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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0

       

       

       

       

       

       

       60화. 악몽의 마귀 ( 3 )

       

       

       

       

       

       버그때문에 갑자기 스턴이 걸려서 정신을 못 차리는 황제에게 아껴놨던 스킬 하나를 사용했다.

       

       

       《침착한 정신! 대상의 해로운 상태 이상이 해제됩니다. 일정 시간 동안 해로운 상태 이상에 대한 면역이 생깁니다.》

       

       

       문득 스킬을 쓰고 나서야 떠오른 의문.

       

       

       ‘버그 때문에 스턴이 걸린 건데, 스킬로 해제가 되나?’

       

       

       스턴의 원인이 버그라면, 스킬을 사용해도 계속해서 스턴이 걸리거나 아예 풀리지 않을 수 있는 상황.

       

       그런 의문을 멍청하게도 스킬을 쓰고 난 다음에 떠올렸다. 아차 싶었지만 이미 손가락은 스킬을 사용했고, 스킬 이팩트가 황제에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삐로롱ㅡ

       

       

       촌스러운 효과음과 함께 천사 두 명이 나타나 황제의 머리 위에 금가루를 솔솔 뿌리더니 사라졌다. 

       

       다행히 효과는 있었는지 스턴에서 풀려난 황제.

       스턴이 풀린 건 다행이지만… 또 버그 터지는 건 아니겠지?

       

       

       – “제국을 위하여!”

       

       

       정신을 차린 황제가 왕홀을 들어 올리며 광역의 버프를 뿌렸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시작된 보스 레이드.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보스전을 지켜봤다.

       도끼를 든 프리가와 대검을 겨눈 케니스가 앞으로 달려 나가고, 빗발치듯 쏟아지는 찰흙괴물의 공격을 이스칼이 나서서 방어한다.

       

       

       – “넌 못 지나간다!”

       

       ㅡ 띠링!

       

       《이스칼의 도발! 악몽의 마귀가 이스칼을 공격합니다!》

       

       

       이스칼에게 집중되는 괴물의 공격. 그 틈을 노려 케니스와 프리가가 딜을 꽂아 넣는다.

       남캐에게 방패를 준 값을 톡톡히 해내는 이스칼. 나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었다.

       

       

       ㅡ 꽈르릉!

       

       ㅡ 콰광!!

       

       

       중간중간 프리가와 케니스를 향하는 공격은 《번개의 일격》을 사용해서 방해했다. 수시로 번개가 떨어지니 정신을 못 차리는 찰흙괴물.

       

       

       – “이거나 먹어라!”

       

       

       이어폰을 타고 귀를 울리는 프리가의 우렁찬 기합 소리.

       다른 캐릭터 목소리는 적당했는데, 왜 프리가만 이렇게 목청이 좋은 거야. 급하게 소리를 줄였다.

       

       그사이에도 차근차근 딜을 넣는 케니스와 프리가. 무기를 든 얼굴 없는 주민들도 나름대로 선전하며 보스를 상대하고 있다.

       

       

       ㅡ 끄히에에에엑!!!

       

       

       소름 끼치는 비명을 지르는 찰흙괴물. 어느새 피통이 제법 깎였다. 느리지만 착실하게 줄어드는 보스의 체력을 보며 나도 모르게 생각했다.

       

       

       “… 할 만한데?”

       

       

       1 스테이지 보스보다는 쉬운 녀석인 것 같다고.

       

       

       

       

       

       **********

       

       

       

       

       

       “저, 저게 뭐야?”

       

       

       프리가는 하늘에서 내려오는 빛의 기둥을 보며 말했다. 샛노란 두 개의 기둥이, 아니… 기둥이 아니었다.

       

       하늘을 올려다본 병사들도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하늘을 봐! 저게 대체 뭐지?”

       

       “저건 새야!”

       

       “아냐, 마수야!”

       

       “아니야 저건! 저건!”

       

       

       새하얀 날개를 펄럭이고, 그들의 뒤에는 금빛의 가루가 긴 꼬리를 만든다. 자유롭게 하늘을 날며 천천히 지상을 향해 내려오는 이들.

       

       신화시대의 상징이자, 기록으로만 존재하던 신의 사자. 

       

       천사들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천… 사님?”

       

       

       루엘이 멍하니 하늘을 보며 중얼거렸다. 성지에서도 만나지 못 했던 천사를 너무 갑작스럽게 보게 돼서 잠시 뇌가 멈춘 듯한 모습.

       

       전장에 있는 모든 이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등장한 천사들은 달처럼 은은하게 빛나는 날개를 펄럭이며 황제의 머리 위를 맴돌았다.

       

       

       – “그대에게 축복을.”

