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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6

       

       

       

       

       

       66화. 신병 받아라 ( 2 )

       

       

       

       

       

       “어으~”

       

       

       나는 어두컴컴한 밤이 돼서야 집에 들어올 수 있었다. 무거운 몸을 질질 끌어가며 침대에 풀썩 눕는다. 하루 종일 부장님과 차를 타고 돌아다니며 온갖 거래처를 전부 돌아다녔더니 아주 죽을 맛이다.

       

       

       “진짜 죽을 것 같다…”

       

       

       부장님은 좋은 기회라고 말씀하시면서 거의 모든 거래처 사람들을 소개해 주셨다. 진짜 좋은 기회고, 부장님이 나를 키우려고 하시는 것도 안다. 아는데… 아는 것과는 별개로 너무 힘들다.

       

       

       “맥주나 먹어야겠다.”

       

       

       대충 옷가지를 훌훌 벗어던지고 재빨리 샤워를 끝마친다. 물기를 대충 닦고 나오며 냉장고에서 시원한 맨주 한 캔을 꺼냈다.

       

       지친 내 몸과 영혼을 달래주는 건 시원한 캔맥주 한 캔 그리고 맛있는 피자.

       

       

       띵ㅡ동

       

       

       때맞춰 배달시킨 피자가 도착했다. 버선발로 달려 나가서 피자를 영접한다. 피자 중에서 제일 맛있는 페퍼로니 피자다.

       

       

       “으음~”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피자 뚜껑을 열자 피자 특유의 기름진 향기가 코를 자극한다. 실짝 녹아내린 황금빛 치즈와 얇게 구워진 페퍼로니가 나를 유혹한다.

       

       피자 한 조각을 접시로 조심스럽게 옮긴다. 갓 구워 낸 피자에서만 볼 수 있는 치즈가 쭈욱 늘어나는 모습에 꿀꺽 침을 삼켰다.

       

       녹아내린 치즈와 페퍼로니, 그리고 각종 토핑으로 가득한 피자를 입안 가득 한 입 베어 물었다. 입안 가득 퍼지는 치즈와 페퍼로니의 향연. 고소하면서도 기름진 맛이 입 안을 텁텁할 정도로 자극한다.

       

       

       ‘바로 이럴 때 맥주지.’

       

       

       기름기로 텁텁해진 입 안을 맥주로 입가심 해준다. 치익ㅡ하고 김빠지는 소리가 울리고, 재빨리 맥주를 마셨다. 살짝 이가 시릴 정도로 시원한 맥주의 탄산이 입 안을 개운하게 헹궈준다.

       

       

       “어으ㅡ 이게 섹스지.”

       

       

       정신없이 피자와 맥주를 먹다가, 문득 아까 점심시간에 새로운 지역이 해금된 걸 떠올렸다. 맛있는 피자와 시원한 맥주 거기에 게임까지? 이게 바로 어른의 세계 아니겠는가?

       

       바로 게임에 접속했다.

       

       항상 똑같은 자리에 서 있는 신전이 화면에 나타나고, 재빨리 ‘세계 탐험 모드’로 이동했다.

       

       저번에 무슨 신규 지역이 오픈된 것까지는 봤는데… 이름을 보지 못했다. 무슨 신성이라는 이름이였는데.

       

       

       ㅡ빠밤!

       

       

       《명성도가 상승했습니다! ‘대륙에서 가장 유명한 베스트셀러’ => ‘세 살 먹은 아기도 아는 유명인’》

       

       《명성도 일정수치 달성! 건물이 해금됩니다!》

       

       

       “오, 건물 해금.”

       

       

       그러고 보니 한동안 건물이나 무기 해금을 안 하기는 했다. 맨날 ‘마수 토벌’이나 돌렸지. 저번에 드워프도 하나 승급시키고 거의 안 건드렸으니, 이제 슬슬 내실을 다지긴 해야 한다.

       

       

       “오늘 상점에서는 뭐가 나왔나~”

       

       

       매일매일 ‘수수께끼 상점’을 확인하는 것도 소소한 재미다. 저번에 방패가 나온 이후, 무기나 방어구가 나온적은 없지만… 보다 보면 피식 웃음이 나오는 것들도 많다.

       

       

       “음… 꽝이네.”

       

       

       이번 상점도 꽝이다. ‘수상한 동물 그림’ 이라던가, ‘파인애플 민트 파이’ 이런 것밖에 안 나왔다. 그나마 살만한 ‘이상한 사탕’을 구매한다.

       

       

       “이건 나중에 한스 줘야지.”

       

       

       가끔 나오는 ‘이상한 사탕’은 전부 한스에게 먹이고 있다. 혹시 아는가? 나중에 정말로 레벨 업을 할지도 모른다.

       

       다시 화면을 돌려서 ‘세계 탐험 모드’로 돌아온다. 이제 진짜 새로 열린 지역 확인을 좀 해야지.

       

       

       “음, 그러니까…”

       

       

       피자 기름이 묻지 않은 손으로 화면을 조작해 줌아웃 시킨다. 점점 작아지는 풍경. 저 멀리 안개로 덮여 있던 지역 중 꽤 큰 부분이 해금된 게 보인다.

