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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2

       

       

       

       

       

       52화. 황제 ( 1 )

       

       

       

       

       

       “스읍ㅡ커어…”

       

       

       불이 꺼진 어두운 방, 한 사내가 침대에 누워 잠을 자고 있었다.

       머리맡에 놓인 핸드폰은 방금까지 게임이라도 했는지 아직 열기가 따뜻했다.

       

       고요한 침묵 속에서 사내의 숨소리가 규칙적으로 들려왔다.

       

       

       “스읍ㅡ커어… 스읍ㅡ커어…”

       

       

       일정한 리듬을 가지고 반복되는 리듬감 속에 불청객이 끼어들었다.

       

       

       우웅ㅡ! 우웅ㅡ! 우웅ㅡ!!

       

       

       잠잠하던 핸드폰이 진동하며 요란하게 울렸다. 모닝콜과도 같은 진동에 시체처럼 잠자던 남자가 꿈틀거렸다.

       

       

       “우으…”

       

       우웅ㅡ!! 우우웅ㅡ!! 우웅ㅡ!!

       

       “으…”

       

       

       뭐, 뭐… 뭐야? 뭔 일이야? 알람? 벌써 아침이야? 천근만근 무거운 눈을 뜨지도 못하고 손을 뻗어 머리맡을 더듬거렸다.

       

       무의식적으로 알람을 끄려 움직인 손가락, 하지만 핸드폰은 진동을 멈추지 않았다.

       

       

       우우웅ㅡ!!! 우우웅ㅡ!!!!

       

       

       되려 더 심해진 진동에 몸을 벌떡 일으킨다. 아니,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

       

       

       “몇 시야 이게?”

       

       

       미친 듯이 진동하는 핸드폰을 보니, 새벽 5시 20분. 보자마자 입에서 험한 말이 튀어나온다. 뭔 씨, 이 시간에 뭐야 도대체?

       

       손에서 그야말로 지랄 발광을 하며 진동을 하는 핸드폰. 거짓말 조금 보태서 핸드폰인지, 기관총인지 헷갈릴 수준이다.

       

       

       “지랄났네 진짜.”

       

       

       잠금을 풀고 핸드폰을 켰다. 그러자 나를 반기는 무수한 팝업 알림창의 향연. 그야말로 수십 개가 쌓여서 기가 질릴 정도다.

       

       나한테 스팸 메시지로 테러를 했나 싶은 수준이다. 쭉 내리면서 보니 전부 게임 팝업 알림이다.

       

       

       “하… 저번에 야간 알림을 분명 껐는데?”

       

       

       속에서 열불이 올라온다. 도대체 무슨 팝업 알람이 새벽에 와서 사람을 깨워? 진동도 더럽게 세네.

       

       쌓인 메시지들을 쭉 살펴보니 전부 영웅급 모험가가 방문했다는 알람이었다.

       알람만 해도 수십 개가 왔는데, 영웅급 모험가가 수십 명이 온 건 아닐 테고… 아마 한 명이겠지.

       

       

       “… 뭔지 확인만 하자.”

       

       

       조금씩 무거워지는 눈을 억지로 버티며 게임이 접속했다. 궁금한 건 또 못 참으니까.

       

       잠깐의 로딩 후, 익숙한 신전이 보였고, 곧바로 여관으로 향했다.

       

       원목 나무로 만들어진 여관 안에는 한 중년의 남성이 있었다. 보자마자 탄식이 튀어나온다.

       

       저번에도 이스갈이였나, 아가리였나 걔도 남캐였는데.

       이번에도 남자야?

       

       화가 나서 끄려다가, 문득 캐릭터의 머리 위에 있는 화려한 왕관이 눈에 들어왔다.

       왕관…? 왕족 캐릭터인가?

       

       

       “정보만 봐야겠다.”

       

       

       성기사랑 야만 전사는 본 적 있는데, 머리에 왕관을 쓰고 있는 캐릭터는 또 처음이다. 다시 보니 서있는 모습도 괜히 위엄있어 보인다.

       

       모험가 정보를 눌러 왕관을 쓴 캐릭터의 정보를 대충 훑어 봤다. 어디 보자, 직업이…

       

       

       “… 직업이 황제야?”

