반짝였다.

       

       

       – “음? 천사…? 그게 뭐지?”

       

       “그 막 등에 날개도 달려 있구요, 머리에서는 빛이 나는 고리도 있는 분들인데!! 혹시 어디 계신지 아세요?”

       

       – “허어… 등에 날개? 글쎄 난 잘 모르겠는걸? 기다려 봐, 우리 형님은 알 수도 있어.”

       

       

       세듀스 팔락은 들고 있던 맥주를 꿀꺽꿀꺽 마시고는 술집의 안쪽으로 휘익ㅡ! 하고 술잔을 던졌다.

       

       

       빠악ㅡ!

       

       

       경쾌한 타격음. 깔끔한 궤적을 그린 술잔이 한 드워프의 뒤통수를 후렸다.

       

       

       – “이런 씨, 어떤 새끼야!”

       

       – “나요. 형님, 이리 좀 와보쇼. 손님들이 찾는 게 있다는 데?”

       

       – “손님?”

       

       

       저 안쪽에서 드워프 하나가 휘적휘적거리며 일행에게 다가왔다. 가까이 다가온 드워프는 놀랍게도 세듀스 팔락과 매우 닮아 있었다. 쌍둥이 수준이 아니라 거울처럼 똑 닮은 모습.

       

       

       – “이쪽은 우리 첫째 형님, 오푸스 팔락이요. 형님, 이쪽은 안토니오, 데모닉, 루엘. 그으… 천사? 라는 걸 찾는다던데.”

       

       – “뭐? 뭘 찾아? 천사?”

       

        

       오푸스 팔락은 팔짱을 끼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팔짱을 끼자 삼두근과 이두근이 울끈불끈 솟아오르고, 지렁이 같은 핏줄이 꿈틀거렸다. 루엘의 낯빛이 조금 안 좋아졌다.

       

       – “천사, 천사라… 아! 등에 날개 달린 그거 말인가?”

       

       “예, 맞아요! 역시! 천사분들은 여기에 계셨군요?”

       

       – “아니, 형님은 그걸 어떻게 알고 있는거요?”

       

       – “전에 신전 벽화에서 본 것 같은데 말이지…”

       

       

       고개를 갸웃거리던 오푸스 팔락의 말투에는 확신이 없었다. 언뜻 스쳐 지나가면 본 기억이라 확실하지 않은 모양. 

       

       그렇게 고민하던 오푸스 팔락이 안토니오에게 말했다.

       

       

       – “그런데 그쪽은 여기까지 어떻게 온 거요? 여긴 아무나 올 수 없는 곳인데.”

       

       “아, 저희는 여섯 번째 신의 부르심을 받아 문을 통해서 이 땅에 왔습니다.”

       

       – “아! 그렇구만! 나도 참 당연한 걸 물었군! 아하하ㅡ!”

       

       

       뭐가 그리 재밌는지 오푸스 팔락은 호탕하게 웃으며 맥주잔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그러고는 수염에 한가득 묻은 거품을 쓱쓱 문질러 닦았다.

       

       

       – “난 오푸스 팔락이요. 위대하신 분이 만든 첫 번째 종이자 일꾼이지. 여기 있는 드워프 형제들의 가장 큰 형님이기도하고.”

       

       “처,첫 번째 일꾼!”

       

       

       안토니오의 목소리가 잘게 떨렸다. 신이 직접 만든 첫 번째 일꾼이라니! 안토니오의 눈앞에 지금 신성의 증명이나 다름없는 것이 움직이고 있었다.

       

       

       “오,오오! 그렇군요… 실례지만 잠시…”

       

       

       안토니오의 손이 잘게 떨리면서 드워프의 근육을 여기저기 더듬었다. 심히 보기 불쾌한 장면에 루엘과 데모닉의 표정이 썩어들어갔다.

       

       

       – “뭐,뭐요?! 저리 가쇼!”

