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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8

       

       

       

       

       

       48화. 너, 이단? ( 1 )

       

       

       

       

       

       천벌(天罰), 하늘이 내리는 벌.

       이것이 무엇이던가?

       

       사악한 자 혹은 하늘의 이치에 거스르는 자를 벌하는 것이다. 마땅히 심판받아야 할 자를 하늘이 심판하는 것이다.

       

       이에 인간의 의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자에게 얽힌 이해관계 권력, 재력, 힘. 모든 것이 무용해지며, 오롯이 하늘이 심판한다.

       

       그자는 악인이노라, 하고 벌하는 것이다.

       

       악인을 벌하는 것? 좋다, 얼마나 좋은가. 여지없이 공명정대한 하늘의 심판이다. 그런데 심판받는 자가 우리 쪽 사람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다, 다시 얘기해 봐라. 지금 성, 성도에서 누가 뭘 받아?”

       

       

       카이사르는 손에서 굴러간 만년필을 잡을 생각도 하지 못하고, 가늘게 말을 떨었다. 

       

       땀과 먼지가 까맣게 눌어붙은 전령은 면목 없다는 듯, 고개를 깊게 숙였다.

       

       

       “성도에서 스툴투스 백작에게… 신벌이 내렸습니다. 하늘에서 벼락이 떨어져 스툴투스 백작을 벌하고, 이를 성도에 있는 모든 이들이 목격했습니다.”

       

       “모든 이들이…? 성도에 있는 그 많은 사람들이 신벌을 봤다는 말이냐?”

       

       “… 그렇습니다.”

       

       “하!”

       

       

       카이사르의 입에서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황제의 헛웃음에 전령이 고개를 더욱 깊이 숙였다.

       

       

       “하… 하하!”

       

       

       카이사르는 힘없이 헛웃음을 터뜨렸다. 전령은 가시방석에 앉은 듯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그의 잘못이라고는 불행한 소식을 전했다는 것뿐이지만, 행여나 불똥이 튈까 두려워했다.

       

       

       “수고했네. 이만 나가보게.”

       

       “옙, 알겠습니다!”

       

       

       보다 못한 재상이 전령을 내보냈다. 카이사르는 눈가를 비비며 신음을 흘렸다.

       

       

       “후우… 이보게, 재상.”

       

       “예, 폐하.”

       

       “우리가 아무리 꼬리를 잘랐어도… 분명 제국의 신하라면서 이단 심문관들이 오겠지? 아니, 분명 올거야. 천벌이 내렸으니 무조건 올 테지.”

       

       “… 그렇습니다.”

       

       “그러면… 후우ㅡ 일단 우리 손으로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지? 뭐라도 성의를 보여야 이단으로 몰리지 않을 테니…”

       

       “음. 스툴투스 백작의 횡령 사실에 대한 비리 장부라도 정리 해서 심문관들에게 주는 건 어떻겠습니까? 스툴투스가 이렇게나 부패하고 더러운 악인이라는 걸 강조하면, 심문관들도 만족할 듯싶습니다.”

       

       “그래, 그게 좋겠군. 돼지 녀석에 대한 비리와 부패에 대한 자료를 만들자고. 녀석은 이만큼이나 죽어 마땅한 녀석이어서 신께서 벌하셨다는 이런 느낌으로 하면 되겠군.”

       

       “폐하, 그러면 이런 내용은ㅡ”

       

       “그것도 좋겠지만, 제국과는 상관없는 쪽으로ㅡ”

       

       

       카이사르와 재상은 오랫동안 의논을 했다. 썩을 돼지가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까지 똥물을 튀기고 죽었지만, 천벌을 받아 죽은 스툴투스가 악인이었고 황제와 재상은 무관했기 때문에.

       

       그들은 천벌의 이유가 단순히 스툴투스가 ‘하늘이 노할 정도의 악인이라서’ 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가 악마와 계약했다는 사실을 몰랐기 때문에…

       

       그래서 앞으로의 일에 대해 의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성도는, 천벌에 대해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

       

       

       

       

       쾅ㅡ!!

       

       “자그마치 신께서 직접 벌하신 겁니다!! 절대 허투루 넘길 수 없는 일이에요!! 그것도 뜻깊은 의식 직전에 신께서 분노하시다니요!!”

       

       

       덩치 좋은 대사제가 시뻘겋게 얼굴이 달아오른 채 열변을 토했다. 탁상에 둘러앉은 다른 대사제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더군다나 악마 신봉자라니요!! 신성한 성도에, 그것도 신께서 거주하시는 만신전에!!! 사악한 악마 신봉자가 흙발로 신전을 더럽힌 겁니다!! 이 어찌나 불경한 일입니까!!!”

       

       쾅ㅡ!!

       

       

       분을 참지 못해 연신 탁상을 주먹으로 내려치고, 침을 사방으로 튀며 소리를 지르는 대사제. 

       

       

       “여섯 신께서 분노하셨습니다!! 저희의 잘못입니다, 속죄해야 합니다!! 속죄는 마땅히 악마 신봉자를 보내온 제국을 통해서 해야 합니다!!! 악마 신봉자를 성도로 보낸 황제에게 그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할 것입니다!!!”

