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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3

       

       

       

       

       

       43화. 자고로 신앙이란 ( 1 )

       

       

       

       

       

       

       이상한 오물이 묻은 매트리스를 버리고, 새로운 매트리스를 구매했다.

       

       새 매트릭스를 24개월 할부로 사고 돌아오면서, 잔뜩 쪼들린 생활비 통장을 확인한다. 다음 월급까지 조금밖에 안 남았지만, 미리 계획해 둔 생활비에서 예상외의 지출이 생긴다는 것이 그리 즐거운 일은 아니다.

       

       

       “후ㅡ 이거 좀 아슬아슬한데.”

       

       

       월급의 절반을 적금으로 꼬라박는 선택을 한 과거의 내가 밉다.

       보고 있니, 과거의 나? 덕분에 이렇게나 쪼들려서 살고 있어.

       

       그래도 조금만 버티면 만기일이니까, 그날만을 바라보면서 하루하루 버티는 중이다.

       

       터덜터덜 걸어가면서 한숨을 푸욱ㅡ내쉰다.

       

       

       “에휴ㅡ”

       

       

       기분도 우울한데 속도 부글거리는 것이 영 안 좋다. 뭔가 뭉글거리는 게 속에 가득 차 있는 듯한 기분. 명치 즈음에서 뭔가 가득 차서 찰랑거리는 기분이 든다.

       

       

       “아, 어디서 돈이라도 안 떨어지나.”

       

       

       핸드폰을 보면서 중얼거렸다. 아무 생각 없이 뱉은 말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갑자기 돈이 떨어지다니, 하늘에서 음식이 떨어지는 영화도 아니고 그럴 리가ㅡ

       

       

       ㅡ툭!

       

       “…어?”

       

       

       … 하늘에서 돈이 떨어졌다. 노란빛이 선명한 종이. 5만 원짜리 지폐가 떨어진다.

       

       

       ㅡ투둑! 후두둑!

       

       “어어?”

       

       

       무수한 지폐다발이 하늘을 뒤덮으며 휘날린다. 하늘에서… 돈이 떨어지고 있다. 지나가던 차가 멈춰 서고, 행인들이 떨어진 돈을 따라 움직인다.

       

       

       “와ㅡ 이게 뭔 일이야?”

       

       

       나도 서둘러 돈을 줍기 시작했다. 이게 웬 떡이냐 싶은 생각을 하며 바쁘게 움직였다. 

       

       

       – “여러분, 저는 갈타멜이라고 합니다! 이 건물에 있는 은행에서 ㅡ…!!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부당한 ㅡ…!!!”

       

       

       문득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 한 빌딩을 올려다보았다. 땅딸막한 사내가 옥상에서 확성기를 들고 자기 억울함에 대해 외치고 있다.

       

       

       ㅡ펄럭!

       

       [OO은행의 부정 비리! 무고한 직원을 제물로ㅡ]

       

       

       단단히 준비했는지, 커다란 현수막이 옥상에서 떨어지며 빌딩의 한쪽 면을 덮었다. 뭔지는 몰라도 굉장히 억울한 모양인데.

       

       

       “빨리 돈이나 주워야지.”

       

       

       그건 잘 모르겠고, 돈이나 주웠다. 입꼬리가 귀에 걸려서 내려올 생각하지 않는다.

       

       

       “이야ㅡ이게 진짜 웬일이지?”

       

       

       싱글벙글 기분이 날아갈 듯하다. 꽁돈을 주워서 그런가, 더부룩하던 속도 싹 가라앉은 기분이다. 명치쯤에서 찰랑거리던 것이 시원하게 내려간 듯 속이 뻥 뚫렸다.

       

       

       “운이 좋군.”

       

       

       두툼해진 지갑이 이렇게나 든든할 수가 없다.

       

       

       

       

       

       ***

       

       

       

       

       

       성도 키비타스에서는 거대한 장례식이 만신전의 주도하에 준비 중이었다. 대악마와 싸우다가 신의 곁으로 간 성기사들을 기리는 의미였다.

       

       거리 곳곳에는 그들을 기리는 검은 깃발이 걸렸다. 성기사들의 숭고한 희생을 기리는 장례식에 앞서, 수많은 국가가 앞다투어 사람을 보내 왔다.

