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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1

       

       

       

       

       

       71화. 가장 평범한 ( 1 )

       

       

       

       

       

       시끌벅쩍한 술집은 그야말로 광란의 현장이었다. 그 혼란 속에서 애덤은 무력하게 바닥을 기어다닐뿐. 그렇게 혼란과 광기의 술파티가 무르익을 무렵, 이변이 일어났다.

       

       

       촤아아악ㅡ

       

       “두, 둘째 형님!!”

       

       

       촤아아악ㅡ

       

       “셋째 형님도?!”

       

       

       신나게 맥주를 마시던 세듀스 팔락과 트리비우스 팔락의 몸이 눈부시게 빛났다. 실로 신성하기 그지 없는 모습.

       

       이윽고 그들의 수염이 조금 더 길어지고, 팔다리가 더 굵어지는 것이 아닌가!

       

       애덤은 간신히 고개만 든 상태로 그 모습을 보며 눈을 크게 떴다. 지금 애덤은 신께서 그 분의 일꾼들에게 기적을 베푸는 현장을 보고 있었다.

       

       

       “둘째 형님이 위대한 분의 인정을 받고 승격하셨다!! 으하하하!! 풍악을 울려라!!”

       

       “셋째 형님도!! 오늘은 기쁜 날이다!!! 부어라, 마셔라!!”

       

       

       세듀스와 트리비우스의 승격을 눈 앞에서 본 드워프들의 분위기는 이윽고 폭발할 듯 끓어올랐다. 더욱 더 격렬해지고 시끄러워진 술집. 술집의 공기는 활화산처럼 뜨겁게 달아올랐다.

       

       

       “… 신이시여…”

       

       

       술에 쩔은 지렁이처럼 바닥을 꿈틀거리며 신을 찾던 애덤은 여관 밖에서 들려오는 땅울림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쿠구구구ㅡ하는 소리가 여관 밖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여관의 테이블과 의자들도 가볍게 진동하며 위아래로 요동쳤다.

       

       

       “지, 지진? 지진이다!!”

       

       

       애덤은 성지에서 지진이 일어날 수 있나ㅡ싶은 의문이 짧게 스쳤지만, 이내 머리를 가리고 크게 외쳤다.

       

       애덤의 외침을 들은 다른 드워프들도 허둥거리며 뛰어다녔다.

       

       

       “으, 으아악!!”

       

       “땅이 흔들린다!!”

       

       

       술에 거하게 취한 드워프들 중에서는 숨을 곳을 찾겠다며 술통에 들어가는 이도 있었다.

       

       오푸스 팔락을 비롯한 고참 드워프들은 그 모습을 보며 여유롭게 맥주를 마셨다. 허둥대며 뛰어다니는 이들은 대부분 어린 드워프들이었다. 신께서 기적을 행하시어 땅에서 건물이 솟아나는걸 본 적 없는 이들.

       

       

       “으하하핫!! 허둥대지 마라. 이건 신께서 성지에 기적을 행하시는 거다!”

       

       “… 신께서?”

       

       “기적…?”

       

       

       어디서 구했는지 나무 그릇을 투구마냥 뒤집어쓴 드워프부터, 의자 밑에 기어들어간 드워프, 천장에 매달린 드워프까지.

       

       작은 술집 곳곳에서 드워프들이 기어나왔다.

       

       드워프의 큰 형님들, 오푸스 팔락과 세듀스 팔락, 트리비우스 팔락은 껄껄 웃으며 술집 밖으로 향햤다.

       

       

       “나와봐라! 신께서 우리 막내가 왔다고 기뻐하시는지, 오랜만에 아주 귀한 풍경을 보겠구나.”

       

       “귀한 풍경이라니, 뭔 소리요?”

       

       

       드워프들은 어리둥절한 기색을 띠며 주춤주춤 여관 밖으로 향했다. 애덤도 그 무리에 껴서 조심스럽게 밖으로 나섰다.

