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97

       

       

       

       

       

       97화. 축제가 열린다 ( 2 )

       

       

       

       

       

       ㅡ 우웅!

       

       [WEB발신]  카드 15,900원 일시불 승인.

       

       

       핸드폰이 가볍게 떨리며 결제 내역이 도착했다. 얼마 남지 않은 통장 잔고를 생각하면 약간 속이 쓰려왔지만… 아직까지는 괜찮다.

       정말 아슬아슬하지만, 아직은… 아직은 괜찮아.

       

       

       ㅡ 빠밤!

       

       《매일매일 선물 패키지의 보상을 받으세요!》

       

       

       우편함으로 도착한 패키지. 앞으로 매일 하루에 5개씩, 10일 동안 총 50개의 선물을 받는다. 

       15종류 중에서 랜덤으로 나오지만, 10일이면 15종류의 선물을 모두 모을 수 있다. 

       

       종류 불문하고 뽑기와 랜덤은 가슴을 설레게 하는 법. 약간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첫 번째 보상을 열었다. 

       

       

       ㅡ 빠밤!

       

       《고급 선물 : 화려하게 장식된 단검 X 2, 반짝이는 황금 팔찌, 부드러운 질감의 망토, 고풍스러운 액자를 획득하였습니다!》

       

       

       처음부터 아이템이 중복으로 나왔지만, 한 종류만 중복이니 이 정도면 선방했다.

       우선 받은 아이템들을 모두 상품으로 등록해준다. 고급 선물이니 이 정도면 나름 값어치가 있어서 영웅급 모험가 확률이 올라가겠지.

       

       ‘수수께끼 상점’에서 물건을 사는 건 아마 저녁이나 밤이 되어서야 할 수 있을 듯싶다.

       신앙심 쌓이는 속도가 빨라진다고 했으니, 그 정도까지 묵히면 상점 하나는 털 수 있겠지.

       

       

       “지금이 몇 시지?”

       

       

       뒤뜰에서 머리 식히면서 잠깐만 게임 하려고 했는데, 넋 놓고 보니 제법 오랫동안 앉아있었다.

       재빨리 시간을 확인해보니, 벌써 40분이나 지났다. 벌떡 일어나서 후다닥 사무실로 들어간다.

       

       다행히 내가 나갔다 온 걸 아무도 몰랐는지, 아니면 알고서도 모른 척 하는건지. 다들 별다른 말은 없었다.

       

       

       “휴ㅡ”

       

       

       어째서인지는 모르겠는데 조금 더 늘어난 것 같은 업무를 붙잡고 씨름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머리를 붙잡고 낑낑대도 줄어드는 기미가 없는 끊임없는 서류의 연속.

       

       …아무래도 오늘은 야근해야 할 것 같다.

       

       

       

       

       

              *       *       *       *       *

       

       

       

       

       

       남자들끼리 모이면 으레 빠지지 않고 나오는 주제가 몇 가지 있다.

       여자, 돈, 오락거리, 옛 추억… 하지만 남자란 생물은 나이를 먹어도 아이라는 말처럼, 남자라면 누구나 가슴속에 동경의 대상을 품고 살아가는 법.

       

       그리고 자신의 우상이 가장 강하기를 원하는 것은 누구나 똑같다.

       

       술 취한 남자들이 ‘대륙에서 누가 가장 강한가?’ 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하다가, 술집 바닥에서 뒹굴며 끝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할지도 모른다.

       

       딸랑~

       

       낡은 문이 삐걱거리며 열리고, 경쾌한 종소리가 찰랑 흔들렸다. 

       퀴퀴한 땀 냄새와 묵은 토사물의 냄새, 맥주와 따뜻한 스튜의 향기가 가득한 술집.

       

       머리가 문에 부딫힐까 푹 숙이며 이방인이 술집으로 들어왔다.

       

       온몸을 로브로 칭칭 가렸지만, 거대한 체구와 로브 사이로 보이는 다부진 체격이 눈에 띄었고, 등에는 무언가를 메고 있는지 불룩하니 솟아있었다.

       

       이방인은 조용히 술집으로 들어와 구석진 곳으로 향했다.

       

       눈이 잔뜩 쌓인 로브를 툭툭 털며 삐걱거리는 의자에 앉자, 이내 주근깨 가득한 종업원이 다가왔다.

       

       

       “어서 오세요~ 손님, 어떤걸로 가져다드릴까요?”

       

       “밖이 굉장히 춥군. 술이랑 따뜻한 음식 하나 부탁하네.”

       

       

       엉덩이를 씰룩이는 종업원에게 주문을 마친 이방인은 품에서 동전 하나를 꺼내 종업원에게 툭 던졌다.

       종업원의 손이 재빨리 움직이며 동전을 가져갔고, 한층 더 친절한 미소를 지었다.

       

       

       “네에~ 여기 맥주랑 양고기 스튜 하나!”

       

       

       취객들의 짓궂은 손장난을 능숙하게 피하며 테이블 사이를 누비는 종업원. 

