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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3

       

       

       

       

       

       103화. 결투 축제 ( 2 )

       

       

       

       

       

       또 그 눈빛이다.

       

       먹잇감을 노리는 듯한 눈빛과 당장이라도 달려들 듯 꿈틀거리는 기세. 케니스는 어쩐지 불안한 눈빛으로 프리가를 바라봤다.

       

       프리가의 시선이 향하는 곳은 너무나 명확했다. 거대한 열 개의 성화, 그중 말의 그림자가 보이는 곳.

       

       프리가의 날카로운 눈빛과 그걸 바라보는 케니스. 어쩐지 케니스의 얼굴에는 불안한 기색이 가득했다.

       

       

       “…그으 공녀님? 혹시나 싶어서 말씀 드리는 건데…”

       

       “엉?”

       

       

       케니스는 이걸 물어봐도 되나 싶은 마음에 한참을 갈팡질팡하며 고민했다. 사실 여부를 떠나서 굉장히 무례한 질문이었으니까.

       

       하지만, 만약 자신의 걱정이 사실이라면? 프리가의 성적 취향이 그릇된 길을 걷고있는 것이라면? 그렇다면 자신에게는 프리가의 친구로서 그녀를 다잡을 의무가 있었다.

       

       케니스는 마음을 굳히고 프리가에게 물었다.

       

       

       “혹시… 진짜 동물 상대로, 그… 그렇고 그런 생각 하시는 거 아니죠?”

       

       “그런 생각? 그게 뭔데?”

       

       “그으- 굉장히 불경한 상상? 망측하다고 해야 하나?”

       

       “망측하다고?”

       

       “왜 있잖아요… 그, 동물이랑…”

       

       “허…?”

       

       

       케니스는 행여나 누가 들을까 아주아주 작게 속삭였다. 가까이 있던 프리가도 간신히 들을 정도로 아주 작게.

       

       그 말을 들은 프리가는 지금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은 표정으로 잠시 멍때리다가, 이내 그 뜻을 이해하고는 얼굴이 점차 붉어졌다.

       

       

       “무, 무무슨!! 야! 처녀한테 할 말이 있고 못 할 말이 있지!! 이거 완전 순 또라이 아냐!”

       

       “아니, 공녀님 저는 진지하게 공녀님의 취향이 걱정돼서ㅡ”

       

       “야이 미친년아!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누가 동물을 상대로 그딴 걸 생각해!!”

       

       “만신전에서는 동물과의 교접을 매우 불경한 행위로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으니까, 혹시나 공녀님이 그릇된 성 취향을 갖게 된 건 아닐까 걱정되는 마음에ㅡ”

       

       “야이씨 또라이년아!! 그냥 말 타고 다니면 존나 멋있을 것 같아서 그러는 거지! 사람을 미친 짐승 새끼로 보고 있어!”

       

       

       터무니없는 오해에 대한 수치 때문인지, 분노로 인한 것인지. 프리가의 새하얀 피부는 붉게 달아올라 멀리서도 뚜렷하게 보일 정도였다. 

       

       프리가의 격렬한 반응에 케니스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저렇게까지 방방 뛰는 것을 보면 자신의 걱정은 기우였음이 분명하다.

       

       

       “와- 진짜 미친년이네 이거! 야이씨, 너 무기 들어! 한판 떠 새꺄!!”

       

       “아, 아이- 공녀님. 제가 공녀님을 설마 그런 사람으로 생각했겠어요? 저는 진짜 만에 하나를 걱정해서ㅡ”

       

       “그러니까 나를 짐승이랑 붙어먹는 새끼로 봤다는 거잖아!”

       

       

       터무니없는 오해에 머리끝까지 열이 올랐는지, 도끼를 꺼내 들고 방방 뛰는 프리가. 그 모습을 본 사회자가 말리지 않았다면 축제 시작 전부터 피를 볼 뻔했다.

