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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5

       

       

       

       

       

       45화. 자고로 신앙이란 ( 3 )

       

       

       

       

       

       사람이 가장 바보처럼 죽는 방법은 뭘까? 마수의 산에 혼자 올라가서 고기 구워 먹기? 죽음의 사막에 물 없이 다녀오기? 아니면, 황제의 얼굴에 케이크 던지기?

       

       이스칼은 자신할 수 있었다. 이 순간, 그는 바보처럼 죽는 또 하나의 방법을 보았다. 

       

       

       ‘… 성도에서 신을 욕한다고? 진짜 미친놈인가?’

       

       

       자기 일도 아닌데 식은땀이 다 흐르는 기분이다. 싸해진 공기가 칼날처럼 날카로워지며 연신 피부를 찔러댔다. 곳곳에 늘어선 성기사들의 기세가 날카로운 검처럼, 아니 실제로 눈빛으로 사람을 찢어 죽일 듯 했다.

       

       

       ‘미친 새끼…’

       

       

       이스칼은 새삼스러운 눈으로 스툴투스 백작을 바라보았다. 멍청한 줄은 알았지만, 이쯤 되면 존경스러울 지경이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성도에서 신을 욕한 것인지, 이스칼은 진지하게 스툴투스의 머릿속을 해부해보고 싶은 마음이었다.

       

       스툴투스 백작은 그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능청스러운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아니, 그렇지 않은가? 저 앞에 신이 만들었다는 큰 문. 저 정도는 우리 제국에서도 사람을 부리면 금방 만들 수 있는 수준이던데?”

       

       ‘제발 그만해 미친놈아!’

       

       “거기에, 뭐라더라. 봉사가 눈을 떴다고 하던가? 하하,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무슨 반딧불이가 사람 몸에 닿았다고 눈을 뜨고 팔이 자라난다고? 그게 가능했으면 나에게도 반딧불이 한 마리 좀 보여주쇼. 이 살 좀 빼게. 하하하하!!”

       

       

       스툴투스는 제 뱃살을 두들기며 호탕하게 웃었다. 혼자서만 웃었다.

       

       대회의실에 있는 사람들은 당장이라도 달려들어서 스툴투스의 백작의 입을 틀어막고 싶은 심정이었다. 성기사들의 눈빛은 이제 백작을 찢는 수준이 아니라, 금방이라도 다진 고기로 만들 듯했다.

       

       

       “허허…”

       

       

       안토니오의 표정은 인자했다. 아니, 인자한 것이 아니였다. 인지를 넘어선 상황에 표정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었다. 그의 허허로운 웃음은 여전했지만, 굵은 핏줄이 관자놀이에서 꿈틀거리며 일어나기 시작했다.

       

       

       ‘역시 예상대로의 반응이구만!’

       

       

       스툴투스 백작은 속으로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자신의 논리적이고 날카로운 지적에 모두가 허를 찔린 이 표정을 보라! 역시 황제폐하께서 믿고 맡기신 제국의 으뜸가는 충신다운 모습이 아닌가?

       

       그는 머릿속으로 자신을 비밀스럽게 부른 황제와의 대화를 떠올렸다.

       

       

       – “이보게, 스툴투스 백작. 내 참으로 자네를 믿고 아낀다는 것, 알고 있는가?”

       

       – “내 주변에 자네처럼 믿고 일을 맡길 든든한 신하가 또 있으면 소원이 없을 듯한데, 참으로 아쉬워.”

       

       – “그래, 그래서 말인데. 이번에 자네가 성도에 좀 다녀와 줘야겠네. 가서, 정말로 신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해주게.”

       

       – “어떻게 확인하냐고? 그거야… 가서 신이 정말 있냐고 성도 사람들을 살살 긁어보면 되지 않겠는가? 뭐 가서 신성 모독적인 말도 좀 하고, 기적 그거 별거 없다는 식으로 한번 말해보게.”

       

       – “천벌? 처형? 걱정하지 말게. 그런 일이 생겨도, 설마 내가 자네를 내치겠는가? 걱정하지 말고 가서 마음껏 깽판 치고 오게. 뒷일은 모두 내가 책임질 테니.”

