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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92

       

       

       

       

       

       92화. 뒷정리 ( 4 )

       

       

       

       

       

       “이 씨발 짐승만도 못한 새끼들!”

       

       

       한스는 코를 찌르는 악취에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실제로 악취가 나지는 않겠지만, 어쩐지 고약한 토사물보다 구린 냄새가 풀풀 풍기는 듯했다.

       

       마을 사람들은 데이지를 막아선 한스에게 외쳤다.

       

       

       “나으리! 그 계집은 사악한 마녀입니다! 입혀주고 재워준 은혜도 모르고, 마을에 마수떼를 불러온 악독한 년이라고요!”

       

       “맞아! 마녀가 저주를 걸어서 우리 남편이 산에서 다리가 부러졌어!”

       

       “강물도 갑자기 까맣게 변했잖아. 전부 저 마녀가 우리 마을에 저주를 건 거야!”

       

       

       마을 사람들의 눈에는 어딘가 모를 광기가 일렁거렸다. 자신이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맹신하는 편협한 자들 특유의 광기.

       

       

       “데이지가 정말 마녀라면, 왜 신전에 말하지 않았지?”

       

       “그, 그건…”

       

       “정말 마녀였다면 당장 신전에 말했어야지! 마녀가 무슨 짓을 할 줄 알고 그걸 방치하지?”

       

       

       한스의 말에 마을 사람들이 주춤했다.

       

       입에서는 거짓부렁이가 튀어나오고, 스스로의 거짓말에 자신도 속아 넘어가 그를 사실이라고 믿기 시작한 이들.

       

       자신들이 하는 말은 진실이 아님을 알고 있지만, 눈앞의 탐욕과 욕심에 눈이 멀어 당장의 진실을 외면하고 스스로 만들어낸 거짓에 눈이 멀었다.

       

       

       “당신들은 알고 있었잖아. 마녀가 아니라는 거.”

       

       

       씹어먹듯 말하는 한스. 이들은 모두 추악한 자들이다. 

       인간의 탈을 뒤집어쓴 악마같은 자들.

       

       살벌하게 기세를 흘리는 한스와 마을 주민들 간에 대치가 이루어졌다. 그러는 사이에도 보석은 붉은빛을 내뿜으며 몸을 떨어댔다.

       

       

       “한스 씨! 이게 무슨 일이죠?”

       

       “용사님.”

       

       

       대치 상황이 길어지자, 상황을 발견하고 멀리서부터 뛰어온 케니스가 도착했다.

       무사한 케니스를 보자 한스의 안색이 조금 밝아졌다.

       

       

       “용사님, 이 보석을 좀…”

       

       “이건… 혈석? 이걸 어디서 구하신 거죠?”

       

       “이 마을의 뒷산에 있는 동굴, 그 안에 악마가 있었습니다.”

       

       “네? 악마요?!”

       

       

       악마라는 말에 크게 놀라는 케니스. 마을 사람들도 술렁이며 동요했다. 마을의 뒷산에 악마가 있었다니! 더러는 실신하는 자도 있었다.

       

       

       “악마라니, 한스 씨! 이럴 때가 아니죠. 빨리 돌아가서 정비하고 토벌을ㅡ!”

       

       “어, 용사님.”

       

       

       다급하게 뛰어가려는 케니스를 붙잡는 한스. 어딘가 머쓱하다는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일단 그으ㅡ 악마는 제가 해치웠습니다. 그 보석이 악마를 잡고 나온 보석이거든요.”

       

       “…네? 아니, 네?”

       

       

       당황한 케니스가 되물었다. 지금 뭐를 해치웠다고?

       

       

       “악마요. 악마는 제가 해치웠습니다.”

       

       “…예?! 아니, 악마를요? 혼자서?”

       

       “어ㅡ 그렇죠?”

       

       “아니, 이게, 뭔. 도대체 어떻게.”

       

       

       입이 떡 벌어진 케니스가 말을 더듬었다. 그녀가 알고있는 악마는 가장 약한 녀석이라도 인간 정도는 우습게 찢을 수 있는 괴물이다.

       

       며칠 훈련받은 게 전부인 한스가, 그것도 단신으로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닌 것이다. 

       

       

       “혈석의 크기를 보면 최소 상급 이상의 악마인데. 그걸 혼자서 해치우셨다고요? 아니, 어떻게요?”

       

       “신께서 보우하셨죠.”

       

       

       한스는 여전히 얼떨떨한 표정의 케니스에게 말했다.

       

       

       “그보다 용사님, 혈석이라고 말씀하신 이 보석. 이 보석과 공명하는 작은 보석들을 마을 사람들이 숨기고 있었습니다.”

       

       “뭐라고요?”