       

       

       “너어… 결투장에서 나랑 만나면 그때 다시 얘기해.”

       

       “고, 공녀님? 공녀님!!”

       

       

       단단히 화가 났는지, 프리가는 으르렁거리는 짐승처럼 케니스에게 속삭였다. 살기 가득한 통보에 가슴이 철렁한 케니스.

       

       역시 자신의 질문이 너무 성급하고 무례했다…

       

       고개를 푹 숙이고 한숨을 내쉬는 케니스의 마음도 모른 채, 사회자는 여러 귀빈을 소개하는 차례를 끝마쳤다.

       

       

       “자-! 그럼 이제 결투 상대의 추첨을 시작하겠습니다!”

       

       

       사회자의 옆에는 거대한 상자와 작은 상자가 있었다. 거대한 상자의 아래에는 아주 작은 구멍이 두 개 있었고, 옆면에는 동그랗게 생긴 손잡이가 있었다.

       

       

       “이 상자에는 축제에 참여하는 도전자들의 이름이 적힌 공이 들어있습니다! 손잡이를 돌리면 상자의 아래로 이름이 적힌 공이 두 개 나오게 되는데, 이름이 적혀있는 두 명은 서로의 결투 상대가 됩니다!”

       

       

       결투 상대를 완전히 운에 맡기는 방식. 만신전에서는 도전자들끼리 조를 이루고 결투를 진행하는 방식에 있어 많은 고민을 했다.

       

       길고 긴 고민 끝에 나온 결론.

       

       

       ‘신의 뜻에 맡기자.’

       

       

       축제의 시작도 신의 뜻이었으니, 그 과정도 신의 뜻에 따르자는 의견이 우세했던 까닭이다.

       

       지엄하고 공정한 신의 선택이라면 어떠한 편파와 편견 없이 오롯하고 절대적인 결과만이 나올 것이다. 

       

       그리하여 만신전은 하늘에 맡긴 추첨으로 결투 축제를 진행하였다.

       

       

       “1차 결투에서 승리한 전사의 이름이 적힌 공은 이 작은 상자로 옮겨져 다음 결투를 준비하게 됩니다!! 오직 승자만이 올라갈 수 있는 승자전의 대결! 과연 그 끝에 서 있는 자는 누가 될 것인가!!”

       

       

       사회자는 열을 다해 축제를 진행했다. 

       

       뜨겁게 달아오른 관중들의 환호성도 끊이지 않았다. 만신전에서 주머니를 풀어 관중들에게 공짜로 술과 간식을 제공했으니, 공짜 술과 재밌는 싸움 구경까지 함께하면 지루할 수가 없으리라.

       

       

       “첫 번째 결투에서는 총 이십 명의 전사들이 열 개의 조를 만들어, 한번에 결투를 진행하게 됩니다!! 자ㅡ 그럼 바로 보시겠습니다! 축제의 시작을 알릴 전사들은 바로ㅡ!!”

       

       

       사회자가 힘차게 손잡이를 돌리자 상자에서 이십 개의 공이 떨어졌다. 공에 적힌 이름을 확인한 사회자가 크게 이름을 외쳤다.

       

       

       “….!”

       

       

       그리고 관중의 환호성이 더욱 커졌다. 

       

       

       

       

       

              * * * * *

       

       

       

       

       

       빠밤ㅡ!

       

       《콜로세움의 특수 이벤트 조건 달성!》

       

       《’싸워라, 그리고 이겨라!’가 시작합니다!》

       

       《상품의 가치를 정산하는 중입니다…》

       

       “후ㅡ”

       

       

       초조하게 한숨을 푹 내쉰다. 결국 1등부터 10등까지의 상품 중에서 부족한 3개는 대충 때웠다. 남은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도 모르고, 나머지 상품들도 거의 고급 선물인데 괜찮지 않을까ㅡ하는 심정으로 약간 도박을 한 셈.

