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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1

       

       

       

       

       

       41화. 작은 기적 ( 1 )

       

       

       

       

       

       심연의 바닥에서, 시커먼 뱀이 똬리를 틀고 있다. 그 안에 있는 새까만 어둠이 황금빛을 조금씩 조금씩 먹어 치운다.

       

       

       “아씨, 뭐 없나?”

       

       

       발을 동동 구르며 주변을 살폈다. 내 힘으로 단단하게 똬리를 틀고 있는 저 뱀을 풀어낼 수는 없다. 그렇다면 뭔가, 다른 도구를 사용한다면…

       

       

       “하다못해 돌이라도 없나?”

       

       

       뭔 놈의 바다에 돌멩이 하나 굴러다니지 않는 건지. 주변에는 온통 바닥의 흙과 물밖에 보이지 않는다.

       

       어쩔 줄 모르며 어영부영하는 사이에, 어둠이 황금빛을 거의 다 집어삼켰다.

       

       

       ㅡ쯔아아아악

       

       

       마치 괴수의 아가리가 벌어지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면, 기분 탓일까? 괜스레 등이 오싹해졌다. 

       어둠에 거의 파묻혀 버린 작은 황금 별빛이, 꺼지기 직전의 불씨처럼 힘없이 명멸한다.

       

       

       ㅡ츠팟

       

       

       금방이라도 꺼질 것처럼 가늘게 빛을 깜빡인다. 꺼져가는 불빛에 내 가슴도 같이 타들어 간다. 아니, 진짜 뭐 없나? 이렇게 보고 있어야 돼?

       

       

       ㅡ짜작

       

       “어?”

       

       뱀 쪽에서…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황급히 소리가 난 방향을 확인한다. 설마?

       

       

       “이건…”

       

       

       까만 뱀의 몸통 한가운데에 크게 금이 갔다. 마치 무언가로 찌른 듯, 긴 자상의 흉터가 생겨났다. 도대체 왜? 아니, 지금은 이유가 중요한 게 아니다.

       

       이 상처를 중심으로 뱀의 몸통이 크게 갈라져 있다. 재빨리 손을 넣어서 상처를 더 크게 벌리기 시작한다.

       

       

       “흐읍! 끄흐읍!!”

       

       

       말 그대로 젖 먹던 힘까지 쥐어 짜냈다. 저 황금빛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따뜻하고 기분 좋은 빛이다. 기분 나쁜 어둠에 먹혀서 사라지게 둘 수는 없지.

       

       열심히 상처의 틈을 헤집으며 그 틈을 넓게 벌렸다. 뱀의 몸통이 쩌그적ㅡ하는 소리를 내며 점차 금이 가고, 부서지기 시작한다.

       

       

       “조, 좋아! 조금만 더!!”

       

       

       끄응ㅡ하며 좀 더 강하게 뱀의 몸통을 잡아당긴다.

       

       

       《크아, 크아아아악!!! 끄하아아아아악!!!》

       

       

       기분 탓인지, 뱀의 주둥이가 있을 방향에서 기분 나쁜 비명이 들려온다. 어두컴컴한 심해에 오래 있다 보니, 정신이 쇠약해졌나보다. 아랑곳하지 않고 묵묵히 뱀의 상처를 벌리고 찢었다.

       

       

       ㅡ콰지지직!

       

       

       크게 벌어진 상처가 뱀의 몸통을 뒤덮고, 단단한 껍질이 부서지는 소리가 울렸다. 마치 곤충의 껍질이 부서지듯, 천천히 가루가 되어 뱀의 몸통이 흩날린다.

       

       

       “후, 후우ㅡ 후으… 된 건가?”

       

       

       괜스레 땀을 닦는 시늉을 해 본다. 정말 아슬아슬했다. 마지막에 이유 모를 상처가 생기지 않았다면… 저 작은 황금 별빛은 어둠에게 먹히고 말았겠지.

       

       

       “아! 별빛!”

       

       

       서둘러 황금 별빛을 확인한다. 내가 뭐 때문에 이 고생을 했는데, 무사하겠지? 심장이 두근두근거린다.

       

       

       “아…”

       

       

       너무 늦었던 걸까? 어둠에 너무 오랫동안 갇혔었나? 처음의 그 눈부신 모습은 사라지고, 금방이라도 꺼질 것처럼 힘없이 깜빡거렸다.

       

       꺼지기 직전의 불씨처럼 작고 여리게 흔들리는 불빛.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가슴이 아려왔다.

       

       

       “… 불쌍한 녀석.”

       

       

       알 수 없는 슬픔과 아릿함이 가슴속을 채워온다. 도대체 왜 내가 이렇게나 슬퍼하는 걸까? 이 작은 불빛이 뭐길래 나를 이렇게나 슬프게 만들지?

       

       

       “… 모르겠네.”