       

       

       케니스의 표정이 사뭇 가라앉았다. 혈석은 악마의 위신을 이루는 핵. 그 재료가 인간의 피인 만큼, 만신전에서는 혈석의 취급을 엄중하게 다루고 있었다.

       

       

       “당신들, 이 말이 사실인가요?”

       

       “아이고ㅡ! 용사님, 저희는 아무것도 몰랐습니다! 저희 같은 무지렁이들은 그저 보석인 줄로만 알았습죠!”

       

       “그런 사악한 물건인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더러운 악마가 저희를 속여서, 그런 것인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케니스가 위협적으로 말하자, 기겁한 마을 사람들이 품에서 혈석을 꺼내 바닥에 내던졌다. 그러자 품에서 혈석이 나오지 않는 이가 없었다.

       

       실상 데이지와 그녀의 어머니를 제외한 모두가 혈석을 갖고 있던 셈.

       

       수북이 쌓여가는 혈석. 그 크기와 형태도 제각각이다.

       

       한스는 재빨리 케니스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데이지와 그녀의 어머니가 마을에서 마녀로 취급받았지만, 신전과 사도들에게는 숨긴 사실을 숨김없이 전달했다.

       

       점차 차게 식어가는 케니스의 시선.

       

       

       “혈석은 보유하는 것만으로도 이단의 증거로 취급합니다. 여러분에게 고의성이 있었는지 없었는지는 자세히 확인해봐야겠지만, 당장은 여러분의 신앙심이 매우 의심스럽군요.”

       

       

       용사와 사도들이 마을에 왔음에도 마녀로 의심하던 데이지에 대해 의도적으로 숨긴 사실. 피를 대가로 혈석을 받고 그 사실에 대해 숨기려는 시도까지.

       

       심지어 그들의 피로 만들어진 혈석으로 악마의 위신이 강림하기까지 했다.

       

       케니스는 신검을 빼 들었다.

       

       용사가 되면서 케니스에게 무수한 권리와 의무가 뒤따랐다. 주어진 의무가 막중한 만큼, 그 권리 또한 셀 수 없었다.

       

       강압적이고 권위적인 것을 싫어하는 케니스의 성향으로 지금까지 그 권리를 행사한 적은 없지만, 지금은 용사의 권리 중 하나를 행사할 때.

       

       

       “용사에게 주어진 권리는 셀 수 없이 많습니다. 그 중 하나는ㅡ”

       

       이단 판결.

       

       “종교 재판과 이단 심문관의 판단없이, 현장에서 이단으로 판결하고 즉각 심판이 가능합니다.”

       

       

       오로지 용사 개인이 판단하고, 신의 이름으로 이단임을 판결한다. 용사가 가진 무수한 권리 중, 막중하고 무거운 권리 중 하나.

       신에게서 직접 사명을 받은 용사이기에, 용사의 판단을 전적으로 믿는 것이다.

       

       

       “이, 이이이 이단이라뇨! 아이고 용사님! 저희는 정말 아무것도 몰랐습니다요!! 아이고오, 아이고!”

       

       “저, 저기 촌장! 촌장이 시켰습니다!! 저 계집애가 마녀라고 했어요!! 나, 나는 잘못없어!! 애초에 난 수상하다고 했어요!!”

       

       “용사, 용사님… 정말 잘못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촌장!! 촌장 저 돼지 같은 놈이!! 우리만 조용히 있으면 아무도 모른다고 그래서!! 그래서 우리한테 시켰습니다!! 저 돼지 때문에!!”

       

       “촌장이 저 집 애비의 돈이 많다고 했습니다!! 마녀로 몰아가면 모두가 나눠가질 수 있다고 했어요!! 전부, 전부 촌장이 시킨 거예요!”

       

       

       데이지는 마을 사람들이 아버지의 돈을 노리고 마녀로 몰아갔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는지 손을 가늘게 떨고 있었다.

       

       

       “돈…? 아빠의 돈 때문에 나랑 엄마를…?”

       

       

       마을 사람들이 덜덜 떨며 무릎을 꿇고 설설 기어와 케니스의 발을 붙잡고 매달렸다.

       그들을 바라보는 케니스의 눈은 차갑기만 했다.

       

       이들은 결국 돈 때문에 어린 여자아이와 어미를 핍박하여 마녀로 몰아갔으며, 당장 눈앞의 이득에 눈이 멀어 이단과 손을 잡고 악마의 현신에 손을 보탰음이니.

       

       그 죄질은 무지를 감안해도 무겁기 그지 없었다.

       

       케니스는 엄숙한 표정으로 신검을 얼굴 앞으로 들어 올렸다. 신검이 햇빛에 빛나며 서슬 퍼런 날을 자랑했다. 

