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99

       

       

       

       

       

       99화. 내가 누구냐고? ( 1 )

       

       

       

       

       

       “난 지금부터 레온이네. 그러니까 당분간은 레온이라고 부르게.”

       

       “그게 뭔…”

       

       

       애덤의 표정이 잠시 멍청해졌다가, 이내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오랜 친우의 방랑벽을 알고있는 애덤은 대충 상황을 짐작할 수 있었다.

       

       

       “또 몰래 들어왔구먼? 외부인이 많아져서 경비가 엄청나던데, 용케 들어왔어.”

       

       “이 정도야 아무것도 아니지.”

       

       

       나이에 맞지 않는 개구쟁이 같은 미소를 짓던 레온이 애덤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건 그렇고. 그으… 자네는 몸이 왜 그런가? 좀… 많이 굵어졌군.”

       

       “아, 이거? 보기 안 좋은가? 얼마 전에 내가 좋은 스승님들에게서 새로운 기술을 배웠거든.”

       

       “스승님들? 자네가?”

       

       

       레온은 뜻밖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명장이라는 뜻의 ‘스미스’의 칭호로 불린 이후, 애덤의 자존심은 하늘을 찌르지 않았는가? 이 콧대 높고 꼬장꼬장한 늙은이를 가르친 이가 있단 말인가?

       

       

       “음. 자네는 모르겠구먼. 얘기하다면 좀 긴데… 이건 나중에 술이나 한잔하면서 얘기하자고. 그래서, 내가 뭘 도와주면 되나?”

       

       

       애덤의 말에 레온이 흠칫했다. 아직 용건은 꺼내지도 않았는데, 찾아온 이유를 벌써 들켜버렸다.

       

       

       “자네가 오는 이유야 뻔하지 뭐. 무기 수리, 잡다한 부탁 아니면 술. 그래서, 이번에는 뭔가?”

       

       “아하하. 예리하구먼. 자네한테는 못 당하겠어.”

       

       

       머리를 긁적인 레온은 애덤을 찾아온 용건을 설명했다.

       팔짱을 끼고 가만히 듣던 애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정체를 숨기고 축제에 참여하려고 한다고?”

       

       “그렇지. 만약 들키면 토니가 날 죽이려고 할 거야. 그러니까 무기도 바꾸고, 얼굴도 가려야 할 듯싶군.”

       

       “그러면 투구를 써야겠는데. 잠깐만. 투구, 투구라… 내가 전에 만들어둔 게 여기 어디 있는데?”

       

       

       애덤은 구석에 마구잡이로 쌓여있는 무언가를 마구 뒤적거리더니, 이내 먼지가 가득 쌓인 투구를 툭툭 털며 돌아왔다. 먼지를 털어내자 그 모양새가 제법 깨끗했다.

       

       

       “그거 한번 써보게. 내가 전에 만들어두고 구석에 처박아둔 건데, 크기가 맞을지 모르겠군.”

       

       “어디 보자… 오! 딱 맞아. 아주 좋군!”

       

       

       다행히 레온의 머리에 딱 맞는 크기의 투구. 투구는 레온의 머리 전체를 완전히 덮은 형태였고, 작은 눈구멍과 숨구멍만이 뚫려있었다. 

       

       시야가 상당히 제한된다는 것이 흠이었지만, 애초에 한쪽 눈으로 살아가는 레온에게는 큰 차이가 없었다.

       

       

       “무기도 바꿔야 할 것 아닌가? 자네가 부무장으로 쓰는 게 뭐였지?”

       

       “음…”

       

       

       레온은 대장간의 열기에 후덥지근하게 달아오르는 투구를 벗고 잠시 고민에 빠졌다. 그의 부무장은 뚜렷하게 정해져 있지 않았다.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서 손에 잡히는 게 부무장이었으니.

       

       

       “딱히 정해진 건 없는데. 자네가 적당한 걸로 추천해주게.”