       

       – “다녀오면 금은보화뿐이겠는가? 내가 자네를 아주 중히 쓰고, 이 황궁에서도 머물게 할 계획이라네. 그래, 자네는 황제 바로 밑의 권력자가 되는거야… 이 계획은 아주아주 중요하거든. 이 일만 마치면 자네가 원하는 것이 뭐든 줄 수 있다네.”

       

       – “그래 그렇게만 하면 되네. 그리고 이건 정말 중요한 건데… 내가 자네에게 이렇게 명령을 내린 것은 비밀이네… 그래, 비밀 작전. 그거지. 그러니까 자네가 내 명령으로 그렇게 행동했다는 건 절대 비밀이네.”

       

       – “음, 그래 절대로 내가 명령을 내렸다는 것을 함구해야 하네. 고맙군, 자네 같은 충신이 있어 참으로 제국의 미래가 씹ㅊ… 아니 밝아. 들어가보게. 오늘 있었던 대화는 절대 함구해야 함을 잊지 말게! 절대 내가 시켰다고 말하면 안 되네, 이건 비밀 작전이니까!”

       

       

       그 대화를 끝으로 닫힌 문의 안쪽에서 황제의 기쁜 웃음소리가 들린 것 같지만, 자신 같은 충신이 얼마나 좋으시면 그렇게 기쁘게 웃으셨겠는가?

       

       문 너머에서 작게 ‘꼬리 자르기…’ 같은 말이 들려왔지만, 뭐 돼지 꼬리 고기라도 드시려나 하고 생각했다. 그 때 스툴투스의 머릿속은 이미 금은보화에서 헤엄치는 상상으로 가득했으니까.

       

       스툴투스는 입꼬리를 씨익 말아 올리며 웃음을 지었다. 망나니 스툴투스가, 이토록 승승장구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

       가문의 천덕꾸러기에서 황제 폐하의 밀명을 받는 충신이라니! 

       

       모든 것의 시작은 수상한 녀석과의 거래였다. 그 이상한 거래 이후로, 자신의 앞길에 꽃길에 펼쳐졌다.

       

       

       ‘좀 미심쩍은 녀석이기는 했지만… 나에게 신비한 능력을 줬으니, 나쁜 녀석은 아닌 듯하고.’

       

       

       환자에게 손만 대면 씻은 듯이 털고 일어나는 이 신비한 능력. 시커먼 로브를 뒤집어쓴 녀석은 자신에게서 뭐였지? 영혼이었나, 그것을 대가로 이 능력을 줬다. 

       

       

       ‘하ㅡ 영혼이라니, 웃기는 녀석이지.’

       

       

       보이지도, 만져지지도 않는 영혼을 두고 거래하는 녀석이라니. 완전 멍청이가 아닌가? 스툴투스는 멍청이가 내미는 조건을 냉큼 받아들였다. 거저먹는 거래였으니까.

       

       손가락에 피를 살짝 내서 서명도 했다. 낡아빠진 양피지에 손가락으로 이름을 적는 감각은 상당히 불쾌했다.

       

       

       ‘뭐, 그 능력은 진짜였으니까 나한테는 다행이지.’

       

       

       죽어가는 환자들을 고치면서, 그는 황후의 총애를 얻을 수 있었다. 그가 고친 환자들도, 그를 전폭적으로 지지해줬다. 별 볼 일 없는 하인부터 크게는 귀족들까지. 모두가 스툴투스를 믿고 지지해줬다.

       

       사람들이 지지하고 황후가 아끼고, 황제가 믿는 충신이 바로 자신! 스툴투스 아니겠는가?

       

       

       ‘자, 안토니오! 너는 내 날카롭고 논리적인 질문에 어떻게 대답할 거냐!’

       

       

       살에 파묻혀 좁쌀처럼 작은 스툴투스의 눈이 날카롭게 번쩍였다. 과연, 이 대사제는 자신의 신학적인 질문에 어떻게 답할것인가?  

       

       스툴투스의 두터운 턱살이 파도처럼 출렁거렸다. 잔뜩 흥분한 수퇘지의 춤을 보는 듯한 광경. 보는 이들이 절로 눈을 찌푸렸다.

       

       

       꾸드드득ㅡ

       

       

       ‘어?’