       

       명실상부 신앙의 성지인 키비타스와 관계를 맺을 절호의 기회, 이를 모르는 권력자는 아무도 없었다.

       

       

       “여기가 키비타스! 과연 그 이름 때문인지 공기부터 달라진 기분이구나.”

       

       “그러게 말입니다, 도련님. 저기 멀리 보이는 건물들과 성벽을 좀 보십시오!”

       

       “허, 저렇게 단아하고 화려한 모양새라니. 정말 굉장하구나.”

       

       

       대륙의 변두리에 있는 작은 왕국의 남작 가문, 서자 출신의 이스칼.

       그에게 이번 성도행은 절호의 기회였다. 위로 올라갈 수 있는 동아줄을 만들 기회.

       

       

       “참 운이 좋았다, 그렇지 않느냐?”

       

       

       천천히 걷는 말 위에 몸을 싣고, 뒤따라오는 그의 종자, 산쵸에게 말했다.

       

       

       “마침 키비타스 주변에 있을 때, 이런 일이 생기다니! 하늘께서 나를 도우시는 게 분명하다.”

       

       

       이스칼은 새벽에 자신의 숙소를 거칠게 두들긴 전령을 떠올렸다. 잠결에 왕의 칙명을 받는 그 경험이란!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아, 품 안의 칙명서를 괜스레 부스럭거리며 만졌다.

       

       

       “그러게 말입니다요. 운이 정말 좋았습니다. 저희 왕국에서 오면 3달이 넘게 걸렸을… 어? 도련님, 그 전령분은 어떻게 온 겁니까요?”

       

       “뭐, 전서구를 띄우던가 해서 왕국에서 이곳까지 오지 않았겠느냐? 그리고 우리 숙소까지 뛰어왔겠지.”

       

       “참 고생이겠네요.”

       

       “그렇지. 우리야 운이 좋아서 빨리 왔지만, 멀리 떨어져 있는 나라들은 항의가 만만치 않겠어.”

       

       

       뒤따라오며 연신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산쵸가 의아하게 말했다.

       

       

       “아니, 도련님. 그러면 좀 기다려 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요?”

       

       “이 미련한 녀석아. 성도가 괜히 성도냐? 애초에 손님 사정에 주인이 맞추는 것이 말이 되겠느냐?”

       

       

       이스칼은 머쓱한 듯 머리를 긁적이는 산쵸를 한심하게 쳐다봤다.

       

       

       “더군다나 성도는 그 위상이 지금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중이다. 더더욱 주변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지.”

       

       

       저 앞에 수많은 사람이 성도로 들어가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그 모습에 이스칼의 눈이 가늘어지며 앞을 향했다.

       

       

       “여섯 번째 신의 기적이 성도에 강림했다는 소문이 자자하고, 신이 임명했다는 용사까지 나타났다. 만신전은 지금 그 어느때보다 강력하게 세를 불리고 있지. 민심과 명분, 모두 만신전에 있다. 감히 그 누가 성도에 대항하겠느냐?”

       

       “용사라니… 그건 그냥 소문이 아니었습니까요?”

       

       “만신전에서 그런 헛소문을 내봐야 좋을 게 뭐가 있을까. 아마 전부 사실이겠지.”

       

       

       줄의 끝에 서며, 이스칼은 생각에 잠겼다. 변두리 왕국 출신에 별 볼 일 없는 남작 가문의 서자 출신. 하지만 이번 성도행에서 만신전의 사람들과 연을 만들 수 있다면…

       

       

       ‘내 반드시 촌구석 왕국을 벗어나, 드넓은 세상에 나의 이름을 널리 알릴 것이다!’

       

       

       이스칼에게서는 젊은이 특유의 패기와 공명심이 흘러 넘쳤다. 뜨겁게 불타오르는 이스칼의 눈을 보며, 산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

       

       

       

       

       

       지루한 기다림은 계속되었다. 앞의 사람들은 천천히 줄어들었고, 뒤로 늘어선 사람들은 계속해서 늘어났다. 이스칼은 산쵸가 먹던 주전부리를 뺏어서 하나씩 먹기 시작했다.

       

       

       ㅡ오도독 ㅡ오도독

       

       

       “산쵸, 이거 참 맛있구나. 어디서 구한 거지?”

       

       “아, 그 열매는… 길에서 주웠는뎁쇼.”

       

       “욱, 퉷! 이놈이 주인한테 길에서 주운 거를 줘?”

