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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5

       

       

       

       

       

       65화. 신병 받아라 ( 1 )

       

       

       

       

       

       

       거대한 빛의 나무가 사라진 이튿날.

       

       케니스와 일행은 황제의 부름을 받았다. 중히 나눌 이야기가 있으니, 황궁으로 오길 바란다는 내용이었다.

       

       황궁으로 향하는 마차 안에서, 케니스가 데모닉에게 물었다.

       

       

       “팔라…흠흠! 아, 아빠…”

       

       

       아직 입에 붙지 않은 어색한 호칭. 데모닉이 태연한 척 표정을 연기했지만 입꼬리가 미세하게 파들파들 떨렸다.

       

       

       “… 그래.”

       

       “그으… 황제께서 저희를 부르시는 이유가 뭘까요?”

       

       

       데모닉의 표정이 사뭇 진지해졌다. 짐작 가는 이유는 많았다. 거대한 빛의 나무에 대한 이야기, 혹은 돌아온 유족들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아직 처리하지 못한 역병쥐의 처리 등등.

       

       오히려 너무 많아서 문제였다.

       

       

       “짐작 가는 게 너무 많구나. 일단 이야기해봐야 알 것 같은데.”

       

       “역시 그렇죠?”

       

       

       케니스가 멋쩍게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그 대화를 끝으로 마차 안에는 적막이 감돌았다.

       

       숨 막히는 침묵에 케니스의 시선이 창밖을 향했다. 아직 군데군데 그날의 흉터들이 가득한 대로. 하지만 분위기는 마냥 어둡지 않았다.

       

       부서진 간판을 치우는 이의 표정에는 희망이 보였고, 떨어진 돌을 나르는 아낙네의 얼굴에는 다부진 각오가 보였다.

       

       필시 빛의 나무가 남기고 간 기적이 있었기 때문이리라. 아무리 깊은 상처도 언젠가는 아물고, 끔찍하고 두려운 악몽도 깨어나면 한낱 새벽 안개처럼 사라지기 마련.

       

       마차는 천천히 상처가 아물어가는 대로를 달려 황궁으로 향했다.

       

       

       ㅡ 똑똑

       

       “폐하, 사도분들께서 도착하셨습니다.”

       

       “들어오거라.”

       

       

       육중하고 화려한 문이 천천히 열렸다. 그 너머로 보이는 카이사르. 옆에는 작은 남자아이가 앉아 있었다. 곱슬거리는 금발 머리의 귀여운 아이였다.

       

       

       “폐하, 몸은 좀 괜찮으십니까?”

       

       

       일행의 연장자로 앞에 나선 데모닉이 카이사르에게 인사차 말했다.

       

       

       “아주 좋네. 이렇게 좋을 수가 없어.”

       

       

       그 말대로 카이사르는 매우 활기차보였다. 요 며칠간 산더미 같은 양의 업무를 해결하고 있음을 떠올리면, 서류 결제의 초인이라고 해도 믿으리라.

       

       

       “폐하께서 그리 정정하시니, 참으로 다행입니다. 그리고…”

       

       

       데모닉의 시선이 작은 남자아이를 향했다. 많이 봐줘야 7,8 살 됐을까 싶은 작은 몸짓. 제국의 작은 태양, 황제의 하나뿐인 아들.

       

       

       “황태자께서도 이리 건강하시니.”

       

       “그래, 맞네. 참으로 신께서 제국을 굽어 살피셨지.”

       

       

       데모닉의 눈에 이채가 돌았다. 황제가 스스로 신에 대한 감사를 표한다?

       

       

       “요 며칠간 제국은 위대한 신의 기적에 기대어 많은 위기를 넘겼네. 역병쥐와 악마병 그리고 암약하던 악마까지…”

       

       

       카이사르는 율리우스의 머리칼을 쓱쓱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참으로 다행스럽게도 신께서 제국을 보우하시고, 사도분들을 비롯한 많은 이들의 헌신과 노력으로 이를 이겨 냈네. 이 얼마나 감격스럽고 신성한 일인가? 이 얼마나 찬양해야 마땅한 일인가.”

       

       그리하여ㅡ

       

       “짐은 한 가지 결심을 내렸네.”

       

       

       자리에서 일어난 카이사르가 왕홀을 붙잡았다. 두 마리의 사자가 태양을 물고 있는 형상의 지팡이에서 은은한 광휘가 흘러나왔다.

       

       

       “그리하여 짐은, 제국의 국호(國號)를 바꾸고자 마음먹었네.”

       

       “국호… 말씀이십니까?”

       

       “그래. 케니스경. 혹시 그대는 제국의 정식 국호가 무엇인지 아는가?”

       

       

       데모닉의 뒤에서 멍하니 서 있던 케니스가 흠칫 놀라며 카이사르를 바라봤다.

       

       

       “에, 예? 제국의 이름이요?”

       

       

       케니스는 서둘러 머릿속을 뒤지며 기억을 더듬었다.

       

       제국의 이름, 제국의 이름… 모르겠다. 다들 그냥 제국이라고 부르던가, 천 년의 제국이라는 식으로 호칭했다.

