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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2

       

       

       

       

       

       62화. 악몽의 마귀 ( 5 )

       

       

       

       

       

       어린 시절 초등학생 필독 도서 중 하나였던 ‘그리스 로마 신화’를 아는가? 아마 학교 도서관 한 켠에 무조건 있었을 것이다. 

       

       가슴뛰는 영웅들의 모험과 신화의 이야기. 나는 그중 헤라클레스를 가장 좋아했다. 헤라클레스의 12가지 과업. 하나하나 굉장한 업적이었지만, 그중 히드라에 관한 이야기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히드라는 아무리 목을 잘라도 다시 살아나는 불사의 괴물. 거기에 치명적인 극독까지 있는 괴물이었다.

       상대하는 입장에서는 ‘게임 줫같이 하네.’라고 극찬이 저절로 나왔을 것이다.

       

       그러면, 무한히 재생하는 괴물을 상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렇다. 불은 정답을 알고 있다.

       

       자르고 잘라도 계속해서 목이 자라나는 히드라를 상대로, 헤라클레스는 녀석의 상처를 불로 지져서 재생을 막아 버린다.

       

       이 이야기에는 하나의 교훈이 있다.

       

       재생하는 괴물을 만나면 불에 태워라.

       

       작은 불로 안 된다면, 더 큰 불을 붙이면 된다. 상처를 불로 지지고, 태우고 구워 버리면 된다.

       현자 헤라클레스 선생님은 이 사실을 잘 알고 계셨다. 이제 그의 불꽃 같은 의지를, 내가 이을 차례다.

       

       상점에서 새로 구매한 스킬을 《작은 치유》와 교체해준다. 아직 쓰지 않은 광역 도트 힐도 있고, 치유 스킬이 2개나 있을 필요는 없다.

       

       스킬창에서 찬란히 존재감을 자랑하는 새로운 스킬.

       

       회색빛으로 멈춘 화면과 괴물.

       저 끔찍한 녀석에게 화끈한 불맛을 보여주겠노라, 다짐하며 다시 레이드를 시작했다.

       

       

       

       

       

       

       *********

       

       

       

       

       

       – “나앙… 패?”

       

       

       마귀가 고개를 불규칙적으로 까딱거리며 찢어지는 목소리를 흘렸다. 그 모습을 보는 이들은 공포감, 두려움보다 기괴함을 먼저 느꼈다.

       

       괴물로 태어난 녀석이 어설프게 인간을 흉내 내는 것에 대한 기괴함.

       피가 뚝뚝 떨어지는 고깃덩어리의 몸으로 사람의 동작을 따라 하고, 괴물이 울부짖는 목소리로 사람의 말을 흉내낸다.

       

       사람을 보고 배우면서 사람인마냥 행세하려고 한다. 계속해서 사람의 몸짓과 말을 배우고 흡수하고 있다.

       괴물이 사람을 따라 한다.

       

       케니스는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저 괴물은 위험하다. 이 자리에서 해치우지 못하면, 큰 재앙으로 돌아올 것이다.

       

       신검을 들어 올린 케니스가 뛰어들으려 할 때, 데모닉이 외쳤다.

       

       

       “멈춰라! 섣불리 나서면 안 된다!”

       

       

       앞으로 튀어 나가기 직전의 몸을 아슬아슬하게 멈춘 케니스. 마귀에게 칼을 겨눈 데모닉은 뒤를 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상대하기 어려운 마귀다. 끊임없이 재생하고, 상대방에게서 배우고 있어. 한 번에 확실하게 해치워야 한다.”

       

       

       실제로 마귀는 데모닉의 검에 잘리고 토막 나면서, 스펀지처럼 그의 검술을 흡수하고 있었다.

       

       처음 본 검술에는 무력하게 당한다. 두 번 봤을 때에는 어설프게 막고, 세 번 보면 점차 따라 하기 시작한다. 실로 경이로운 학습 능력.

       상대가 마귀만 아니었다면, 데모닉이 직접 검을 가르치고 싶었을 정도다.

       

       

       “칫.”

       

       

       데모닉은 혀를 찼다.

       아직 마귀의 수준이 그리 높지 않을 때 해결해야 하는데, 마땅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계속해서 재생하고, 상대방에게서 학습하는 마귀라니. 살아생전 처음 만나 보는 괴물이었다.

       

       

       ‘도대체 어디서 이런 괴물이 튀어나와서…!’

       

       

       잠시 숨 막히는 대치가 이어졌다. 데모닉의 머리가 바삐 굴러가며 대응책을 생각할 때.

       

       

       ㅡ 차앙!

