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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7

       

       

       

       

       

       67화. 신병 받아라 ( 3 )

       

       

       

       

       

       이른 아침부터 행인들에게 재밌는 볼거리를 제공한 애덤은 가까스로 제자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날수 있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애덤이 두꺼운 팔뚝으로 제자들의 머리에 꿀밤을 먹이는 사소한 대화 과정을 거쳐야 했다.

       

       

       “후우… 그러니까 내가 절망에 못 이기고, 던전으로 생을 마감하러 가는 줄 알았다고?”

       

       “예…”

       

       “이런 멍청한 놈들이!”

       

       

       애덤이 테이블을 쾅ㅡ하고 내려치자, 튼튼한 원목 나무 테이블이 한 차례 들썩였다.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무쇠처럼 굵고 튼튼한 팔뚝에서 나오는 강력한 완력.

       

       제자들은 한 차례 꿀꺽 침을 삼켰다.

       

       

       – “야, 이번에는 스승님이 진짜 화나신거 같은데?”

       

       – “네가 종 울려서 우리 깨웠잖아.”

       

       – “아니, 그렇긴 한데…”

       

       

       제일 처음 종을 울린 제자는 사뭇 억울한 얼굴이었다. 실제로 자살하는 이들 중에서는 던전에 들어가 생을 마감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오해의 원인은 자신이 분명했다. 종을 울린 제자가 고개를 깊이 숙이려 할 때, 애덤의 말이 이어졌다.

       

       

       “너희들! 내가 항상 하고 다니는 말이 뭐냐!”

       

       “… 네?”

       

       “내가 항상 너희에게 강조하는 말! 그게 뭐냐!”

       

       “… ‘자신의 이름을 걸고 만들어라’ 입니다.”

       

       “그래! 장인이란 모름지기 자기 이름을 걸고 만들줄 알아야 한다! 자신의 이름에 부끄럽지 않은 작품을 만들어야 해!”

       

       

       제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스승님이 버릇처럼 강조하고, 매번 하는 말이니까.

       

       

       “나는 내 이름을 걸고 만드는 것들은 무엇 하나 소홀히 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건! 너희들도 마찬가지다.”

       

       

       제자들의 눈동자가 휘둥그레졌다. 

       

       

       “너희들도 내 이름을 걸고 만드는 하나의 작품이나 다름없는 놈들이다. 아직 어디 가서 대장간 철밥 좀 먹었다고 말하기도 부끄러운 놈들이 이렇게 많은데, 내가 죽기는 왜 죽느냐!”

       

       “스승님…”

       

       “에잉… 어디 가서 제자라고 말하기도 부끄러운 놈들이 가득한데. 무시당하지 않을 수준은 돼야 내가 죽든지 말든지 하지.”

       

       

       성질부리듯 뒤돌아선 애덤이 툭 하고 보따리를 내려놨다. 제자들의 눈시울이 그렁그렁해졌다. 그들의 스승은 이런 사람이었다.

       

       투박하고 거칠게 표현하는 방법밖에 모르는 사람.

       

       

       “스승니임…”

       

       “에잇, 시커먼 사내놈들이 징그럽게 울고 난리야! 이럴 시간에 가서 망치질이라도 해!”

       

       

       애덤이 휙 하고 돌아섰다. 자식처럼 아끼는 공구들은 내려놓은지 오래였다. 잠시 호흡을 고르던 애덤이 제자들에게 말했다.

       

       

       “… 내가 던전에 가려고 한 이유는 신을 만나뵙기 위해서였다. 부끄럽지만 내 수준으로는 이 롱소드에 대해 파헤칠 수 없었다. 그래서 신을 직접 만나뵙고 야금술을 배우려고 했던 거란 말이다.”

       

       “아, 그래서 던전에…”

       

       

       제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직접 만든 이에게 배우는 것만큼 확실한 것이 없기는 했다.

       그리고 실제로, 열렬한 신도들이 신을 영접하겠다면서 던전에 들어갔다가 사고를 당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었다.

       

       

       “하지만… 확실히 늙고 병든 몸으로 던전에 들어가는 것은 무리가 있겠지. 내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모지리같은 네놈들 챙겨줄 사람도 없을 테니.”

       

       

       애덤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늙고 병들었다고 자조하는 말과는 다르게 매일 같이 무쇠를 두들리고 구부리는 두꺼운 팔뚝이 보였지만, 제자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일단 던전에 못 가게 하는 것이 중요했으니까.

       

       

       “후ㅡ 일단, 던전에 가는 것은 최후의 수단으로 미루겠다.”

       

       “스승님,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스승님!! 감사합니다!!”

