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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4

       

       

       

       

       

       44화. 자고로 신앙이란 ( 2 )

       

       

       

       

       

       “게임이나 켜 볼까.”

       

       

       두툼해진 지갑만큼 마음씨가 풍족해진 지금, 모처럼 즐거운 마음으로 게임을 켜봤다. 지금의 기분이라면 패키지 한두 개 정도는 더 사줄 수 있을 것 같은데.

       

       

       삥뽕ㅡ

       

       삥뽕ㅡ

       

       삥뽕ㅡ

       

       

       게임에 접속하자마자 알림창이 우수수 떠오르면서 화면을 가린다. 또 뭔가 싶어서 천천히 읽어 봤다.

       

       

       “어, 그러니까…”

       

       《명성도 기준치 달성! “신앙심”이 해금됩니다!》

       

       《신앙심 해금! 신규 모드 “세계 탐험”이 해금됩니다!》

       

       《신앙심 해금! “매일매일 출석체크!”와 “수수께끼 상점”이 해금됩니다!》

       

       

       “어우ㅡ 뭐가 한 번에 우수수 나오네.”

       

       

       저번에 마수토벌 2 스테이지 보스를 나도 모르게 잡은 이후로, 한동안 접속을 안 했다. 그랬더니 제법 알림이 쌓여 있는 듯한데… 신앙심 해금? 세계 탐험? 일단 하나씩 천천히 살펴보기로 했다.

       

       

       “명성도부터 봐야겠네.”

       

       

       명성도가 계속 올라가면서 뭔가 자꾸 해금이 되는데, 올라가는 조건을 아직도 모르겠다. 모험가들한테 꾸준히 무기만 팔아도 올라가는 건가?

       

       딴생각을 하면서도 손가락으로는 무기를 만들고, 팔고, 드워프를 관리한다. 습관처럼 배어 버린 루틴이 이제는 무의식의 경지에 도달했다.

       

       

       “미친 게임…”

       

       

       똥맛이 나는 걸 아는데, 왜 끊을 수가 없니… 잡생각하며 명성도를 확인한다.

       

       

       《현재 명성도가 ‘대륙에서 가장 유명한 베스트셀러’ 수준입니다!》

       

       

       “오, 또 올랐네?”

       

       오른 거겠지? 저번에 봤을 때는 아마… 그 국민가수였나 그랬던 거 같은데. 가만히 무기만 팔아도 알아서 올라가는 종류는 맞는 거 같다.

       

       이번에는 새로 해금된 “신앙심”을 확인하기 위해 이리저리 화면을 옮겼다. 여기저기 뒤진 끝에 찾아낸 신앙심 버튼. 더럽게 잘 숨겨놨다.

       

       

       “유저 친화성 어디 갔는데 진짜.”

       

       

       새로 생긴 거 확인하려고 내가 이렇게 구석구석 뒤져야 하나? 투덜거리면서 신앙심 아이콘을 꾹 누른다.

       

       

       《”신앙심” 해금! 신앙심은 “세계 탐험” 모드에서 획득하고, 사용할 수 있는 재화입니다!》

       

       《신앙심으로 여러 가지 재화와 무기를 구매하고, 세계를 탐험해 보세요!》

       

       

       “와, 이 게임에서  인게임 재화로 사는 거 처음 봤네.”

       

       

       새삼 얼마나 미친 게임을 하는지 실감이 간다. 이제서야 인게임 재화로 뭔가를 살 수 있다니. 이제 와서 이런걸 풀어 주면 내가 고마워할 줄 아는 건가?

       

       

       “고맙다…!! 너무 고맙다!!!”

       

       

       감동의 눈물이 나올 지경이다. 드디어 내 현금말고 인게임의 재화로 뭔가를 살 수 있구나! 몰려오는 감동의 쓰나미에 나는 전율했다.

       

       

       “그리고… 세계 탐험 모드?”

       

       

       반짝이는 지구본 아이콘을 터치했다. 잠시 로딩창이 나오더니, 제법 퀄리티 좋은 풍경이 나타났다.

