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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94

       

       

       

       

       

       94화. 남자들의 자존심을 건 ( 2 )

       

       

       

       

       

       《’콜로세움’의 전용 이벤트 발동! “싸워라, 그리고 이겨라!”》

       

       《’콜로세움’에서 명예로운 결투의 장이 열렸습니다! 온 대륙의 전사들이 이 소식을 듣고, 영광과 명예를 위해 ‘콜로세움’의 결투에 참여할 것입니다!》

       

       《유저는 이 명예로운 결투를 주관하고, 적당한 보상을 통해 성공적으로 이벤트를 마무리해야 합니다.》

       

       《유저는 ‘콜로세움’에 다양한 아이템을 상품으로 내놓을 수 있습니다. 비싸고 희귀한 상품일수록, 영웅급 모험가의 방문 확률이 상승하게 됩니다.》

       

       《이벤트 기간 동안, 모든 영토에서 수급되는 신앙심과 영웅급 모험가의 방문 확률이 대폭 증가합니다.》

       

       《자세한 사항은 ‘콜로세움’의 더보기란을 참조하세요.》

       

       

       게임 시작하고 이벤트가 하나도 없어서 개망겜인 줄 알았는데, 없는 게 아니라 내가 이벤트를 여는 거였어? 

       맨날 이벤트에 참여하는 입장이었는데, 내가 이벤트를 주최하는 측이라니. 이건 또 신선하네.

       

       

       “상품, 상품을 걸으란 말이지?”

       

       

       몇 차례 메시지를 반복해서 읽으니 얼추 정리가 된다.

       ‘콜로세움’에서 결투가 열리는데, 상품은 내가 정하는 아이템이다.

       이 아이템이 비싸고 희귀할수록 영웅급 모험가의 확률이 올라간다.

       

       비싼 아이템을 미끼로 영웅급 모험가를 낚는 이벤트인 셈.

       

       설명에서 대놓고 비싸고 희귀할수록 방문 확률이 올라간다고 나와 있으니, 그야말로 영혼을 끌어다가 상품을 걸어야 한다.

       

       

       “씁… 내가 가진 아이템 중에서 제일 비싼 게 뭐지.”

       

       

       재빨리 인벤토리를 뒤적인다. 그곳에 보이는 거라고는 F와 D등급의 무기들뿐. 이런 낮은 등급의 무기를 상품으로 내걸면 망할 것이 뻔하다.

       

       또다시 현질을 해야하나,  앞에 케찹과 콩나물이 아른거리는 듯하다. 저번 새벽에 너무 충동적으로 돈을 써서 최대한 좀 아끼고 싶은 게 솔직한 마음이다.

       

       일단 ‘콜로세움’을 터치해서 어떻게 돌아가는지 대충 좀 봐야겠다.

       

       콜로세움에 들어가자 상품을 설정할 수 있는 화면이 나타났다. 쭉쭉 리스트를 내려보니, 걸 수 있는 상품의 수가 제법 많다.

       

       설정할 수 있는 상품의 수는 모두 99개. 다르게 말하면 비싸고 희귀한 아이템을 99개나 구해서 상품으로 내놓아야 한다.

       

       

       “99개? 하ㅡ”

       

       

       한숨부터 나온다. 2개, 3개도 아니고 99개? 실상 100개의 아이템을 내놓으라는 건데, 칼만 안 들었지 아주 그냥 강도다.

       

       배 째라 싶은 심정으로 그냥 광물 99개 올려놔? 그냥 망쳐버려?

       

       막 이런 아니꼬운 생각이 고개를 들지만, 효율을 중시하는 게이머의 본능이 꿈틀거린다. 비싸고 귀한 아이템 99개를 팔아봤자 결국 골드인데, 이건 영웅급 모험가로 돌아오는 이벤트.

       

       언제 다시 돌아올지 모르는 아주 좋은 기회다.

       

       

       “99개, 99개를 어디서 구하지.”

       

       

       1등부터 10등까지의 상품은 또 따로 설정하는 것 같았는데, 그래도 89개의 아이템을 어디서 구해야 할지 막막하다.

       

       한숨을 푹푹 내쉬며 습관적으로 ‘수수께끼 상점’으로 들어간다. 멍하니 선물용 아이템들을 훑어보다가, 번뜩 영감이 머리를 스쳐 지나간다.

       

       수수께끼 상점의 물건들도 아이템이니까, 상품으로 가능하지 않을까? 시험 삼아 하나 사보려고 했는데 신앙심이 부족해서 실패했다.

       

       

       “아, 스킬에 몽땅 박았지…”

       

       

       디펜스전에서 ‘찬란한 영광의 기마대’ 스킬로 4만에 가까운 신앙심을 증발시킨 탓이 크다. 당장은 구매할 수 없지만 조금만 기다리면 쌓이는 게 신앙심이니, 조금 천천히 하면 될 듯싶다.

       

       홧김에 4만이나 태운 신앙심이 아까워서 한숨이 절로 나온다. 이제는 별다른 방법도 없으니, 게임을 종료하려다가 문득 깜빡거리는 우편함이 눈에 들어왔다.

