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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4

       

       

       

       

       

       74화. 룬 사용자 ( 1 )

       

       

       

       

       

       밝은 빛과 함께 스스로 글씨가 새겨진 책. 주변의 대사제들은 이 신비한 광경을 목도하자 거의 공중제비를 돌기 직전이었다.

       

       

       “여섯신 맙소사!! 여섯신 맙소사!!!”

       

       “어버이와 같은 여섯신이시여, 어둠이 나를 덮쳐올 때 신성한 빛으로 나의 길을 비추시고ㅡ”

       

       “이게, 이게 신이 만드셨다는 문자입니까?! 이게 바로 신께서 만드신 신성한ㅡ!!”

       

       “사, 사제님들 우선 진정을 좀…”

       

       

       애덤은 대사제들을 진정시키려 안간힘을 썼다. 그의 노력이 무색하게 대사제들의 끓어오르는 열기는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결국 애덤은 시간에 맡기고 포기해 버렸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가장 먼저 침착을 되찾은 안토니오가 애덤을 바라봤다.

       

       

       “허허, 이거참 몹쓸 모습을 보였습니다.”

       

       “허 참… 됐수다.”

       

       “다들 한평생을 신앙에 바친 몸인지라… 부디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나도 평생을 불 앞에 바쳤으니, 뭐. 이해 못할 것도 없지.”

       

       “허허, 과연 신께서 부르신 명장다운 열정입니다.”

       

       

       안토니오와 애덤의 대화로 분위기가 잠시 부드러워졌다. 애덤은 이 짧은 평화를 놓치지 않았다.

       

       

       “신께서 주신 책에 ‘한스, 용기의 룬’ 이라는 글자가 나타났수. 아마 신께서 나에게 첫 번째 임무를 주신 듯한데.”

       

       “시, 신께서 직접…?”

       

       

       신께서 임무를 내린다는 말에 다시금 술렁이는 대사제들. 방 안의 공기가 파도치는 바다처럼 일렁거리고, 분위기가 점차 가열되는 것이 느껴졌다.

       

       

       애덤은 황급히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만신전에서 이 한스라는 사람을 찾아줬으면 하는 거요! 신께서는 한스라는 사람에게 ‘용기의 룬’을 베푸시려는 듯하니.”

       

       “후ㅡ… 후우ㅡ…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한스라는 분은 저희가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다행이요… 찾게 된다면 요 앞 사거리에 있는 ‘애덤 대장간’으로 부탁하겠수.”

       

       

       다행히 어찌어찌 대화가 마무리되고, 대회의실을 나서려는 애덤을 붙잡는 대사제가 있었다.

       

       

       “귀공! 하나만 더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 뭐요?”

       

       

       기분 탓인지 살짝 피곤해 보이는 애덤의 표정.

       

       

       “처음에 저희에게 할 이야기가 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게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아ㅡ 그건 뭐 별거 아니긴 한데…”

       

       

       머리를 긁적이던 애덤이 말했다.

       

       

       “그냥 내가 성지에 다녀왔다는 걸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아서ㅡ”

       

       “당장 해주십시오!”

       

       

       성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득달같이 달려드는 대사제들.

       

       애덤은 대사제들에게 성지에서 있었던 일들을 아주 자세하게 설명해야만 했다.

       

       

       “그분들은 자신을 드워프라고 칭했는데, 맏형은 오푸스 팔락ㅡ”

       

       “오오오!!! 그 이름도 신성한 것 같습니다!!”

       

       “분명 신께서 직접 이름을 지으셨다 했으니, 신성하고 위대한 뜻이겠지요!!”

       

       …

       

       “성지에서 꽤 오랜 시간을 보냈지만, 이곳은 며칠 정도밖에 흐르지 않았고ㅡ”

       

       “과연!!! 안토니오 대사제의 말대로 시간의 흐름이 달랐습니다!!!”

       

       “이건 아주 중요한 사실입니다! 오오!! 위대한 여섯신이시여!!”

