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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0

       

       

       

       

       

       70화. 신병 받아라 ( 6 )

       

       

       

       

       

       애덤은 정신이 나갈 것 같았다.

       그를 둘러싼 드워프들의 시선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자고로 명장이라함은 고작 그 정도 시선에 흔들리지 않아야 했으니까.

       

       진짜 문제는 애덤을 향해 쏟아지는 극한의 훈수들!

       

       

       “아니… 저,저… 허어…”

       

       “쓰읍ㅡ 저걸 왜 저렇게 하는 거지? 허허… 아니 그게 아닌데.”

       

       “어이구! 저런저런… 거기서 그러면… 어이쿠!”

       

       

       애덤의 망치질 한 번에 드워프들이 한 소리씩 뱉는다. 탄식하는 이유도 가지각색. 망치의 각도가 잘못되었느니, 망치 속도가 불규칙적이니, 타점이 틀어졌다는 둥…

       

       애덤은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는 못하고,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도, 도대체 망치의 타점이 어디가 틀어졌다는 거지? 타점은 계속 일정할터인데!’

       

       

       애덤 스스로는 일정한 타점과 각도, 힘을 유지하며 달군 금속을 두들긴다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드워프들의 눈에 보인 애덤은 어설픔 그 자체였다.

       

       

       타캉ㅡ! 타캉ㅡ! 타캉ㅡ!

       

       

       그렇게 달군 금속을 망치로 얇게 두들겨서 피고, 다시 달군다. 그리고 다시 두들긴다. 이러한 몇 차례의 과정을 지나자 금속은 종이만큼이나 얇은 수준이 되었다.

       

       애덤은 얇게 펴진 금속을 보며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비록 드워프들이 옆에서 잔소리를 하며 그의 집중력을 흐트렸지만, 그에 굴하지 않고 만족할만한 결과물을 만들어 보였다.

       

       

       “하, 하하! 어떻습니까?”

       

       

       자신감이 가득 찬 애덤의 질문. 드워프들의 표정은 미묘하기 그지없었다.

       

       그 표정은 뭐랄까…

       

       

       “그으… 흠…”

       

       “뭐, 그래. 나쁘지 않구만.”

       

       “처음인데 그 정도면 잘한 거지. 앞으로 소질이 있어 보여.”

       

       

       어린아이가 마구 낙서해온 그림을 보는 어른들의 눈빛 같기도 했고, 대학생들의 과제물을 처음 받아본 교수님의 표정 같기도 하였다.

       

       뭐라 차마 말할 수 없는 미묘한 표정의 드워프들. 애덤은 그 표정을 보자 괜스레 불안해졌다. 살아생전 자신의 실력을 의심한 적이 없건만, 이 반응은 뭐란 말인가?

       

       

       “막내야, 끝났냐?”

       

       “예!”

       

       

       그를 부르는 브란의 외침. 애덤은 종이처럼 얇은 쇠를 들고 자신 있게 뒤를 돌았다. 아무리 신의 일꾼이라고 해도 종이처럼 얇은 그의 결과물 앞에서는…

       

       

       “아…?”

       

       

       애덤의 눈에는 쇠빛이 감도는 천이 보였다. 브란이 들고 있는 철판은 한없이 얇아서 팔락거리는 지경이었다. 그것은 어찌나 얇은지 비단처럼 하늘거렸고, 브란의 콧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렸다.

       마치 금속으로 비단을 엮어낸 것 같았다.

       

       

       “브란! 이게 뭐냐 지금! 상대가 막내여도 그렇지, 너무 엉망이지 않냐!”

       

       “하하, 부끄러워서 원… 나도 막내가 생겼다고 생각하니, 좀 긴장했지 뭐요. 부끄럽구만, 이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 엉망으로 하면 어떡하냐! 막내 보기 부끄럽게! 에잉!! 망치 줘 봐라!!”

       

       “머쓱하구먼…”

       

       

       오푸스 팔락은 브란의 결과물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망치를 빼앗아 가더니 다른 금속을 꺼내 마구 두들기기 시작했다.

       

       

       ‘저, 저건…’

       

       

       애덤은 신들린 것처럼 허공을 누비는 오푸스 팔락의 망치에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

       거침없이 쇠를 두들기는 망치. 성난 듯 꿈틀거리는 등 근육과 팔뚝은 무쇠로 만들어진 듯 단단했다. 이글거리는 불을 앞에 둔 오푸스 팔락의 뒷모습은 신화 속 대장장이, 그 자체였다.

       

       금속을 한계까지 두들기고 다시 달군다. 그리고 다시 얇게 편다. 주변 드워프들이 작게 감탄하는 소리가 들린다.

       

       

       “역시 큰형님… 얼마전에 축복을 받아서 승격하셨던데. 기세가 엄청나시구만.”

       

       “승격하시고 수염도 엄청 길어졌다지? 큰형님이 부럽구만.”

       

       

       

       한참을 망치질하던 오푸스 팔락의 손이 우뚝 멈춰섰다. 김이 모락모락나는 한 덩이의 무언가가 모루에서 존재감을 뽐냈다.