       

       “아이고, 도련님! 장난입니다요, 장난! 저희가 알고 지낸 시간이 몇 년인데!! 악!! 아픕니다요!! 애초에 도련님이 뺏어간 건데!!”

       

       “시끄러워 이놈아!”

       

       

       산쵸의 때아닌 장난에 옥신각신하는 사이에도, 줄은 천천히 줄어들었다. 어느새 성문이 보일 정도로 가까워진 이스칼. 

       

       

       – “내가———느그들———!!!”

       

       

       산쵸와 투닥거리던 이스칼은 저 앞에서 들리는 소란에 귀를 쫑긋했다.

       

       

       “쉿, 잠깐 멈춰 봐라 산쵸야.”

       

       “아니, 도련님이 먼저 뺏어가셨으면서ㅡ”

       

       “쉿!”

       

       

       입이 댓발 튀어나온 산쵸가 뒤에서 뭐라 궁시렁거렸지만, 이스칼은 저 앞을 향해 눈을 가늘게 떴다.

       

       성문 앞에 있는 검문소에서, 누군가가 소란을 피우고 있는지 병사들이 쩔쩔매고 있었다.

       

       

       ‘성도의 앞에서 소란이라?’

       

       

       그런 간 큰 사람이 있단 말인가? 이스칼은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 “뭐야, 무슨 일이야?”

       

       – “몰라, 저 앞에서 누가 난동을 피우나 봐.”

       

       – “허, 겁도 없구먼. 누구래?”

       

       – “뭐 제국의 누구라고 하던데…”

       

       

       ‘제국이라고?’

       

       

       이스칼의 머릿속에서 제국에서 올 만한 거물들이 빠르게 지나갔다. 하지만 그 많은 사람의 이름은 다시금 후보군에서 사라졌다.

       

       

       ‘성도 앞에서 대놓고 난리를 피울 멍청이는 없는데…?’

       

       

       제국이 저런 사람을 보냈다고? 이스칼의 고개가 갸웃했다. 납득이 가지 않는 제국의 인선.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인지 그에 대해 수군거렸다.

       

       

       – “제국에서 왜 저런 멍청이를 보낸 거지?”

       

       – “낸들 알겠어? 성도에서 가까운 사람이 저 사람밖에 없었나?”

       

       – “설마 그러려고? 아무리 그래도 제국인데.”

       

       – “그럼 저러다가 콱 죽으라고 보냈을까.”

       

       

       이스칼은 수군거리는 사람들에게서 눈을 돌렸다. 잘은 몰라도, 성도쪽에서 알아서 잘 처리할 것이다.

       

       그렇게 잠시 시간이 흐르자, 상급자로 보이는 이가 나와서 난동을 피우던 이와 함께 성문 안으로 들어갔다.

       

       그 후에 일사천리로 줄이 쭉쭉 줄어들었다.

       

       

       “다음 분들! 앞으로 와주시기 바랍니다!”

       

       “우리 차례구나! 산쵸야 어서 가자.”

       

       

       검문소의 경비병은 딱딱한 자세를 유지하며 그들에게 말했다.

       

       

       “오신 곳과 성함, 이를 증명할 문서나 물건이 있으십니까?”

       

       “아, 있습니다. 여기 이것입니다.”

       

       

       이스칼은 품에서 칙명서를 꺼내 경비병에게 내밀었다. 왕의 직인이 찍힌 칙명서. 경비병은 이를 받아들고 무언가와 대조하며 꼼꼼히 확인했다.

       

       이윽고 확인이 끝난 경비병이 이스칼에게 칙명서를 건네줬다.

       

       

       “예, 확인됐습니다. ‘검나먼 왕국’의 이스칼님, 맞으십니까?”

       

       “… 예 맞습니다.”

       

       

       이스칼은 언제 들어도 창피한 왕국의 이름에 고개를 숙이며 작게 대답했다. 도대체 왕국 이름이 왜 저딴식인지!

       

       이스칼이 고개를 숙이든 말든, 경비병은 제 할 일을 계속했다.

       

       

       “무장 상태를 확인하겠습니다. 잠시 실례.”

       

       

       짧은 검사 후, 경비병은 자기 뒤에 서 있는 성기사를 바라보았다. 경비병의 시선을 받은 성기사가 앞으로 나섰다.