       

       그리고 그들의 눈에 보이는 것은ㅡ

       

       

       “이, 이럴 수가…”

       

       “여섯신이시여, 맙소사!”

       

       

       땅을 가르며 하늘로 솟구치는 거대한 건물들.

       쩌저적ㅡ하고 땅이 갈라지면서 거대한 틈이 생기고, 그 틈에서 건물이 솟아오른다.

       

       그 과정에서 쿠구구구ㅡ하는 땅 울림이 성지 전체에 울리고 있었다. 땅에서 쑥쑥 자라나는 건물들.

       

       인지를 넘어선 풍경에 애덤은 입을 떡 벌리고, 저도 모르게 어처구니 질문을 했다.

       

       

       “그… 성지에서는 원래 건물이 나무처럼 땅에서 자라납니까?”

       

       

       애덤은 질문을 하고선 곧바로 후회했다. 이게 무슨 바보 같은 질문이란 말인가. 애덤의 질문을 들은 세듀스의 표정도 그를 바보 보듯이…

       

       

       “오, 맞아! 역시 우리 막내야! 아주 머리가 영특하고 어? 배우는 게 빠르구만!”

       

       “… 예?”

       

       “원래 성지에서는 건물들이 이렇게 땅에서 자라나지. 건물들도 전부 위대하신 분의 은총으로 만들어지니까.”

       

       

       애덤은 이게 왜 진짜지ㅡ 싶은 말을 가까스로 억눌러야했다.

       

       땅에서 자라나는 건물들을 바라보는 것은 그야말로 진풍경이었다. 애덤은 쑥쑥 올라가는 건물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이 모든 것들을 기억했다가, 만신전에 가서 얘기해야겠어.’

       

       

       안토니오라는 대사제님이 성지에 다녀온 경험을 책으로 쓰고 계시다 하였으니, 자신의 이야기도 들려드리면 좋은 참고가 될 것이다. 운이 좋으면 애덤의 이름도 한두줄 적힐 수 있을 것이고.

       

       

       ‘그 모지리들은 잘하고 있을지 모르겠군…’

       

       

       애덤은 자연스럽게 제자들을 떠올렸다. 조금 모자란 부분이 있지만,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제자들이다.

       

       

       “막내야, 이리 와봐라!”

       

       

       상념에 빠져 있던 애덤은 저 멀리서 자신을 부르는 세듀스의 부름에 퍼뜩 정신을 차렸다. 도서관과 비슷하게 생긴 오래된 건물 앞에서 그를 부르는 세듀스 팔락.

       

       

       “여기는…”

       

       

       조심스럽게 도서관의 안으로 들어서자 소복하게 먼지가 내려앉은 책들이 애덤을 반겼다.

       층층이 쌓인 책들은 도서관의 천장에 닿을 정도로 높았고, 두꺼운 먼지는 오랫동안 손길이 닿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는 애덤에게 세듀스 팔락이 책 한 권을 내밀었다.

       

       

       “이걸봐라, 막내야. 신께서 널 위해 새로운 지식을 안배해주신 것 같구나.”

       

       “신께서 저를 위해…”

       

       

       애덤은 떨리는 손으로 먼지 쌓인 고서를 받았다. 두텁게 쌓인 먼지를 조심스럽게 쓸어내리자 고급스러운 가죽 표지가 모습을 보였다. 읽을 수 없는 신비한 문자로 제목이 새겨진 고서.

       

       세듀스가 힐끗 보더니 말했다. 

       

       

       “룬으로 새겨진 책이구나.”

       

       

       도서관이 지어지는 순간부터, 모든 드워프들은 룬에 관한 지식을 자연스럽게 깨우쳤다. 이는 누군가 알려주지 않아도 본능처럼 알게 되는 것에 가까웠다.

       

       

       “룬… 처음 듣는 말입니다.”

       

       “아마 그럴 테지. 신께서 창조하신 문자니까.”