       

       

       싸늘해진 대회의실에 공기를 뚫고, 무언가 찌부러지는 소리가 울렸다. 마치… 마치 무언가가 큰 압력에 찌부러지는 듯한 소리. 사람들은 소리의 근원을 찾아 이리저리 헤맸다.

       

       

       꾸드드드ㅡ

       

       “미,미친…”

       

       

       이스칼은 저도 모르게 자그맣게 욕설을 뱉었다. 나무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모두 비슷한 심정이었으니까.

       

       

       “이,이이… 이이!!!”

       

       

       허허롭게 웃고 있던 안토니오의 얼굴이 점차 흉신악살처럼 변해가기 시작했다. 자비로움이 가득했던 얼굴에 울룩불룩 핏줄이 솟아오르고, 얼마나 분노했는지 얼굴에 피가 몰려 시뻘겋게 변했다.

       

       

       “이이이!!! 이!!!”

       

       

       안토니오는 그의 인생에서 두 번 없을 분노에 말이 제대로 나오지도 못했다. 지금 저 자가 뭐라고 했는가?

       

       

       ‘신이 별거 없어? 은혜로운 기적을 반딧불이라고?!’

       

       

       꾸드드득ㅡ

       

       

       손에 들고 있던 두꺼운 책을 손가락이 서서히 뚫고 파들어갔다. 허나 안토니오는 분노에 그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다. 저 불경한 자를 어떻게 해야하는가?

       

       

       “어, 어어…?”

       

       

       그제서야 심상치 않음을 느낀 스툴투스가 주춤주춤 뒤로 뒷걸음질 쳤다. 허나, 그 뒤에는 이미 성기사들이 벽을 만들고 있었다.

       

       

       턱ㅡ

       

       “어..?”

       

       

       등에 닿는 차가운 갑주의 감각. 스툴투스의 입에서 멍청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안토니오가 잔뜩 일그러진 마귀 같은 얼굴로 저벅저벅 다가왔다.

       

       그의 손에 들린 두꺼운 책이 하늘로 높이 치솟아진다.

       

       

       “아…?”

       

       

       그리고 번개처럼 내리쳤다.

       

       

       퍼억ㅡ!!!

       

       

       “이 불경한 자가!!!”

       

       “누에에엑!!”

       

       

       두꺼운 책이 스툴투스의 머리에 내리꽂히고, 스툴투스는 혀를 내밀고 개구리처럼 뒤로 나자빠졌다. 쓰러진 스툴투스의 앞에서, 안토니오는 분이 가시지 않는지 얼굴이 붉어진 채로 씩씩거렸다.

       

       

       “자고로 신앙을 잃는 것은!! 죽음을 의미하는 법이며!! 신앙이 없는 자는 죽은 시체와 다름없음이 텅 빈 것이니!!”

       

       

       바닥에 엎어진 스툴투스를 향해 연신 소리를 지르는 안토니오. 그 서슬 퍼런 모습에 모두가 숨을 죽였다.

       

       

       “마땅히 믿음과 신앙을 등불로 삼고!!! 우리가 그 안에서 신께 나아감을 얻음이니!!! 내가 두려워하는 날에는 내가 신께 의지하리이다!!!”

       

       “”여섯 신의 은총이 있을 것입니다.””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안토니오의 기도문을 마무리하는 성기사들의 합창.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며 광기의 편린을 엿본 기분이었다.

       

       

       “후우… 후우… 이 무례하고 불손한 자가 감히, 감히!!”

       

       

       분이 가시지 않는지 연신 씩씩거리는 안토니오에게 한 성기사가 손수건을 건냈다.

       

       

       “아, 고맙네. 후우ㅡ”

       

       

       한 차례 땀을 닦은 안토니오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허허롭게 웃으며 사람들을 바라봤다. 

       

       

       “… 허허. 여러분 잠시 소란이 있었습니다. 손님들께 꼴사나운 모습을 보였군요. 깊이 사죄드립니다.”

       

       “아, 아닙니다! 하하, 소란이라뇨? 저는 아무것도 보지 못했습니다! 자, 자네 뭔가 봤나?”

       

       “하하하하 아니? 무슨 일 있었나? 저는 대사제님의 환영에 어찌할 줄 모르겠습니다! 하하하ㅡ!”