       

       

       마귀 주변의 공간이 무수한 원을 그리며 쭈욱 갈라졌다. 원으로 갈라진 공간의 그 너머로, 검은 심연이 보였다. 빛도 어둠도 존재하지 않는 깊고 깊은 심연.

       그 속에서 무언가 꿈틀거리며 튀어나오고 있다.

       

       

       – “키ㅡ헤엑?!”

       

       

       갑작스러운 이변에 마귀가 급히 피하려 했지만, 찢어진 공간에서 튀어나오는 것이 더 빨랐다.

       

       

       ㅡ차르르륵!

       

       

       심연에서 튀어나온 은색의 사슬들이 허공을 유영하며 뱀처럼 꿈틀거렸다. 앞에 달린 날카로운 가시를 뱀의 머리처럼 까딱거리고, 은색의 사슬이 뱀의 몸통처럼 흐르며 차르륵하는 소리를 울렸다.

       

       이윽고, 은색의 사슬이 날카로운 가시를 앞세워 창처럼 내리꽂혔다.

       

       

       – “끼힉ㅡ! 끄히ㅡ엑!!”

       

       

       사슬에 달린 가시는 무른 두부를 통과하는 것처럼 손쉽게 마귀의 몸을 관통하여 땅까지 파고들었다. 그런 사슬이 수십 개.

       

       수많은 사슬이 마귀의 몸을 꿰뚫었다. 팔과 다리, 몸통과 목까지.

       

       마귀는 창에 꿰뚫린 사냥감처럼, 무력하기 그지없는 모습으로 붙잡혔다.

       얇디 얇은 사슬은 마귀를 꿰뚫어 땅에 무릎 꿇렸고, 그 모습은 마치 죄인을 무릎 꿇린 모습과도 같았다.

       

       

       “이, 이건…”

       

       

       루엘의 눈이 크게 떠졌다. 은색의 사슬에 깃들어 있는 높은 밀도의 신성력. 그리고 찢어진 공간 너머에서도 신성력이 느껴졌다.

       

       명백한 기적의 현장. 루엘이 흙바닥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 신께서 그들을 도우심이 분명했다.

       

       신께서는 그들에게 감당할 수 없는 시련을 주시지 아니하니, 참으로 어버이의 마음이라.

       

       가슴에서 복받치는 신앙심을 기도문으로 토해냈다.

       

       

       “내가 두려워하는 날에는 내가 여섯 신께 의지하리이다. 여섯 신이시여, 그대의 이름을 아는 자는 그대께 의지하오리니ㅡ”

       

       “야, 야. 그만해. 얼른 일어나.”

       

       “으에엑.”

       

       

       속사포처럼 기도문을 내뱉는 루엘의 뒷덜미를 붙잡고 들어 올린 프리가. 주변을 둘러보자 병사들과 기사, 누구 하나 가릴 것 없이 눈앞에 목도한 기적에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프리가는 은색의 사슬을 바라봤다. 몸 여기저기 꿰뚫린 마귀는 움직이지도 못한 채 가만히 무릎을 꿇고 있었다. 무방비하기 그지없는 모습.

       

       지금이라면.

       

       

       ‘한 번에 죽일 수 있지 않을까?’

       

       

       프리가는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을 즉각 행동에 옮겼다. 양손으로 용 사냥꾼의 도끼를 움켜쥐고, 바람처럼 달려 나간다.

       

       

       “잠까ㅡ”

       

       

       뒤늦게 그 모습을 본 데모닉의 외침이 바람에 묻혀 흩어지고, 무릎 꿇은 마귀의 목을 향해 벼락처럼 떨어지는 도끼.

       

       

       ㅡ 카앙!

       

       “으읏!”

       

       

       마귀의 목을 내려쳤건만, 손에 돌아오는 느낌은 강철로 된 벽을 두들기는 것 같았다. 프리가는 빨갛게 달아오른 손을 탈탈 털면서 뒤로 물러났다.

       

       

       “아으. 손 아퍼. 뭐지, 아깐 그렇게 튼튼해 보이지 않았는데?”

       

       “공녀님! 괜찮으세요?”

       

       

       깜짝 놀란 케니스가 다가왔다. 프리가는 머쓱하게 웃으며 빨간 손을 보였다.

       

       

       “아니, 뭐. 괜찮아. 지금이라면 한 번에 죽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죽이는 건 고사하고, 도끼날도 들어가지 못했다.

       

       

       “흐. 이상하네. 아까 너희 아빠가 칼질하는 거 보면 튼튼한 놈 같지는 않았는데.”

       

       

       데모닉이 다가오며 말했다.

       

       

       “힘이나 기술이 부족했던 건 아니다. 저 사슬 때문에 그런 것 같군.”