       

       “아무거나 적당한 거라니. 진상 손님 같은 말이군.”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아무거나, 좋은걸로’ 라며 투덜거리던 애덤이 이내 적당한 크기의 롱소드를 들고 왔다. 은근하게 황금빛으로 빛나는 것이 눈에 띄는 검이다.

       

       

       “이건 어떤가? 내가 요즘 연습하는 기법으로 만든 검인데. 뭐, 스승님들에 비하면 반의 반도 안되는 졸작이긴 하지만.”

       

       “오? 이 검, 제법… 아니 엄청나군.”

       

       

       레온의 눈에 이채가 띠었다. 애덤은 졸작이라 칭했지만, 손에 잡히는 균형감부터 날의 예리함, 그 형태. 걸작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는 롱소드였다.

       

       

       “이 검, 정말 내가 이렇게 써도 되는 건가? 이게 졸작이라고?”

       

       “자네는 신의 무기 모르나? 그 무기들에 비하면 이건 나뭇가지나 다름없어.”

       

       “무슨 무기?”

       

       

       “휴, 됐네. 자네는 여전하구만. 흥미 있는 것만 딱딱 챙겨 듣는 건 여전해.”

       

       

       애덤은 싱글벙글 웃으며 검을 챙기는 레온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자네는 신의 무기도 모르면서 축제는 어떻게 알고 왔는가?”

       

       “그거야 뭐, 술집에서 소문 듣고 왔지. 이런 재밌는 결투에 내가 빠져서야 되겠는가?”

       

       “휴…”

       

       

       저 관심사만 딱딱 듣고 흘리는 버릇은 여전하다. 언제쯤 고칠런지… 애덤은 자신의 오랜 친우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아! 축제 동안 ‘이것’ 좀 여기에 보관해도 되겠나? 이게 원체 눈에 띄어야 말이지.”

       

       

       정신없이 롱소드를 바라보던 레온이 제 등의 불룩한 무언가를 가리키며 말했다. 애덤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거군. 그렇게 하게. 저쪽에다가 세워놔.”

       

       

       어차피 대장간에 무기는 가득하니까, 하나 정도 맡아주는 건 어렵지 않았다.

       

       

       “축제 신청은 저쪽 경기장에 가서 하면 되네. 그 정도는 자네가 할 수 있지? 어서 가보게, 나도 바쁜 사람이야.”

       

       “여기까지 도와줬는데 그 정도는 내가 알아서 하지. 갑자기 찾아왔는데 도와줘서 고마웠네! 나중에 내가 술 한 번 사지!”

       

       

       레온은 싱글벙글 웃으며 대장간을 나섰다.

       저 멀리 보이는 경기장을 향해 길을 따라 걷자 금세 도착할 수 있었다.

       

       사제들이 경기장 앞에 만든 임시 가판대에서 신청자를 받는 것이 보였다.

       

       

       “여기서 신청하면 되는 건가?”

       

       “축제에 참여하시는 건가요? 이쪽 서류를 읽고 서명하시면 됩니다.”

       

       

       대충 훑어보자 당연한 내용으로 가득했다. 상대방을 죽일 정도의 공격은 허가하지 않는다, 독과 암기는 불허, 항복한 상대를 공격하면 실격…

       

       쭉 읽어보던 레온은 문득 떠오른 의문을 사제에게 말했다.

       

       

       “그런데 이렇게 아무나 신청해도 되는 건가? 어중이떠중이도 신청하겠는데.”

       

       “아, 그것 말씀이시군요.”

       

       

       사제는 싱긋 웃더니 어느 한 곳을 가리켰다. 그쪽에는 우락부락한 전사들이 무언가를 에워싸고 있었다.

       

       

       “서명하셨으면 저쪽으로 가서 테스트를 통과하시고, 감독관님에게 서류를 제출하시면 됩니다.”

       

       “음? 알겠네.”

       

       

       사인을 휘갈긴 레온은 사제의 안내에 따라 전사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의 풍경을 보고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다음.”