       

       

       “아까 뭐 보상 들어왔다고 했나?”

       

       

       반짝거리는 우편함을 누르자, 아이템 하나가 인벤토리로 들어왔다.

       

       

       《’순수하고 순결한 요정마’를 획득했습니다!》

       

       

       “유니콘?”

       

       

       이름은 요정마라고 적혀있는데, 머리에 뿔이 하나 자라있는게 아무리 봐도 유니콘이다. 새하얀 몸통에 갈기도 새하얗다. 슬쩍 터치해보니 연신 투레질하는 유니콘.

       유니콘은 처녀를 좋아한다는데, 내가 남자라고 기분 나빠하는 것처럼 보였다.

       

       

       “음… 이것도 상품으로 올릴까?”

       

       

       살아있는 것도 상품으로 올라가려나 모르겠네.

       

       

       

       

       

              *       *       *       *       *

       

       

       

       

       

       “다들 여기서 뭐 하나!”

       

       

       한스와 부대원들의 대련은 중간에 난입한 부대장의 난입으로 무산되고 말았다. 반짝이는 머리가 인상적인 대머리 부대장이다.

       

       

       “너, 너! 로한 어디가! 한스, 너도 이리 와! 재활하라고 했더니 뭔 대련이야! 뼈 부러져도 사제님들이 고쳐준다 이거냐?”

       

       

       몸을 치료하라고 쉬게 해줬더니, 아주 그냥 힘이 남아돌아서 주체를 못 하는 부대원들.

       

       역병쥐 가죽을 뒤집어쓰고 장난치는 것은 예사요, 기가 허하다는 헛소리를 지껄이더니 절뚝거리며 뒷산에 나물 뜯으러 올라가다가 한바탕 굴러 내려온 놈도 있었다.

       

       하루가 멀다하고 괴상한 사고를 치는 부대원들 때문에 부대장은 이미 벗겨진 머리가 한 번 더 벗겨질 것 같았다.

       

       

       ” 그리고 한스! 용사님께 듣자 하니 넌 단신으로 악마도 잡은 놈이 동기들이랑 그러고 싶냐!”

       

       “예? 한스가 뭘 잡아요?”

       

       “악마? 혼자서 악마를 잡았다고?”

       

       

       부대원들의 눈이 휘둥그레져서는 한스를 바라봤다. 지금 부대장이 뭐라고 했는가? 한스가 혼자서 악마를 잡았다고?

       

       

       “이런…”

       

       

       한스는 낭패감에 중얼거렸다. 대련을 빌미로 부대원들을 신나게 때려주려고 했는데, 이래서는 물 건너갔다.

       

       

       “야! 왜 말 안 했어!”

       

       “악마를 혼자서 잡았다고? 왜 그런 얘기를 안 했는데!”

       

       

       냉큼 한스의 어깨를 붙잡고 짤짤짤 흔드는 로한. 한스의 머리가 태풍을 만난 들풀처럼 이리저리 흔들렸다 

       

       

       “으, 으, 어.”

       

       “네가 악마를 혼자 잡았다고!”

       

       “왜 그런 개쩌는 무용담을 혼자서만 알고 있는 건대!!”

       

       “뭐?”

       

       

       한스가 퍼뜩 정신을 차리고 바라보자, 부대원들의 눈동자가 기분 나쁠 정도로 초롱초롱하게 빛나고 있었다.

       근육질의 사내들이 눈을 맑게 빛내고 있으니, 참을 수 없는 구역질이 올라오는 듯했다.

       

       

       “야이씨, 그런 건 빨랑빨랑 말했어야지! 안 되겠다! 야, 다들 모여! 한스가 혼자서 악마 때려잡은 무용담 푼다!”

       

       “뭐? 한스가 뭘 잡아?”

       

       “뭔 소리야?”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로한의 목청에 하나둘 튀어나오는 부대원들. 방금 혼을 냈는데, 금세 떠들썩해지는 모습에 부대장은 미간을 짚으며 인상을 찌푸렸다. 

       

       

       “그마아안ㅡ!!”

       

       “윽!”

       

       “내 귀, 귀가!”

       

       

       대머리 부대장의 호통이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졌다. 미약하지만 목에 신성력을 둘러서 목소리를 크게 증폭시킨 것. 부대원 중에서 최초로 신성력을 깨우친 이가 바로 부대장이었다.

       

       

       “다들 그만!! 내가 정말 미쳐버리겠군! 하루라도 조용히 있지 않으면 엉덩이에서 가시가 자라냐? 너희들이 아직도 모험가야? 이렇게 철없이 행동하면 어떡하자는 거야!”

       

       

       피가 잔뜩 몰려 두피가 빨개진 부대장이 고래고래 화를 냈다. 빨개진 두피 때문에 그 위엄은 좀 반감됐지만, 부대원들은 일단 반성하는 척 고개를 푹 숙였다.

       

       잔뜩 흥분해서 마구 소리를 지르던 부대장은 이내 한숨을 푹 쉬며 말했다.