       

       

       “오, 그래픽 좋은데?”

       

       

       모바일 게임치고는 제법 봐줄 만한 그래픽. 배경에 공 들였는지 풍경이나 동식물들이 진짜처럼 생동감 있게 움직인다.

       

       

       “근데 거의 다 안개로 가려서 안 보이네.”

       

       

       보이는 지역은 작은 도시 하나. 그곳을 터치하자 작은 안내 메시지가 떠올랐다.

       

       

       《성도 키비타스, 신앙심 ( /h) : 90/100》

       

       

       아, 이렇게 도시에서 신앙심을 수거하는 방식인가? 왼쪽 구석을 보니 사용할 수 있는 신앙심도 있었다.

       

       

       “지금은 0이네. 1시간마다 90씩 나오는 거겠지?”

       

       

       90이라면 제법 든든하게 쓸 수 있을 것 같은데. 안개 투성이인 맵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저 위쪽에 또 다른 지역을 발견했다.

       

       

       《마수의 산 몬테그로스, 신앙심 ( /h) : 30/100》

       

       

       “1시간에 30? 너무 구린데.”

       

       

       아까 그 성도라는 땅이 좋은 건가? 안개로 둘러싸인 구역은 몇 번 터치해 봐도, 특정 조건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만 반복해서 나타났다.

       

       뭐, 나중 가면 해금되겠지. 성도라는 땅으로 돌아와서 쭈욱 확대해 보니, 거리를 돌아다니는 사람들까지 보였다. 이목구비까지는 보이지 않았지만 옷차림 정도는 보이는 수준.

       

       

       “… 왜 이런 거는 잘 만드는 거지?”

       

       

       돌아다니는 NPC들의 반응이나 행동이 제법 생생하게 구현됐다. 저들끼리 웃고 떠드는 모습이 진짜 사람의 반응과 비슷하다. 

       

       

       “이야, AI 성능 왜 이래?”

       

       

       성문에 길게 늘어선 사람들도 한 번씩 보고, 길가의 사람들도 쭉 보다가 특이한 녀석을 발견했다.

       

       

       “뭐지 이건?”

       

       

       다른 주민들과 다르게 푸른 아우라같은 것을 두르고 있는 주민이 있었다. 신기한 마음에 확대 좀 해서 보다가, 터치해 보니 즐겨찾기도 되더라.

       

       

       “일단 즐겨찾기 해야지.”

       

       

       언젠가는 쓸 일이 생길 수도 있겠지.

       

       그렇게 할 일없이 거리를 둘러보다가 이번에는 다른 의미로 특이한 녀석을 발견했다.

       

       

       “… 이건 또 뭐지?”

       

       

       

       

       

       ***

       

       

       

       

       

       장례식까지 남은 기간 동안, 이스칼과 산쵸는 키비타스 곳곳을 돌아다니며 관광을 즐겼다. 장례식 준비로 분위기가 조금 침울하긴 했지만, 성도가 가진 그 웅장함과 특유의 신비함은 여전했다.

       

       

       “도련님! 이것 좀 보십시요! 이게 그 유명한 ‘최초의 성녀, 케넬름’의 조각상 아닙니까요!”

       

       “오오! 이게 그 성도에만 있다는 성녀님의 조각상이구나.”

       

       

       둘의 발걸음은 성녀 케넬름의 조각상 앞에서 멈춰 섰다.

       

       단아한 미소를 짓고 있는 성녀가 손에 든 망치로 악마의 머리를 내려치는 장면을 표현한 조각상. 보기만 해도 신앙심이 자라나는 모습에 이스칼은 저도 모르게 성호를 그었다. 

       

       

       “캬아ㅡ 과연 조각상인데도 그 미모가 눈이 부십니다!”

       

       “정말 그렇구나… 기록에는 미모가 굉장히 눈부시다고 하던데. 그 초상화가 없는 것이 참으로 아쉬워.”

       

       “예? 성녀님이나 되시는 분이 왜 초상화가 없습니까요?”

