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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2

       

       

       

       

       

       42화. 작은 기적 ( 2 )

       

       

       

       

       

       데모닉의 단검이 악마의 심장을 꿰뚫자, 단검에서 찬란한 빛이 흘러나왔다.

       

       

       《크아,으아아아아!!!》

       

       

       움브라의 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이윽고 단검에서 흘러나온 빛이 움브라를 칭칭 감싸 안았다. 마치 고치처럼, 작은 틈도 없이 칭칭 둘러싼다. 움브라의 비명은 고치에 감싸이며 점차 작아졌다.

       

       

       “…”

       

       

       데모닉은 그 모습을 보며 조용히 눈을 감았다. 이제 모든 것은 신의 뜻대로 될 것이니. 그는 그저 믿고 행함이였다.

       

       짧은 시간이 흐르고.

       

       

       ㅡ파직

       

       

       빛의 고치에서 얇은 껍질 깨지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이윽고 작은 균열은 그 크기를 넓혀가며 고치 전체를 덮었다.

       

       

       ㅡ파창

       

       

       산산조각이 나며 흩어지는 고치. 그 안에는 별빛이 가득했다. 그 별들의 한가운데에 눈을 감고 있는 케니스. 흩어진 별들이 하나둘 케니스의 몸에 깃들었다.

       

       이윽고 모든 별들이 케니스의 몸으로 스며들었다.

       

       

       “케니스!!”

       

       

       케니스가 눈을 뜨자 익숙한 얼굴들이 보였다. 거대한 도끼를 들고 있는 프리가와 데이비드 단장, 여러 명의 성기사들까지.

       

       제 코앞까지 다가온 데모닉의 얼굴도 보였다.

       

       

       “아…? 팔라딘님?”

       

       “그,래… 다행이…구나.”

       

       

       데모닉은 띄엄띄엄 말을 마치고는 케니스의 품에 쓰러졌다.

       

       

       “어,어어?”

       

       

       당황한 기색의 케니스, 이내 데모닉의 상태를 확인하고는 안색이 창백해졌다. 전신에 구멍이 뚫리고 피가 철철 흘러 바닥을 적셨다.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수준의 부상. 케니스가 비명을 지르듯 외쳤다.

       

       

       “팔라딘님!!”

       

       

       저 멀리서 여러 명의 사제들이 다급하게 뛰어왔다. 부상을 입은 성기사들을 돌보다가 다급하게 뛰어왔는지 옷에는 핏자국이 묻어 있었다. 

       사제가 쓰러진 데모닉을 눕히며 차분하게 상태를 살폈다.

       

       이내 탄식이 터져 나왔다.

       

       

       “… 맙소사”

       

       “진작에 쓰러졌어도 이상하지 않을 수준입니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몸으로 전투를…”

       

       

       심각해지는 사제들의 눈빛. 구멍이 뚫린 몸과 까맣게 썩은 하체, 더군다나 피를 한가득 흘려 안색이 점점 창백해지고 있다.

       

       사제들의 손이 바쁘게 움직였다. 구멍 난 상처에 신성력을 쏟아붓고, 썩어가는 살점을 잘랐다. 허나, 이미 깨진 그릇에서 흘러나온 물을 주워 담을 수는 없는 법.

       

       사제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데모닉의 몸에서는 조금씩 생기가 사라져갔다.

       

       

       “이, 이런.”

       

       “… 저희들이 부족한 탓입니다.”

       

       “여섯 신이시여, 부디 이 신실한 자에게 은총을…”

       

       

       사제들이 숙연한 표정으로 말했다. 사력을 다한 사제들의 얼굴에는 구슬땀이 흘렀다. 얼마나 신성력을 쏟아부었는지, 안색이 창백해진 사제도 있었다.

       

       바닥에 누워있는 데모닉의 호흡이 천천히 느려지기 시작했다. 케니스는 필사적으로 사제에게 매달렸다.

       

       

       “안 돼요 사제님, 안 돼요! 뭔가, 뭔가 방법이… 방법이 없을까요?”

       

       

       사제가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실상 데모닉의 몸은 죽은자의 그것과 다를 바 없었다.