       

       

       “후우ㅡ 됐다. 하루 이틀 만에 고쳐질 거면 말도 안 했지… 저녁 점호 시간에 전파하려 했는데, 다들 이렇게 모였으니 그냥 지금 말하겠다. 내일 점심쯤에 제국군이 도착할 거다. 우리는 곧장 제국군과 함께 성도로 돌아갈거니, 그렇게 알고 짐을 미리 싸도록.”

       

       “대장! 질문 있슴다!”

       

       

       부대원들 사이에서 불쑥 손 하나가 올라왔다.

       

       

       “제국군은 왜 같이 돌아감까? 그쪽은 볼일 끝난 거 아님까?”

       

       

       다른 부대원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제국군에 이곳으로 온 이유도 역병쥐의 토벌 때문 아니었는가? 역병쥐의 대부분을 토벌한 지금, 제국군이 성도로 갈 이유는 없어 보였다.

       

       

       “음… 이유가 두 가지 있는데, 하나는 역병쥐의 모체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니지, 발견을 못 했다기보다는… 발견은 했는데 그 상태가 좀 이상하다고 하더군. 그래서 그것에 대해 대사제님들과 논의하기 위해서다.”

       

       

       잠시 호흡을 가다듬은 부대장이 말을 이었다.

       

       

       “그리고 또 다른 이유는 나도 용사님한테 직접 들은 이야기인데…”

       

       

       말을 하다가 잠시 멈추며 뜸을 들인 부대장이 스윽 부대원들을 훑어봤다.

       어서 말하라는 듯,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부대원들. 대머리 부대장이 짓궂게 씩 웃었다.

       

       

       “성도에 가면 알게 될 거다. 이상!”

       

       “아니, 대장! 그런 게 어딨슴까!”

       

       “우우ㅡ 머리카락이 없어서 양심도 없는 대장!!”

       

       

       대머리 부대장은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야유를 기꺼이 받아들였다.

       그동안 자신이 한 고생을 생각하면, 이 정도는 소소한 즐거움 아니겠는가?

       

       대머리 부대장이 돌아가고, 한스는 제 바지춤을 툭툭 당기는 힘에 고개를 숙였다. 어쩐지 불안한 눈빛의 데이지가 한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한스 님… 이, 이제 돌아가시는 건가요?”

       

       “응, 이제 가야지. 성도로 갈꺼야.”

       

       “아…”

       

       데이지가 고개를 푹 숙였다. 고사리같은 손으로 제 옷자락을 꾹 움켜쥐었다 피는 것을 반복한다. 한스는 영문을 몰라 멍하니 바라보다가, 이내 피식 웃었다.

       

       

       “데이지, 너도 같이 가야지.”

       

       “…네?”

       

       “너는 같이 안 갈꺼야? 신께서 우리를 왜 이곳으로 인도하셨겠어. 그리고 왜 신의 전사들이 내려오셨을까.”

       

       

       한스의 커다란 손이 데이지의 머리를 슥슥 쓰다듬었다.

       

       

       “전부 데이지랑 너희 어머니를 구원하기 위해서야.”

       

       “신께서요?”

       

       “그래, 나는 그렇게 생각해. 신께서 데이지 너를 굽어 살피시고, 구해주시기 위해 우리를 보낸거지. 악마의 유혹에 흔들리지않은 사람들을 구원하기 위해서.”

       

       “아…”

       

       “그러니까 데이지, 얼른 집 가서 어머님이랑 짐부터 정리해. 무거운거 있으면 나랑 로한 부르고.”

       

       “…네!”

       

       

       데이지는 활짝 웃으며 한스를 바라봤다. 그리고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는 커다란 손을 꽉 잡았다.

       

       신께서 그녀를 위해 군사들을 보냈더라도, 그녀를 구원한 것은 다름아닌 이 커다란 손이었으니까.

       

       절대 놓치지 않을 것이다.

       

       절대로.

       

       절대로 놓치지 않으리.

       

       

       ‘음, 갑자기 한기가…’

       

       

       데이지의 손을 잡고 나란히 걷던 한스는 이유모를 한기에 부르르 몸을 떨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오타나 어색한 부분에 대한 지적은 늘 감사합니다!!!

    추천과 댓글은 작가를 춤추게 합니다!!!

    ㄴㅇ0ㅇㄱ!!! 아닛 이게 무슨 일입니까!!!

    – ‘Meltrylliss’ 님!!! 5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짤랑짤랑!!! 으아아아아!!! 이 소중하고 귀중한 후원은 다람쥐처럼 꼭꼭 묻어서 보관하겠습니다!! 바라만 봐도 행복해지는 저만의 방법이죠!!!

    – ‘신선우’ 님!!! 1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네? 무, 무슨 쇼라구요?? 수, 수간…?? 로마인들의 가능이란… 참으로 두렵군요… 심연을 엿본 기분입니다… 으어어어….

    – ‘nds891’ 님!!! 2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연…참? 아아, ‘이것’ 말인가??

    …농담입니다!! 사실 시간이 많이 부족합니다!! 작가의 능이버섯 이슈… 그에따른 능이 할 수 없는 사태 발생…!!! 늘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대신 저의 사랑을 드리겠습니다!!!

    사!!! 랑!!!! 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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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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