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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4

       

       

       

       

       

       34화. 전조 ( 2 )

       

       

       

       

       

       깊숙한 숲 저 너머에서 계속해서 들려오는 비명소리는 끊이지 않고 길게 이어졌다. 비명소리가 이어질수록, 성기사들의 분위는 무겁게 가라앉았다.

       

       프리가는 무거운 분위기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눈썹을 찌푸렸다.

       

       

       “그래서 뭐 어쩔꺼야? 저거 함정이라며, 들어갈꺼야?”

       

       

       단장이 묵직한 눈으로 숲을 바라봤다.

       

       

       “… 들어가야지요. 원래대로라면 성도에서 오는 원군을 기다리는 것이 옳겠지만…”

       

       

       프리가의 등에 메인 도끼를 힐끗 바라보는 단장. 프리가는 그 시선을 눈치채고 씩 웃었다.

       

       

       “공녀님도 계시니 충분히 해볼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음에 드네.”

       

       

       단장의 시선은 케니스를 향했다. 신성력도 봉인 당하고 이단들의 목표일 가능성이 높은 케니스는 자리를 지키는 것이 이상적이었다.

       

       케니스도 그걸 아는지 단장에게 말했다.

       

       

       “단장님, 아무래도 저는 짐이 될 가능성이 높을 것 같습니다. 저는 이곳에 남아있겠습니다.”

       

       “그래주겠나?”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는 케니스. 단장은 케니스의 어깨를 탁탁 두들겼다.

       

       

       “그래, 고맙다. 혹시 모르니 다른 성기사들을 조금 남겨두겠다. 문제가 발생하면 이 신호탄을 쏘아 올려라.”

       

       “케니스, 다녀올 테니까 무섭다고 울지 말라고.”

       

       

       케니스는 프리가의 짓궂은 표정을 보고 피식 웃었다. 어쩜 저렇게 한결같은 모습인지.

       

       

       “예, 공녀님. 공녀님도 무섭다고 울지 마세요.”

       

       “저게 진짜.”

       

       

       그 사이를 못 참고 투닥거리는 프리가와 케니스. 단장은 성기사들 중에서 마차를 지킬 인원을 추려냈다.

       

       

       “공녀님, 가시죠. 공녀님만 오시면 됩니다.”

       

       “좋아. 어서 가자고.”

       

       

       프리가는 기세등등하게 도끼를 들어올렸다. 시퍼런 날이 서늘하게 빛나며 그녀의 의지를 보여주는 듯했다.

       

       

       “다들 긴장을 늦추지 마라. 우린 적의 함정으로 들어가는 거다. 정신 바짝 차리도록!”

       

       “”예!””

       

       

       단장의 짧은 연설과 함께 성기사들은 천천히 숲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컴컴한 숲의 그림자 속으로 들어가는 성기사들.

       

       이윽고 새까만 어둠 속으로 사라지며 모습을 감췄다.

       

       그 모습은 마치 짐승의 아가리로 들어가는 것 같았으니, 케니스의 눈빛이 가늘게 떨려왔다.

       

       

       ‘… 무사하셔야 할 텐데.’

       

       

       케니스는 괜스레 불안한 마음에 손가락을 두들겼다. 

       

       

       

       —

       

       

       

       “더럽게 으스스하구먼.”

       

       

       프리가는 한낮임에도 어둑어둑한 숲을 헤치며 투덜거렸다. 그 말처럼 빽빽하게 자란 나무들이 햇빛을 가렸고, 빛이 들어오지 않는 숲은 으슥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단장은 익숙하게 칼로 나뭇잎을 쳐가며 앞으로 나아갔다.

       

       

       “있잖아 단장. 궁금한 게 있는데 말이야.”

       

       “예 공녀님.”

       

       “이단 녀석들은 뭐가 좋아서 그렇게 악마들 똥꼬를 빨아주는 거야?”

       

       “하하, 똥꼬를 빨다니. 저속하지만 참 괜찮은 말이군요. 이단들에게 딱 어울리는 말입니다.”

       

       

       프리가의 과격한 표현에 성기사들 사이에서도 공기 빠지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글쎄요… 인간을 포기한 녀석들의 생각을 누가 알겠습니까.”

       

       

       단장은 연신 나뭇가지를 쳐내며 말했다.

       

       

       “그래도 이유는 대체로 비슷하더군요. 영생, 불사, 금지된 지식에 대한 욕망… 대체로 탐해서는 안될 것들을 탐하는 녀석들입니다.”

       

       “영생? 그게 가능한 거야?”

