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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6

       

       

       

       

       

       36화. 낡은 단검 ( 2 )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수많은 우연을 마주친다. 출근길 버스에서 어색한 사이의 대리를 만날 수도 있고, 쉬려고 사무실에서 나왔더니 팀장님과 마주칠 수도 있다.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찾아오는 뜻밖의 만남. 다른 말로는 운명이라고도 할 수 있을까? 

       

       

       “하…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

       

       

       너무 어이가 없어서 잠시 현실 도피를 했다. 내가 게임을 이것저것 많이 해봤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보스가 랜덤 인카운터로 나온다는 건 정말 처음 본다.

       

       아니 이게 방치형 게임이 아니라, 포켓몬스터였나? 

       

       머리에 부글부글 열이 끓어오른다. 이게 게임이야? 이딴게 게임이냐고!

       

       

       “진짜 어이가 없네…”

       

       

       보스가 랜덤 인카운트? 진짜 어떤 새끼 대가리에서 나온거지? 내 앞에 이걸 기획하고 통과시킨 개발자가 있다면 당장 머리를 부술 자신이 있다.

       

       그 어떤 게임이, 그것도 방치형 게임에서! 보스를!! 랜덤으로 나오게 한다고?

       

       

       “똥겜이 아니라, 좆망겜이였네 이거.”

       

       

       머리에 난 구멍이 서서히 메워지는 것이 느껴진다. 내가 그동안 대형무기 뽕에 취해서 현실을 직시하지 못했구나.

       

       이 게임을 당장 지우던가 해야지. 당장 게임을 끄고 바탕화면으로 나갔다.

       

       

       – ‘방치형 무기 만들기’ 앱을 삭제하시겠습니까?

       

       [취소] [확인]

       

       

       망설임없이 손가락을 움직인다. 난 더 이상 흑우가 되지 않겠어.

       

       

       ㅡ반짝

       

       

       “어?”

       

       

       삭제하려는 순간, 충전기에 꽂아뒀던 공기계가 반짝거렸다.

       …핸드폰이 반짝거렸다고? 

       

       

       ㅡ화아아악!

       

       

       눈부신 빛이 핸드폰에서 터져나왔다. 방 안을 가득 채우는 빛에 나도 모르게 팔로 눈을 가렸다.

       

       

       “우아아악!”

       

       

       새하얀 빛 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나를 끌어당기는 힘이 느껴졌다.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나를 잡아당기고 있다.

       

       

       

       “이, 이게 뭐야!”

       

       

       다리에 힘을 주며 저항해봤지만, 당기는 힘이 점차 강해지면서 속수무책으로 끌려갔다. 

       

       

       ㅡ풍덩!

       

       

       마치 물에 빠지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차가운 물의 감촉이 몸을 덮쳐온다. 

       

       

       “으읍!! 읍!!”

       

       

       시야가 온통 까맣다. 

       

       

       부그르르ㅡ

       

       

       물 속? 바다라고?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지?

       

       

       ‘내가 또 꿈을 꾸는 건가?’

       

       

       갑작스러운 상황에 사고가 따라가지 못한다. 내 방에서 게임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바다라고?

       

       

       “으읍!!”

       

       

       폐 속의 공기가 빠져나가며 산소를 갈구한다. 다급히 발을 놀려 위로 올라가려 했지만.

       

       

       ㅡ촤아악!

       

       “흐읍?!”

       

       

       저 아래쪽의 새까만 심연에서, 다시한번 무언가가 내 허리춤을 잡아챘다.

       그리고 심연을 향해 내 몸을 잡아당긴다.

       

       

       부그르르ㅡ!

       

       

       폐가 압박되면서 한 줌의 공기마저 빠져나간다. 몸이 빠르게 가라앉으면서 점차 시야가 흐려지는 것이 느껴진다. 감각이 흐려지면서 꿈결처럼 모든 것이 옅어진다.

       

       점차 희미해져가는 의식 속에서, 한 여인의 목소리가 아른거리며 들려온다.

       

       

       《미안해요… 정말 당신이 마지막 희망…》

       

       

       시발 뭐라는 거야.

       

       

       

       

       ***

       

       

       

       케니스도 사제도, 몰랐던 사실이 있다. 그녀의 영혼이 조금씩 악마에게 흘러들어간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그녀의 영혼이 빠져나간 빈 공간은 어떻게 되는가? 무언가 빠져나가서 빈 공간이 생겼다면, 어떤것으로든 그 공간이 채워지기 마련.