       

       

       “저기구만.”

       

       

       살짝 터치하자 메시지 창이 나타났다.

       

       

       《새로운 지역 해금! ‘신성 로마니안 제국’ 개방!》

       

       《보너스 보상 획득으로 신앙심 추가 20이 적용됩니다!》

       

       《신성 로마니안 제국 : 60( 20)/100 》

       

       

       “어떻게 나라 이름이…”

       

       

       어떻게 나라 이름이 ‘아님아님아님’이지? 신성하지도 않고, 로마도 아니고 제국도 아닌 이름이라니. 

       

       이름에 대한 감상을 뒤로하고 새로 해금된 제국을 돌아다니며 풍경을 관찰했다. 역시 제국이라는 설정이라서 그런가.

       

       보이는 풍경부터 수준이 다르다.

       잘 닦인 보도블록의 대로와 아치형의 다리로 만들어진 배수로, 유흥을 위한 거대한 극장까지. 거리를 다니는 시민들도 제법 차려입었고, 가난한 사람은 있어도 굶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그야말로 빛나고 위대한 제국의 모습이다.

       

       

       “제국이랑 성도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긴 하네.”

       

       

       성도에는 나름대로의 단아하고 우아한 맛이 있다면, 제국은 화려하고 웅장한, 세련된 풍경이라고 할까.

       

       

       “아, 이스칼.”

       

       

       방패 받은 녀석은 뭐 하고 있나 즐겨찾기로 따라가 봤다. 왜인지는 모르겠는데 성도에 있는 녀석. 연병장 같은 곳에서 신나게 얻어맞고 있었다.

       

       

       “… 뭐야?”

       

       

       아니다. 자세히 보니… 훈련 중인 것 같다. 내가 준 방패를 들고 열심히 구르고 막고 반격하는 이스칼. 그 훈련 상대는 붉은 머리가 인상적인 케니스였다.

       

       

       “케니스가 여기 있었어?”

       

       

       일단 재빨리 즐겨찾기를 해 둔다. 케니스랑 이스칼이 여기 있다면… 프리가랑 카이사르도 어딘가에 있을 것 같은데. 아, 카이사르는 황제니까 제국에 있으려나?

       

       카이사르를 찾아서 제국으로 화면을 옮기려는 찰나, 메시지창이 나타났다.

       

       

       ㅡ 빠밤!

       

       《’차원 관문’ 이 빛을 내뿜으며 작동하기 시작합니다!》

       

       

       “어?”

       

       

       한동안 잠잠하던 ‘차원 관문’이 갑자기 일하기 시작했다.

       

       

       

       

       

       *********

       

       

       

       

       

       

       경비대에 구금되어 있던 애덤은 제자들이 보석금을 내서 풀려날 수 있었다.

       

       

       “선생님, 다음부터 새벽에 막 소리지르고 그러시면 안 됩니다.”

       

       “아, 예. 죄송합니다. 고생많으십니다.”

       

       

       경비병들에게 꾸벅꾸벅 인사하는 제자를 두고, 애덤은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소문에 따르면 모험가들은 던전에서 신의 무기를 받았다고 했다.

       

       

       ‘여기서 가장 가까운 던전이…’

       

       

       곰곰이 생각하던 애덤은 서둘러 뒤따라오는 제자에게 툭 물었다.

       

       

       “이놈아. 여기서 제일 가까운 던전이 어디냐?”

       

       “예? 던전이요? 어…”

       

       

       잠시 고민하던 제자가 대답했다.

       

       

       “마차 타고 한 사흘은 가야 할걸요? 그런데 갑자기 던전은 왜 찾으시는지…”

       

       “사흘, 사흘이란 말이지?”

       

       

       애덤은 바삐 걸음을 옮겼다. 그 모습을 보던 제자는 알 수 없는 불길함을 느꼈다. 스승님은 분명 존경할 만한 장인이지만… 가끔 장인 특유의 고집과 괴팍함이 어우러져 이상한 행동을 할 때가 있었다.

       

       제자는 재빨리 애덤을 훑었다.

       

       

       ‘고집스럽게 다문 입술, 뭔지는 모르겠는데 뭔가를 저지르겠다는 저 눈빛 그리고 저 바쁜 걸음걸이… 뭔가 일어나고 있다!’

       

       

       뭔가… 뭔가 일어나려고 한다. 그리고 그건 절대 좋은 일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제자가 스승님을 심증만으로 말릴 수는 없는 노릇.

       

       제자는 안절부절못하며 애덤을 뒤따라갔다. 부디 자기 생각이 틀렸기를 바라면서.

       

       애덤의 거친 생각과 제자의 불안한 눈빛 그리고 그 뒷모습을 지켜보는 경비병. 그렇게 성도의 새벽이 조용하게 지나갔다.

       

       대장간에 도착한 애덤은 보따리를 펼치고 주섬주섬 짐을 싸기 시작했다. 제자는 어쩔 바를 모르며 애덤에게 물었다.

       

       

       “스, 스승님 지금 어디 가시려고요? 몸도 안 좋으신데, 스프와 고기를 준비할 테니 식사 드시고 푹 쉬셔야죠.”