       

       “당연히 불가능합니다.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은 언젠가는 사라지는 것이 이치니까요.”

       

       

       하지만ㅡ

       

       

       “규칙의 틈을 파고드는 것들은 어디에나 있기 마련입니다. 리치가 그런 녀석들이죠.”

       

       “그 해골들?”

       

       “예, 공녀님 표현대로면 악마들 똥꾸멍을 제일 열심히 빤 녀석들입니다.”

       

       

       그 말을 끝으로 더 이상 대화는 오가지 않았다. 할 수 없었다.

       

       

       바그작ㅡ

       

       

       풀 위에 내려앉은 살얼음이 밟히며 가벼운 소리를 냈다. 얼어붙은 풀이 밟혔다.

       

       겨울이 아님에도, 하얀 입김이 뿜어져나왔다.

        

       

       후욱ㅡ

       

       

       숲을 지나고 있음에도 설원에 있는 듯한 추위가 일행을 덮쳐온다.

       

       바깥과는 단절된 공간이 숲 안을 채우고 있었다.

       

       

       “이게 뭔…”

       

       

       프리가는 갑작스러운 추위에 오소소 일어난 팔뚝을 쓰다듬었다. 여기저기 나뭇가지에 눈이 쌓여있는 모습.

       

       단장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 은빛 황혼단…”

       

       “은빛 황혼단? 뭐하는 녀석들이야?”

       

       “미치광이들입니다. 자기들이 섬기는 악마를 지상에 강림시켜서 온 세상을 얼리겠다는 놈들이죠.”

       

       “미친놈들이네.”

       

       

       단장은 숲에 강림한 한겨울의 풍경을 돌아보며 긴장한 낯빛을 감추지 못했다.

       

       

       “여지껏 그 녀석들과 몇 번 싸운적이 있습니다만… 이 정도로 심하게 주변을 얼린 경우는 없었습니다.”

       

       “… 그게 무슨 뜻인데?”

       

       “아마도 녀석들이 악마의 일부분이라도 강림시킨 것 같습니다.”

       

       “미친.”

       

       

       프리가의 입에서 거친 말이 튀어나왔다. 지상에 강림한 악마라고? 아무것도 모르는 프리가가 듣기에도 돌아가는 상황이 심상치 않았다.

       

       

       “악마라면 여기 있는 인원으로 싸울 수 있어?”

       

       “아마 악마의 본체가 넘어온 건 아닐 껍니다. 본체가 넘어왔다면… 저희가 이렇게 이야기도 할 수 없었을 테죠.” 

       

       “그 정도야?”

       

       “예, 이렇게 주변을 얼리는 정도면…아마 기껏 해봐야 손가락 하나 혹은 눈알 하나. 아주 일부분만 넘어온 것 같습니다.”

       

       “뭐야 그러면ㅡ”

       

       

       단장이 프리가를 바라봤다. 정확히는 그녀가 들고있는 용 사냥꾼의 도끼를 바라봤다. 

       

       서리고룡을 격퇴한 그녀의 도끼라면, 승산이 있었다.

       

       

       “아마도… 아마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정말 안 가봐도 괜찮겠는가?”

       

       “…”

       

       

       안토니오는 성도를 나서는 성기사들을 보며 말했다. 뒤에 서 있는 데모닉에게서는 아무런 대답도 나오지 않았다.

       

       말없이 품의 은단도를 만지작거리며 상념에 잠겨있는 데모닉. 안토니오도 대답을 바라지 않았는지, 태연하게 말을 이었다.

       

       

       “케니스가 저주에 걸렸다는 소식에 그렇게 호들갑을 떨더니, 이제와서는 태연한 척이라니. 재밌구먼.”

       

       

       데모닉은 애써 못 들은척하며 대꾸했다. 

       

       

       “대사제님께서 직접 가지 않아도 괜찮으시겠습니까?”

       

       

       너무나 노골적인 화제 돌리기. 무뚝뚝한 인간이 이렇게 인간적으로 반응한 게 얼마 만인가?

       

       안토니오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다 늙은 사람이 가봐야 무엇하겠나? 나보다는 자네나 루엘 사제가 좀 더 도움이 되겠지.”

       

       “… 의외입니다. 신께서 직접 사도를 도우라 사명을 주셨으니, 직접 갈 것이라 생각했는데.”

       

       “사람들은 다 각자 쓰임새가 있는 법. 내가 축복을 받은 것처럼, 모두에게는 마땅한 쓰임처가 있기 마련이지.”