       죽어 가는 육체를 움직인 것은 그의 의지. 굳은 의지 하나로, 제 몸을 움직이며 싸웠으리라.

       

       케니스의 눈에 커다란 눈물이 맺혔다. 점차 식어가는 데모닉의 온기.

       

       케니스는 힘없이 늘어진 데모닉의 손을 부여잡고 하염없이 울었다.

       

       

       ‘여섯 신이여, 팔라딘님께 부디 은총을…’

       

       

       차갑게 식어가는 손을 부여잡고 기도하였다. 인간이 가장 힘들고 절박한 순간, 찾게 되는 것은 항상 신이였으니.

       

       케니스는 신에게 기도하였다. 

       

       그리고 기적은 기도하는 이들의 것이었다. 

       

       

       ㅡ화아아아악!!

       

       

       데모닉의 손을 부여잡고 기도하는 케니스의 몸에서, 스며들었던 별빛이 터져 나왔다.

       

       한낮임에도 오색 찬란한 별빛들이 땅에 내려와 모든 이들을 축복했다. 하나하나 작은 빛들이 신음하고 고통받는 이들에게 내려앉았다.

       

       

       ㅡ샤아악

       

       “오, 오오…!! 시,신이시여!!”

       

       “으, 으윽. 악마, 악마는?”

       

       

       부상을 입은 성기사들이 하나둘씩 일어나기 시작했다. 사제들이 사력을 다해 죽음을 유예해 뒀던 이들이, 빛으로 다시금 일어선다.

       

       

       “미친…”

       

       

       프리가는 자신에게도 내려앉는 별빛을 바라봤다. 작지만 밝게 빛나는 별.

       

       

       ㅡ사아악

       

       

       물처럼 스며든 별빛을 따라, 몸에 있던 상처들이 서서히 아물어간다. 꽉 쥔 주먹을 따라 온몸에 힘이 넘친다. 멀쩡한 걸 넘어서 최상의 상태다.

       

       

       “케니스 너는…”

       

       

       도대체 어떤 운명을 타고난 녀석인걸까. 밝은 빛에 휘감겨 기도하는 케니스의 모습은, 마치 그림으로 그린 듯한 신성함이였다.

       

       

       “…”

       

       

       주변을 둘러보던 프리가의 눈이 낮게 가라앉았다. 별빛은 심각한 부상이라도, 숨이 붙어 있다면 그들을 다시금 일으켜 세웠다.

       

       하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늦은 자들에게는 별빛이 내려앉지 않았다. 신이라 해도 죽은 자들을 돌아오게 할 수는 없다는 걸까?

       

       

       ‘그때, 내가 조금 더 신을 믿었다면…’

       

       

       뭔가 달라졌을까? 프리가는 저도 모르게 떠오르는 생각을 휘휘 털어냈다. 과거의 미련에 발 묶여 질질 짜는 것은 이미 충분히 해봤다.

       

       

       ‘그러다 또 케니스한테 맞을라.’

       

       

       프리가는 여전히 빛에 둘러싸인 케니스를 바라봤다. 저 녀석은 어디까지 갈까? 신에게 사랑받는 케니스는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프리가는 앞으로의 케니스가 무척이나 궁금했다.

       

       

       ‘아무래도 신이라는 녀석은 케니스만 예뻐하나 봐.’

       

       

       프리가는 실없는 생각을 하며 피식 웃었다.

       

       

       

       

       

       —

       

       

       

       

       

       “으음…”

       

       

       죽은 듯이 누워 있던 데모닉의 몸은 서서히 시간을 돌려가기 시작했다. 썩었던 살점이 차오르고, 구멍 난 상처가 매워진다.

       

       케니스의 기도가 길어질수록, 데모닉의 몸은 빠르게 아물어갔다. 그와 반대로, 케니스의 안색은 점점 더 창백해졌다.

       

       

       “…으윽.”

       

       

       그녀에게서 나오는 빛이 점차 가늘어지기 시작한다. 데모닉의 얼굴에 혈색이 돌아왔을 때, 비로소 케니스는 기도하기를 멈췄다.