       

       “…”

       

       “아, 아! 그러고 보니 오늘 게일이 아주 질 좋은 철광석을 납품하기로 한 날인데… 어이쿠 내 정신이야! 얼른 가서 준비해야겠네.”

       

       “…”

       

       

       제자는 어설프게 말을 하며 힐끔 애덤을 바라봤다. 요지부동의 애덤. 제자의 머릿속에 불길한 예감이 화살처럼 꽂혔다.

       

       저 눈빛, 짐보따리 그리고 던전… 설마?

       

       

       “스승님, 설마… 던전에 들어가시려는 건 아니죠?”

       

       “…”

       

       “… 아니죠? 그죠?”

       

       “…”

       

       

       묵묵부답의 애덤.

       

       제자의 머릿속에 종이 뗑뗑뗑 울렸다. 저 고집스럽다 못해 황소같은 눈빛을 보라. 저건 혼자서 막을 수 없다.

       

       제자는 지원요청을 위해 재빨리 뛰쳐나갔다. 갑자기 뭔 바람이 불어서 던전에 가려는지는 몰라도, 던전은 소풍처럼 가볍게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재빨리 제자들이 단체로 지내는 숙소로 올라가 경종을 울렸다.

       

       

       뗑ㅡ! 뗑ㅡ! 뗑ㅡ! 뗑ㅡ!

       

       

       요란하게 울리는 종소리에 곤히 자던 제자들이 하나둘 일어났다.

       

       

       “비상! 비상ㅡ!”

       

       “어으… 뭐야, 뭔일이야.”

       

       “불 났어?”

       

       “비상ㅡ!! 스승님이 던전에 가려고 하신다!!”

       

       “뭐? 던전…?”

       

       “갑자기?… 왜?”

       

       

       자다깬 제자들이 어리둥절한 기색을 보이다가, 이내 하나둘 표정을 굳힌다. 그의 스승이 기행을 보인 것은 처음이 아니지만, 던전은 목숨이 달린 문제다.

       

       일의 심각성을 깨달은 제자들이 불붙은 닭처럼 숙소를 뛰쳐나갔다. 흡사 위기현장에 달려가는 경비병의 얼굴처럼 결연하기까지 했다.

       

       

       “뛰어! 진짜 비상이다!”

       

       “스승님을 막아! 갑자기 웬 던전이야!!”

       

       “나도 몰라, 일단 막아!! 던전은 진짜 큰일 난다고! 모험가들도 픽픽 죽어 나가는 곳인데!”

       

       “야, 설마 그 롱소드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시려는 거 아냐?”

       

       “설마…”

       

       

       누군가 내뱉은 말에 설마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어제 본 애덤은 그야말로 폐인 그 자체였다.

       설마 풀리지 않는 롱소드의 비밀에 절망한 스승님이 스스로에게 실망해서, 그래서 스스로 생을 마감하려고 던전을…?

       

       

       “안 돼!! 얼른 막아!!”

       

       

       헐레벌떡 대장간에 도착한 제자들. 때맞춰 보따리를 든 애덤이 대장간을 나서고 있었다. 한쪽 어깨에 뭔가를 잔뜩 넣은 보따리를 걸치고, 다른 손에는 자식처럼 아끼는 전용 공구들을 챙겼다.

       

       제자들은 애덤을 보자마자 냅다 애덤의 발에 매달렸다. 뭔지는 몰라도, 스승님이 죽을 수도 있다는 데 말려야지 않겠는가!

       

       

       “아이고! 스승님!! 이렇게 가시면 안 됩니다ㅡ!!”

       

       “아직 못 배운 것들이 많은데 이렇게 삶을 포기하시다뇨!! 안 됩니다 스승님!!”

       

       “스승님, 스승님은 할 수 있습니다!! 저희가 최선을 다해서 도울 테니 제발 자결만은!! 자결은 안 됩니다 스승님!!”

       

       

       애덤은 갑작스러운 자결이라는 말에 당황했다. 아니, 누가 목숨을 끊는다는 말인가?

       

       이른 아침 부지런히 움직이던 행인들이 진귀한 풍경을 보고 발걸음을 멈춰 섰다. 늙은 장인의 발에 십수명이 매달린 꼴이라니.

       

       흔히 볼 수 있는 꼴이 아니다.

       

       지나가는 이들의 시선에 얼굴이 시뻘게진 애덤이 외쳤다.

       

       

       “알겠으니까 일단 떨어져라, 이 미친놈들아!!”

       

       

       애덤은 발에 제자들을 주렁주렁 매달고, 수십 분 동안 행인들에게 구경거리를 제공해야 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오타나 어색한 부분에 대한 지적은 늘 감사합니다!!!

    ㄴㅇ0ㅇㄱ!!! 아닛!!! 이게 무슨 일입니까!!!!

    – ‘신선우’님!!! 1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신성(진짜임)로마니안(진짜임)제국(진짜임) 이게 제국이고, 이게 로마!!!! 이게 로마다, 희망편입니다!!! 정말 오랫만에 등장하는 드워프들!!! 얼마나 활약할지 제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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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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