       

       화면에서는 상품의 가치를 정산하는 중이라는 문구와 함께 로딩창이 채워지더니 금방 정산이 끝났다.

       

       

       삥뽕ㅡ!

       

       《상품의 정산이 완료되었습니다! 상품의 가치는… ‘매우 훌륭합니다!’ 실로 놀라운 보물들의 향연! 온 대륙의 전사들이 콜로세움으로 몰려들었습니다!》

       

       《총 817명의 전사가 콜로세움에 모였습니다!》

       

       

       상품 가치에서 매우 높음이 나온 것 치고는 뭔가 미묘한 수가 모인 것 같은 기분. 817명이면 많이 모인 건가? 이게 많이 모인 건지 아닌지 알 수가 없네.

       

       

       “거의 800명인데 이 중에서 영웅급 모험가가 10명은 나오겠지?”

       

       

       800명이 모였는데 그래도 10명 정도는 나와주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어본다. 아무리 확률이 낮아도 800이면 한 번쯤 나와줄 만하다.

       

       

       빠밤ㅡ!

       

       《축제의 시작! 콜로세움 전용 화면으로 이동합니다!》

       

       

       “오…”

       

       

       나름대로 이벤트라고 신경 썼는지, 전용 UI까지 따로 있는 모양.

       

       

       – “와아아아아아-!!”

       

       

       우렁찬 외침이 들리는 거대한 콜로세움이 화면에 나타났다. 수천 어쩌면 수만에 가까운 사람들이 모여서 열광하는 외침이 화면 너머로 전해진다.

       넓은 경기장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카메라 뷰가 제법 마음에 든다.

       

       

       – “모든 도전자들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이제 그 위대하고 영광된 결투 축제를ㅡ! 시작하겠습니다!!”

       

       “이야, 진짜 더빙 하나는 기깔나게 잘 뽑네.”

       

       

       쩌렁쩌렁하게 외치는 사회자의 말이 귀에 쏙쏙 박힌다. 전부터 느꼈는데, 더빙 하나는 끝내주게 잘 뽑는다.

       

       

       ㅡ 삐그덕, 삐그덕

       

       

       그때, 잔뜩 낡은 무언가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콜로세움의 결투장으로 뽈뽈거리며 들어오는 작은 수레. 뭔가 싶어 재빨리 화면을 확대한다.

       수레 뒤쪽에 뭐가 실려있는데, 사람인가?

       

       수레에 실려있던 사람이 벌떡 일어나더니 크게 외친다.

       

       

       – “나는 라이언하트ㅡ!! 강인한 사자의 심장이요, 성도 최강의 팔라딘ㅡ!!”

       

       

       ㅡ띠링

       

       《참여한 전사의 수 : 817명 => 818명》

       

       

       우측 상단에 있던 숫자가 올라갔다.

       

       

       “이건 뭐야 또. 얘는 지각한 거야?”

       

       

       수레에 실려있던 캐릭터는 똑바로 서지 못한 채 비틀거렸고, 얼굴은 술을 마신 사람처럼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제정신이 아닌지 눈도 빙글빙글 회오리 치고 있다.

       

       어… 그러니까 얘는 술 마셔서 늦은 컨셉인가? 뭐지? 진짜 팔라딘이야 아니면 그냥 주정뱅이야?

       

       

       《상품을 공개하고, 축제의 시작을 선언하시겠습니까? Y/N?》

       

       

       지각한 캐릭터에 얼이 빠져 멍때리고 있자, 상품의 공개 여부를 묻는 메시지가 나타났다. 안 할 이유가 없지. 고민 없이 Yes를 누른다.

       

       

       삥뽕ㅡ!

       

       《콜로세움의 대진표를 작성해주세요! 설정하지 않으면 랜덤으로 대진표가 구성됩니다.》

       

       “대진표도 내가 만들어?”

       

       

       화면에 나타난 빈칸을 보니 토너먼트 형식으로 진행되는 모양. 아무래도 토너먼트가 제일 무난하기도 하지. 