       

       케니스가 황망한 표정으로 카이사르에게 말했다.

       

       

       “그으… 저어, 모르겠습니다 폐하.”

       

       

       카이사르가 껄껄 웃으며 케니스를 위로 했다. 그닥 신경 쓰지 않는 모습.

       

       

       “괜찮네, 괜찮아. 아마 모르는 게 당연할 테지. 제국 사람들도 가끔 헷갈리는 게 제국의 이름이니까 말이야.”

       

       “폐하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후후. 제국이 건국된 지 얼마나 됐는지 아는가? 자그마치 천 년의 시간이 흘렀네. 천 년! 천 년 전 제국을 건국할 당시에는 일부러 이름을 길게 지어 그 나라의 위엄을 보이는 풍습이 있었다고 하더군.”

       

       “설마…”

       

       “그래. 천 년 전 제국의 초대 황제께서는 그 풍습에 맞춰 제국의 국호를 만드셨지. 그게 바로… ‘르테퀴르 오를란 무르퀴에 아테니아 노르쿠스 유쿠르리에 무르타고’. 이게 바로 제국의 정식 국호라네.”

       

       

       케니스는 문뜩 정신이 혼미해지는 것을 느꼈다. 뭐, 뭐라고? 르테퀴르… 뭐?

       

       어떻게 나라의 이름이 저럴 수가 있는가?

       

       케니스의 표정을 본 카이사르가 껄껄 웃었다.

       

       

       “하하ㅡ! 표정이 걸작이군. 이해하네. 선대에 걸쳐서 이 거지 같은 이름을 바꾸려고 몇 번이나 시도했지만… 뒷방 늙은이 같은 귀족들이 번번이 반대해서 실패했네. 전통이라는 시답잖은 말이나 하면서 말이야.”

       

       

       율리우스가 오도도ㅡ달려와 카이사르의 다리에 폭 하고 안겼다. 흐뭇한 표정으로 율리우스의 머리를 쓰다듬은 카이사르가 왕홀을 휘두르며 말했다.

       

       

       “이제 그 지긋지긋한 전통 소리를 집어치울 때가 됐네. 백성들이 제 나라의 이름도 모르는 것이 말이나 되는가? 나는 기필코! 제국의 국호를 바꿀 것이야!”

       

       

       열정적인 카이사르의 외침에 일행의 표정이 아연해졌다. 국호 바꾸는걸 그들에게 얘기하는 이유가 뭐란 말인가?

       

       카이사르가 침착을 되찾고 헛기침하며 말했다.

       

       

       “흠, 흠! 잠시 추태를 보였군. 이해해주게. 내 선대에 걸친 오랜 숙원과도 같은 과업인지라…”

       

       “그, 그렇군요…”

       

       “그렇지. 그래서 제국의 국호를 어떻게 바꾸려고 하냐면 말이지…”

       

       

       잠시 뜸을 들인 카이사르.

       

       

       “위대한 신께서 제국을 보우하셨으니 그 영광을 빌어서… ‘신성 로마니안 제국’.”

       

       

       카이사르가 창문 너머로 들어오는 햇빛에 찬란히 빛나는 왕홀을 들며 선언했다.

       

       

       “제국은 이제부터, ‘신성 로마니안 제국’으로 다시 태어날껄세.”

       

       

       그야말로 신성하고 위대한 제국의 탄생이었다.

       

       

       

       

       ————

       

       

       

       

       성도, 키비타스.

       대륙 신앙의 성지, 영적 수도, 신앙의 고향…

       

       이 작은 도시 국가의 아침은 고요하다. 이른 햇볕이 기지개를 펴기도 전에, 사제들이 새벽 기도를 드리기도 전에 움직이는 이가 있다.

       

       곤히 자다가 벌떡 일어나서 바삐 걸음을 옮긴다. 익숙한 손놀림으로 용광로에 풀무질을 시작하고, 밤이슬에 연장들이 상하지는 않았는지 꼼꼼하게 점검한다.

       

       

       “음…”

       

       

       투박하고 두꺼운 손가죽이 그가 살아온 인생을 말해줬다. 깐깐한 눈매와 고집스레 다문 입술. 불 앞에 그을려 붉게 달아오른 얼굴.

       대장간은 그의 집이요, 인생이고 요람이었다.

       

       성도 제일의 대장장이, 애덤.

       주변에는 존경의 의미를 담아 그에게 대장장이라는 뜻의 스미스(Smith)를 붙여 애덤 스미스(Smith)라고 불렀는데, 애덤은 그 사실을 무척이나 자랑스러워했다. 

       

       그의 이름 앞에 만인이 인정한 칭호가 붙은 것이니까. 자신의 실력에 대해서도 상당한 자부심이 있었다.

       

       

       “… 모르겠군.”

       

       

       하지만 최근 요 몇 달 사이 애덤의 자부심은 점차 무너지고 있었다. 그 원인은 바로, 그의 손에 들린 이 롱소드.