       

       

       어쩐지 기세가 흉흉한 데모닉이 검을 빼 들고 있었다. 데모닉의 주변에는 기절한 이들이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었다. 설마 감독관이라는 사람이 데모닉일 줄이야.

       

       한데 데모닉의 눈에 살기가 가득한 것이, 뭔가 안 좋은 일이라도 있었던 모양이다.

       

       

       “다음은 내가 도전하게ㅡ 쿠아악!”

       

       “다음.”

       

       

       호기롭게 나선 도전자를 일검에 기절시킨 데모닉이 살벌하게 중얼거렸다. 악에 잔뜩 받친 모습이다. 항상 냉정하고 침착한 데모닉을 기억하던 레온에게는 다소 생소한 모습이었다.

       

       

       ‘데모닉 저 얼음 같은 놈이 왜 저러는 거야?’

       

       

       꼭 딸을 빼앗긴 아빠 같은 눈빛이었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 * * * *

       

       

       

       

       

       “이제 진짜 거의 다 채웠다.”

       

       

       콜로세움의 상품 리스트를 보며 중얼거렸다. 고급 선물과 ‘수수께끼 상점’에서 나오는 선물들로 꼬박꼬박 상품을 채우기 시작한 지 벌써 며칠째.

       

       이제 정말 고지가 코 앞이다. 자잘하게 몇 개 남은 것은 약간의 시간만 있으면 채워질 것이다.

       

       그리고 정말 중요한 것은 1등부터 10등까지의 상품.

       

       따로 설정하는 칸이 있는 만큼, 여기에 비싼 아이템을 올려두면 좀 더 보정이 들어가지 않을까 싶다.

       

       

       “하나는 ‘요정마’로 채우고…”

       

       

       저 밑에 등록되어 있던 요정마를 쭈욱 드래그해서 10등 상품에 설정했다. 내가 터치하자 거칠게 발버둥 치며 투레질하는 요정마.

       

       생긴 것처럼 진짜 유니콘이라는 건지, 처녀의 손길만 받아들이는 미친 녀석처럼 보였다. 

       

       이제 남은 상품들은 1등부터 9등까지. 잠시 고민에 빠진다. B등급이나 최소 C등급의 무기로 등록을 해야 할 텐데. 지금 모인 골드로는 무기를 새로 해금할 수가 없다.

       

       결국 전에 만들었던 무기들을 한 번 더 만들어서 상품으로 등록해야 하는 것.

       

       무기 리스크로 들어가서 해금한 무기들을 찬찬히 살펴봤다.

       

       

       “A 등급에는 ‘신실한 자의 대검’이랑 ‘사자심왕의 태양 왕홀’… B 등급에는 ‘용 사냥꾼의 도끼’, C 등급에는 ‘수호자의 거대한 방패’랑 ‘샛별의 지팡이’. 이게 전부인가?”

       

       

       케니스에게 준 대검, 황제에게 준 왕홀, 프리가의 도끼와 이스 뭐시기에게 줬던 방패 그리고 주민에게 퀘스트로 만들어줬던 지팡이까지.

       

       총 5개의 무기가 C등급 이상이면서 해금이 된 무기들이었다. 이것들을 전부 만들어도 4개가 빈다.

       

       인벤토리에 ‘랜덤 무기 제작 레시피’도 있다. 간절한 기도로 어떻게든 C 등급 이상의 무기가 떠도 3개 부족하다.

       

       

       “에이 몰라. 어떻게든 되겠지.”

       

       

       비는 건 나중에 채워도 되겠지. 일단 무지성으로 A 등급 무기부터 제작하기에 들어갔다.

       

       현재 사용할 수 있는 광물 중에서 제일 좋은 광물은 ‘반짝이는 백금’을 제련한 ‘제련된 백금’.

       

       ‘제련된 백금’ 10개로 대검부터 만들려고 할 때, 메시지 창 하나가 나타났다.