       

       오푸스 팔락은 그것을 대수롭지 않게 손으로 집어 물에 담궜다가 꺼냈다.

       

       

       “이런 기본 정도는 됐어야 하는거 아니냐!”

       

       

       오푸스 팔락의 손에는 한 덩이의 가느다란 실뭉치가 있었다.

       

       아니, 실이 아니었다. 금속을 두들겨 실처럼 가늘고 얇게 만든 것이다.

       

       손에서 힘없이 하늘하늘 흔들리고, 가볍기 그지없는 것이 영락없는 실이었다. 어찌나 가늘고 얇게 펴냈는지, 실을 촘촘히 엮어서 옷을 만들 수 있을 정도였다. 

       

       애덤은 금속으로 뽑아낸 실을 보며 눈을 크게 떴다. 저건 단조술의 영역을 넘어선 무언가였다.

       

       

       “내기였으니 망정이지, 봉헌하는 물건을 그렇게 만들었으면 가만두지 않았을꺼다!”

       

       “형님도 참. 나도 할 때는 제대로 하는 드워프요.”

       

       

       애덤은 자신의 금속판을 내려다봤다.

       

       그가 만든 것은 종이처럼 얇은 금속판이다. 단언컨대 이보다 더 얇게 만들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의 상식을 부수는 결과물이 눈앞에 있었다.

       

       멍하니 서있는 애덤을 향해 드워프들이 하나둘 다가와 떠들기 시작했다.

       

       

       “막내야, 내가 자세히 보지는 않았는데 말이다. 그으ㅡ 망치질 할 때 팔꿈치가 너무 흔들리더라. 좀 더 어깨에 힘을 빼고 하면 좋을 것 같은데.”

       

       “그렇지! 그리고 망치 타점이 계속 흔들리더라고!”

       

       “허리에 실리는 힘도 좀 부족했던 것 같은데…”

       

       “허… 허허…”

       

       

       애덤은 허허로운 웃음을 흘렸다.

       분했다. 명장 애덤으로서의 자존심을 건 내기였는데, 어찌할 도리없이 져 버렸다.

       

       그리고 기뻤다.

       대장장이 애덤으로서 앞으로 발전할 길이 보였다는 것에.

       

       

       “…앞으로…”

       

       “어? 막내야 뭐라고?”

       

       “앞으로! 더욱 열심히 배우겠습니다! 뭐든지 가르쳐만 주신다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애덤은 나이도 잊고, 열정적으로 외쳤다. 그리고 드워프들을 향해 꾸벅 허리를 숙였다. 허리를 굽힌 애덤을 보는 드워프 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드워프들끼리의 실력은 다 고만고만했기에, 서로 가르치거나 훈수를 둔 적이 없었다. 드워프들에게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감각은 신선한 영감이었다.

       

       애덤의 열정에 달아오른 드워프들이 애덤을 둘러싸고 외쳤다. 

       

       

       “으하하하! 우리 막내가 기합이 바짝 들어갔구만! 그럼, 그럼! 우리가 알려줄 수 있는 건 다 알려 줘야지!”

       

       “배우려는 자세가 말이야, 어? 아주 보기 좋아!”

       

       “자, 자! 막내가 이렇게 열정이 넘치는데!! 우리가 열심히 알려 줘야지!”

       

       

       그렇게 모두가 열정적으로 외칠 때, 한 드워프가 크게 소리쳤다.

       

       

       “모두 잠까아아안!!!!”

       

       

       작업대를 밟고 올라선 드워프에게 이목이 집중됐다.  

       

       

       “다들 신나는 건 알겠지만!! 뭐 잊은 거 없어?!”

       

       “뭘 잊어?”

       

       “몰라.”

       

       

       답답하다는 듯 가슴을 쿵쿵 두들긴 드워프가 다시 크게 외쳤다.

       

       

       “술 마시러 가야지!!”

       

       “여섯신 맙소사!! 그걸 깜빡하다니!”

       

       “그렇지!! 막내 환영회!! 오늘은 술 파티다!!”

       

       “으하하핫!! 다들 여관으로 모여!!”

       

       “막내야, 너도 와라!! 네 환영회인데, 주인공이 없으면 쓰나!!”

       

       “…아?”

       

       

       애덤은 술 파티라는 말에 광분하는 드워프들에게 등 떠밀려 여관으로 향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광란의 술 파티.

       

       

       “술 가져와 술!!”

       

       “네가 가져와 이 육시럴 것아!!”

       

       “뭐어?! 지금 한번 해보자는 거지!!”

       

       

       맥주잔이 허공을 날아다니고, 부서진 의자가 날아다닌다. 이름 모를 드워프가 맥주통에 처박혀 있고, 애덤은 바닥을 기어 다닌다.

       

       

       ‘…시, 신이시여…’

       

       

       애덤은 속을 게워내며, 조용히 신을 찾았다.

       

       애석하게도 신은 대답하지 않았다.

       

       

       

       

       

       *********

       

       

       

       

       

       “드워프들 되게 재밌게 노네.”