       

       “음… 나도 잘은 모르지만 . 성녀님의 미모가 너무 빼어나서 그렇다는 소문이 제일 유명하지.

       

       “아니, 그러면 조각상은 왜 있는 겁니까요?”

       

       “내가 그걸 알면 만신전 사람하지, 이러고 있겠느냐?”

       

       “뭐 만신전에서도 사람을 가려서 받지 않겠습니까?”

       

       “이놈이?”

       

       

       이스칼은 옆에서 깐죽거리는 산쵸의 머리를 쿵ㅡ하고 때렸다.

       

       혹이 오른 머리를 부여잡고 산쵸가 연신 투덜거렸다. 이스칼은 구시렁거리는 산쵸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앞을 보며 걷다가, 저 앞에 걸어가는 풍채 좋은 사람을 발견했다.

       

       

       ‘… 저 사람은?’

       

       

       이스칼이 눈을 가늘게 좁혔다. 멀리서 봤을 때는 풍채가 좋은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진주 목걸이를 걸친 돼지였다.

       

       화려한 비단으로 온몸을 치장하고, 열 손가락에 화려한 반지를 끼웠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금으로 장식하였고, 뒤룩뒤룩 찐 살은 사람이 아니라 공처럼 보여 툭 차면 굴러갈 것 같았다.

       몸에 걸친 것 하나하나 모두 명품이었으니, 그 사람의 됨됨이를 짐작할 수 있게 했다.

       

       

       ‘제국의 스툴투스 백작이잖아?’

       

       

       가늘게 뜬 이스칼의 눈이 찌푸려졌다. 순간 잘못본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스쳤다. 제국의 스툴투스 백작이라 하면, 오만하고 탐욕스럽기로는 제국의 으뜸가는 자가 아닌가?

       

       백성들의 피와 살을 착취해 제 뱃살을 불린다는 사실은 멀리 떨어진 땅에서도 자자하니, 이스칼은 더더욱 제국을 이해할 수 없었다.

       

       

       ‘… 제국은 도대체 왜 저런 사람을 성도로 보낸 거지?’

       

       

       길거리에서 꼬치를 사 온 산쵸가 쩝쩝거리며 이스칼의 옆에 달라붙었다.

       

       

       “도련님 뭐 보십니까? 어디 예쁜 아가씨라도?”

       

       “… 쉿. 저기 제국의 스툴투스 백작이다.”

       

       “예?! 아니 그 돼지ㅡ읍!”

       

       “쉬잇! 너랑 나 둘 다 목이 잘리고 싶은 거냐!”

       

       

       나불거리는 산쵸의 입을 막은 이스칼은 식은땀을 흘렸다. 스툴투스 백작이 멍청하고 탐욕스럽기로는 제국의 제일이라지만. 황제가 지금까지 그를 내치지 못한 이유가 있다.

       

       

       ‘황제의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시름시름 죽어 가던 걸 살렸다고 하던가?’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는 있다더니, 스툴투스 백작에게도 한 가지 재주는 있었다. 도대체 무슨 까닭인지, 죽어 가던 이들이 스툴투스 백작이 진찰만 하면 씻은 듯이 낫는 것이었다.

       

       여러 명의들도 병명을 모르고 고개를 저었다는 황제의 아들 또한, 스툴투스 백작이 하루꼬박 달라붙자 멀쩡하게 나았다는 소문은 제법 유명했다.

       

       그 후로 스툴투스 백작은 황후의 전폭적인 지지를 등에 엎고 제 포악한 성질을 마구 떨쳤다. 황제도 스툴투스 백작의 횡포를 대놓고 말릴 수 없었다. 황후가 감싸돌고, 살아난 아들이 두둔하며 황제의 발목을 잡은 까닭이다.

       

       

       ‘저렇게 탐욕스러운 이를 성도에 보낸 까닭이 뭘까…’

       

       

       거들먹거며 저 멀리로 사라져가는 스툴투스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이스칼.

        직감적으로 성문 앞에서의 소란이 누구로 인한 것인지 알 수 있었다.