       

       “윽! 크흠, 흠! 실례했습니다. 첫 번째 일꾼이라고 하시니 저도 모르게 신앙심이 솟구쳐서 그만…”

       

       

       오푸스 팔락이 자기 근육을 더듬는 안토니오의 손길에 기겁해서 손을 쳐냈다. 씩씩거리는 오푸스 팔락 대신, 세듀스 팔락이 데모닉에게 말했다.

       

       

       – “그쪽 형씨, 검사요?”

       

       “그렇습니다. 그걸 어찌…”

       

       – “하! 내가 만든 검이 몇자루인데, 나 정도쯤 되면 손에 박힌 굳은살만 봐도 훤하지.”

       

       “굉장하군요.”

       

       

       데모닉이 가볍게 감탄사를 뱉었다. 얼마나 숙련된 대장장이길래 사람의 굳은살로 무기를 알아본단 말인가?

       

       문뜩 데모닉은 지상에 퍼진 신의 무기가 떠올랐다. 혹시, 그 무기들은 여기 있는 드워프들이 만드는 것일까?

       

       

       “세듀스님, 한 가지 여쭈어봐도 되겠습니까?”

       

       – “편하게 세듀스라고 부르쇼.”

       

       “아,예. 세듀스, 혹시 무기를 직접 만드시는 겁니까?”

       

       – “그럼! 우리 드워프 형제들은 모두 타고난 대장장이고, 광부거든!”

       

       

       세듀스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스스로의 실력에 대한 자부심과 확신이 있는 장인의 얼굴이 보였다.

       

       

       – “말 나온 김에 한번 보러 갈텐가?”

       

       “그래도 되겠습니까?”

       

       – “상관없겠지! 다른 사람도 아니고, 위대하신 분께서 직접 인도한 사람들에게 못 해줄 건 또 뭔가?”

       

       “그렇게 해주신다면 큰 영광입니다.”

       

       – “그럼 어서 가지! 아직 막내가 대장간에 있을 거야.”

       

       

       세듀스는 데모닉과 안토니오, 루엘을 이끌고 술집을 나섰다. 술집에서 나와 초원을 가로지르며 세듀스는 이러저런 이야기를 해줬다.

       

       

       – “우린 전부 위대하신 분이 만든 존재들이요. 빚어졌다고 할까? 아무튼 그분의 손길이 직접 닿았다는 거지.”

       

       “과연 그렇군요.”

       

       – “이 무쇠같은 팔과 다리 좀 보시오! 하루 종일 일해도 끄떡없고! 이 억센 수염은 광산의 먼지를 막아주지. 또 이 덩치 덕분에 광산의 굴을 드나들기 얼마나 편하다고!”

       

       “대단하십니다, 세듀스 팔락.”

       

       

       – “그럼! 특히 이 멋진 수염은 드워프들의 자랑이지.”

       

       

       세듀스는 연신 드워프의 멋짐에 대해 설명했다. 과연 듣고 보니 그들의 하나하나가 신의 일꾼이라 불릴 만했다.

       

       안토니오가 세듀스의 말을 열심히 듣다가 말했다.

       

       

       “세듀스. 그럼 당신의 이름은 신께서 직접 지어 주신 건가요?”

       

       – “그렇지! 형님이랑 나, 그리고 트리비우스 팔락까지 해서 이렇게 세 명은 위대하신 분께 직접 이름을 받은거요!”

       

       “오,오오! 신께서 직접 이름까지 지어 주시다니! 과연 대단하십니다!”

       

       – “뭐, 나머지 녀석들은 우리가 편한 대로 이름을 지어서 부르고 있긴 하지만. 위대하신 분께서 직접 이름을 지어 주신 건 나까지 해서 세 명이 전부요.”

       

       

       세듀스는 자부심이 깃든 얼굴로 으쓱거렸다.

       

       

       안토니오가 열성적으로 이것저것 물어보고 세듀스가 대답해주면서 걷자니, 어느새 대장간에 도착했다.