       

       

       카이사르가 들었다면 입에 거품을 물고 쓰러졌을 발언. 하지만 탁상에 앉은 다른 대사제들의 눈에는 은은한, 아니 뚜렷한 광기가 번들거렸다.

       

       

       “악마 신봉자들은 곰팡이와 같으니, 필시 제국 곳곳에 악마의 손길이 닿아있을 것이고!! 저희는 여섯 신의 지상 대행자이니!! 이를 엄중히 취급해야 할 것입니다!!!”

       

       “맞습니다!! 신께서 심판하신 이단이고, 악인입니다!! 심문관들을 보내 그 악행에 대해 낱낱이 파헤쳐야 합니다!!”

       

       

       다른 대사제가 벌떡 일어나며 동의했다. 여기저기서 동의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만신전은 이번 일에 대해 엄격하게 심문해야 할 것입니다!! 때에 따라서는, 황제를 이단으로 선언하는 방법도 가리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맞습니다!!”

       

       “여섯 신의 뜻대로 될 것입니다!!”

       

       

       카이사르가 있었다면 억울하다 못해, 뒷목을 잡고 쓰러졌을 말.

       

       

       끼익ㅡ

       

       

       육중한 회의실의 문이 열리며, 안토니오가 들어왔다. 손에는 빼곡한 글씨가 적힌 종이를 들고 있었다. 다급히 뛰어왔는지 가볍게 숨을 몰아쉬며 흐르는 땀방울을 닦는 모습.

       

       그 뒤로 한 청년이 뒤따라 들어왔다. 거대한 방패를 든, 다소 어벙해 보이는 인상의 사내는 쭈뼛거리며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아, 후우ㅡ 다들 여기 계셨군요. 다행입니다.”

       

       “안토니오 대사제님, 많이 늦으셨군요.”

       

       “그렇지 않아도 여러분께 제국의 일에 관해서 급히 알려야 할 일이 있었습니다.”

       

       “제국이라면…?”

       

       

       안토니오는 대회의실을 가로지르며 빠르게 여러 사실을 알렸다. 악마 신봉자 스툴투스의 능력, 악마병과 그 결과, 그리고 그에 감염된 제국의 수많은 사람들까지.

       

       

       “그런…”

       

       

       사람들의 인상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저 말이 사실이라면, 지금 제국에는 마수들이 제 모습을 숨기고 돌아다니고 있는 꼴. 어물쩍거리며 시간을 낭비할 수 없었다. 

       

       

       “안토니오님, 이 사실을 또 누가 알고 있습니까?”

       

       “이 방에 있는 여러분과 사도님들이 알고 있습니다. 이 사실이 알려진다면, 큰 혼란이 일어날 테니까요.”

       

       

       문득, 뚱뚱한 대사제가 뒤에 있는 청년을 가리켰다.

       

       

       “헌데 안토니오 대사제님. 뒤에 있는 청년은…?”

       

       

       어벙한 청년이 입을 열었다.

       

       

       “크흠… 저, 저는 이스칼이라고 합니다. 그으ㅡ 방금전에 신께서 저에게 이 방패를… 주셨습니다.”

       

       

       등에 둘러맨 거대한 방패를 들어 올리는 이스칼. 거대한 문짝 같은 방패는 은은한 강철로 빛나고 있었고, 육중하고 두껍기는 마치 성문과도 같았다.

       

       또한 화려하게 그려진 신비한 문양이 방패의 앞을 장식하고 있었다.

       

       

       “오. 과연 방패에서 범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지는군요.”

       

       

       대사제는 방패가 뿜어내는 신성력을 느끼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러한 귀물이라면, 필시 신께서 선택하신 사도일지니.

       

       

       “신께서는 저에게 이 방패를 주시면서 말씀하셨습니다.”

       

       

       이스칼이 방패를 만지며 말했다. 신께서 직접 말씀하셨다니, 대회의실의 공기가 터질 듯이 달아올랐다.

       

       

       “오, 오오!! 과연!!! 뭐라고, 뭐라고 말씀하셨습니까!!”

       

       “예, 예?!”

       

       

       옆에 있던 안토니오가 눈을 이글거리며 이스칼의 팔을 붙잡았다. 노인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박력. 당황한 이스칼이 더듬더듬 말을 이었다.

       

       

       “그, 그으ㅡ 《그대는 나의 분노를 전하라. 마땅히 내가 분노하였으니, 이를 전하라.》라고 하셨습니다.”

       

       “아아아ㅡ!!!”

       

       

       이스칼의 말을 들은 대사제들은 일제히 엎드리며 기도문을 외웠다. 저 말이 무슨 뜻인가? 신께서 분노하셨음이다!

       

       신께서 악마 신봉자들에게 분노하고, 자신들에게 분노하셨음이다!

       

       종된 입장에서 집에 들어온 벌레를 잡지 못하고, 그 주인이 직접 나서서 벌레를 잡게하였으니. 어찌 고개를 들겠는가?

       

       

       “오, 오오… 종된 자들이 그 의무를 다하지 못하였습니다. 속죄하고 뉘우쳐야 합니다!”