       

       케니스의 영혼이 악마에게 빠져나간만큼, 그녀의 몸에 조금씩 악마의 영혼이 스며들어왔다. 악마 본래의 격에 비하면 티끌만큼의, 한 올의 털과도 같은 양의 영혼이지만…

       

       

       “으음…”

       

       

       인간인 케니스가 감당하기에는 무거운 격의 차이. 작은 물컵에 떨어진 한 방울의 잉크처럼, 악마의 영혼이 케니스의 의식을 서서히 오염시켜갔다.

       

       평범한 인간의 영혼이라면 순식간에 타락했을 터지만…

       별의 축복을 받은 케니스의 영혼이기에 천천히 오염되는 수준에서 멈췄으리라.

       

       

       “으윽.”

       

       

       케니스는 프리가와 단장이 사라진 숲을 바라보다 마차에 잠시 기댔다. 지끈거리기 시작하는 머리… 머리에 심장이 생긴 것처럼 미친 듯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두통을 호소하는 케니스. 곁에 있던 성기사가 화들짝 놀라서 다가왔다.

       

       

       “케니스님! 왜 그러십니까?”

       

       “아으… 머리가. 머리가 좀 아프네요…”

       

       

       케니스는 한 손으로 두근거리는 머리를 붙잡았다. 심장 대신 뇌가 박동질하는 듯한 감각. 머리가 쪼개질 듯 아파온다.

       

       

       두근ㅡ 두근ㅡ

       

       “아으윽!”

       

       

       케니스는 머리를 부여잡고 고통스러운 신음을 토했다. 누군가 그녀의 머리를 갈라 뇌를 반죽하는 듯한 끔찍한 고통이 엄습했다.

       

       

       “케니스님!”

       

       “사제, 사제분을 모셔와!”

       

       “정신차리십쇼!”

       

       

       케니스는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툭 하고 정신이 끊어지는 것을 느꼈다. 물 속에 있는 것처럼 먹먹하게 들려오는 성기사들의 다급한 외침.

       케니스는 끈이 풀린 인형처럼 힘없이 바닥에 쓰러졌다.

       

       

       

       –

       

       

       

       의식이 점차 무의식의 깊은 곳으로 가라앉는다. 깊은 무의식속으로. 깊고 깊은 바다에 빠지듯, 한없이 의식이 가라앉는다.

       

       

       – “여기는…?”

       

       

       케니스는 스스로의 존재를 의식했다. 바닷속일까? 아니면 떨어지는 중인가? 손발을 휘젓자 먹먹하게 저항이 느껴진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이곳이 자신의 무의식임을 깨달았다. 본래대로라면 올 수 없는, 무의식의 깊은 영역.

       

       케니스가 무의식을 깨달음에도 몸은 끝없이 가라앉고 있었다. 강인한 힘이 그녀를 잡아당기는 것처럼, 계속해서 가라앉는다.

       

       

       – “바닥에 저건…”

       

       

       저 아래, 깊은 곳. 무의식의 바닥에 무언가 꿈틀거리고 있다.

       시커멓고, 커다란… 형체를 알 수 없는 것이 있다.

       케니스는 저 바닥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을 느꼈다. 순수하게 악으로 이루어진 끔찍한 존재.

       

       

       《생각보다 빨리 왔구나.》

       

       

       무수한 벌레들의 발소리가 사가각 스치는 듯한 소름 끼치는 감각이 등골을 쩌릿하게 울린다. 어둠 속에서 뱀처럼 가느다란 동공이 붉은빛으로 빛난다. 

       

       

       ㅡ촤하악!

       

       

       저 밑에서 거대한 물뱀의 형상으로 솟구친 어둠이 케니스를 마주 본다.

       

       

       – “이,이게 도대체…”

       

       

       

       이윽고 케니스는 자신조차도 몰랐던, 자신의 속에 있는 거대한 악을 마주한다.

       

       

       《저주받을 혈통의 아이야… 이렇게 보니 참으로 반갑구나.》

       

       

       새까맣고 거대한 뱀의 입에서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듣는 것만으로 사람의 정신을 유혹하고, 미혹하는 존재.

       

       케니스의 동공이 희미하게 풀렸다가 빠르게 돌아왔다.

       

       

       – “너는… 너는 뭔데 내 안에 있는거지? 도대체 원하는 게 뭐야!”

       

       《내 목소리를 듣고도 멀쩡하다니… 옅어졌어도 그 년의 후손이라는 건가? 재밌구나.》

       

       

       무엇이 그리 웃긴지, 키시시시하고 잘게 웃는 뱀. 이윽고 그 거대한 동공이 얇아지며 케니스를 바라봤다.

       

       

       《내가 뭘 원하냐고? 나는 네 영혼을 원한다.》

       

       – “영혼…? 영혼이라니. 네가 저주를 새긴 그 악마구나! 이 더러운 악마가!”