       동전 하나의 힘으로 맥주는 빠르게 테이블로 도착했다. 이방인은 천천히 맥주를 홀짝이며 취객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아니, 그러니까 그게 말이 안 된다니까? 어? 어떻게 주먹으로 망치를 이기냐고!”

       

       “그걸 이렇게 샥! 하고 피해서, 어? 차핫! 하고 망치 손잡이를 후려치면 망치가 부서진다니까? 그러면 이기는 거지 임마!”

       

       “너는 씨, 그게 말이 되냐? 어?”

       

       “지바노프의 주먹은 그게 된다, 새꺄.”

       

       “하… 라이언하트의 어? 망치질 한 번이면 이빨이 우수수 빠지겠구만, 무슨.”

       

       

       으레 그렇듯, 누가 더 강한지에 대해 열띤 토론을 하는 취객들.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른 것이 꽤나 거하게 마신 듯했다.

       

       

       “그래서 지바노프랑 라이언하트랑 싸우면 라이언하트가 이긴다고? 한쪽 눈도 안 보이는 영감이? 그게 씨, 말이야 방구야.”

       

       “방구다 새꺄, 방구.”

       

       “됐다. 내가 너랑 무슨 말을 하냐.”

       

       

       두 명의 취객 사이에서 조용히 술을 마시던 이가 툭 말을 꺼냈다.

       

       

       “그러면 그 뭐냐… 성도 가서 보고 오면 되는 거 아녀? 라이언하트는 성도에 있을테니까 무조건 한 판 붙겠네.”

       

       “뭘 보고 와?”

       

       “소문 못 들었어? 이번에 성도에서 그으… 뭐더라, 결투의 축제였나? 그런게 엄청 크게 열린다고 하드만.”

       

       “그거랑 이게 뭔 상관인데.”

       

       “어휴, 답답한 놈들. 성도에서 괜히 결투의 축제가 열리겠어? 그 재미없고 딱딱한 도시에서 왜 결투로 축제가 열리겠냐고.”

       

       “…샌님 사제들이 심심했나?”

       

       

       남자는 동료의 얼빠진 대답에 답답했는지 맥주를 쭉 들이켜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야? 소문이 이렇게 느려서야, 원…”

       

       

       사내는 말을 마치고는 맥주를 홀짝였다. 

       한창 궁금한 부분에서 설명이 끝기자, 서로 다투던 두 명의 사내가 안절부절못하며 달려들었다.

       

       

       “그래서, 성도에서 왜 축제가 열리는데, 어? 이 사람이 가만히 있지 말고, 말 좀 해봐.”

       

       “내가 술 하나 더 살 테니까, 말 좀 해보게.”

       

       

       결국 술을 받아낸 사내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으 뭐시냐… 이번에 성도에서 건물이 하나가 솟아났다는 건 들었어? 여섯 신께서 성도에 거대한 건물을 하나 세우셨다고 하더구먼.”

       

       “아니? 처음 들어봤는데…”

       

       “어휴. 아무튼 건물 하나가 솟아났는데, 그 건물이 글쎄 엄청 큰 경기장이지 않겠어? 듣기로는 수만 명이 한 번에 들어갈 만큼 크고 웅장하다 하더구먼. 그리고 그 건물의 입구에는 문장 하나 쓰여 있는데…”

       

       

       어느새 술집의 손님들은 저들끼리 소란스럽게 떠들던 것을 멈추고, 사내의 설명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써 있는데?”

       

       “어휴.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목이 칼칼한 것이, 영…”

       

       

       또다시 뜸 들이는 사내에게 쏟아지는 야유. 술집이 아우성으로 가득 찼지만 사내는 꿋꿋하게 목을 매만졌다. 

       목이 마르다는 신호였다.

       

       

       “에잇 정말! 저쪽으로 술 한잔 주게!”

       

       

       결국 참지 못한 누군가가 술을 시켰고, 늘어난 맥주를 흡족하게 바라본 남자는 마저 설명을 시작했다.

       

       

       “문구가 써있는데, 거기에는 ‘싸워라! 이겨라! 그대의 명예와 영광을 쟁취해라!’ 이렇게 쓰여 있다고 하더군.”

       

       “싸우라고? 명예와 영광을 위해서?”

       

       “그래! 신께서 건물을 올리시고, 가장 명예롭고 강한 전사를 정하는 결투를 준비하시는 거지! 이제 좀 이해가 가는가?”

       

       “그러면… 대륙의 손꼽히는 전사들이 성도로 모이겠군?”

       

       “그렇지! 바로 그거야!”

       

       “허어. 그러면 우리도 꼭 가서 봐야 하는 거 아닌가?”

       

       

       어느새 술집은 성도에서 일어난다는 결투의 축제에 관해 떠드는 소리로 가득 찼다.

       조용히 사내의 말을 듣던 이방인은 곰곰이 무언가를 생각하더니, 이내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는 축제에 관해 설명하던 사내에게로 향했다.

       

       

       “자네, 뭐 하나만 물어도 되겠는가?”

       

       “잉? 뉘쇼?”

       

       

       신나게 술을 마시던 사내는 휙 뒤를 돌아봤다.이방인의 체구가 어찌나 큰지, 앉은 채로 올려다보려니 고개가 꺾일 지경이었다.