       

       

       하지만 무언가를 안타깝게 여기고 가엾게 여기는 데 꼭 이유가 필요한 건 아니지 않은가. 나는 희미하게 깜빡이는 불빛을 향해 천천히 손을 뻗었다.

       

       

       ㅡ츠,츠츠…

       

       

       어느새 빛나는 시간보다 그 불빛이 꺼진 시간이 더 길어지기 시작했다. 나는 조심스럽게 별빛을 손안에 가뒀다. 마치 반딧불이를 손에 품은 아이처럼, 깨지기 쉬운 보물을 다루듯이 천천히 별빛을 끌어안는다.

       

       이렇게 한다고 뭐가 달라질까?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내 작은 온기라도 이 별빛에게 나눠준다면.

       

       조금이라도 이 별빛에게 힘이 되지 않을까?

       

       

       “힘을 내.”

       

       

       별빛을 가슴에 끌어안으며 속삭였다. 하얀 별빛이 내게 알려 준 이 별의 이름을 나지막하게 말해 본다.

       

       

       “힘을 내, 케니스”

       

       

       별빛을 끌어안고, 작은 기적을 바라본다.

       

       이 별이 다시금 반짝일 수 있기를.

       

       

       

       

       

       ***

       

       

       

       

       

       케니스는 끔찍한 악몽을 꾸었다. 강력한 악마가 그녀의 몸을 빼앗고, 성기사들과 프리가, 그리고 팔라딘까지 죽이려는 꿈이었다. 

       

       다행히 마지막에 팔라딘께서 악마가 깃든 자신을 막아줬지만… 참으로 기괴한 악몽이였다.

       

       

       ‘하, 하하… 나도 참 어처구니없는 꿈을…’

       

       

       케니스는 눈을 뜨려고 애썼다. 눈을 떴다. 아니, 아직 뜨지 않았나? 눈을 떴음에도 사방이 어둠으로 가득했다. 

       

       

       “아, 아…?”

       

       

       케니스의 입에서 바람 빠지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도대체 여긴…? 내가 아직도 악몽을 꾸고 있는 걸까?

       

       

       ㅡ끄흑 ㅡ끄흐읍

       

       

       저 멀리 어둠 속에서 누군가가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온다. 무엇이 그리 슬픈지 구슬프게 울고 있다. 케니스는 어둠에 가려 보이지 않는 다리를 천천히 움직여 울음소리를 향했다.

       

       

       “저, 저기. 괜찮…으세요?”

       

       

       가까워진 울음소리를 향해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그러자, 흐느끼던 울음이… 뚝 하고 끊겼다.

       

       

       ㅡ즈즉 ㅡ즈즈즉

       

       

       가죽 주머니를 질질 끄는 소리가 그녀를 향해 다가온다. 무언가가 두꺼운 어둠을 뚫고 그녀를 향해 기어 오고있다. 케니스의 눈에 두려움이 가득 찼다.

       

       

       “뭐, 뭐야! 악마냐? 이단? 어떤 녀석이야!”

       

       

       두려움을 숨기려 크게 소리 질러 본다. 허나 그 속에서 공포감은 뚜렷하게 드러났다. 

       

       

       ㅡ키킥 ㅡ키키킥

       

       

       사방에서 어둠을 뚫고 기분 나쁜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알 수 없는 것이 계속해서 바닥을 기어오며 케니스에게 가까워져간다.

       

       

       “흑, 흐윽…! 저, 저리 가란 말이야!”

       

       

       케니스는 두려움에 그만 눈을 감아버리고 말았다. 검이라도 있었더라면, 하다못해 작은 날붙이라도 있었다면…

       

       

       ㅡ착 ㅡ착

       

       

       차갑고 축축한 손바닥이 그녀의 다리를 붙잡았다. 천천히… 천천히 케니스의 몸을 붙잡고 기어오른다. 소름 끼치는 감각이 등골을 타고 오른다. 케니스의 몸이 사시나무 떨듯 떨렸다.

       

       

       《네가… 네가 우리를 죽였어 케니스.》

       

       

       귓가에서 프리가의 목소리가 속삭였다. 목에서 피가 끓어올라 거칠게 갈라진 목소리. 케니스는 심장이 쿵 하고 멎는 듯했다.

       

       

       “아, 아냐… 내가, 내가 아니야…! 악마, 악마가 그랬어!”

       

       《아니야, 네가 우리를 죽인 거야. 네가 우리를 죽였어.》

       

       《네가 죽였어… 케니스, 네가 죽인 거야.》

       

       《너 때문이야!! 전부 너 때문에 죽었어!!》

       

       “아냐…. 아니야!!”

       

       

       사방에서 케니스를 탓하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모두가 케니스를 탓하고 있다. 그녀의 무능력함을 질타하고 소리 지른다.