       

       

       손등에 새겨진 세 개의 신성한 문자를 쓰다듬는 안토니오. 아직도 눈을 감으면 성지에서의 기억이 생생한 듯, 가늘게 눈가가 떨린다.

       

       당신의 사도가 어려움에 부닥쳤을 때 자신의 지혜가 빛을 발할 것이라 말씀하셨다. 과연 그때가 언제란 말인가?

       

       

       ㅡ화아악

       

       

       손등에 새겨진 문자 중 한 개가 눈부신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안토니오의 의문에 답하기라도 하는 듯, 풍경들이 머릿속을 빠르게 스쳐 지나간다.

       

       

       “으윽!”

       

       

       단편적인 순간들이 빠르게 지나쳐간다. 

       

       케니스. 악마. 푸른 불꽃과 얼음…. 뿔.

       

       

       “흐ㅡ읍!”

       

       

       가쁜 숨을 내쉬는 안토니오. 식은 땀이 비오듯 흘러내린다. 온 몸에 힘이 빠져 앞으로 넘어지는 것을 데모닉이 재빨리 받아냈다.

       

       

       “대사제님!”

       

       “후윽ㅡ 흐읍ㅡ”

       

       

       연신 거친 숨을 내쉰 안토니오는 한참이 되서야 진정이 되었다. 창백해진 낯빛에 데모닉이 걱정스럽게 말했다.

       

       

       “대사제님, 괜찮으십니까? 이게 무슨…”

       

       “… 계시…”

       

       “예?”

       

       “계시를 받았네. 신께서 나에게 계시를 주셨어.”

       

       

       안토니오는 자신의 손등을 내려다봤다. 세 개의 문자 중, 한 개가 사라졌다. 신께서 주신 축복이 가까운 미래에 일어날 위험을 보여줬다.

       

       

       “케니스가… 그녀가 위험하네…”

       

       “대사제님,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케니스가 위험하다뇨!”

       

       

       데모닉의 손이 안토니오의 어깨를 강하게 붙잡았다. 앙상한 어깨를 파고드는 거친 손가락.

       

       안토니오가 고통스러운 신음을 흘렸다.

       

       

       “으윽… 잠깐 이거 놓고 말하게!”

       

       “아…! 죄, 죄송합니다 대사제님.”

       

       

       자신의 실수를 깨달은 데모닉이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이 이런 실수를 하다니.

       

       데모닉은 고개를 깊숙이 숙였다. 명백한 무례에 대한 사죄.

       

       다행히 안토니오는 그에게 별다른 책임을 묻지 않았다. 정확히는, 그럴 겨를이 없었다.

       

       

       “됐어, 다음에 이야기하지. 그보다 데모닉. 어서 성기사들을 이끌고 케니스에게 가야하네.”

       

       “대사제님 그게 무슨…”

       

       “악마가… 악마가 케니스의 영혼을 노리고 있어. 최대한 빨리 가게.”

       

       “그런…!”

       

       

       꽈악ㅡ

       

       

       데모닉은 저도 모르게 주먹을 움켜쥐었다.

       

       

       “어디로 가야합니까.”

       

       “앞서간 성기사들과 같은 장소로 가게. 대로… 아니 그 근처의 숲으로 가게.”

       

       “알겠습니다.”

       

       

       데모닉은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달려가는 데모닉의 뒤로 안토니오가 외쳤다.

       

       

       “루엘 사제도 데려가게!”

       

       “알겠습니다!”

       

       

       빠르게 작아져가는 데모닉의 뒤를 안토니오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봤다.

       

       

       “… 부디 전과 같은 일이 없어야 할 텐데.”

       

       

       데모닉은 정신없이 달렸다. 그 스스로도 어떻게 성문 밖까지 달려 나왔는지 기억에 없을 정도로.

       

       그저 가야한다는 생각으로 머리가 가득했다.

       

       달릴 때마다 찰랑거리는 작은 로켓 브로치가 쇠사슬처럼 목을 조여오는 것이 느껴진다. 

       

       아직도 그녀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듯했다. 자신의 잘못이요, 업이었다.

       

       

       데모닉은 이 모든 것을 견디고, 스스로를 묶어가며 달렸다.

       

       이번에는 늦지 않기를 바라며.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각해서 죄송합니다…

    ㄴㅇ0ㅇㄱ!!! 아닛!!! 이게 무슨 일입니까!!!

    – ‘해방’님!!! 20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연참…!!! 말라비틀어진 작가를 쥐어짜도 아무것도 나오지 않아욧…!!!

    – ‘영고핫산’님!!! 10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작가쿤… 간바리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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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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