       

       한 자루의 롱소드가 그의 강철 같은 자부심을 흔들고 있었다.

       

       

       “… 도저히 모르겠어.”

       

       

       애덤은 모루에 올려 둔 한 자루의 롱소드를 뚫어져라 노려봤다. 최근 모험가들 사이에서 소문이 널리 퍼진 이 ‘신의 무기’.

       애덤은 신이 만든 무기라는 소문을 듣고 대장장이의 열기가 끓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하나의 본능과도 같았다. 갓 태어난 아기가 어미의 젖을 찾듯이, 그는 대장장이로서 신의 무기를 원했다.

       

       이 롱소드 한 자루를 구하기 위해 부던히도 애를 써야했다. 신묘하기 그지없는 이 무기는 제 주인으로부터 일정 거리 이상 떨어지면 주인에게 되돌아가는 성질이 있었다.

       

       이때문에 모험가 한 명을 구워삶고 온갖 노력을 다 해야 했다. 대장간 윗층의 집에 먹여주고 재워주는 조건으로 가까스로 빌려낸 신의 무기.

       

       

       “이 빛깔… 참으로 영롱하군.”

       

       

       처음 칼날을 만졌을 때의 그 황홀감이란! 맹세컨데 애덤은 그의 모든 인생에 걸쳐 이토록 완벽한 칼날을 만져 보지 못했다.

       

       처음에는 의욕에 불타올랐다. 자기 실력이라면 신의 무기라도 모든 것을 알아낼 수 있으리라 믿었다. 재료부터 제조 과정까지, 이미 몇 차례 해 본 일이었으니까.

       

       첫 걸음은 순조로웠다. 검의 재료는 곧장 알아낼 수 있었으니까.

       

       황금빛이 영롱한 검의 재료는… 놀랍게도 구리였다.

       

       

       “구리…? 이게 구리로 만든 검이라고?”

       

       

       순수하게 구리로 이루어진 검. 애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구리는 무척이나 부드러운 금속일 텐데… 어떻게 이리 튼튼하고 날카로운 검을 만들었단 말인가?

       

       애덤은 그의 지식욕이 끓어오르는 것을 느끼며, 다시 의욕적으로 연구에 박차를 가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벽에 부딪혔다.

       

       이 검은 도대체 무슨 술수를 부린 것인지, 끓어오르는 용광로에 넣어도 녹지 않고, 무쇠 망치로 아무리 내리쳐도 날 하나 나가지 않았다.

       

       애덤은 깊은 시름에 빠졌다. 불타는 듯한 열정이 있건만, 신의 기술을 배울 수 있었건만. 잔혹한 현실이 그에게 일말의 희망조차 주지 않는 듯했다.

       

       

       “스승님…”

       

       

       뒤에서 머뭇머뭇 제자들이 다가온다. 며칠 동안 먹지도 마시지도 않고 쪽잠을 자며 칼 한 자루에 매달린 그가 걱정되는 것이리라.

       

       실제로 애덤의 눈은 퀭하여 쓰러지기 일보 직전의 사람 같았다. 

       

       

       “썩 꺼져! 당장 내 눈앞에서 꺼지라고!”

       

       

       애덤이 신경질적으로 외쳤다. 그는 요 며칠간 풀리지 않는 롱소드의 비밀 때문에 극도로 예민한 상태였다.

       

       제자들이 우르르 도망치자, 애덤은 털썩 주저앉았다. 속이 답답하고, 앞이 보이지 않는 듯 했다. 신의 기술이 깃든 롱소드가 바로 눈 앞에 있건만, 그에게는 좀처럼 그 비밀을 보이지 않았다.

       

       마음 같아서는 그가 직접 신을 만나 보고…

       

       

       “만나…서?”

       

       

       애덤의 머릿속에 번개가 떨어지는 듯했다. 그래, 바로 그거다! 그게 정답이었어!

       

       뭣 하러 혼자 끙끙거리고 있는가. 만든 이에게 알려달라고 하면 되는 것을! 

       

       

       “하, 하하!! 알아냈다!! 알아냈어!! 바로 그거야!!”

       

       

       애덤은 몸속 깊은 곳에서 솟구치는 희열감에 벌떡 일어나서 거리로 뛰쳐나갔다.

       

       

       “알아냈다!!! 알아냈다고!! 하하하!! 내가 알아냈어!!”

       

       

       끓어오르는 희열감에 온 거리를 뛰어다니며 크게 외쳤다. 이 기쁨을 모두에게 알려야 했다.

       

       

       “선생님, 잠시 저희와 같이 가시죠.”

       

       

       애덤은 고성방가로 경비대에 붙잡히고 말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오타나 어색한 부분에 대한 지적은 늘 감사합니다!!!

    ㄴㅇ0ㅇㄱ!!! 아닛 이게 무슨 일입니까!!!

    – ‘신선우’님!!! 1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아니!!! 가스라이팅이라뇨!!! 어떻게 그런 무서운 말을!!! 우리 같이 착한 말을 쓰도록 하죠!!! 자 따라해보세요. ‘교화’ 된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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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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