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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3

       

       

       

       

       

       73화. 가장 평범한 ( 3 )

       

       

       

       

       

       임시 일꾼 애덤이 일꾼에 포함된 지 얼마나 지났을까. 나는 오늘도 열심히 일하는 척하며 사무실에서 시간을 죽이고 있었다.

       

       슬쩍 사무실을 보니, 금요일이여서 그런지 자리를 비운 사람이 제법 많다. 부장님도 안계시고 뭐라고 할 사람도 없다.

       

       몰래 핸드폰을 꺼내 게임을 켰다. 업무 시간에 몰래 하는 게임만큼 자극적인 게 없지.

       

       익숙한 신전이 화면에 나타나고, 재빨리 손을 움직여 쌓인 무기를 처리하고 모험가들에게 무기를 판다.

       

       

       빠밤ㅡ!

       

       

       갑작스럽게 메시지창이 나타났지만, 미리 음소거해 둔 덕분에 팡파레의 이팩트만 나타났다. 이런 게 바로 경험에서 나오는 짬 아니겠는가?

       

       

       《임시 일꾼, ‘애덤’이 ‘룬ㅡ각인’에 대해 학습하였습니다! ‘애덤’의 ‘룬ㅡ각인’이 가능해졌습니다!》

       

       “룬 각인…?”

       

       

       이건 또 뭔데. 왜 나만 모르는 건데.

       이게 언제 해금된 거지? 저번에 메시지창이 나왔는데 내가 못 본 건가?

       

       해금될 만한 이유는 얼마 전에 지은 건물 아닐까 싶다. 저번에 만든 건물들을 하나하나 터치하면서 확인하다가, ‘먼지 쌓인 도서관’에서 찾아냈다.

       

       

       빠밤ㅡ!

       

       《룬ㅡ각인 : 일꾼들이 무기에 ‘룬’을 새깁니다. 조금 더 강화된 무기가 탄생하는 대신, 시간이 많이 소모됩니다.》

       

       

       “시간이 많이 소모된다고? 얼마나 오래 걸리는지 한번 봐야겠는데.”

       

       

       오래 걸려봤자 얼마나 걸리겠냐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시험 삼아 드워프 한 놈에게 ‘낡은 롱소드’를 만들고, 거기에 ‘룬’을 새기도록 해봤다.

       

       

       《사용 가능한 룬 : 용기의 룬, 힘의 룬, 속도의 룬》

       

       

       “뭐야, 3개가 전부야?”

       

       

       도서관에서 해금된 기능이니, 아마 도서관 건물을 승급시키면 다른 룬이 해금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 사용 가능한 룬들은 제일 낮은 티어의 룬이겠지.

       

       하지만 아직 쌓인 골드도 많지 않고, 룬의 효율도 모르니 잠시 미뤄둔다.

       

       

       “음… 무난하게 ‘용기의 룬’으로 해 봐야겠다.”

       

       

       뭔지 모를 때는 일단 제일 앞에 있는 걸로 하는 거다. 룬까지 고르자 드워프가 뚱땅거리며 무기를 만들기 시작한다.

       그리고 위에 예상 시간이 나오는데…

       

       좀 심상치 않게 시간이 길다.

       

       

       “… 6시간? 미쳤어? 롱소드 하나 만드는데 6시간이 걸린다고?”

       

       

       아무리 비싸게 팔 수 있다고 해도 6시간이나 걸리는 건 좀 선을 많이 넘는다. 미련 없이 제작을 취소했다.

       아무리 판매 가격이 올라가도 그렇지, 그 시간이면 롱소드 수십 자루는 더 만들 수 있다.

       

       

       “룬 문자, 이거는 뭐 어쩌라고 만든 기능이야? 무기 하나 만드는데 6시간이 걸리면 이걸 누가 만들어.”

       

       

       개발자들은 머리가 텅텅 빈 것이 분명하다. 강화하고 비싸게 파는 건 좋은데, 6시간이 걸리면 그걸 누가 만드는가?

       

       작게 투덜거리며 새로운 무기를 해금하려 리스트를 뒤적였다. 적당히 D 등급에서 무기를 하나 해금할 생각이다.

       

       뭐 괜찮은 무기 없나 쭉 살펴보는데, 화면 구석에 있는 모래 시계가 깜빡깜빡하며 빛을 낸다. 저 모래 시계는 임시 일꾼의 유효 기간을 나타내던 것.

       

       임시 일꾼이 이제 집에 갈 시간인듯하다.

       

       

       “… 기간제로 줬다가 뺏으니까 괜히 기분이 나쁘네.”

       

       

       처음부터 임시 일꾼이기는 했지만, 줬다 뺏기는 기분이라 조금 찝찝했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무임금에 기간제로 열심히 일한 애덤이 하얀 빛에 감싸지더니, 이내 신전에서 사라졌다.

       

       

       “다음에 만날 때는 정규직으로 만나면 좋겠네.”