       

       

       화면에 비친 여관의 모습을 보며 중얼거렸다. 드워프와 만난 임시 일꾼… 그러니까 애덤은 뭐 저들끼리 대결이라도 하는 것처럼 대장간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뭔가를 뚱땅거리더니, 갑자기 여관으로 가서 술이나 쳐마시고 있다. 드워프 들은 아직 인벤토리에 빈칸이 한참 남아 있는데도 술 마시는 게 좀 아니꼽지만…

       

       

       “나도 술 마시는 중이니까, 이번에는 봐준다.”

       

       

       피자와 맥주로 제법 기분이 좋아진 상태여서 한번 봐줬다.

       

       깜빡하기 전에 ‘일꾼2호’랑 ‘일꾼3호’를 승격시켰다. 신나게 맥주를 마시는 일꾼 두 녀석을 빛이 감싸더니, 이윽고 녀석들의 수염이 조금 더 길어졌다.

       

       

       “… 계속 술 마시네.”

       

       

       승격이 되거나 말거나 신나게 마시는 일꾼들.

       

       아직 따뜻한 페퍼로니 피자를 한 입 깨물고, 화면을 쓱쓱 움직여 건물 리스트를 확인한다.

       

       임시 일꾼도 생긴 김에, 다른 건물을 올릴 생각이다.

       

       

       “뭐 적당한 건물 없나?”

       

       

       지금 설치된 건물들은… ‘드워프의 여관’, ‘번듯한 여관’, ‘제련소’, ‘차원 관문’ 이것들이 전부다.

       

       이렇게 정리하고 보니, 그동안 내실을 너무 신경 쓰지 않은 것이 실감난다. 지금이라도 건물을 좀 올려서 효율을 올려야지.

       

       기름기 묻지 않은 손으로 낮은 티어의 건물로 필터를 걸고, 건물 리스트를 쭉쭉 내린다. 대부분 낮은 가격의 건물이다. 지금 가진 골드로 부담 없이 올릴 수 있는 수준.

       

       이걸 반대로 말하면…

       

       

       “이 건물들은 진작에 만들었어야 했다는 소리네.”

       

       

       그동안 내다 버린 효율을 생각하면 약간 속이 쓰리지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는 생각을 하며 하나둘 건물을 설치한다.

       

       

       ㅡ빠밤!

       

       《”약간 따뜻한 온천”이 완공되었습니다! 일꾼들이 먼지쌓인 몸을 깨끗하게 씻습니다! 자원 채취 속도 상승!》

       

       

       ㅡ빠밤!

       

       《”먼지 쌓인 도서관”이 완공되었습니다! 드워프들이 ‘룬 문자ㅡ각인’을 배웁니다! 무기 가격 상승!》

       

       

       ㅡ빠밤!

       

       《”광산 전용 카트”가 완공되었습니다! 이제 일꾼들이 카트를 타고 광산으로 이동합니다! 이동 속도 상승!》

       

       

       우후죽순으로 건물들이 쭉쭉 올라간다. 예상 완성 시간은 3시간.

       하지만 전에 구매해 둔 ‘완공 패키지’가 미친 듯한 존재감을 뽐내며, 모든 건물들을 완공시켰다.

       

       

       “좋아, 이제 좀 볼 만하네.”

       

       

       휑하던 공터에 건물이 조금 생기니 봐줄 만한 풍경이 됐다. 신전을 중심으로 길이 뻗어져 나가며 대장간과 제련소, 광산을 비롯한 여러 건물들이 이어진 형태다.

       

       나름대로 중세 판타지의 느낌도 나는 것 같다. 아직 바닥은 풀밭이지만. 

       

       … 꾸미는 기능은 없나?

       

       건물을 올리고 나니, 이제는 꾸미는 것에 욕심이 생겼다. 그렇게 제법 오랫동안 상점을 뒤졌지만, 안타깝게도 상점에는 꾸미는 패키지가 없었다.

       

       

       “쩝. 나중에 해금되거나 그런 건가?”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게임을 껐다. 숙제도 다 했고, 건물도 올렸으니 오늘 게임은 다 했다. 기름기 묻지 않은 손으로 유튜브를 키며 피자를 먹었다.

       

       피자와 맥주, 그리고 재밌는 영상까지. 모든 게 완벽하다.

       

       

       “이게 섹스지.”

       

       

       그렇게 만족스러운 밤이 지나갔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오타나 어색한 부분에 대한 지적은 늘 감사합니다!!

    오늘의 상식 : 드워프들에게 금속을 실처럼 얇게 뽑아내는 것은 기본이다.

    ㄴㅇ0ㅇㄱ!!! 아닛!!! 이게 무슨 일입니까!!!

    – ‘Meltrylliss’님!!! 10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끼에에에에에엑!!!!! 응원 감사합니다!!! 이 돈은 아껴뒀다가, 기분 울적해지면 보겠습니다!!! 자린고비처럼!!! 사랑합!!!!니다!!!!!!

    – ‘신선우’님!!! 1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으아아아아아악!!!!! 독자님의 과분한 응원!!!! 사랑!!!!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아아악!!!!! 이 과분한 사랑!!!!! 감사합니다!!!! 사!!! 랑!!!!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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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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