       

       

       세듀스가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

       

       

       “룬 문자라 함은, 글자 자체가 신비한 기적을 품고 있으며 여러 글자를 조합하기에 따라 무궁무진한 기적을 발휘할 수도 있는 문자. 신께서는 막내 너에게 룬 문자를 베푸시려는 것 같구나.”

       

       “신께서… 저에게?”

       

       

       애덤의 눈이 거칠게 떨려왔다. 이 보잘것없는 늙은이에게 너무나 과분한 은혜였다. 

       

       

       “제, 제가… 이런 과분한 은혜를 입어도 될지…”

       

       

       세듀스 팔락은 울기 직전인 애덤의 어깨를 툭툭 두들겼다. 

       

       

       “막내야, 울지 마라! 신께서는 막내 너에게 가능성을 보신거다! 네 안에 잠들어 있는 무언가를 보신거야! 그러니까 너에게 이런 선물을 주신거다! 그러니 자신을 의심하지 말거라!”

       

       “형님…!”

       

       

       애덤은 세듀스의 말에 울컥 차오르는 무언가를 가까스로 참았다. 그리고 손에 들린 고서를 바라보았다. 룬이 새겨진 가죽 표지는 은은한 휘광을 두르고 있었다. 

       마치 자신을 다룰 수 있겠냐고 애덤을 도발하는 듯했다.

       

       

       어느새 도서관의 밖에 나간 세듀스가 애덤을 재촉했다.

       

       

       “자, 가자! 막내야, 시간이 없구나! 일도 배우고, 룬도 배우려면 바쁘게 움직여야 할 거다!!”

       

       “예!!”

       

       

       애덤은 룬이 새겨진 고서를 들고 힘차게 걸음을 옮겼다. 세듀스의 말대로, 그에게는 일분일초가 소중했다. 애덤에게는 배워야 할 것이 너무나도 많았다.

       

       

       “우선 기초부터 시작하자!! 이 금속에서 실을 뽑아보자꾸나!!”

       

       “… 예?”

       

       

       물론 그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지만.

       

       

       

       

       ————

       

       

       

       

       톡ㅡ 톡ㅡ

       

       신성 로마니안 제국의 황궁.

       황제 카이사르는 곤란한 표정으로 만년필을 두들겼다. 애꿎은 서류만 괴롭히며 미간을 잔뜩 찌푸린다. 하지만 서류만 두들긴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 법.

       

       카이사르는 한숨을 푹 내쉬고는 재상에게 말했다.

       

       

       “재상… 후우ㅡ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성도에 사실대로 말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나도 아네. 그 정도는 나도 알아. 문제는 제국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이거지.”

       

       

       카이사르가 서류를 쥐고 팔락팔락 흔들었다. 까맣고 작은 글씨들이 빼곡하게 서류를 채우고 있었다. 그리고 서류의 최상단에 큼직막하게 적힌 글자.

       

       

       《역병쥐 모체의 행방과 추적 및 향후 방안》

       

       

       카이사르가 한 번 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사도들에게 역병쥐의 토벌은 제국이 해결하겠다고 큰소리 쳤는데… 일이 이렇게 되니 얼굴을 들 수가 있어야지.”

       

       “주, 죽여주십시오! 폐하!!”

       

       

       바닥에 납작 엎드린 기사단장이 덜덜 떨며 외쳤다. 카이사르가 그 모습을 지그시 바라보다가 또 한숨을 푹 내쉬었다.

       저 기사단장에게 무슨 죄가 있겠는가. 잘못이라면 발 빠르게 조치하지 못한 자신에게 있을 터.

       

       

       “됐네. 자네에게 무슨 잘못이 있겠는가. 짐이 한동안 정신을 놓고 살았던 탓이지.”

       

       

       악몽 같았던 마귀를 토벌하고, 빛의 나무가 내려오기 전.