       

       

       사람들은 애써 웃으며, 성기사들에게 질질 끌려나가는 스툴투스를 못 본 척했다. 그가 끌려 나간 자리에는 오줌인지 피인지 모를 액체가 그 흔적을 길게 남겼다. 살아있기는 한 지 작게 가슴이 들썩였다.

       

       

       “허허허. 손님 여러분의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저는 급히 바쁜 일이 생겨서 이만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모쪼록 성도에서 머무시는 동안 불편함 없이 있다 가시기를 바랍니다.”

       

       

       안토니오는 사람들을 향해 성호를 긋고 돌아섰다. 대회의실을 나가는 안토니오는 뒤따라오는 성기사에게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작게 속삭여서 전부 들리지는 않았지만, 문 가까이 서 있던 이스칼은 흘러나오는 몇 단어를 엿들었다.

       

       

       ‘지하실… 심문관? 고문? 젠장, 듣기만 해도 소름이 돋는군.’

       

       

       대신전의 밖으로 사람들이 우르르 쏟아져나왔다. 모두의 등에 식은땀이 가득했지만, 아무도 그에 대해 말을 꺼내지 않았다. 그저 이 자리를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사람들의 틈에 섞여 이스칼도 서둘러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맑고 푸른 하늘이 그들을 반겨주듯 청명하게 빛났다.

       

       

       “음…?”

       

       

       또 그 느낌이다. 누군가가 자신을 바라보는 듯한 감각. 이스칼의 고개가 하늘을 향했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에는 당연히 아무것도 없었다.

       

       

       “… 요즘 몸이 허한가, 도대체 뭐지?”

       

       

       이스칼은 뒷통수를 벅벅 긁으며, 숙소를 향해 발을 돌렸다.

       

       

       

       

       

       ***

       

       

       

       

       

       나는 성도의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주민들을 구경하다가 문득 질렸다. 그래서 즐겨찾기 해둔 주민을 따라가 봤는데…

       

       

       “얘는 뭔데 이렇게 까맣냐.”

       

       

       무슨 방 안에 사람들이 바글바글하게 몰려있다. 할아버지가 앞에 나서서 인사도 하고 뭐 하는 것 같은데. 그건 잘 모르겠고.

       

       그 사이에 섞여 있는 뚱뚱한 주민의 몸에서, 까만 아우라 같은 것이 뭉실뭉실 뿜어져나왔다. 아까전의 푸른 아우라를 두른 주민도 같이 있는데, 저 뚱뚱한 녀석은 척 보기에도 불길한 녀석이다.

       

       

       “쟤를 죽이면 되는 건가?”

       

       

       ‘세계 탐험’ 모드에서 유저 전용 스킬들… 그러니까 전에 구매한 스킬들을 사용할 수는 있지만, 아직 신앙심이 0이라서 쓸 수 있는 스킬은 없다.

       

       그러니 일단, 그 뚱뚱한 녀석에게 즐겨찾기만 했다.

       

       

       “나중에 죽이면 되겠지.”

       

       

       건물 밖으로 우르르 나오는 주민들 사이에 섞여서 나오는 푸른 아우라의 주민. 좀 따라다니면서 구경하다가 ‘세계 탐험’ 모드를 종료했다. 이거 말고도 다른 확인할 게 많다.

       

       

       “그으… 출석체크도 생겼지?”

       

       

       그런데 보통 이런 건 처음부터 주지 않나? 왜 출석체크를 이렇게 늦게 주는거지? 

       어렴풋이 코에서 꾸리꾸리한 똥냄새가 올라오는 기분이다. 애써 모른 척하며 출석체크 보상을 확인했다.

       

       

       빠밤ㅡ!

       

       《출석 체크! 1일차! 보상이 우편함에 도착하였습니다!》

       

       

       이 게임에서 뭔가를 받는다는 느낌이 이상하다. 이게 길들여진다는 건가? 어색한 기분을 느끼며 우편함을 확인했다. 매일 패키지만 받던 우편함에 인게임 재화가 들어오다니. 

       

       도착한 출석체크 보상을 확인하던 나는 눈을 크게 떴다.

       

       

       “오…?”

       

       

       꽤 재밌어 보이는 아이템을 받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오타나 어색한 부분에 대한 지적은 늘 감사합니다!! 악!!! 싸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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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Install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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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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