       

       

       “아가씨, 여기 신사분들한테 술 한 잔씩 주게.”

       

       

       이방인은 바쁘게 돌아다니는 종업원을 불러 술을 주문하고는, 빈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사내들은 낯선 이가 술을 사주자, 일단 술은 마시면서 약간의 경계 어린 눈빛으로 바라봤다.

       

       

       “다른게 아니고, 내가 아까 자네 이야기를 들었는데… 결투의 축제, 소문이 퍼진지 얼마나 됐는가?”

       

       “어… 한 달 조금 넘었나 그랬을 거요.”

       

       “조금 지났군? 아직 시작하지는 않은 건가?”

       

       “그렇지 않을까 싶은데. 뭐 듣기로는 경기장에 있는 성화가 전부 켜지면 축제가 시작된다고 하던가?”

       

       “흠… 그렇군. 고맙네, 큰 도움이 됐어.”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던 이방인은 이내 벌떡 일어나서 술집의 밖으로 향했다.

       따뜻한 낡은 술집을 나서자, 로브 사이로 찬바람이 파고들었다.

       

       온 세상을 하얗게 물들이는 눈보라가 쏟아지고 있었다.

       

       이방인은 로브를 단단하게 여미고는 뽀득거리는 눈밭을 밟으며 나아갔다.

       지금부터 부지런하게 움직여야 제때 도착할 수 있으리라.

       

       

       “손님! 손님!”

       

       

       뒤에서 이방인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주근깨 가득한 종업원이 그를 부르고 있었다.

       

       

       “손님! 북부에서 눈 오는 밤에 돌아다니시면 시체도 못 찾아요! 얼른 들어오세요!”

       

       

       낯선 이를 걱정하는 종업원의 따뜻한 마음에 이방인은 씨익 미소 지었다. 

       그녀의 염려는 이해했지만, 그에게는 큰 문제가 아니었다.

       

       

       “아가씨, 혹시 여섯 신을 믿는가?”

       

       “어, 예? 어… 믿죠.”

       

       

       북부에서는 몬테그로스의 공녀, 프리가가 신의 사도로 선택받은 이후 여섯 신을 믿는 이가 점차 늘어나고 있었다.

       종업원도 그중 하나였다.

       

       

       “그렇군. 잠시 실례…”

       

       

       성큼성큼 걸어온 이방인은 로브를 뒤적여 작은 로자리오를 꺼냈다. 만신전의 표식이 반짝이는 로자리오였다.

       그리고 종업원의 손을 꼭 잡고는 기도를 올렸다.

       

       

       “낯선 이를 걱정하는 그대의 따뜻한 마음에 감사하며, 부디 여섯 신께서 그대의 앞길을 비추시길 기도하네.”

       

       “어, 네?”

       

       

       갑작스러운 축복 기도에 어안이 벙벙해진 종업원.

       이내 굵은 눈과 함께 불어온 바람이 이방인의 로브를 흔들었다.

       

       

       “어, 손님 눈이…”

       

       

       종업원의 눈동자가 휘둥그레졌다.

       

       

       흰 눈발만큼이나 새하얀 머리칼, 세월의 흔적이 가득하지만 굳건한 눈매, 신념으로 가득한 눈빛.

       그리고 종업원을 바라보는 왼쪽 눈에는 초점이 없었다. 

       회색빛의 무언가가 눈동자에 뿌옇게 가득한 모습.

       

       

       “날이 춥군. 어서 들어가게.”

       

       “어…”

       

       

       종업원을 뒤로하고, 이방인은 천천히 눈보라 사이로 걸음을 옮겼다.

       

       거칠게 몰아치는 눈보라는 이방인을 집어삼키는 듯 몰아쳤고, 이내 흩날리는 로브의 끝자락은 그 모습을 감추며 사라졌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오타나 어색한 부분에 대한 지적은 늘 감사합니다!!

    댓글과 추천은 작가에게 크ㅡ으으으은 힘이 됩니다!!!

    ㄴㅇ0ㅇㄱ!! 아닛 이게 무슨 일입니까!!

    – ‘신선우’님 1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메이드복과 비키니 아머가 상품으로 걸리면… 우락부락하고 근육 빵빵한 털복숭이 아저씨들이 좋다고 입고다니지 않을까요…?? 여자 전사가 없는 건 아니지만, 그 음… 괜찮습니다. 전 독자님의 취향을 존중하니까요!

    – ‘GOD80’님 5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요즘 날이 엄청나게 춥습니다!! 독자님도 항상 따뜻하게 입고다니시고, 감기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독자님도 언제나 행복하고 좋은 하루가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악!!! 사랑하고 감사합니다!!!

    – ‘신선우’님의 정기후원!!! ㅣ에에에엑!!! 감사합니다!!! 언제나 무한히 감사드리며 사랑하고 있습니다!!! 끼에에에엒!!! 이 응원, 이 마음!! 추운 겨울마저 녹이는 듯 하군요!! 감사합니다!!!!

    다음화 보기


           


I Install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I Install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