       

       …

       

       “땅이 갈라지면서 건물이 솟아나는데, 그것이 성지에서는 당연한ㅡ”

       

       “땅에서 건물이 자라나다니!!! 맙소사, 안토니오 대사제!! 왜 그런 사실을 말하지 않았습니까!!”

       

       “저도 몰랐습니다!! 오오, 참으로 신비하고 은혜로운 풍경이었을텐데!!”

       

       …

       

       그렇게 애덤은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갈 때쯤, 만신전에서 풀려날 수 있었다.

       

       

       

       

       ————

       

       

       

       

       “하나ㅡ!”

       

       – “”차앗!””

       

       “둘ㅡ!”

       

       – “”핫!””

       

       

       밝은 태양이 연병장을 비추고, 연병장의 한 켠에서는 선임급 성기사의 지도하에 신의 무기를 받은 모험가들의 훈련이 한창이었다.

       

       신의 무기를 받은 사도들로 이루어진 부대의 운용 초창기에는 많은 잡음이 있었다. 애초부터 모험가들과 만신전의 사이가 그렇게 좋은 편도 아니었으니, 상당한 모험가들이 비협조적으로 나왔다.

       

       자유롭고 통제가 안되는 모험가와 절제, 인내, 겸손을 미덕으로 삼는 만신전은 어떻게 보면 상극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모험가들은 눈앞에서 신의 분노와 기적을 보았다. 악인을 징벌하는 천벌을 보았고, 성도에 임한 신성한 문을 보았다.

       

       그렇게 그들은 개종했다. 신께서 주신 무기와 사명에 목숨을 다하겠노라 맹세했다.

       

       

       ‘… 이게 정말 모험가였던 인간들이 맞나?’

       

       

       한스는 구령에 맞춰 검을 휘두르면서 몰래 눈을 돌려주변을 살폈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열심히 검을 휘두르는 이들. 

       표정은 한없이 진지했다.

       

       누가 이들을 모험가였다고 생각할까?

       

       낮에는 술을 마시며 항상 취해 있고, 아녀자를 희롱하는 게 일상. 도박하다가 돈이 떨어지면 어슬렁 어슬렁 던전으로 향하는 것이 밑바닥 모험가들이다.

       

       

       ‘… 제 부모가 와도 못 알아보겠군.’

       

       

       한스는 작게 고개를 저었다. 사람과 짐승의 언저리에 있던 밑바닥 인생들이 비로소 사람처럼 살고 있으니, 이 또한 신의 구원 아니겠는가?

       

       

       “모두 고생하셨습니다ㅡ! 오늘 훈련은 여기까지입니다! 쉬실 분은 쉬시면 되고, 훈련하실 분은 더 하셔도 됩니다!”

       

       “으아ㅡ! 고생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땀을 뻘뻘 흘리며 털썩 주저앉는 이들과 다르게, 한스는 땀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 얼마 전까지 요양하던 이의 모습은 아니었기에, 한스는 주변의 눈치를 보며 슬쩍 땅에 주저앉았다.

       

       흙바닥에 앉아 땀을 닦는 척 하고 있으니, 저 멀리서 누군가 연병장을 가로지르며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누구지?’

       

       

       다른 이들은 거친 숨을 고르느라 아직 눈치채지 못한 모양. 한스가 눈을 가늘게 뜨고 집중했다.

       

       그러자 흐릿했던 인영이 점차 또렷해진다. 서서히 초점이 맞춰지며 멀리 있는 것이 가까이 있는 것처럼 보이기 시작한다.

       

       

       ‘… 진짜 내가 악마의 힘을 받아들인건가.’

       

       

       한스는 속으로 조바심을 냈다. 어서 이 사실을 누군가에게 말해야 할 텐데… 괜히 숨기다가 이단으로 몰리면 상당히 억울할 것이다.

       

       

       ‘어, 저건…’

       

       

       점차 가까워지는 인영의 모습이 선명해진다.

       바람에 흩날리는 은발이 선명하다. 저번에 용사님과 이야기하던 그 성질 더러운 남자다.

       

       

       ‘저 성격 나쁜 사람이 여긴 왜 오고 있는 거지?’