       

       

       ㅡ카강! ㅡ카강! ㅡ카강!

       

       

       대장간에서 흘러나오는 규칙적인 망치소리. 아직 거리가 조금 있는데도 무지막지한 열기가 일행을 덮쳤다.

       

       마지 용암이 넘실거리는 화산에 다가가는 듯한 느낌.

       

       

       “으윽…”

       

       

       루엘이 고통스러운지 얼굴을 잔뜩 찌푸렸다. 세듀스가 루엘을 보고 껄껄거리며 웃었다.

       

       

       – “하하ㅡ! 꼬마 아가씨한테는 조금 힘들겠는걸? 기다려봐.”

       

       

       세듀스가 허리춤에서 작은 단도를 꺼내 그의 수염을 스윽ㅡ하고 조금 잘라 냈다. 작은 손수건 정도의 수염을 잘라 낸 세듀스.

       

       

       잘라 낸 수염을 루엘에게 슥 내밀었다.

       

       

       – “꼬마 아가씨, 이걸로 코랑 입을 좀 덮어. 그럼 괜찮아질꺼야.”

       

       

       “아. 가,감사합니다아…”

       

       

       루엘이 우물쭈물 수염을 받아 얼굴 주변에 둘렀다. 마치 작은 수염이 자라난 듯한 루엘의 모습에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왜요? 왜 웃으시는 거예요?”

       

       

       영문을 모르는 루엘만 고개를 갸웃거렸다. 

       

       안토니오는 루엘을 흐뭇하게 바라보다 세듀스의 살짝 잘린 수염을 보며 말했다.

       

       

       “세듀스. 잘린 수염은 괜찮겠어요?”

       

       – “이 정도는 금방 자라니까 상관없지. 꼬마 아가씨가 힘들어하는 게 보기 안 좋기도하고.”

       

       

       ㅡ타캉! ㅡ타캉! ㅡ타캉!

       

       

       대장간에서 들리는 망치질의 리듬이 좀 더 빠르게 바뀌었다. 세듀스가 호들갑을 떨며 일행을 재촉했다.

       

       

       – “어이쿠! 거의 막바지인 모양이군. 어서 들어가지! 늦으면 볼 게 없다고.”

       

       

       세듀스가 일행을 데리고 대장간의 앞에 다가섰다. 

       

       

       ㅡ화악!

       

       

       대장간과 가까워지자 더욱 무지막지한 열기가 덮쳐왔다. 달궈진 공기에 숨도 못 쉴 지경. 데모닉은 재빨리 신성력으로 열기를 차단했다.

       

       

       ‘대사제님은?’

       

       

       힐끗 안토니오를 보자, 작은 손수건을 꺼내 코와 입을 막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보아하니 견딜 만한 모양.

       

       

       ㅡ타캉!ㅡ타캉!ㅡ타캉!

       

       

       저 멀리 보이는 거대한 불꽃 앞에서 한 드워프가 열심히 망치질을 하는 모습이 보였다.

       

       세듀스가 천천히 다가가며 말했다.

       

       

       – “잘 보쇼. 저게 바로 우리 드워프들의 존재 이유니깐.”

       

       

       그 말에 대답하듯, 높이 들어 올린 망치가 달궈진 금속을 힘차게 내리쳤다.

       

       

       ㅡ카캉!!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오타나 어색한 부분에 대한 지적은 늘 감사합니다!!!

    ㄴㅇ0ㅇㄱ!!!! 아닛!!! 이게 무슨 일입니까!!!

    – ‘꼬소한인절미’님!!! 10코인 후원!!!!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백승한_512’님!!! 100코인 후원!!!! 연참!!! 고것은 작가인 저도 무척 하고 싶지만…!!! 회사에 폰으로 몰래 적어가면서 하는 글쓰기는 하루 1편이 한계입니다…!!! 죄송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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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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