       

       

       ㅡ띠링!

       

       《현재 제작하려는 ‘신실한 자의 대검’은 ‘케니스’가 보유한 무기입니다. 영웅급 모험가가 동일한 무기를 2개 이상 소유하게 되면 ‘성급 강화’가 가능합니다.》

       

       

       “엉? ‘성급 강화’?”

       

       

       처음 들어보는 말에 재빨리 자세를 고쳐잡고 천천히 메시지를 정독한다. 그러니까 영웅급 모험가가 같은 무기 2개 이상을 갖게 되면 강화된다는 건데.

       

       한동안 무기들을 직접 만들려고 한 적이 없어서 이 메시지를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동안 좀 나태하게 게임을 했던 내 실수지만, 조금 억울한 부분도 있다.

       

       

       “아니, 이런 거는 좀 빨리빨리 설명해주면 안 되나?”

       

       

       진작에 알려줬으면 내가 한참 전에 만들어서 진작에 강화했지. 무기를 직접 만드는 화면에 이르러서야 알려주는 건, 솔직히 개발자들 잘못이다.

       

       난 잘못 없어.

       

       아무튼 개발자들이 나빴어.

       애초에 같은 영웅급 모험가가 여관에 등장한 적도 없었잖아.

       이건 진짜 개발자가 잘못한거야.

       

       그렇게 개발자를 씹으면서 무기를 만들었다. 제법 쌓여있던 백금은 눈 깜짝할 사이에 동나버렸고, 인벤토리에는 5개의 무기가 생겨났다.

       

       

       “근데 이걸 어떻게 전해주지?”

       

       

       내 영웅급 모험가들이 콜로세움에 참여하는 건가? 참여하는 거 맞겠지? 지금 하고있는 이벤트는 어떻게 보면 영웅급 모험가 픽업 이벤트니까, 중복으로 나오기도 하겠지?

       

       

       “이게 맞나…?”

       

       

       살짝 불안한 마음에 ‘세계 탐험 모드’의 콜로세움을 찾아가 여기저기 터치하면서 정보를 찾아봤다. 제법 오랫동안 근처를 눌러가며 탐색했을 때, 주민 옆에 놓인 명단 비슷한 것을 찾을 수 있었다.

       

       

       《축제 참여자 목록 : 케니스, …, 프리가, …, 로한, ……》

       

       

       쭉쭉 내리며 읽어도 한참이 돼서야 끝난 목록. 다행히 몇 명을 제외하고는 콜로세움에 참여하는 듯했다.

       

       일단 무기 5개를 상품으로 등록했다. 만약 내가 무기를 준 영웅들이 10등 안에 든다면, 상품으로 이 무기들을 받아 가고 ‘성급 강화’가 가능하다.

       

       만약 10등 안쪽이 아니라면… 

       

       

       “내가 버프 몇 개 뿌리는 정도는 가능하겠지?”

       

       

       사소한 운영의 실수와 약간의 편파가 있을 예정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오타나 어색한 부분에 대한 지적은 늘 감사합니다!!

    댓글과 추천은 작가를 춤추게 하는 원동력입니다!!!

    ㄴㅇ0ㅇㄱ!!! 아닛 이게 무슨 일입니까!!!

    – ‘신선우’ 님!! 320코인 후원!!!! 허억!!!!! 감사합니다!!!! 나대나데…!!! 나 응애 작가!!! 아, 응애에요!!! 응애!!!! 따뜻한 나데나데….!!! 넘모 따뜻하다!!!! 아악!! 감사합니다!! 항상 따뜻한 관심과 응원, 사랑!!!! 고개숙여 감사드립니다!!!

    케니스의 비키니… 어쩌면 레이스 일러!! AI가 점지하여 줬습니다!! 가리려고 해도 가려지지 않는 신성력 주머니!!! 보이십니까!! 저게 바로 신이 빚은 맘마통!!!

    다음화 보기


           


I Install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I Install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