       

       《더러운 악마라는 말도 진부하구나. 다음에는 좀 더 재밌는 말을 생각해 봐라. 물론…》

       

       

       거대한 뱀이 점차 아가리를 벌리기 시작했다. 이 공간을 통째로 삼키겠다는 듯, 끝도 없이 벌어진다.

       

       

       《다음에 날 볼 수 있다면.》

       

       

       케니스를 향해 뱀이 거대한 입을 벌렸다. 목구멍 너머로 보이는 깊고 어두운 심연. 

       

       

       – “아,안돼!”

       

       ㅡ터억!

       

       

       케니스는 외마디 비명을 남기고 뱀의 주둥이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한입도 안되는 케니스를 삼킨 뱀은 즐거운 기색으로 입맛을 다셨다.

       

       

       《과연, 실로 달콤하기 그지없구나.》

       

       

       즐겁게 중얼거린 뱀은 이윽고 수면 위를 향해 헤엄쳐갔다.

       

       

       케니스의 무의식을 헤엄치며, 악마가 의식의 위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

       

       

       

       다그닥ㅡ! 다그닥ㅡ! 다그닥ㅡ!

       

       잘 닦인 대로를 따라 한 필의 말이 거침없이 달리고 있었다.

       뽀얀 흙먼지가 말의 뒤꽁무니를 따라 일어났고, 거센 바람이 말의 뒤를 밀어줬다.

       

       

       ‘더 빨리…! 더 빨리 가야한다!’

       

       “이랴! 더 빨리 가야된다! 어서!”

       

       ㅡ차악!

       

       

       데모닉은 타들어가는 마음에 연신 말을 재촉했다. 안토니오가 축복을 통해 내다본 가까운 미래, 케니스의 영혼을 노리는 악마가 있다.

       

       어쩌면 지금 이 순간, 악마가 케니스를 노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데모닉의 이빨이 뿌득ㅡ하고 살벌한 소리를 냈다.

       

       

       ‘두 번은… 두 번은 당하지 않으리.’

       

       

       찰랑거리는 로켓 브로치의 무게를 느끼며, 데모닉은 연신 채찍을 휘둘렀다.

       

       속으로 제발 늦지 않기를 연신 기도했다.

       

       

       “케니스…”

       

       

       데모닉의 뒤에 올라탄 루엘은 데모닉의 허리를 꼭 잡고 있었다. 등에 매인 ‘샛별의 지팡이’에서 옅은 빛이 흘러나오며, 앞을 향해 뻗어 나갔다.

       

       마치 길을 안내해주는 샛별과도 같은 모습. 데모닉과 루엘은 작은 샛별의 인도를 따라 거침없이 대로를 달렸다.

       

       

       ㅡ푸르륵! ㅡ푸륵!

       

       

       그렇게 얼마나 달렸을까. 거침없이 달리던 말은 체력이 다해 길가에 쓰러졌다. 연신 거친 숨을 토해내는 말.

       

       

       “고마워요.”

       

       

       루엘은 굵은 땀을 흘리는 말에게 짧은 감사의 인사를 했다.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말은 그 역할을 다 했으니.

       

       

       “루엘 사제! 시간이 없다! 어서 가지!”

       

       “예? 흐에엑ㅡ!”

       

       

       데모닉은 그 짧은 시간도 아깝다는 듯, 루엘을 덜렁 들어 올렸다. 그리고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다.

       

       말보다는 느리지만, 팔라딘이 전력을 다한 달리기는 루엘의 정신을 뒤흔들었다.

       

       

       “우,우엑,으에엑ㅡ”

       

       

       정신없이 흔들리며 루엘은 고통스러운 단말마를 짧게 남겼다. 대로를 달리는 팔라딘과 한 소녀의 비명이 길게 이어졌다.

       

       그리고ㅡ

       

       

       ㅡ콰아아앙!

       

       

       저 멀리에서 거대한 얼음 기둥이 치솟아올랐다. 거대한 크기의 얼음들이 연신 허공을 향해 자라나며 그 몸집을 불렸다.

       

       

       “…젠장!”

       

       

       데모닉은 한층 더 속력을 가했다. 이번에는 루엘도 아무런 비명을 토하지 않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오타나 어색한 부분에 대한 지적은 늘 감사합니다!

    패치 사항이 있습니다!! EP 30. 저주와 성지 ( 4 ) 에 나오는 “최초의 성자” => “최초의 성녀”로 변경됩니다. 바보멍 청이 작가의 실수입니다!!! 악!!!!!

    ㄴㅇ0ㅇㄱ!!! 아닛!!! 이게 무슨 일입니까!!!

    – ‘에어프라이’님!!! 50 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작가는 현재 말라 비틀어진 건오징어와 같은 상태… 너무 슬픈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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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Install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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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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