       

       

       그렇게 임시 일꾼 애덤을 떠나보내고, 무기 리스트를 뒤적이다가 마음에 드는 게 없어서 ‘세계 탐험’ 모드를 켰다. 즐겨찾기 해 둔 주민들도 구경하고, 아직도 안개에 쌓인 곳도 슬쩍 둘러본다.

       

       그렇게 멍 때리면서 주민들을 구경하다가 문뜩 떠오른 생각.

       

       

       ‘애덤은 원래 ‘세계 탐험’ 모드에 있던 주민 아닌가?’

       

       

       그런데 아까 메시지창에서 애덤이 ‘룬ㅡ각인’을 배웠다고 하지 않았나? 이러면 어떻게 되는 거지?

       

       갑자기 생긴 호기심에 화면을 열심히 옮겨 가며 애덤을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디에 사는지도 모르는 주민 한 명을 이렇게 넓은 맵에서 찾는 것은,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는 수준.

       

       역시 찾을 수 없었다.

       

       

       “괜히 궁금하게 말이야. 찾게라도 해주던가.”

       

       

       괜히 성질을 부리다가 상점을 열었다. 매일매일 ‘수수께끼 상점’은 꼭 확인한다. 혹시나 스킬이나 무기를 팔 수도 있으니까.

       

       

       “… 없네.”

       

       

       판매하는 것은 《수상할 정도로 수상한 그림》이나, 《이상한 사탕》같은 선물용 아이템들. 일단 그거라도 전부 구매한다.

       

       사탕은 나중에 한스에게 먹이고, ‘수상할 정도로 수상한 그림’은… 그냥 성도 주변 골목길에 버려 둔다. 그러면 누군가 와서 그림을 주워가고는 했다.

       

       주민들 사이에서 ‘그림’을 돌려보기도 하는지, 소유주가 바뀔 때도 있는데, 그림을 쫓아다니며 주민들을 구경하는 것도 나름 재미가 있다.

       

       여기저기 뿌려 둔 그림들은 전부 즐겨찾기에 등록해놨다. 이것저것 그림들 시점을 돌려가며 구경하다가, 한 신전까지 도착했다.

       

       

       “애덤이네?”

       

       

       사제로 보이는 옷을 입은 사람들과 애덤이 있는 방이 보였다. 이게 무슨 우연인가 싶었지만, 일단 애덤을 즐겨찾기에 등록해 둔다.

       

       애덤이 배웠다는 ‘룬ㅡ각인’이 어떤 식으로 동작하는 건지 확인해야겠다.

       

       

       빠밤ㅡ!

       

       《룬 대장장이, 애덤의 ‘룬ㅡ각인’이 준비되었습니다! 대상을 선택해주세요!》

       

       《선택 가능한 대상》

       

       

       모험가, 한스 : 낡은 롱소드

       …

       성기사, 케니스 : 신실한 자의 대검

       야만 전사, 프리가 : 용 사냥꾼의 도끼

       …

       사제, 루엘 : 샛별의 지팡이

       팔라딘, 데모닉 : 낡은 단검<파괴됨>

       …

       모험가, 존슨 : 낡은 롱소드

       …

       

       

       끝도 없이 내려가는 스크롤. 중간중간 영웅급 모험가들의 이름도 보이고, 그냥 모험가들의 이름도 보인다. 아마 내가 판매한 무기들은 전부 룬 각인의 대상인 듯하다.

       

       대충 보니 무기 강화에 대한 기능인 모양. 아마 무기를 강화하고, 모험가나 영웅급 모험가의 전력을 강화하는듯싶다.

       

       

       “케니스한테 해주면…”

       

       

       무지성으로 케니스의 무기를 강화해주려다가 멈칫했다. 현재 케니스의 무기는 A급 무기. 거기에 제일 낮은 티어의 룬을 박아주는 게 맞는 걸까?

       

       

       “음…”

       

       

       

       손가락이 멈칫멈칫하며 고민한다. 애덤이 해주는 ‘룬ㅡ각인’에 대한 내용은 하나도 모르는 상황에서 A급 무기에 덜컥 써버리는 게 조금 불안하다.

       

       나중에 높은 티어의 룬이 나와도, 이미 낮은 티어의 룬이 박혀 있어서 그걸 바꿀 수 없다면 너무나도 슬픈 상황이니까.

       

       이럴 때는…

       

       

       “좋아. 한스, 너로 정했다.”

       

       

       사탕을 좋아하는 한스에게 실험해봐야겠다.

       

       

       

       

       

       ************

       

       

       

       

       

       

       애덤이 성지에 다녀왔다고 담담하게 밝히자, 대사제들은 머리카락을 쥐어뜯을 정도로 흥분에 차올랐다.

       

       이해하기는 힘들지만, 저런 모습 또한 신앙심의 한 종류일 것이다. 

       

       ㅡ라고 애써 되뇌이며 애덤은 침착함을 유지했다.

       

       한참을 아우성치던 대사제들은 긴 시간이 지나서야 가까스로 이성을 되찾았다.