       

       – “역경과 고난에도 굴하지 않는 위대한 정신을.”

       

       

       천사들은 짤막한 기도문을 외우며 황제를 축복했다. 새하얀 천사의 손을 따라 빛이 흩어지며 황제의 머리에 내려앉았다.

       

       성스럽기 그지없는 모습에 전장의 모든 이들이 고개를 숙이고 기도했다.

       

       저 모습을 보라.

       

       신께서 황제를 축복하시니!

       참으로 천 년 제국의 흥복이라!

       

       

       – “영광이 있기를.”

       

       

       황제를 축복한 천사들은 새하얀 날개를 펄럭이며 하늘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몇 번의 날갯짓에 하늘 끝까지 날아올라, 더 이상 그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아무도 고개를 들지 않았다.

       

       

       “ㅍ, 폐하…”

       

       

       카이사르의 바로 옆에 있던 데모닉이 떨리는 목소리로 카이사르를 불렀다. 

       

       

       “… 머리가 아주 맑군. 마치 안개가 탁 트인 기분이야. 그래, 그분께서 내가 나아가야 할 길을 비춰주셨네.”

       

       

       카이사르는 왕홀을 움켜쥐었다. 신이 그에게 내린 사명과 축복. 

       모든 것을 품고 지키겠다는 자신의 맹세.

       

       이제 그것을 증명할 때였다.

       

       

       “제국의 전사들이여!”

       

       

       치켜올린 왕홀의 태양석에서 눈부신 빛이 모이기 시작했다.

       

       

       “여섯 신께서 천사들로 하여금 길을 비춰주셨으니, 우리는 다만 나아갈 뿐이다! 흔들리지 마라! 의심하지 마라!”

       

       

       눈부신 황금빛 아지랑이가 왕홀을 중심으로 퍼지면서 전장을 뒤덮는다. 병사들의 무기에 은은하게 서리는 황금빛. 흔들리던 병사들의 눈에 점차 투지가 깃들기 시작한다.

       

       

       “여기는 위대한 천년의 제국이다!! 그대들에게는 빛으로써 약속된 미래가 있을지니! 다만 싸울 뿐이다! 검을 겨눠라, 방패를 들어라! 저 간악한 마귀에게 사로잡혀 신음하는 이들의 비명이 들리는가! 진정 그들을 위한다면, 싸워서 지켜라! 신께서 빛으로 우리를 보우하심이니!”

       

       

       뜨겁게 끓어오르는 병사들의 사기. 더 이상의 미혹은 없었다. 의심과 망설임은 사라졌다. 가족을 위해 마귀와 싸우는 위대한 전사만이 존재했다.

       

       

       “여기가 어디인가!!”

       

        “”제국입니다!!””

       

       “찬란한 천 년 역사의 제국이다!! 제국을 위해, 가족을 위해 싸워라!!”

       

       

       병사들이 방패를 두들고 땅을 쿵쿵 굴렀다.

       수백 수천의 발 구름이 모이니, 지진과도 같았고.

       일제히 방패를 두들기니, 하늘에서 치는 우렛소리와도 같았다.

       

       터질 듯 끓어오르는 병사들의 눈동자가 마귀를 향했다. 신께서 천사들로 그들에게 약속하셨으니, 싸울 뿐이었다.

       

       그들의 가족을 위해, 제국을 위해!

       

       

       ㅡ 끼히히에에에엑!!

       

       

       병사들의 투지어린 눈동자가 불만스러운지, 마귀는 몸통에서 굵은 촉수를 마구 뽑아내 땅을 내리쳤다.

       촉수 하나하나가 성인 몸통보다 굵었고, 바람을 가르며 휘둘러졌다.

       

       하지만 그 누구도 물러서지 않았다.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서는 싸워야 했기 때문에.

       

       

       “먼저 가겠습니다!”

       

       “어딜 혼자 가려고!”

       

       

       케니스가 신성력으로 이글거리는 신검을 들고 바람처럼 달려 나갔다. 이에 질세라 프리가가 그 뒤를 따랐다.

       

       앞으로 튀어나온 둘을 노리고, 마귀가 굵은 촉수 다발을 마구 휘둘렀다. 케니스가 뒤를 향해 외쳤다.

       

       

       “이스칼님! 뒤를 부탁합니다!”

       

       “으, 으앗!!”

       

       

       뒤에서 방패를 들고 있던 이스칼이 뛰어나왔다. 그의 눈동자에는 당혹감이 가득했다.

       

       

       ‘이, 일단 나오긴 했는데!’

       

       

       케니스가 불러서 엉겁결에 앞으로 나오긴 했는데, 저걸 막을 수 있을까? 바람을 찢어가며 휘둘러지는 촉수들. 흡사 통나무가 날아오는 듯했다.