       

       화면 왼쪽에 나타난 참가자들의 리스트를 쭉 내리면서 대강 훑어보는데, 이름 앞에 칭호 비슷한 것이 적혀있었다.

       

       

       “기적의 대행자 케니스, 용 사냥꾼 프리가… 철벽의 이스칼? 악마 살해자 한스, 털복숭이 로한? … 고블린 사냥꾼은 또 뭐야?”

       

       

       멋있는 칭호부터 괴상하고 특이한 것까지. 나름 재밌고 독창적인 칭호가 많았다. 케니스가 왜 기적의 대행자인지는 모르겠지만, 한스와 프리가는 짐작 가는 것이 있다.

       

       둘 다 보스와 일대일로 싸워 이겼다는 공통점이 있으니, 아마 혼자서 보스를 잡으면 이런 칭호가 생기는 게 아닐까 싶은데.

       

       소소하게 이스터에그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런 칭호 생기는 것도 좋네. 여기서밖에 못 보나?”

       

       

       용 사냥꾼, 야만전사 프리가! 크으, 벌써 너무 멋있다. 도끼로 용의 머리를 쪼개는 야만전사!

       악마 살해자 한스! 존나 큰 전기톱이랑 개쩌는 헤비 메탈이 있어야 될 것 같다.

       

       그냥 한스 컨셉을 이런 식으로 잡아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칭호를 보며 이런저런 상상을 하다가 퍼뜩 정신을 차린다.

       컨셉을 잡는 것도 좋지만 당장 중요한 것은 대진표.

       

       

       “음, 그러니까…”

       

       

       이리저리 이름을 옮겨가며 대진표를 만든다. 나한테서 무기를 받은 영웅들끼리 16강 전에 만나면 안 되니까 잘 계산해야 한다.

       

       혹시나 내 영웅들이 중간에 떨어지는 참사가 일어나지 않게, 약해 보이는 칭호를 가진 녀석들과 만나게 대진표를 만들었다.

       

       

       “케니스는… 털복숭이 로한이랑, 프리가는 고블린 사냥꾼 욧슨이랑.”

       

       

       나머지 잡다한 애들은 그냥 자동 배치로 때려 넣었다. 800명을 일일이 옮기기에는 너무 많다.

       

       완성된 대진표에는 편파와 사심이 잔뜩 들어갔다. 페어플레이 정신과 공정한 경쟁?

       

       약자들이 떠드는 나약한 소리. 이기는게 바로 정의다! 아무튼 이기기만 하면 된다.

       

        좀 강해 보이는 녀석들끼리 조를 만들어서 싸우게 했고, 어딘가 이상하고 약해 보이는 칭호를 가진 녀석들은 내 영웅들과 싸운다.

       

       만약 저들이 꼬우면 직접 이벤트를 개최했어야지, 별수 있는가?

       

       

       – “이제 첫 번째 결투를 바로 보시겠습니다!! 축제의 시작을 알릴 전사들은 바로ㅡ!!

       

       

       대진표를 전부 만들자 콜로세움에서 첫 번째 경기가 시작하려 했다.

       

       

       “어디 보자. 첫 경기가…”

       

       

       참여한 전사들이 800명에 달하는 만큼 어느 정도 걸러지기 전까지는 조를 만들어서 한번에 결투하는 모양. 첫 경기인데 20명이나 나온다.

       

       재빨리 대진표를 훑어보던 내 눈이 커지는 것을 느꼈다.

       

       첫 경기부터 얘가 나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과 추천은 작가에게 아주 큰 힘이 됩니다!!

    ㄴㅇ0ㅇㄱ!! 아닛 이게 무슨 일입니까!!

    – ‘신선우’님!! 1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카이사르가 세례를 받으면…!!! 세례를 받게 됩니다. 그것이 세례식이니까. (끄덕) 프리가 아가씨에 대한 음해를 멈춰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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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Install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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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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