       말이 이성을 되찾았다는 것이지, 눈은 핏줄이 올라 붉게 충혈됐고 입에서는 연신 거친 호흡을 뿜어냈다.

       

       

       “이제, 후욱ㅡ 이제 말해주시오! 성지에 다녀오신겁니까아!!”

       

       

       대표로 나선 안토니오가 거친 숨을 내쉬며 물었다. 끝에 가서는 흥분을 주체하지 못해 소리를 지르고 말았지만, 최대한 자제하려고 노력한 모습이 돋보였다.

       

       

       “그, 그렇수다. 나는 성지에서 가서 신의 일꾼들을 만나뵙고ㅡ”

       

       “신의 일꾼!! 그분들의 모습에 대해 자세히 좀 알려주시오!! 안토니오 저 늙은이의 설명은 너무 흐리멍텅해서ㅡ으아악!!”

       

       

       중간에 난입한 대사제를 끌어내는 대사제들. 애덤은 식은땀을 흘리며 마른침을 삼켰다. 

       

       이게… 대사제?

       

       만인의 존경을 받고, 신도들이 믿고 따르는 대사제들의 깊은 신앙심을 마주한 애덤은 애써 시선을 돌려 못 본척했다.

       

       

       “크흠! 신의 일꾼들을 만나뵙고, 그분들에게서 기술을 배웠수다. 바로… ‘신의 무기’를 만드는 방법에 대해서 말이요. 물론 나는 한낱 인간이여서 완벽하게 배우지는 못했지. 그냥 기초만 배워온 수준이지만. 대신ㅡ”

       

       “”대신…?””

       

       

       애덤이 품속에 조심스럽게 책 한 권을 꺼내 들었다. 고급스러운 가죽 표지에는 신비한 문자가 새겨져 있었고, 문자 자체에서 은은한 휘광이 피어올랐다.

       

       

       “대신 신께서는, 나에게 이 책과 함께 ‘룬’이라는 신비한 문자를 베푸셨지.”

       

       “룬? 처음 들어 보는군. 혹시 들어 본 적 있습니까?”

       

       “아뇨, 저도 잘…”

       

       

       신학에 대해서는 평생을 탐구해 온 대사제들의 고개가 갸웃했다. 룬이라는 문자는 처음 들어 본다.

       

       애덤이 엄숙하게 눈을 감고 말했다.

       

       

       “신의 일꾼들께서 이르시기를, 이 ‘룬’이라는 문자는 신께서 직접 만드신 신비한 문자로, 글자 자체에 기적의 힘이 깃들어있다고 하셨수다.”

       

       “…”

       

       

       애덤은 대사제들이 조용하자 슬쩍 눈을 떴다. 지금까지 시끄럽게 반응하던 사람들이 아무런 반응이 없으니 의아한 것이다.

       

       

       “오…”

       

       “오?”

       

       

       그것은 조용한 것이 아니었다.

       터지기 일보 직전의 화산이 앞둔 짧은 고요였다.

       

       

       “우오오오오!!!!”

       

       “신이 직접 만드신 문자라니!!! 내가 한번 봐야겠소!!! 아니, 보게 해주시오!!! 제발!!!”

       

       “룬 문자라니!!! 여섯신 맙소사!!! 얼마나 큰 은혜를 지상에 베푸시나이까!!!”

       

       “하늘에 계신 전능하신 여섯신이시여!!! 영원한 빛으로 저를 인도하시옵소서!!!”

       

       

       뜨겁게 달아오른 대장간의 열기도 이보다는 뜨겁지 않을 것이다. 사정 없이 폭발하는 화산같은 대사제들의 반응에 애덤은 저도 모르게 주춤주춤 뒤로 물러섰다.

       

       그런 애덤의 어깨를 붙잡는 손이 있었으니.

       

       어찌나 흥분했는지 눈이 붉게 타오르는 것 같은 안토니오였다.

       

       

       “귀공!! 내가… 후욱ㅡ 아니, 우리가 그 룬이라는 문자를 한번 볼 수 있겠습니까?!”

       

       

       광기보다 깊은 신앙심. 애덤은 안토니오의 기백에 저도 모르게 주춤했다.

       

       

       “그, 그것은 어렵지 않지만ㅡ”

       

       

       그러한 애덤을 구원하듯, 손에 들고 있던 애덤의 책이 밝은 빛을 내뿜기 시작했다.

       

       

       “이건…?”

       

       

       애덤이 홀린 듯 책장을 펼치자, 빈 종이에 스스로 글자가 새겨지며 한 문장을 만들어냈다. 

       

       천천히 소리내어 읽는 애덤.

       

       

       “한… 스, 용기… 의… 룬?”

       

       

       첫 번째 룬 사용자가 정해지는 순간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오타나 어색한 부분에 대한 지적은 늘 감사합니다!!!

    ㄴㅇ0ㅇㄱ!!!! 아닛!!! 이게 무슨 일입니까!!!

    – ‘신선우’님!!! 1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아이에에에에에!!!! 저는 그 마음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이미 너무 과분한 응원과 사랑을 받고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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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Install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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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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