       

       

       왕관을 쓰고 있어서 왕족이나 뭐 그런 거라고 생각은 했는데… 황제가 나올 줄은 몰랐네? 황제라고 생각하면서 보니까 진짜로 행동하나하나에 고귀함이 보이는 것 같다.

       

       

       “아… 근데 지금은 뭐 줄 무기가 없는데.”

       

       

       명색이 황제인데, 대검이나 도끼는 좀 아닌 것 같고. 저번에 수수께끼 상점에서 산 방패는 해금은커녕, 무기 리스트에 등록도 안 된 무기였고…

       

       수수께끼 상점 이거 완전 불법 무허가 상점이였네? 아저씨, 여기에 자리 깔고 장사하면 경찰한테 잡혀가요.

       

       슬슬 몰려오는 잠기운에 오만가지 잡생각이 다 들기 시작한다. 자다깨서 그런지 머리가 몽롱하다.

       

       … 일단 자고 내일 생각할까.

       

       

       “넌 좀 더 기다려라…”

       

       

       몰려오는 잠기운을 이기지 못하고, 핸드폰 화면을 닫았다. 그대로 베개에 머리를 파묻으니, 물밀듯이 수마가 덮쳐 온다.

       

       

       “스으… 스으….”

       

       

       점차 몽롱해지는 의식 속에서 꿈을 꾸었다. 

       

       찰랑거리는 붉은 머리의 여인을 만나는 꿈.

       

       얼굴이 너무 아름다워서 차마 똑바로 볼 수 없을 정도의 미인이 나에게 말했다.

       

       

       – “빨리 레이드를 돌리셔야 합니다.”

       

       “예?”

       

       – “빨리 보스 레이드를 돌리셔야 합니다.”

       

       “아니 그게 무슨…”

       

       – “저번에 강제로 이쪽으로 불러오느라 무리를 했습니다. 이번에는 그렇게 못해요. 어서 레이드를 돌리셔야 합니다.”

       

       “무슨 레이드요?”

       

       – “후… 어쩔 수 없군요.”

       

       

       붉은 머리의 여인은 한숨을 내쉬더니 허리춤에서 무언가를 주섬주섬 꺼냈다. 

       

       섬섬옥수 같은 손에 딸려 나온 망치. 어, 잠깐만… 그걸 왜 그렇게 잡아?

       

       

       – “그 옛날 악마들을 때려잡던 이후, 다시는 꺼내지 않겠다 맹세했는데.”

       

       “어, 어어… 그걸로 뭐 하려는거예요!”

       

       – “불경한 일이지만 용서하십시오. 전부 필요에 의한 일입니다. 이러지 않으면 또 잊어 버리실 테니… 부디 저의 불경함을 용서하세요.”

       

       

       붉은 머리의 여인은 망치를 들어 올려 내 머리를 딱ㅡ하고 내리쳤다.

       

       

       – “레이드를!”

       

       ㅡ딱!

       

       – “돌리세요!”

       

       ㅡ따악!

       

       – “레이드를!!”

       

       ㅡ빠악!!

       

       – “돌리세요!!!”

       

       ㅡ빠각!!

       

       “아악!!! 아!! 아파!! 아파요!!”

       

       – “제 마음이 더 아픕니다! 하지만 기억하셔야 합니다!! 레이드를!!! 돌리셔야 합니다!!”

       

       “악!! 아니 누구신데 이러세요!! 아악!!!”

       

       – “누구긴요!! 성녀!! 성녀입니다!!”

       

       

       자신을 성녀라고 밝힌 여인은 익숙한 동작을 하듯, 일정한 리듬으로 내 머리를 내리쳤다. 신묘한 각도로 휘어지며 이리저리 휘둘러지는 망치.

       

       그 앞에서 반항은 무용했으니.

       

       그렇게 나는 여인에게 엉망진창으로 망치질 당했다.

       

       

       – “레이드를 돌리세요!!”

       

       ㅡ빠각!!

       

       “아아악!!”

       

       

       

       

       

       ************

       

       

       

       

       

       고급스러운 침대에 한 중년의 남자가 누워 있었다. 장인이 한 땀 한 땀 손수 만든 비단 이불을 덮고, 가는 숨을 내쉬고 있었다.

