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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2

       

       

       

       

       

       72화. 가장 평범한 ( 2 )

       

       

       

       

       

       한스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자기 손을 내려다 봤다.

       

       그리고 완전히 박살난 허수아비를 내려다 봤다.

       

       

       “… 뭐지.”

       

       

       한스는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요 며칠간 쥐 죽은듯 조용하게 지내면서 요양했을 터.

       

       먹고 운동하고 잔다. 그 과정에서 특이한 점이라고 할 만한 것은 없었… 아니, 하나 있었다.

       

       

       “사탕?”

       

       

       어느 순간부터 한스가 먹기 시작한 파란색 껍질로 감싸진 무지개색의 사탕. 신기하게도 잊을 만하면 한스의 눈앞에 나타는 그 사탕은 오묘하고 신기한 맛을 자랑했다.

       

       달기도 하면서 동시에 짜고 시고… 여튼 묘한 중독성이 있는 사탕이었다. 먹으면 온몸에 짜릿하고 자극이 온다고 해야 할까. 

       

       농민 출신의 한스에게 사탕같은 고가의 사치품은 그야말로 그림의 떡. 마침 주변에 주인도 없는 것 같아서 보이는 족족 주워 먹었다.

       

       심각한 표정으로 고민하던 한스. 마침내 결론을 내렸다.

       

       

       “… 악마의 수작인가?”

       

       

       이 세상에 대가 없이 주워지는 힘은 없는 법. 사탕의 탈을 쓴 악마의 무언가였을 가능성이 높다. 

       덜컥 겁이 난 한스는 재빨리 주변을 살폈다. 다행히 연병장의 구석에 위치한 곳이여서 한스를 본 사람은 없었다.

       

       

       ‘정말로 악마의 수작질이라면… 말씀드려야겠지?’

       

       

       냄새 나는 것에 뚜껑을 덮는다는 말도 있지만, 그렇게 뚜껑을 덮으면 나중에 벌레가 꼬이기 마련. 한스는 이런 일을 숨겨봤자 도움이 안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어느 분에게 말씀을 드려야 할까…’

       

       

       연병장의 곳곳을 훑어보는 한스. 저 멀리 타오르듯 붉은 머리카락이 눈에 들어왔다. 함께 리치와 맞서 싸웠던 용사님이다.

       

       오가며 인사 정도만 하는 사이지만, 사악한 리치와 함께 싸운 전우이기도하고 선한 분이시니 자신을 모른 척하지 않으리라.

       

       

       “그으…”

       

       

       한스가 조심스럽게 케니스에게 다가가자, 누군가 먼저 케니스에게 말을 거는 모습이 보였다.

       성기사들의 우상이라 불리는 가장 젊은 팔라딘, 데모닉이었다.

       

       

       “흠, 흠… 그으ㅡ 케니스. 몸에 대한 적응은 잘 되어가는지 모르겠구나. 저번 제국에서 봤을 때에는 괜찮게 적응한 것 같았는데, 그래도 혹시 모르는 일이니 가볍게 단련이라도 한번 하면서 몸 상태를 점검하는 것이 좋겠구나. 물론 너의 힘 수준에 맞춰서 상대가 다치지 않으려면 적당한 상대를 구해야겠지만, 나라도 괜찮다면 나는 상관없다. 마침 할 일도 없기도 했고, 몸이 찌뿌둥한 참이니 말이다. 마침 내가 실수로 연습용 목검을 두 자루나 챙겨 왔는데 참 잘됐구나. 혹시 네가 괜찮다면 가볍게 대련이라도 하면서 잠시 이야기를 나눴으면 하는 것이 나의 생각이란다.”

       

       ‘오우…’

       

       

       데모닉의 입에서 속사포처럼 쏟아져나오는 말들. 한스는 이게 뭔 일인가 싶었다. 뭔가 굉장히 긴 말이 엄청 빠르게 지나갔다.

       

       케니스는 당황했는지, 약간 눈이 커져서는 데모닉을 바라봤다. 그녀도 데모닉의 말을 제대로 듣지 못한 것 같았다.

       

       

       “예? 어, 아니? 그으ㅡ 아… 빠, 그게 말이죠…”

       

       

       케니스의 목소리가 뒤로 갈수록 작아져서 한스는 제대로 듣지 못했다. 잘은 모르겠지만, 용사님이 곤란하신것 같으니 나서서 도와드려야겠다고 생각한 한스.

       

       

       “흠, 흠. 용사님? 잠시… 괜찮으십니까?”

       

       “어? 아, 한스씨? 그럼요, 어쩐일이세요? 몸은 괜찮으시죠?”