       

       케니스와 프리가는 그가 저걸 막아주리라 생각하는지, 아니면 신경도 안 쓰는 건지. 날아오는 촉수에 일절 신경을 쓰지 않았다.

       

       

       이스칼은 꿀꺽 침을 삼켰다.

       

       

       ‘까짓거…!’

       

       

       사나이로 태어나서 한 번 죽지, 두 번 죽겠냐는 생각으로 팔에 굳게 힘을 줬다. 두꺼운 방패로 앞을 가리고, 다리를 낮춘다.

       

       

       ㅡ 콰앙!

       

       “크으ㅡ!”

       

       

       촉수가 부딪히기 직전에 방패를 약간 기울여서 충격을 흘려 낸다. 누가 알려주지도 않았지만, 본능적으로 타점을 비껴내고 충격을 전달해 땅으로 흘린다.

       

       실로 놀라운 방패술의 재능.

       

       

       “후, 후우ㅡ”

       

       

       몸이 조금 밀려났지만, 그는 멀쩡했다. 두꺼운 촉수들이 한움큼 뭉쳐서 방패를 후려쳤음에도, 팔이 약간 아린 정도에서 그쳤다.

       

       이스칼은 자신감이 생겼다. 촉수들이 방패를 후려쳤을 때, 본능적으로 방패를 기울였던 각도를 복기했다.

       

       지금이라면 조금 더 나은 각도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ㅡ 끼헤에에에엑!!!

       

       

       작은 인간이 자기 공격을 막은 것이 불쾌했는지, 마귀가 괴성을 질렀다.

       

       그리고 굵은 팔을 내뻗어 이스칼에게 휘둘렀다. 제 몸을 도려내는 프리가와 케니스는 보지도 않고, 뭔가에 홀린 듯 이스칼을 노려 공격하는 마귀.

       

       이스칼은 자신을 짓이길듯 쏟아지는 마귀의 공격을 보았다. 방패를 잡자 모든 것이 보였다.

       어디를 노리는지, 어떻게 흘리고 막아 내야 할지 머릿속에 떠오른다.

       

       

       ㅡ 쾅!! 콰앙!!

       

       

       철과 고기가 부딪혔지만, 그 소리는 철과 철이 부딪힌 소리가 울렸다.

       기울이고, 회전시키고, 흘려 낸다.

       이스칼은 무아의 경지에서 비처럼 쏟아지는 촉수들을 방패 하나로 버텨냈다.

       그리고ㅡ

       

       

       “하, 하하!!”

       

       

       이스칼은 그 모든 공격을 흘리고, 막아 내고, 비껴냈다.

       이 방패와 함께라면, 뭐든지 막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이게, 신께서 자신에게 준 무기.

       

       

       “이 사악한 괴물아ㅡ!”

       

       

       이스칼이 방패를 쾅쾅 두들겼다.

       그의 뒤에 있는 수많은 이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지금 이 순간이, 바로 그의 운명적인 순간.

       

       

       ” 넌 못 지나간다!!”

       

       

       이게, 자신의 운명.

       

       

       “전군ㅡ!!”

       

       

       뒤에서 카이사르의 호령이 울렸다. 이스칼의 놀라운 신위를 본 병사들의 사기가 하늘을 찌를 듯했다.

       

       

       “진군하라ㅡ!! 그대들의 가족을 위해, 싸워라!!”

       

       

       황금빛으로 빛나는 방패의 벽이 일제히 전진했다.

       그들의 가족을 위해, 아버지의 아버지로부터 지켜온 땅을 위해.

       

       

       “창을 올리고, 방패를 잡아라!! 그대들은 신께서 점지한 승리를 위해 싸우는 것이다!!”

       

       

       왕홀을 휘두르며 열변을 토하는 카이사르. 그에 호응하듯, 마른하늘에 한바탕 우레소리가 울렸다.

       

       

       ㅡ 꽈릉!!

       

       ㅡ 끼히히에에에엑!!!!

       

       

       눈부신 벼락이 하늘을 찢고 마귀에게 내려꽂혔다. 고통을 토하며 꿈틀거리는 마귀. 병사들은 흔들림 없이 전진했다.

       

       

       “전진하라!!”

       

       

       악몽과의 싸움은, 예정된 승리를 위한 것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오타나 어색한 부분에 대한 지적은 늘 감사합니다!!!

    상태이상 제거(현자타임)

    ㄴㅇ0ㅇㄱ!!! 아닛!!! 이게 무슨 일입니까!!!

    – ‘길가던나그네’님!!! 2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약 먹고 푹 쉬니까 멀쩡해졌습니다!!! 악!!! 걱정을 끼쳐서 죄송합니다!!! 사!!! 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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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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