       

       

       “후ㅡ 후우ㅡ”

       

       

       케니스는 연신 식은땀을 흘리며 창백해진 낯빛으로 비틀거렸다. 

       

       저 멀리서 핑크빛 머리를 휘날리며 작은 여자아이가 뽈뽈뽈 달려왔다.

       

       

       “케,케니스으!!”

       

       “아, 루엘…”

       

       “괜찮, 괜찮은 거예요?! 몸은! 몸은 어때요?!”

       

       루엘이 허둥지둥 달려와 케니스의 몸을 여기저기 살폈다. 창백해진 얼굴을 보며 팔을 푸드덕 흔들었다.

       

       

       “세상에, 얼굴 좀 봐!!”

       

       “아하하… 루엘, 진짜 미안한데… 나 잠깐만 잘…께.”

       

       

       서서히 눈을 감은 케니스가 푹 하고 고개를 떨구며 쓰러졌다. 루엘의 입에서 새된 비명이 터졌다

       

       

       “꺄아아악!! 케니스으!!! 케니스!!! 눈 좀 떠봐요 케니스!!”

       

       

       쓰러진 케니스를 마구 흔들던 루엘은, 곁에 있던 사제들이 세 명이나 달려들어서 진정시켜야 했다.

       

       

       “아니, 이거 놔봐요!! 케니스가 쓰러졌다구요!! 나 좀 놔요!!”

       

       “윽! 루엘님, 잠깐!”

       

       “잠시 진정하시고!! 으악! 지팡이 조심해!!”

       

       “여기!! 여기 좀 도와줘!!”

       

       

       성난 고양이처럼 발버둥 치는 루엘은 네 명의 사제가 더 붙어서야 진압되었다.

       

       프리가는 그 촌극을 뒤로하고, 사제에게 다가 갔다.

       

       

       “이봐, 케니스는 괜찮은 거야?”

       

       “으음…”

       

       

       신중한 표정으로 케니스의 몸 곳곳을 살피던 사제의 얼굴이 밝아졌다.

       

       

       “네, 다행히도 멀쩡하십니다. 너무 지쳐서 기절하신 것 같습니다.”

       

       “후ㅡ 다행이네. 아, 이쪽에 그 데모닉이라는 사람은?”

       

       “팔라딘님도 천만다행으로 멀쩡하십니다. 참으로 신의 은총이 함께 하였습니다.”

       

       “그러게, 신의 은총… 정말 다행이야.”

       

       

       성호를 그으며 짧게 기도문을 중얼거리는 사제. 프리가는 쓰게 웃었다. 도대체 북부에서부터 지금까지, 말도 안되는 일을 몇 번이나 경험한 건지.

       

       

       “… 너랑 있으면 심심하지는 않겠어.”

       

       

       프리가는 누워 있는 케니스를 보며 중얼거렸다. 저 멀리서, 성도 키비타스의 지원군들이 달려오는 흙먼지가 뿌옇게 보였다.

       

       프리가는 그걸 보고는 헛웃음을 터뜨렸다.

       

       

       “하, 거참. 뒤지게도 빨리 오네.”

       

       

       

       

       

       

       

       

       

       ***

       

       

       

       

       

       ㅡ촤아아악!

       

       “우왓!”

       

       

       품에 있던 황금색 별이 눈부신 빛을 내뿜더니 저 위로 올라가 버렸다. 밝은 빛을 흘리며, 어두컴컴한 바다를 뚫고 계속해서 올라간다.

       

       

       “… 잘 된 건가?”

       

       

       잘 된 거겠지? 갈기갈기 찢은 검은 뱀은 어느새 바닷물에 흩어져서 녹아버렸고, 심해는 다시금 적막에 휩싸였다.

       

       고요한 침묵이 이 공간을 아늑하게 감싸 안는다.

       

       

       “후으ㅡ!”

       

       

       바닥에 털썩 드러누워서 쭈욱 기지개를 켠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좋게 끝난 것 같으니 다행이다.