       

       “아이고, 몸이야 뭐 너무 건강해서 탈이죠. 그런데 다름이 아니라 좀 드릴 말씀이힉?!”

       

       “어? 한스씨! 괜찮으세요?”

       

       

       한스는 악마를 보았다.

       

       케니스의 뒤에서 데모닉이 악마 같은 기세를 풍기며 한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분명 표정은 무표정이지만, 그 눈동자는 유리구슬처럼 공허하게 번들거리면서 한스를 비췄다.

       

       마치 뱀의 눈동자를 마주한 듯 심장이 차갑게 시려오는 한스.

       

       저건 경고다. 더 이상 깝치지 말라는 경고.

       

       한스는 저 인간이 자신에게 왜 저러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목숨이 아까우니 빠르게 도망치기로 했다.

       

       

       “아, 하… 하하! 어윽! 가, 갑자기 배가!! 제가 나중에! 나중에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예? 갑자기요?! 무슨 얘기였는데요! 한스씨?!”

       

       “신경 쓰지 말거라, 케니스. 갑자기 배가 많이 아프신 모양이구나. 그건 그렇고…”

       

       

       데모닉이 케니스의 머리카락을 손으로 슬쩍 매만졌다. 파도처럼 약간씩 굽이치며 길게 떨어지는 붉은 머리카락.

       

       

       “… 머리카락의 색이 다시 돌아왔구나.”

       

        “아, 예… 사제분들 말씀으로는 저번에 빛의 고치에서 몸이 재구성되면서 돌아왔다고ㅡ”

       

       

       

       등 뒤로 둘의 대화를 흘려들으며 한스는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일단 용사님에게 얘기하는 것은 실패다.

       

       

       “후우ㅡ 어느 분한테 말씀드려야 하나…”

       

       

       한스의 깊은 한숨과 함께 저 멀리 총총걸음으로 뛰어다니는 분홍 머리가 보였다. 만신전의 귀여움을 독차지하는 루엘 사제였다.

       그녀는 안토니오 대사제의 심부름을 위해, 대회의실로 향하는 중이었다.

       

       

       “히엑ㅡ 후익ㅡ”

       

       

       기묘한 소리를 내며 잠시 숨을 고른 루엘. 이윽고 조심스럽게 대회의실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제국에 대한 외교적 방향은ㅡ”

       

       “그것보다는 황제에 관한 것이ㅡ”

       

       “제국의 수도에 나타났다는 빛의 나무ㅡ”

       

       

       점잖는 태도로 앉은 대사제들이 낮은 목소리로 서로를 존중하며 엄숙한 분위기로 회의를 하고 있었다. 루엘은 조심조심 걸음을 옮겨, 안토니오 대사제에게 다가갔다.

       

       

       “대사제님. 여기 부탁하신 거 가져 왔어요.”

       

       “고맙습니다, 루엘 사제. 허허. 오늘은 제가 서기를 하는 날이었는데 깜빡했지 뭡니까.”

       

       

       두툼한 책에는 빼곡한 글씨로 그간 회의에 대한 내용이 적혀 있었다. 대충 봐도 그 두께와 내용이 무척 방대했다.

       

       

       “루엘 사제. 할 일 없으면 회의 구경이나 한번 하겠습니까?”

       

       “정말요? 그래도 될까요?”

       

       “그럼요. 큰소리만 내지 않으면 됩니다.”

       

       

       신난다는 듯 반짝이는 루엘의 눈빛. 안토니오는 손녀딸을 보는 할아버지처럼 흐뭇하게 웃으며 다시 회의에 집중했다.

       

       

       “다음 안건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이건… 좀 오래된 것이군요. ‘유스텔라’의 성지화에 관한 안 건입니다.”

       

       “유스텔라…?”

       

       “유스텔라가 뭐하는 도시죠?”

       

       

       가볍게 웅성거리는 대사제들. 회의를 진행하는 회의장이 추가적인 설명을 덧붙였다.

       

       

       “크흠. ‘신의 무기’가 최초로 발견됐던 도시의 이름입니다. 그 주변의 던전들에서 ‘신의 무기’가 자주 나온 도시여서, 오래전 유스텔라의 성지화에 관한 안건이 나왔습니다.”

       

       “유스텔라… 지금 와서 그 도시를 성지화하는 것에 의미가 있을까요?”

       

       “저도 동감입니다. 이미 성도에서도 그렇고, 제국도 그렇고… 신의 기적이 내린 곳이 많은데. 성지화를 할 필요성이 있을지 의문입니다.”