       

       

       “거룩하고 영광된 여섯 신의 이름으로, 용사 케니스가 판결하겠습니다. 그대들은 사사로운 욕심을 위해 죄 없는 이를 핍박하고 모함하였으며, 끝내는 악마의 현신에 개입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를 악의적으로 숨기려고 시도하였으며, 반성의 태도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그대들의 죄가 무겁기 그지없으니, 이에 거룩한 신검 앞에 판결합니다.”

       

       ㅡ 파악!

       

       케니스가 힘차게 신검을 꽂았다.

       

       

       “현 시간부로, 그대들은 이단임을 판결합니다. 이는 그대들의 무고함이 증명될 때까지 유효하며, 이로 인한 피해는 나 케니스가 보상할 것입니다.”

       

       

       냉정하게 내려지는 이단 판결. 

       

       이제부터 그들은 이단이 되었다. 대륙 어디를 가도 만신전의 성기사들이 그들을 추격할 것이고, 그 어떤 국가도 그들을 받아주지 않을 것이다.

       

       이단 심문관들은 그들의 모든 사실을 알아낼 때까지 ‘교화’를 멈추지 않을 것이고, 죽어서는 그 영혼도 안식에 들지 못할 것이다.

       

       거룩한 여섯 신을 등진 이단의 말로는 그러하다.

       대륙 전체의 눈을 피해 지하로 숨어들고, 음지에서 살아야 한다. 그리고 죽어서는 어둠 속에 묻혀, 살점은 벌레와 들짐승에게 뜯어먹히고, 뼈는 잘게 부스러져 불에 활활 타오르리라.

       

       

       “아, 아아… 아아!! 용사님!! 용사님 부디 한 번만 살려주십시오!! 아아 용사님!! 제발 한 번만 자비를!!”

       

       “으아… 으아아!! 나, 나는 무관해!! 나는 죄가 없어!!”

       

       

       이단이 되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발광하는 마을 주민들. 

       

       저 멀리 쓰러진 촌장이 조금씩 꿈틀거리는 것이 보였다.

       이내 천천히 몸을 일으키는 촌장. 아마 한참 전부터 정신을 차렸는지, 그 눈동자가 또렷했다.

       

       아니, 또렷하지 않았다. 시뻘겋게 충혈된 눈동자는 미치기 일보 직전인 사람의 것이었으며, 끝 모를 광기가 흘러넘치고 있었다.

       

       촌장은 입에서 침을 질질 흘리며 무언가를 찾아 두리번거리더니, 이내 데이지와 눈이 똑바로 바로 마주쳤다.

       

       그리고 육중한 몸에 어울리지 않는 날렵한 속도로 데이지에게 달려들었다.

       

       

       “꺄아악!”

       

       ㅡ 카앙!

       

       

       재빨리 끼어든 한스가 검을 휘둘렀고, 촌장의 손에 들린 단검이 공중을 돌며 떨어졌다.

       

       한스는 촌장의 어깨를 돌려 꺾으며 촌장을 제압했다. 바닥에 얼굴을 뭉개며 거칠게 발버둥 치는 촌장.

       

       

       “너어!! 너 때문에!! 네가 마녀인데, 왜 내가 왜애애!! 네가 마녀로 죽었으면 되는 건데에!!”

       

       

       잔뜩 흥분한 촌장의 입에서 침이 튀었고, 부러지기 일보 직전까지 꺾은 팔은 뿌드득ㅡ하는 소리를 내며 뒤틀렸다.

       

       

       “으아아아!! 아아아아!! 우리가 뭔 죄를 지었다고!! 용사면 우리 같은 사람을 보호해야지!! 그게 용사가 할 일잖아!!”

       

       

       촌장은 벌겋게 충혈된 눈으로 케니스에게 외쳤다.

       

       

       “용사는 약자를 보호하고, 선을 수호하는 겁니다.”

       

       

       그런 촌장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하는 케니스.

       

       

       “사람 같지도 않은, 최소한의 도리가 없는 이단이 아니라.”

       

       “흐으으!!! 흐아아아!!!”

       

       

       광인의 눈을 한 촌장의 고통스러운 비명이 산골 마을 구석구석까지 퍼져나갔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오타나 어색한 부분에 대한 지적은 늘 감사합니다!!

    댓글과 추천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알쓸신잡) 케니스가 제일 자주 행사하는 용사의 권리는, 성도 앞 사거리의 식당에서 매일 용사 세트를 무료로 먹는 것이다.

    ㄴㅇ0ㅇㄱ!! 아닛 이게 무슨 일입니까!!

    – ‘신선우’님!! 1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노벨피아식 성녀라니… 그런 망측한!! 저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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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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