       

       흔들흔들 물결이 기분 좋게 몸을 흔들었다. 이렇게 누워 있으니, 몽실몽실한 무언가가 자꾸 내 안으로 들어오는 기분이 들었는데, 썩 나쁘지 않았다.

       

       

       “하으~ 어우. 힘 좀 써서 그런가. 막 졸리네.”

       

       

       몰려오는 수마에 저항하지 않고, 천천히 눈을 감았다. 이렇게 자면, 이게 그 몽중몽이 되는 건가? 여기서 자다가 깨면 여전히 바닷속일까?

       

       의식과 무의식의 가운데쯤에서 잡다한 생각들이 난잡하게 올라왔다가 가라앉는다.

       

       

       “…”

       

       

       이윽고 의식이 점차 가라앉으며 현실이 흐릿해질 때, 한 여인의 목소리가 몽롱하게 들려온다.

       

       

       《감사합니다. 위대한 분이시여…》

       

       ㅡ부그르르릅!

       

       

       귓가에서 여인의 말과 거친 공기 방울 소리가 함께 들려온다. 이윽고 몸이 빠르게 상승하면서 하늘을 나는 감각이ㅡ

       

       

       “우악!!”

       

       ㅡ쾅!

       

       “아,아으 머리야.”

       

       

       혹이 솟아오른 머리를 부여잡으며 비틀비틀 일어선다. 익숙한 풍경, 내 방이다.

       

       

       “아, 또 잤나?”

       

       

       몽롱한 잠기운이 점차 가시면서 천천히 기억들이 떠오르는다. 어, 그러니까… 2스테이지 보스가 랜덤으로 등장했고…

       

       

       “아! 보스!”

       

       

       후다닥 핸드폰 화면을 확인한다. 보스전을 하다가 잤으니, 전멸했으리라 예상했다.

       

       

       “어?”

       

       

       내 예상과는 다르게, 2스테이지 클리어 문구가 떠 있었다. 뭐지…? 아니, 도대체 어떻게…?

       

       

       “조작도 안 했는데 깼다고?”

       

       

       왜? 아니 진짜 어떻게? 머리에 연신 물음표가 찍힌다. 뭐지 정말?

       

       

       “하ㅡ 됐다. 어차피 지울꺼. 고민해서 뭐 하냐.”

       

       

       손을 움직여 바탕화면으로 나갔다. 그리고 게임어플을 삭제하려고 했는데ㅡ

       

       

       “음…”

       

       

       방금 꾸었던 꿈이 머릿속을 스친다. 작은 황금 별빛, 케니스. 

       

       …내가 게임에 너무 과몰입하고 있나? 

       

       

       – ‘방치형 무기 만들기’ 앱을 삭제하시겠습니까?

       

             [취소]                                         [확인]

       

       

       잠시 고민에 빠진다. 손가락이 갈팡질팡하다가…

       

       [취소]를 눌렀다.

       

       

       “… 진짜 한 번만 더 이딴식이면 지워야지.”

       

       

       진짜진짜 마지막이라고 스스로 되뇌인다. 

       

       

       “에휴, 이게 개돼지가 아니고 뭐냐.”

       

       

       한숨을 푹 내쉬며 핸드폰을 베개에 던졌다. 풀썩ㅡ하고 침대에 누웠는데, 찔꺽하고 축축한 감촉이 등을 깜싼다.

       

       

       “아, 씨!! 뭐야 이거!”

       

       

       까만 오물 같은 무언가가 침대에 한가득 있었다. 냄새는 얼마나 심한지 코를 찔러온다. 이걸 왜 지금 알았지?

       

       

       “아 제발 좀!!”

       

       

       결국 매트리스를 새로 사야 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오타나 어색한 부분에 대한 지적은 늘 감사합니다!!!!

    ㄴㅇ0ㅇㄱ!!!! 아닛!!!! 이게 무슨 일입니까!!!!

    – ‘비틀바틀’님!!! 10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저의 미천한 작품을 제일 재밌게 봐주신다니!!! 감사할 다름입니다!!!! 악!!!! 싸랑합니다!!!!

    – ‘백승한_512’님!!!! 10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언제나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악!!!!! 싸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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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Install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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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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