       

       “”속죄해야 합니다!!””

       

       

       안토니오는 눈물을 줄줄 흘리며 바닥에 머리를 쿵쿵 찧었다. 이스칼이 기겁하며 한참을 말려서야 자해를 멈췄다.

       

       고개를 들어 올린 안토니오의 머리에서는 피가 주르륵ㅡ하고 흘러내렸다.

       

       피가 흘러내려 번들거리는 안토니오의 눈이 마치 광인의 그것처럼 빛났다.

       

       

       “… 제국으로 이단 심문관을 보내야 합니다. 더불어! 사도님들께서도 제국으로 가주신다고 하였습니다.”

       

       “안토니오님, 어째서 사도님들을…? 성기사들을 움직이는 것이 더 좋지 않겠습니까?”

       

       “성기사들이 움직이면 그 움직임이 드러날 수밖에 없습니다. 대규모로 움직이는 것이 발각되면, 필시 숨어있는 악마들이 날뛰기 시작할 터. 그러면 무고한 백성들이 피를 흘릴 수밖에 없습니다.”

       

       선량한 백성들에게는 죄가 없습니다ㅡ

       

       

       안토니오의 말이 대회의실에 오래도록 울렸다. 대사제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선하고 무고한 이를 수호하고, 악한 자들을 벌하라. 그것이 곧 신의 뜻이니.

       

       

       “그렇다면 알겠습니다. 그럼 제국에 보낼 심문관으로는ㅡ”

       

       

       그렇게 만신전에서는 카이사르가 모르는 이야기가 오갔다.

       

       

       

       

       —

       

       

       

       

       “… 밖이 소란스럽네요.”

       

       

       만신전의 병동에 누워있는 모험가 한스가 옆의 침대를 향해 중얼거렸다.

       

       

       “… 그러게요.”

       

       

       옆 침대에서 케일이 대답했다. 오랫동안 얼음에 갇혀있던 여파로 꼼짝없이 누워서 재활치료 중인 둘은, 멍하니 창밖을 바라봤다.

       

       

       “밖에 번개 치던데… 뭘까요?”

       

       “… 글쎄요.”

       

       “여긴 참 조용하네요.”

       

       “그러게요…”

       

       

       그렇게 병동의 시간이 조용히 흘러갔다.

       

       

       

       

       

       ***

       

       

       

       

       

       

       쏴아아ㅡ

       

       

       적당히 따뜻한 물이 온 몸을 적셔 내려간다. 자고 일어나서 하는 샤워는 그야말로 야스, 그 자체다.

       

       

       “후우ㅡ”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탈탈 털면서 거울을 봤다. 캬, 몸 좀 봐라.

       

       

       “요요 식스팩 봐라 이거.”

       

       

       흡! 하고 힘을 주자 뚜렷하게 식스팩이 드러난다. 헬스 시작한지 얼마 안됐는데 이렇게 빨리 몸이 좋아지다니. 덕분에 트레이너한테 로이더 아니냐고 의심의 눈초리를 받았다.

       

       

       “몸이 예술이네 이거.”

       

       

       보기좋게 나눠진 근육들이 자랑스럽다. 이리저리 포즈를 취하며 나 혼자만의 근육쇼를 펼친다.

       

       

       “잘생겼단 말이지.”

       

       

       땀을 흘려서 그런가, 피부도 좀 좋아졌단 말이지. 괜히 턱도 쓰다듬으며 얼짱 각도를 잡아본다.

       

       

       ” 아씨. 늦겠네.”

       

       

       서둘러 물기를 닦아내고 옷을 입었다. 회사까지 가는 출근길은 항상 그렇지만 가기 싫은 길. 무거운 발을 질질 끌며 걸어간다.

       

       

       “저기, 죄송한데요ㅡ 길 좀 여쭤봐도 될까요?”

       

       “어, 네.”

       

       “OO 백화점까지 어떻게 가야 할지를 몰라서…”

       

       “거기는 이쪽으로 이렇게 쭉 가셔서 오른쪽으로 꺾으시면 돼요.”

       

       “아, 감사합니다!”

       

       

       길을 알려주고 서둘러 걸어가려는데, 뒤에서 다시 한번 나를 불러세웠다.

       

       

       “저기, 정말 죄송한데. 혹시 종교 있으세요?”

       

       

       잘못 걸렸다. 걸음을 더욱 빠르게 옮기며 앞만 보고 걸어간다.

       

       

       “아뇨, 저 신 안 믿어요. 돈 없어요, 무교에요.”

       

       “정말로 기운이 너무 맑으셔서 그래요. 저희는 사이비가 아니라ㅡ”

       

       “아뇨, 저 종교 없어요.”

       

       

       한참을 거머리처럼 들러붙던 여자는 회사 앞까지 와서야 사라졌다.

       

       

       “후우ㅡ 아침부터 재수가 없으려니.”

       

       

       괜히 머리를 고치며 투덜거렸다. 뭐? 신? 기운이 맑아?

       

       허 참.

       

       세상에 신이 어디 있다고 그래?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오타나 어색한 부분에 대한 지적은 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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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Install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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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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