       

       

       “폐하…”

       

       

       재상이 침대 옆에 무릎을 꿇고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

       역병쥐의 첫 습격 이후, 사흘 동안 제국의 곳곳에서 역병쥐의 공격이 이어졌다.

       

       제국이 혼란스러운 지금, 만인의 어버이이자 제국의 중심이 되는 황제의 존재는 필수적이었다.

       

       하지만 황제는 악마병에 대한 사실을 듣고 충격에 일어나지 못하고 있으니…

       

       재상의 표정이 더욱 어두워졌다.

       

       

       “폐하, 어서 일어나셔야 합니다. 더러운 마귀들이 천 년 역사의 수도를 더럽히고 있습니다. 제국의 기둥이 되어 저희를 이끌어 주셔야 합니다 폐하.”

       

       

       급한 대로 재상이 일선에 나서 진두지휘하고 있지만, 황제가 두문불출하는 기간이 길어질 수록 병사들의 사기가 떨어졌다.

       

       황제는 진작에 도망쳤다, 악마와 계약했다더라, 역병쥐에게 습격당해서 이미 죽었다… 짧은 시간 동안 온갖 소문이 병사들 사이에 떠돌았다.

       

       마치 누군가 악의적으로 소문을 조장하는 것처럼, 미친듯이 소문이 떠돌았다.

       

       지휘관들이 헛소문을 퍼뜨리는 자들에게 엄벌을 가하고 있지만, 이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제국에는 황제가 필요하다…’

       

       

       재상은 황제의 빈자리를 채울 수 없었다. 그는 제국의 2인자. 황제를 뒤에서 돕는 자였지, 앞에서 지휘하는 자가 아니었다.

       

       성도에서 온 작은 사제의 말에 따르면… 황제에게 육체적인 문제는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심적인 충격이 그를 눕힌 것이리라.

       

       

       “폐하… 너무 늦으면 더 이상 돌이킬 수 없게 됩니다. 아버지로서도, 황제로서도… 부디 늦지 않게 일어나셔야 합니다.”

       

       

       재상은 나지막이 읇조리고 방을 천천히 나갔다. 지금, 이 순간에도 재상의 결정을 기다리는 문제들이 쏟아지고 있었다.

       

       병사들의 보급부터 시작하여 기사들의 파견과 편성, 물자 보급, 역병쥐들에게 물린 이들의 치료, 악마병에 걸린 이들에 대한 이송…

       

       재상은 무거운 눈빛으로 방을 나섰다. 그에게는 황제가 일어날 때까지, 제국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었으니.

       

       

       ‘천 년의 제국이 흔들리는구나…’

       

       

       재상이 조용히 문을 닫자, 황제의 손가락이 가볍게 꿈틀거렸다. 

       

       이윽고 언제 그랬냐는 듯, 조용한 숨소리만이 들려왔다.

       

       

       

       

       ————

       

       

       

       

       “으음…”

       

       

       카이사르는 무거운 머리를 붙잡고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욱신거리는 머리가 쪼개지는 것처럼 아팠다.

       

       그렇게 한참 동안 머리를 부여잡고 있자니, 점차 고통이 가라앉기 시작했다.

       그제야 바싹 메마른 목이 물을 호소하는 게 느껴졌다.

       

       

       “거기, 아무도 없느냐? 물, 물을 좀 가져오거라.”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카이사르는 여전히 머리를 부여잡고 있느라 주변을 보지 못했다.

       

       

       “거기 아무도 없느냐?”

       

       

       고요한 침묵. 카이사르는 너무나도 조용한 공간에, 그제야 주변을 둘러보았다.

       

       

       “여기는…?”

       

       

       벽가에는 벽난로가 타닥타닥 불똥을 튀며 타오르고, 원목 테이블에는 향긋한 수프와 잘 구운 고기가 가득했다.

       보기만 해도 시원해 보이는 맥주 또한 가득히 채워져 있었다.

       

       

       “이게 다 무슨…”

       

       

       카이사르는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나무로 둘러싸인 공간, 음식들과 술 그리고 벽난로… 

       

       

       “모르겠군…”

       

       

       카이사르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런 작고 초라한 공간에 음식이라니, 카이사르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풍경이었다.