       

       “사슬?”

       

       “잘 모르겠지만… 아마 저 사슬은 제압이 아니라, 봉인 혹은 정지. 그런 식으로 저 마귀를 붙잡은게 아닐까 싶군.”

       

       “정지? 뭐 시간을 멈췄다 그런 건가?”

       

       “그럴 수도 있지.”

       

       

       터무니없는 이야기지만… 신께서 기적을 부리셨으니 충분히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든 케니스.

       

       데모닉은 일행을 이끌고 카이사르에게 향했다. 하루에 두 번이나 왕홀의 힘을 사용해서인지, 카이사르는 다소 지쳐 보이는 안색이었다.

       

       

       “데모닉경, 그리고… 사도분들께서도 왔군.”

       

       “폐하. 저 마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터무니없더군. 싸우면 싸울 수록 강해지는 괴물이라니.”

       

       

       데모닉이 고개를 끄덕였다. 짧은 싸움이었지만, 데모닉은 저 마귀의 위험성을 실감했다. 시간을 주면, 대륙을 위협할 재앙이 될 수도 있다.

       

       

       “폐하. 군사들을 물려주십시오.”

       

       “… 어째서지?”

       

       “적에게서 배우고 성장하는 마귀입니다. 그렇다면 저희의 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더욱 빠르게 성장하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

       

       “사도들과 저, 그리고 소수의 기사들만이 필요합니다. 소수의 정예로 상대하겠습니다.”

       

       

       깊은 고민에 빠지는 카이사르. 그의 주변에 있는 기사단장들 중 많은 수가 데모닉의 의견에 찬성했다.

       

       일리가 있었다. 데모닉과의 짧은 싸움에서도 어설프게나마 그의 검술을 흉내냈는데, 수많은 사람에게서 기술을 훔쳐 낸다면?

       

       불사에 가까운 재생과 수준급의 기술을 지닌 마귀가 탄생할 수도 있다.

       

       

       “차라리 저대로 봉인된 채로 두는 것은 어떻겠나?”

       

       

       카이사르가 은색 사슬을 바라봤다. 군사들도 없이, 소수정예로 불사에 가까운 마귀를 상대한다?

       

       차라리 저렇게 봉인된 채로 둔다면…

       

       

       “그, 그건 어려울 것 같습니다아…”

       

       

       루엘 사제가 바들바들 떠는 목소리로 말했다. 한순간 그녀에게 집중되는 시선. 화들짝 놀란 루엘이 케니스의 뒤에 숨으며 말을 이었다.

       

       

       “ㅈ, 저 사슬… 조금씩이지만 신성력이 약해지고 있어요. 아마 오랫동안 붙잡고 있지는 못할 거예요.”

       

       

       무거워지는 분위기. 어찌하여 신께서는 저 간악한 마귀를 다시 놓아주려 하시는가?

       

       

       “신께서는…”

       

       

       케니스가 말했다.

       

       

       “신께서는 저희에게 감당할 수 없는 시련을 주시지 않습니다. 그분은 어버이와 같으신 분. 그 어떤 부모가 자식에게 감당못할 시련을 주겠습니까.”

       

       그러니 분명히ㅡ

       

       “우리는 저 마귀를 해치울 수 있습니다.”

       

       반드시 그리고 기필코.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

       

       

       굳건한 케니스의 눈.

       

       

       ㅡ 화륵!

       

       

       케니스의 머리 위에 불로 만들어진 고리가 생겨났다.

       밝고 따듯하게, 하지만 뜨겁게.

       

       

       “시련과 역경이야말로, 우리를 성장하게 합니다.”

       

       

       케니스의 등에서 서서히 날개가 자라났다. 깃털로 이루어진 날개가 아니었다. 뜨거운 불과 화염으로 이글거리는 날개.

       신성한 불꽃으로 이루어진 날개가 불타오른다.

       

       그녀의 붉은 머리카락과 어울려 날개가 점점 더 크게 자라났다. 

       

       이윽고, 그녀는 불꽃을 머금은 천사의 형상이 되었다.

       찬란하고 뜨겁게, 하지만 따뜻하게.

       

       삿된것들은 불태우고, 선한 자들에게는 모닥불같은 온기를 주리라.

       

       

       “우리는, 승리할 것입니다.”

       

       

       케니스의 눈동자는 불씨를 머금고 있었다.

       

       이 세상의 모든 악을 불태울 불꽃이 일렁거렸다.

       

       

       “반드시.”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오타나 어색한 부분에 대한 지적은 늘 감사합니다!!!

    파이어 펀치! 파이어 펀치! 파이어 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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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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