       

       

       훈련을 하려는 건가 싶어도, 한스가 있는 방향을 똑바로 향해 오고 있었다. 성큼성큼 다가온 은발의 남자.

       

       그는 똑바로 한스를 보며 다가오고 있었다. 한스는 좋지 못한 예감이 들었다.

       뭔가 일어나고 있다. 그의 의사와는 상관없는 무언가가 그를 향해 오고 있었다.

       

       어느새 한스의 앞까지 다가온 데모닉이 한스를 보며 말했다.

       

       

       “… 한스님, 맞으십니까?”

       

       

       서리처럼 차갑고 무뚝뚝한 말투. 형식상 예의는 갖췄지만, 그 눈빛은 눈보라처럼 차갑다. 이유 모를 적의마저 보이는 듯했다.

       

       

       “마, 맞습니다.”

       

       “한스님을 찾는 분들이 계십니다. 이쪽으로 오시길 바랍니다.”

       

       

       제 말만 하고선 휙 하고 뒤돌아선 데모닉. 한스는 얼떨떨하지만 일단 데모닉의 뒤를 따라갔다. 

       

       그러면서 바쁘게 머리를 굴렸다.

       머리에 쥐가 나도록 생각한 결과.

       

       

       ‘아무래도 좆됐다.’

       

       

       그것이 한스가 심사숙고한 끝에 내린 결론이다.

       

       

       ‘나는 좆됐다.’

       

       

       거침없이 복도를 가로지르는 데모닉을 따라가며 한스는 생각했다.

       

       자신은 악마의 수작에 당해 사악한 힘을 사용하게 되었고, 만신전에서 이를 파악하고 자신을 추궁하기 위해 부르는 것이라고.

       

       

       ‘여섯신 맙소사!! 전능한 여섯신이시여, 저는 정말로 억울합니다!!’

       

       

       한스가 속으로 비명을 지르는 사이, 데모닉은 거대한 문 앞에서 멈췄다. 잠시 옷을 정돈하고는, 쿵ㅡ쿵ㅡ하고 문을 두들겼다.

       

       안에서 늙은 노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들어오게.”

       

       

       데모닉이 거대한 문을 슬쩍 밀자, 거대한 문이 소리하나 없이 열렸다.

       

       문 너머에는 수 많은 사람이 앉아 있었다. 그들 대부분이 나이많은 노인들이었지만, 안광이 흉흉하게 빛나는 것이 보통 사람이 아님을 알게 했다.

       

       

       ‘무슨 노인네들 눈빛이…’

       

       

       한스는 자신을 뚫어져라 보는 노인들의 눈을 보며 침을 삼켰다. 저 흉흉한 눈빛을 보라. 당장에라도 “이단이다!!”라고 외치며 자신을 잡아갈 듯했다.

       

       가장 상석에 앉아 있는 이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한스님. 저희가 한스님을 찾은 이유는ㅡ”

       

       ‘선수 필승! 바로 지금이다!’

       

       

       한스는 머리가 시키는 것보다 본능대로 움직였다.

       

       무릎을 살짝 구부리고, 시선은 약간 아래로 향한다. 두 손은 몸통의 앞으로 향하여 힘을 풀고, 다리에 강하게 힘을 주며 몸을 앞으로 뛰쳐나갈 듯 기울인다.

       

       이것이 바로ㅡ

       

       

       ㅡ쿵!

       

       “목숨만은 살려주십쇼!!”

       

       

       빛보다 빠르게 무릎 꿇고 구걸하기!

       

       한스는 말릴 틈도 없이 바닥에 머리를 박고 외쳤다.

       

       

       “신께서 한스님을 점지하셨기에ㅡ 예?”

       

       “제가무지하여악마의수작에넘어갔습니다.하지만전능하신여섯신에맹세코… 예?”

       

       

       속사포처럼 변명을 뱉어내던 한스가 멍청하게 고개를 들었다. 상석에 앉아 있던 안토니오도 멍하니 한스를 바라봤다.

       

       지금 상대가 뭐라고 했는가?

       

       

       “… 악마요?”

       

       “… 신께서 저를 점지하셨다구요?”