       

       

       “여러분은 저를 따라와주시기 바랍니다.”

       

       

       성기사는 이스칼과 산쵸를 작은 방으로 안내했다. 사방이 돌벽으로 만들어진 작은 방, 그 반대편에는 문이 있었다. 이를 제외하면 아무런 가구도 존재하지 않았다.

       

       

       “…음?”

       

       

       이스칼은 돌벽을 보며 갸우뚱했다. 

       

       

       ㅡ철커덕! 쿵!

       

       

       닫힌 문 너머로 묵직한 걸쇠소리가 들렸다. 성기사는 무뚝뚝하게 말을 이었다.

       

       

       “잠시 신성력으로 여러분을 확인하겠습니다. 이는 악마와 이단을 비롯한 사악한 존재를 사전에 막기 위함이니, 불쾌하게 생각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어, 예? 그게 무슨ㅡ”

       

       

       이스칼의 얼빠진 대답은 그의 몸을 훑는 알 수 없는 감각에 끊겼다. 말랑한 무언가가 발끝부터 머리까지 쭈욱 스쳐 지나가는 감각.

       

       

       “으, 우으.”

       

       

       이스칼이 기분 나쁜 감각에 몸을 바르르 떨었다. 이에 성기사가 놀랍다는 듯 눈을 빛냈다.

       

       

       “오? 방금 그걸 느끼셨습니까? 대단하군요. 어지간한 사람들은 느끼지 못 하는데. 감각을 타고나셨나 봅니다.”

       

       “하하, 예. 감사합니다… 그 결과는…?”

       

       “통과입니다. 잠시…”

       

       

       성기사가 손을 스윽 올리며 말했다.

       

       

       “이상 없습니다.”

       

       ㅡ철커덕! 끼익 쿵!

       

       

       반대쪽 문밖에서 다시 한번 요란한 쇳소리가 울렸다. 성기사는 얼떨떨한 표정의 둘을 친절하게 안내했다.

       

       

       “이대로 저 문을 나가시면, 안내해 줄 사람이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그럼 저는 이만…”

       

       “저 잠시!”

       

       “궁금한 거라도 있으십까?”

       

       “그으ㅡ 이 방은 도대체 뭐 하는 곳입니까? 저 벽 안에는 있는 건 도대체… 뭡니까?”

       

       

       이스칼은 방을 들어올 때부터 돌벽 너머에서 느껴지는 이상한 감각을 생각하며 말했다.

       

       

       “오, 그것까지 느끼셨습니까? 참으로 굉장하군요.”

       

       

       성기사의 음색이 높아지며 놀라움을 나타냈다. 이윽고 씨익 웃으며 말했다.

       

       

       “그것까지 느끼셨으니… 특별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저 벽의 안쪽에는 특수한 신성진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악마나 삿된 것들을 상대하기 위한 것이지요.”

       

       “그,그럼… 저것들이 발동되면…?”

       

       

       성기사는 맑게 웃었다. 티 한점없이 맑은 눈동자가 이스칼을 바라봤다.

       

       

       “알고 싶으십니까?”

       

       “아뇨아뇨! 됐습니다! 하하하, 저희는 이만 가 보겠습니다!! 산쵸 어서 가자꾸나!”

       

       “어이쿠, 예예! 갑니다요!”

       

       

       이스칼은 산쵸를 재촉해 허둥지둥 뛰쳐나왔다.

       그 후에도 여러 가지 검사를 거쳐서야 간신히 성도에 발을 들일 수 있었다.

       

       

       “휴우… 성도는 성도구나. 검사가 이렇게나 까다롭고 많다니.”

       

       “그러게 말입니다요…”

       

       

       이스칼과 산쵸는 진이 쭉 빠져서 발을 질질 끌며 대로를 따라 걸었다.

       

       저 멀리에서 거대한 만신전이 그 위용을 뽐내며 둘을 반겼다.

       

       

       “음?”

       

       

       터덜터덜 걸어가던 이스칼은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푸르고 맑은 하늘 한 켠에서, 주홍빛 물감이 퍼져가며 노을로 적셔가고 있었다.

       

        

       “… 기분 탓인가?”

       

       

       누가 보는 기분이 들었는데ㅡ 이스칼은 고개를 갸웃하며 중얼거렸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오타나 어색한 부분에 대한 지적은 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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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Install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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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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