       아아, 이 끔찍한 악몽에서 깨어날 수 있다면…

       

       

       “여, 여섯 신이여. 여, 여영원한 빛으로 나, 나를 보ㅡ흐읍! 보우하소서…”

       

       

       미친 듯이 기도문을 외우며 귀를 막았다. 귀를 틀어막아도 그녀를 향한 원망과 절규는 계속해서 들려왔다.

       

       ㅡ착 ㅡ차악

       

       그녀의 몸에 달라붙는 손들이 하나둘씩 늘어났다. 다리에서 허리로. 허리에서 어깨로. 어깨에서 얼굴로.

       

       조금씩 조금씩. 피투성이의 손들이 겹쳐가며 케니스의 몸을 붙잡았다. 개미지옥에 빠진 개미가 이럴까.

       

       

       “아, 으아…”

       

       

       차가운 손이 입을 덮었다. 코를 덮었다. 점차 손이 타고오르며 얼굴을 덮어나간다. 이렇게… 이렇게 죽는걸까?

       

       작은 틈 사이로 케니스의 황금 눈동자가 거칠게 떨려온다. 마지막 남은 눈동자가 손바닥에 덮히려 할 때ㅡ

       

       

       ㅡ화아아악!

       

       

       “으, 아읏!”

       

       

       케니스를 덮은 무수한 손에서, 거대한 빛의 흉터가 생겨났다. 칼로 찌른 듯 날카롭게 생긴 상처에서, 어둠을 밝히는 빛이 뿜어져 나왔다.

       

       

       《키이이익!》

       

       《끼에엑!!》

       

       

       귀곡성을 울리며 손이 사라져갔다. 케니스를 덮었던 수많은 손이 밝은 빛에 타들어 간다. 먼지처럼 바스러지는 손들.

       

       

       “으… 아윽.”

       

       

       손이 사라진 자리에 케니스는 쓰러져 있었다. 온몸에 손바닥 자국이 시커멓게 남았다. 케니스는 꺼지기 직전의 불씨처럼, 가느다란 숨을 내쉬었다.

       

       

       “흐, 으ㅡ”

       

       

       색색거리며 힘없는 숨소리. 너무 늦어 버린 걸까. 케니스의 눈동자에서 점차 빛이 꺼져갔다.

       

       

       ‘아, 아. 저 빛…은?’

       

       

       꺼져가는 케니스의 눈에 거대한 빛이 보였다. 화려한 환상처럼, 눈부시게 빛난다.

       

       너무나 거대해서 한눈에 보이지도 않는 빛. 거대한 빛의 거인이 케니스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위, 위대하신 분…’

       

       

       빛의 거인이 힘없이 쓰러져 있는 케니스를 조심스럽게 들어 올렸다. 가녀리고 연약한 보물을 다루는 듯, 그 손길은 부드럽고 따뜻했다.

       

       손도 몸도 얼굴도. 무수한 별들의 집합이였다. 너무나 많은 별들이 거인을 이루고 있어, 하나의 빛처럼 보였다.

       

       

       ‘여섯, 번째 신이시여…’

       

       

       힘없이 풀린 케니스의 동공에 서서히 빛이 깃들었다. 빛의 거인은 천천히 케니스를 품에 끌어안았다.

       

       자식을 끌어안는 부모처럼, 새끼를 지키는 어미새처럼. 따뜻하고 포근한 별빛이 케니스를 감싸 안았다.

       

       

       “아아, 위대하신 분… 자비로우신 분…!”

       

       

       케니스는 왈칵 눈물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거인의 품은, 너무나도 따뜻하고 다정했다. 

       

       아름답게 빛나는 별빛들이 케니스의 몸에 스며들었다. 오색의 별빛들이 그녀의 몸에 깃들 때마다, 까만 손자국들이 하나둘 사라졌다. 

       

       

       《힘을 내거라.》

       

       

       빛의 거인이 케니스를 바라보며 속삭였다. 거대한 울림이 공간을 뒤흔들었다. 별빛들이 빛나며 그녀를 축복했다.

       

       

       《힘을 내거라, 케니스.》

       

       

       ㅡ화아아악!

       

       

       그 말을 끝으로, 눈부신 빛이 케니스의 눈을 가렸다. 저도 모르게 눈을 꼭 감은 케니스. 이윽고 그녀의 귀에 거대한 물소리가 들려왔다.

       

       

       ㅡ콰르르륵!

       

       

       “으읍?!”

       

       

       차가운 물이 온몸을 덮쳤다. 당황할 틈도 없이 그녀의 몸은 빠르게 상승했다. 계속해서 물을 뚫고 그녀의 몸이 위로, 위로 올라갔다.

       

       그렇게 한참을 올라가다가, 눈을 떴을 때…

       

       

       “케니스!”

       

       

       그녀는 익숙한 얼굴들을 볼 수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오타나 어색한 부분에 대한 지적은 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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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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