       

       

       대회의실에는 잠시 침묵이 흘렀다. 한스는 이게 무슨 상황인지 파악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안토니오와 대사제들은 한스가 말한 악마의 수작이라는 말에 잠시 얼이 나갔다.

       

       

       스르릉ㅡ

       

       

       한스의 뒤편에서 서슬 퍼런 쇠붙이 소리가 울렸다. 데모닉이 조용히 검을 뽑아 들었다.

       

       

       “무례를 용서하시기 바랍니다. 하지만… 말씀하신 ‘악마의 수작’에 대해 자세히,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해주시기 바랍니다.”

       

       만약 납득할 수 없다면ㅡ

       

       “약간의 ‘교화’ 과정을 거쳐야 할 것입니다.”

       

       

       등에서 느껴지는 살기에 한스의 이가 서로 부딪히며 딱딱거렸다. 아까 전부터 저 은발 머리는 왜 이렇게 자신을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란 말인가!

       

       

       “데모닉 팔라딘! 지금 이게 무슨 무례인가! 어서 검을 치우게! 신께서 점지하신 분을 의심하는 것은, 신을 의심하는 것! 무례에 대한 사과를 드리게!”

       

       

       안토니오가 데모닉에게 버럭 소리쳤다. 데모닉은 잠시 침묵하다가, 검을 납도했다. 한스는 데모닉이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어쩌면 들으라고 한 말일지도 모른다.

       

       

       ‘딸에게 찝쩍거리는 도둑놈…? 그쪽 딸에게 내가 언제 그랬는데!’

       

       

       한스의 억울한 외침은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안토니오와 여러 대사제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한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럼… 이제 자세히 설명해주시겠습니까? 말씀하신 ‘악마의 수작질’에 대해서, 상세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그, 그게 말입죠…”

       

       

       한스는 필사적으로 설명했다. 어느 순간 그의 앞에 나타나는 신비한 사탕과 그걸 먹고 난 후 갖게 된 힘까지.

       

       진지하게 한스의 이야기를 듣던 대사제들이 잠시 저들끼리 웅성거렸다.

       

       신비한 사탕과 알 수없는 괴력이라? 일단 고서를 찾아봐야 알겠지만, 당장 한스에게서 악마들 특유의 기운은 느껴지지 않았다.

       

       애초에 신께서 점지한 분을 의심하는 것도 불경한 일이었다.

       

       데모닉은 한스에게 꾸벅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한스님. 저의 짧은 생각으로 무례를 범하고 말았습니다. 부디 무례를 용서하시기 바랍니다.”

       

       “아, 아닙니다. 어휴, 괜찮습니다. 당연히 그러실만 했죠.”

       

       

       농민일 때에는 눈도 못 마주쳤을 팔라딘이 자신에게 허리를 숙이자 한스는 황급히 데모닉을 말렸다.

       

       저들끼리 웅성이던 대사제들이 데모닉에게 말했다.

       

       

       “일단 악마의 수작은 아닌 듯하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그리고 사탕에 관한 것은 저희들이 한번 조사해보겠습니다.”

       

       “데모닉 팔라딘, 그대에게는 무례에 대한 처벌로 근신 5일을 내리겠네. 한스님을 애덤 공에게 안내하고, 곧바로 자숙할 수 있도록 하게.”

       

       “알겠습니다. 한스님, 이쪽으로 오시죠.”

       

       

       “아, 예…”

       

       

       한스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꾸 뭔가 진행되는 상황에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 어디로 간다고?’

       

       

       그래서 신의 점지를 받았다는 건 뭐였는지, 아무도 그에게 설명해주지 않았다.

       

       문뜩 한스는 약간 울고 싶어졌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오타나 어색한 부분에 대한 지적은 늘 감사합니다!!!

    ㄴㅇ0ㅇㄱ!!! 아닛 이게 무슨 일입니까!!!

    – ‘신선우’님!!! 1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둠…!! 해보지는 않았지만 유명한 게임이라 저도 알고는 있습니다…!!! 한스가 과연 어떤 행보를 보여줄지는 작가인 저도 모르는 바…!!! 최대한 노력해보겠습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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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Install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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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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