       

       

       “남의 땅에 와서도 제 버릇을 못 고치는 한결 같은 녀석이구나.”

       

       “푸하ㅡ! 어휴, 도련님! 숨 막혀서 죽을 뻔했습니다요!”

       

       “시끄럽다 이놈아. 네가 시끄럽게 떠드는 바람에 우리 둘 다 어깨 위가 가벼워질 뻔했다는 걸 아느냐?”

       

       “예? 아니 어깨 위에 뭐가 있습니까?”

       

       “어휴… 됐다. 내가 말을 말지.”

       

       

       이스칼은 산쵸의 입을 막았던 손이 축축하게 젖은 것을 보고 기겁하며 펄쩍 뛰었다. 

       

       

       “이, 이건 또 뭐냐!”

       

       “도련님은 손 좀 씻고 다니셔야겠습니다. 많이 짜던데요?”

       

       “이 썩을 놈이!!”

       

       

       그날 산쵸는 머리에 꿀밤 세 대를 맞았다.

       

       

       

       —

       

       

       

       사각ㅡ사각ㅡ

       

       메마른 종이를 스치는 만년필의 소리가 조용히 귓가에 스며들었다. 대사제 안토니오는 성지에 다녀온 이후, 쉬지 않고 그 경험담을 책으로 쓰고 있었다.

       

       

       ‘사람이란 망각의 동물이니, 모든 것은 잊혀지기 마련이라. 나는 마땅히 우리의 후대에게 신의 위대함을 남겨야 한다…’

       

       

       성지에 겪은 경험과 풍경, 그리고 그분의 일꾼들에 대한 것까지. 안토니오는 어느 것 하나 빼먹지 않고 꼼꼼하게 써 내려갔다.

        

       

       사각ㅡ사각ㅡ

       

       

       기분 좋게 사각거리는 소리는 문을 두들기는 노크에 의해 끊어졌다.

       

       

       “대사제님, 이제 그만 가셔야 합니다.”

       

       “아, 벌써 그렇게 되었나. 내 금방 가지.”

       

       

       안토니오는 쓰고 있던 두꺼운 책을 챙겨 들고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났다. 성기사들의 숭고한 희생을 기리는 장례식에 앞서, 많은 국가에서 사람을 보내 왔다.

       

       오늘 안토니오는 성도의 대표로써, 다른 국가에서 온 손님들을 맞이할 것이다.

       

       거대한 대회의실 안쪽으로 수많은 사람이 빼곡하게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저들끼리 수군거리던 소리는 안토니오의 입장과 함께 잦아들었다.

       

       안토니오는 잦아드는 말소리를 느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여섯 신의 은총이 여러분과 함께하기를. 먼 길을 걸어 몸소 이 자리를 빛내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환영과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숭고한 전사들의 희생을 기리기 위해 찾아와주신 여러분들의 신앙을, 저희 성도는 잊지 않을 것입니다. 모쪼록 불편함 없이 머물다 가시길 바라겠습니다.”

       

       

       짧고 간단한 인사말. 하지만 그 안에 담긴 뜻까지 간단하지는 않았다. 성도는 잊지 않겠다는 그 말ㅡ 그 말을 듣기 위해 멀리서부터 달려온 것이니까.

       

       

       짝 짝 짝ㅡ

       

       

       작은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다. 안토니오가 가볍게 성호를 긋고 뒤로 물러나려는데ㅡ

       

       

       “야, 그런데 신이 정말 대단한 거 맞냐?”

       

       

       박수 소리를 뚫고 큰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람들은 박수를 치다가 우뚝 멈춰 섰다. 도대체 어떤 놈이?

       

       사람들의 시야는 한 곳으로 모여 들었다.

       

       뚱뚱한 몸, 화려한 비단옷과 목에 치렁치렁한 금목걸이. 제국의 망나니 백작, 스툴투스였다.

       

       모두가 한 마음으로 생각했다.

       

       

       ‘미친 새끼인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오타나 어색한 부분에 대한 지적은 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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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Install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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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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