       

       

       애덤의 황소같은 고집이 꺽이자 제자들이 꾸벅 허리를 숙였다. 자신들을 위해 그의 결심을 돌린 것이니, 마땅히 스승에게 감사를 표했다.

       

       

       “그러면 이제 어떻게 하면 좋을꼬? 어떻게 하면 신을 만나뵙고, 제자로 받아주십사 할 수 있겠느냐.”

       

       “어, 그건…”

       

       “음…”

       

       

       제자들 사이에 침묵이 맴돌았다. 신이 무슨 이웃 가게 빵집 주인도 아니고, 내킬 때 만날 수 있으면 그게 신이겠는가?

       

       정적이 맴도는 사이, 누군가 조심스럽게 손을 들었다. 얼마 전에 들어온 막내 도제였다. 

       

       

       “저어… 스승님. 제게 좋은 생각이 있습니다.”

       

       “막내냐? 그래 말해 봐라.”

       

       “그으ㅡ 꼭 신을 만나셔야 한다면, 만신전의 문은 어떨까요?”

       

       “문?”

       

       “예, 만신전 광장에 생긴 큰 문이요… 전에 들어 보니까 그 문을 통해서 들어가신 분들도 있고, 나오신 분도 계시더라구요.”

       

       “호오…”

       

       

       에덤은 고개를 끄덕였다. 던전보다 안전하고, 거리도 가깝다. 이거라면 제자들도 반대할 이유가 없다.

       

       

       “그래, 그게 좋겠어. 네놈들도 막내 말에 동의하냐?”

       

       “예, 뭐…”

       

       “다른 곳도 아니고 성도 안에서 돌아다시는 것까지 저희가 막을 수는 없죠.”

       

       “좋아, 그럼 나는 바로 가 봐야겠다. 네놈들은 알아서 잘하고 있어라! 난 간다!”

       

       

       말을 마친 애덤은 뭐가 그리 급한지 공구 꾸러미를 챙겨 들고 대장간을 달려 나갔다. 그 모습은 마치 신이 난 어린이 같았다.

       

       나이가 무색하게 쏜살같이 달린 애덤은 어느새 만신전의 광장에 도착했다. 광장 한 켠에 서 있는 거대하고 웅장한 문이 애덤을 반겼다.

       

       빛기둥과 함께 지상에 도래했다는 신비한 문. 소문에 따르면 이 문은 신께서 거주하시는 성지와 연결되어 있다고 했다.

       

       

       “흠, 흠… 후우ㅡ”

       

       

       대장장이지만, 애덤 또한 독실한 신자. 호흡을 고르고 잠시 옷무새를 정돈한 뒤, 정갈한 마음가짐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 “빛과 함께 하시는 영원하고 영광된 신이시여…”

       

       – “부디 저의 영혼을 이끄시고ㅡ”

       

       

       문 주변에는 이미 수많은 사람이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순례를 목적으로 성도에 방문하는 이들부터, 성도의 시민들까지. 수많은 인파가 질서정연하게 기도하고 있었다.

       

       

       “잠시만요, 예. 죄송합니다, 지나가겠습니다.”

       

       

       애덤은 조심조심 사람들 사이를 파고들며 문 가까이로 향했다. 어느덧 제법 앞자리에 가까워지자 드높게 솟아오른 문이 애덤을 내려봤다.

       

       목을 쭉 꺾어서 올려다봐야 끝이 보이는 거대한 크기의 문. 애덤은 경외심을 느꼈다.

       정교하게 조각된 동물들과 세밀하고 화려한 조각들, 그리고 웅장한 크기는 인간으로 하여금 압도적인 무언가를 느끼게 했다.

       

       애덤은 무릎을 꿇고, 천천히 기도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전능하신 여섯 신이시여, 부디 이 늙은이의 기도를 들어 주십시오…”

       

       애덤의 기도는 오랫동안 이어졌다. 아침 일찍부터 시작된 그의 기도는 뉘엿뉘엿 해가 저물 즈음까지 계속됐다.

       

       그렇게 반쯤 무아의 지경으로 기도문을 반복할 때, 이변이 일어났다.

       

       

       쿠그그그ㅡ

       

       

       거대하고 무거운 것이 땅에 끌리는 소리가 들렸다. 눈을 감고 있던 애덤이 화들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 문이!”

       

       

       누군가의 외침에 문을 보니, 굳게 닫혀 있던 문이 스스로 몸을 움직이며 열리고 있었다. 약간 열린 문의 틈으로 빛이 조금씩 새어 나왔다.

       

       신자들은 머리를 땅에 대고 더욱 열성적으로 기도했다. 성지로 가는 문이 열린 것이다! 그들 중에서 누군가는 신의 부르심을 받아 성지로 향하게 될 것이니.