       

       

       대사제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성도에만 해도, 신께서 내리신 신비한 문이 있지 않은가?

       

       

       “성지화는 무리여도, 신의 무기가 최초로 나온 기념비적인 곳이니 그 위업을 기리는 것 정도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동의합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여기저기서 동의의 의견이 들려왔다. 회의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유스텔라에 관한 안건은 여기서 끝내려는 모양.

       

       

       “다음 안건입니다. 제국에서 성도 주변에서 있을 군사 작전에 협력을 요청했습니다. 수도에서 도망친 역병쥐의 모체가 성도 주변에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신의 무기를 받은 사도분들로 이루어진 부대를 시험적으로 운용하는 것도ㅡ”

       

       “혹시나 하는 상황을 대비하여ㅡ”

       

       …

       

       “마지막 안건은 최근 성도 주변에서 퍼지는 이런 수상한 그림에 대하여ㅡ”

       

       “맙소사, 사람과 짐승을 섞어둔 망측한 그림ㅡ”

       

       “최근 사람들 사이에 음지를 통해 빠르게 퍼지는ㅡ”

       

       “오…”

       

       

       길어지는 회의에 루엘의 고개가 점차 꾸벅꾸벅 흔들렸다.

       점차 눈이 감기고… 고개가 힘없이 꺽이다가, 푹하고 숙여지면서ㅡ

       

       

       ㅡ 콰앙!

       

       “흐꺅!”

       

       

       거세게 열린 문소리에 루엘이 펄쩍 뛰면서 기묘한 비명을 질렀다.

       

       

       “아으… 죄송합니다아…”

       

       

       부끄러운지 얼굴을 붉히며 제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가리는 루엘. 물론 주변의 대사제들은 그녀를 흐뭇하게 바라볼 뿐이었다.

       

       그러고는 대회의실의 문을 거칠게 열고 들어온 자를 째릿하고 쳐다봤다. 감히 누가 엄숙하고 신성한 대회의실을 이렇게 거칠게ㅡ

       

       

       “대사제님들! 지, 지금 신성한 문에서 사람이 나왔습니다!!”

       

       “뭐라고!!!”

       

       

       루엘의 옆에 있던 안토니오가 벌떡 일어나서 회의 탁자를 날 듯이 밟으며 뛰어올랐다.

       마치 우아하게 날아오르는 한 마리의 백조처럼 공중에 뛰어오른 안토니오.

       

       

       타탁ㅡ!

       

       

       그라고는 누구보다 빠르게 문 앞에 착지했다. 안토니오가 이글거리는 눈으로 문을 연 사제의 어깨를 붙잡았다.

       

       

       “그게 사실인가!! 신성한 문을 나온 자가 있다고? 누가!! 얼마나 지났는가!!”

       

       “신을 만나뵙고 오셨답니까!! 만났다면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들었습니까!!”

       

       “성지에 갔다 오신거겠지? 마침 성지에 대한 묘사가 더 필요한데!! 귀인을 어서 모셔와야 합니다!!!”

       

       “어, 어어…. 어?”

       

       

       안토니오의 뒤로 우르르 몰려든 대사제들이 광기 어린 모습을 보이며 아우성쳤다. 그 모습은 흡사 굶주린 아귀떼와도 같았다.

       

       실상은 만인의 존경받는 대사제들이었지만.

       

       미친 듯이 몰려드는 대사제들의 모습에 당황한 사제가 어찌할 줄 모르고 당황하던 그때. 사제를 구원해 줄 사람이 나타났다.

       

       

       “멀리 가지 않으셔도 될거요.”

       

       

       사제의 뒤에서 한 남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내가 신의 부르심을 받아 성지에 다녀온 사람이니.”

       

       

       사제가 천천히 뒤를 돌아봤다.

       

       팔뚝이 눈에 들어왔다. 굵은 팔은 자신의 허벅지… 아니 허리와 둘레가 비슷해 보인다. 심장 박동에 맞춰 꿈틀거리는 핏줄이 폭력적으로 맥박친다.

       

       구릿빛으로 탄 피부는 지나온 노력과 땀에 대한 훈장과도 같았다.

       

       얼굴은 약간 나이가 든 남성의 얼굴이었다. 꼬장꼬장한 눈썹과 굳게 다문 입술에서 고집과 끈기가 엿보였다.

       

       

       “내 이름은 애덤이요. 대장장이 애덤. 그렇지 않아도 대사제님들을 만나뵙고 할 이야기가 있었수다.”

       

       

       성도의 명장, 애덤.

       

       기나긴 시간 수련을 마치고 마침내 성도에 복귀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한 편 더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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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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