       

       크기만 봐서는 애완동물이 사는 곳인가 싶기도 하지만…

       

       

       “그보다 짐이 도대체 왜 여기에 있는 거지?”

       

       

       천천히 마지막 기억을 되짚는 카이사르. 그래, 분명히 성도에서 온 이들을 응접실에서 만났고, 그 후에 악마병에 대해 들었다. 그리고… 그리고…

       

       

       “율리우스…!”

       

       

       자신의 아들, 율리우스. 율리우스가 악마병에 걸렸다. 그 씹어먹어도 시원치 않을 스툴투스 돼지 새끼 때문에.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구나.”

       

       

       여기가 어디인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자신이 납치됐다면…

       기사단이 구하러 오겠지만, 그동안 자신의 몸은 스스로 지켜야 한다.

       

       

       챙ㅡ!

       

       

       테이블에 있던 맥주잔을 비우고, 날카롭게 깨서 임시로 무기를 만들었다. 빈약하긴 해도 없는 것보다는 낫다.

       

       깨진 잔을 들고 조심스럽게 문을 향해 다가 갔다. 손바닥으로 슥 밀어보자, 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문이 아니라 벽을 미는 듯한 감각.

       

       

       “… 소용없겠구나.”

       

       

       깨진 잔을 버리고, 날카로운 조각을 주웠다. 나갈 수 없게 막아놨다면, 지신을 납치한 이들이 곧 돌아오겠지.

       

       여차하면 이 조각을 휘둘러야 할 수도 있다.

       

       카이사르가 긴장된 기색으로 주변을 둘러봤다. 여전히 타닥거리며 타오르는 모닥불과 맛 좋은 스프의 향기만이 가득한 공간.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흡…!”

       

       

       거대한 중압감이 그를 짓눌렀다. 공기 자체가 무거워지는 듯한 감각. 누군가가 이곳을 바라보고 있다.

       

       무릎이 덜덜 떨리면서 숨이 가빠져온다. 감히 고개를 드는 것도 허락되지 않았다. 일순간 달라진 공간의 분위기.

       

       거대하고 초월적인 존재가 그의 영혼까지 꿰뚫어 보는 듯한 섬뜩한 감각이 스친다.

       

       

       “크읍…”

       

       

       카이사르는 바닥을 바라보던 고개를 애써 들어 올렸다. 상대가 무엇이라고 해도, 그는 제국의 상징이자 기둥인 황제였으니.

       

       그 상대가 설령 신이라 해도, 그는 고개를 숙일 수 없었다.

       

       

       《…》

       

       

       힘겹게 들어 올린 시선은 천장을 향했다. 보이지는 않지만, 틀림없이 느껴진다. 

       

       얇디 얇은 벽을 뚫고, 압도적인 무언가가 그를 바라보고 있다.

       

       한참 동안 그를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카이사르 거친 숨을 내쉬며 그 시선을 마주했다.

       

       

       ‘이게… 소문에 떠돌던 여섯 번째 신인가?’

       

       

       터무니없는 존재감. 마음속에서 절로 신앙심이 피어오를 지경이다. 하지만 카이사르는 가까스로 이를 억눌렀다.

       

       제국의 황제는 누구에게도 무릎을 꿇을 수 없다.

       

       

       《… 그대는 좀 더 기다려야함이니.》

       

       

       짧은 말과 함께 순식간에 시선이 사라졌다.

       카이사르는 끈이 풀린 인형처럼 제자리에 주저앉았다. 온몸이 식은땀으로 축측하게 젖은 것이 느껴졌다.

       

       

       “후, 후우ㅡ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이냐…”

       

       

       카이사르의 허망한 혼잣말에 모닥불만이 조용히 타닥거렸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오타나 어색한 부분에 대한 지적은 늘 감사합니다!!!!

    ㄴㅇ0ㅇㄱ!!! 이게 무슨 일입니까!!!

    – ‘괴력피아’님!!! 3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아악!!!! 자도 사랑합니다!!!! 항상 감사하고 사랑합니다악!!!!!!

    – ‘노스엘라’님!!! 10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연…참?? 아아… ‘이것’ 말인가…??

    … 하하, 장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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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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