       카이사르는 아들을 잃었다는 충격에 빠져, 제법 오랫동안 정무를 보지 못했다. 그사이에 역병쥐의 모체가 도망친 것이다.

       

       역병쥐는 그 수도 빨리 늘어나고, 치명적인 돌림병을 옮기는 존재. 최대한 빨리 토벌해야 마땅하지만… 문제는 모체가 도망친 방향에 있었다.

       

       

       “하필이면…”

       

       

       카이사르가 지도를 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러다가 황궁의 바닥이 꺼져도 이상하지 않을 지경. 

       지도에는 모체의 예상 도주 경로가 그려져 있었다. 수도를 지나, 산을 세 개 넘고 넓은 평야를 가로질러 그 끝에는…

       

       

       “하필이면 성도 방향으로…”

       

       

       성도, 키비타스가 있었다.

       

       

       카이사르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역병쥐 정도는 제국이 해결할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하고 사도들을 돌려보냈는데, 하필이면 성도라니.

       성도 주변에서 군사 작전이 이루어지면, 사도들의 합류는 반강제적일터.

       

       성도에 무슨 낯으로 이 소식을 전해야 하고, 무슨 얼굴로 사도들을 다시 봐야할지.

       

       카이사르는 벌써 머리가 지끈거렸다. 

       

       

       “후우… 제국 체면이 말이 아니군.”

       

       

       카이사르는 고급스러운 종이에 만년필을 올렸다. 민망하게 됐지만… 해야 하는 일은 해야 하는 법. 이윽고 카이사르의 만년필이 유려하게 춤을 추며 한 장의 서신을 써 내려갔다.

       

       이윽고 제국의 깃발을 들어 올린 전령이 성도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

       

       

       

       

       

       “이상해.”

       

       

       한스는 고개를 갸웃했다.

       

       

       “이상하단 말이지.”

       

       

       농부의 자식, 그리고 전 모험가. 지금은 신의 무기를 최초로 받은 사도.

       리치의 공격에 당해 얼어붙었다가, 얼마 전 풀려났다. 그리고 신의 선택을 받은 용사님과도 인사를 하는 사이가 됐다.

       

       이 모든 것이 일 년이 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그에게 일어난 일들이다. 일 년 전의 한스에게 이 사실을 전하면 믿지 않으리라.

       

       가끔은 자신도 실감이 나지 않았으니까.

       여튼, 그것은 중요한 게 아니었다.

       

       한스 스스로 생각하기에, 그는 매우 평범한 필부다. 시골 어느 곳에나 있을 농부의 자식으로 태어났고, 농부로 사는 것이 싫어서 무작정 도시로 올라왔다.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흔한 이야기다. 그리고 실제로 한스의 무력은 매우 평범한 농부 수준이었다.

       검 한 자루 들면 고블린도 간신히 이기는, 그런 사내였단 말이다.

       

       그런데… 그에게 매우 평범하지 않은 일이 생기기 시작했다.

       

       

       “… 도대체 왜?”

       

       

       한스는 박살난 허수아비를 보며 중얼거렸다. 두껍고 튼튼하기로 소문난 붉은 가시 나무로 만든 허수아비가 산산이 부서져 있었다.

       

       얼마 전까지 요양하던 사람이 낼 수 있는 힘이 아니다.

       

       

       “… 왜?”

       

       

       영문을 알 수 없는 현상에 한스는 연신 고개를 갸웃거렸다.

       

       … 도대체 왜?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오타나 어색한 부분에 대한 지적은 늘 감사합니다!!!

    ㄴㅇ0ㅇㄱ!!! 으닛!!! 이게 무슨 일입니까!!!!

    – ‘신선우’님!!! 1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드워프들에게 금속에서 실 뽑는건 기본!!! 그럼 의미에서 브란은 정말 기본도 못하고 망친 것입니다!!!!! 금속에서 실 뽑기는 유구한 드워프의 전?통!!!! 주말 연재는… 하핳….!!!! 노력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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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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