       

       모두가 간절히 기도하며 성지로 들어갈 영광을 바랐다. 애덤도 더욱 열심히 기도했다.

       

       

       “하늘에 계신 여섯 신이시여, 어둠이 내 영혼을 어지럽힐 때 빛으로 임하시어 내 가는 길 밝히시고ㅡ”

       

       

       문의 틈으로 밝게 빛나는 별 하나가 공중을 헤엄치듯 흘러나왔다. 작고 밝게 빛나는 별빛.

       

       햇빛이 사그라지고 어둠이 드리워지는 지상을 밝히며, 작은 태양처럼 빛을 내뿜었다. 그리고 점차 지상을 향해 내려온다.

       날아다니는 나비처럼 천천히, 우아하게. 얇은 빛의 꼬리가 허공을 장식했다.

       

       

       ‘신이시여, 부디 저에게 성지의 영광을 허락하소서…!!’

       

       

       애덤은 간절하게 기도했다. 그의 인생에서 이렇게 열심히 기도한 경험은 아마 손에 꼽을 것이다. 그런 애덤의 기도를 들은 것일까?

       

       별빛은 점차 애덤을 향해 다가왔다. 가까워질수록 애덤의 심정이 거세게 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윽고ㅡ

       

       

       “아아!!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작은 별은 애덤의 품에 안기며 그를 인도했다. 애덤은 떨리는 다리를 재촉하며 별빛을 따라 문으로 향했다.

       

       마침내, 늙은 대장장이가 성지로 향하는 문 앞에 섰다. 

       

       

       화아아악ㅡ

       

       

       열린 문의 틈에서 눈 부신 빛이 흘러나왔다. 보는 이들이 저도 모르게 그 빛에 눈을 가렸고ㅡ

       

       빛이 잦아들었을 때, 늙은 대장장이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

       

       

       

       

       

       《’차원 관문’이 빛을 내뿜으며 작동하기 시작합니다!》

       

       

       한동안 잠잠하던 차원 관문이 멋대로 작동하기 시작한다. 저번이 주민 3명이 온 뒤로 잠잠하던 건물인데.

       

       

       “이렇게 갑자기?”

       

       

       무슨 조건이 있는 건지, 아니면 쿨타임이나 랜덤으로 작동하는 건지 알 수없는 노릇. 일단 화면을 신전으로 향했다.

       

       신전과 광산, 대장간을 오가며 열심히 일하는 드워프들이 작게 보인다. 그중 아주 약간, 진짜 아주 미세하게 수염이 조금 더 길고 팔다리가 굵은 녀석이 있다.

       

       저번에 승급시켰던 일꾼이다. 아마 제일 처음 뽑아서 별명도 ‘일꾼1’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

       

       내친김에 다른 일꾼들도 승급이 가능한지 쭉 훑어 봤다. 눈으로 보이는 이팩트나 알림도 없어서 일꾼들 하나하나 전부 터치하면서 정보를 확인했다.

       

       “두 놈 더 승급이 되네.”

       

       

       승급도 짬 순서인지, ‘일꾼2’랑 ‘일꾼3’의 승급이 가능했다. 

       

       

       《’일꾼2′, ‘일꾼3’의 승급이 가능합니다!》

       

       

       두 녀석을 승급시켜 주려는 찰나, 광장의 구석에 설치해 둔 ‘차원 관문’이 빛을 내뿜더니 주민 한 명이 툭 나타났다. 

       

       저번에는 온 주민들은 여관에 있었는데, 원래는 이렇게 문에서 튀어나오는 건가?

       

       문에서 나온 주민이 멍하니 서 있다가 신전을 향해 터벅터벅 걸어오기 시작한다.

       저번에 온 주민들은 무기 의뢰와 퀴즈 비슷한 걸 냈었는데, 이번 주민은 무슨 이벤트가 나올지 약간 설레기 시작했다.

       

       

       《부€$ 제scipe €£e 받아pulum¡》

       

       

       저번보다 조금은 덜 깨진 대사를 띄우는 주민.

       

       

       삥뽕ㅡ

       

       

       약간 나이가 있어 보이는 주민 위로 메시지창이 나타났다.

       맥주를 한 모금 마시며 쭉 읽어 보다가 나도 모르게 되물었다.

       

       

       “… 진짜?”

       

       

       이게 웬 떡이야?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오타나 어색한 부분에 대한 지적은 늘 감사합니다!!!

    ㄴㅇ0ㅇㄱ!!! 아닛!! 이게 머선 일입니까!!!

    – ‘신선우’님!!! 1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애덤 스미스가 과연 어떤 활약을 할지!!! 한스에게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고것은… 작가인 저도 알 수 없습니다!!!
    ㄴㅇ0ㅇㄱ!!! 상상도 못한 전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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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Install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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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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