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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4

       

       

       

       

       

       104화. 결투 축제 ( 3 )

       

       

       

       

       

       – “와아아아아!!”

       

       

       관중들의 환호성이 화면을 뚫고 튀어나온다. 제일 작게 볼륨을 내렸는데도 소리가 얼마나 큰지 쩌렁쩌렁하다.

       

       

       – “우윽… 어우.”

       

       

       20명의 전사들을 제외한 나머지는 경기장 바깥으로 우르르 빠져나간다. 넓은 경기장에 달랑 서 있는 20명. 그중에서는 제일 늦게 들어온 주정뱅이도 있었다.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는 건지 여전히 비틀거리며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른 모습. 저 모습을 보면 진짜 팔라딘이 맞기는 한건지 의심이 되는데?

       

       내가 아는 팔라딘은 엄청 고귀하고 신성하고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정의의 사도! 그런 느낌이 있는데 저건…

       

       

       – “…응? 뭐야. 벌써 내 차례인가? 하하! 애송이 녀석, 덤벼라! 뼈와 살을 발라주마!”

       

       

       뭔 악당 같은 대사를 치고 있네.

       

       넓은 결투장에는 각 조마다 적당히 간격을 두고 싸움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중 가장 시선이 가는 것은 술에 취해 검을 겨누는 주정뱅이. 

       

       비틀거리면서 똑바로 서지도 못하는 모습이 아주 가관이다.

       

       다른 놈들도 동물 가죽 뒤집어쓴 놈부터 이상한 고리를 몸에 잔뜩 건 녀석까지 있을 만큼 개성이 강하지만, 지각에 술주정이라는 콤보를 달성한 저 캐릭터만큼 인상이 강렬하지는 않다.

       

       

       “진짜 미친 컨셉이네 이거.”

       

       

       주정뱅이가 싸우는 곳을 슬쩍 확대해서 구경한다. 남들 다 진지하게 분위기 잡고 있는데 혼자 취권을 찍고 있으니 어그로가 장난이 아니네.

       

       

       – “먼저 들어오게 애송이!”

       

       – “순식간에 끝내주지!”

       

       

       계속 비틀거리고 있으면서 무슨 자신감인지 상대를 도발하는 주정뱅이. 상대가 짧게 대꾸하며 달려들었다. 주정뱅이가 몸을 휘청하면서 검을 휘둘렀고ㅡ

       

       

       “으잉?”

       

       

       달려들던 상대는 야무치같은 포즈로 땅에 쓰러졌다.

       

       …뭐, 뭔데?

       

       

       

       

       

              * * * * *

       

       

       

       

       

       만신전의 저력이자 최고 전력이라고 평가받는 팔라딘. 

       

       만신전의 길고 긴 역사는 악마와의 투쟁이었으며, 사악한 것을 정화하고 불태우는 전쟁의 기록이었다.

       

       악마의 피를 피로 씻는 전쟁의 선봉에는 늘 세 명의 팔라딘이 함께 했다. 악마와의 사투에서 순교하여 자리가 비워지는 일도 적지 않았지만, 팔라딘은 늘 세 명을 유지했다.

       

       역대 팔라딘 중에서 가장 젊은 팔라딘, 데모닉.

       오랜 세월 전장을 누비면서 살아남은 노련한 팔라딘, 라이언하트.

       그 누구도 본 적 없다는 수수께끼의 팔라딘까지.

       

       대중들은 세 명의 팔라딘이 있다는 사실까지는 알았지만, 늘상 성도에 상주하고 있는 데모닉을 제외하고는 다른 두 명의 팔라딘에 대해서는 생소했다.

       

       현 팔라딘 중에서 가장 방랑벽이 심한 라이언하트는 툭하면 가출해서 방랑하기 일쑤였고, 다른 한 명은 같은 팔라딘인 데모닉조차도 이름과 얼굴을 몰랐다.

       

       한 명은 방랑하고 다른 한 명은 존재 자체가 수수께끼였으니, 라이언하트라는 이름은 나이가 아주 많고 신실한 사람들이나 만신전 소속의 사람들만 아는 이름이 되어버린 것이다.

       

       라이언하트가 스스로 이름을 밝혔을 때, 많은 이가 고개를 갸웃한 것도 무리는 아니리라.

       

       

       ‘뭐야, 저 늙은이! 가장 강한 도전자라더니 지금 취한거야?’

       

       

       라이언하트의 상대로 정해진 전사는 검을 꼬나쥐었다.

       상대는 제대로 서지도 못하는 만취의 늙은이. 스스로를 팔라딘이라고 밝혔지만, 그는 라이언하트라는 이름의 팔라딘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없었다.

       

       

       ‘방심하면 안 돼… 취한 척하면서 방심을 유도하는 걸지도 몰라.’

       

       

       전사는 검을 굳세게 잡고 라이언하트를 살폈다.

       

       저 늙은이에 대한 소문은 흉흉하기 짝이 없었다. 듣기로는 감독관의 검을 목걸이 모양의 작은 검으로 받아쳤다고 하였고, 누군가는 그저 눈빛으로 감독관을 압도했다고 하였다.

       

       소문이란 사람을 통할수록 제 덩치를 불리며 허황되고 거짓되기 마련이지만, 압도적으로 강하다는 것은 사실이리라.

       

       마주선 전사의 심장이 거세게 쿵쾅거렸다. 상대는 만취하여 방심했지만, 여유란 강자의 전유물. 그에게 여유는 허락되지 않았다.

       

       

       ‘선수 필승! 빠르게 달려든다!’

       

       

       상대는 잔뜩 취했으니 전력을 다한 쾌속의 검이라면 한 방 먹히리라.

       

       라이언하트는 검을 들고 비틀비틀 걸음을 옮기며 전사를 향해 소리쳤다.

       

       

       “먼저 들어오시게 애송이! 선수를 양보하지!”

       

       “하! 순식간에 끝내주지!”

       

       

       선수를 양보하는 상대. 거부할 이유가 없다.

       

       전사는 땅을 박차고 빠르게 달려 나갔다. 허벅지가 터질 듯 부풀어 오르고, 잔뜩 힘이 들어간 몸은 빠르게 뛰쳐나갔다.

       

       아래로 내린 검은 땅에 끌릴 듯 낮게 잡고, 허리를 잔뜩 낮춰 한 줄기의 화살처럼 몸을 날린다.

       

       타탓-!

       

       라이언하트는 여전히 고주망태가 되어 비틀거리고 있다.

       

       미약하지만 승기가 보이는 듯했다. 지척까지 다다른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빠른 움직임을 눈치채지 못했다면ㅡ

       

       

       ‘뭐…라고?’

       

       

       라이언하트의 눈이, 전사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오른쪽 눈동자가 흔들림 없이 고요하게 전사를 향하고 있다.

       

       도대체 언제부터?

       

       전사는 온몸의 털이 바짝 일어나며 위험을 경고하는 것을 느꼈다. 할 수 있는 모든 전력을 쥐어짜서, 할 수 있는 가장 빠른 움직임으로 달려들었건만.

       

       만취의 몸으로 자신을 따라잡았다고? 

       

       전사는 이를 악물었다. 설령 봤다고 해도, 취한 몸으로 반응하기는 힘들 터. 끝나기 전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다!

       

       

       “차아앗-!”

       

       콰앙-!

       

       

       강하게 도움닫기를 한 결투장의 바닥이 가볍게 파였다.

       

       

       ‘속도는 곧 힘! 더 빠르게!’

       

       

       빠른 속도는 무게가 되고, 무게는 힘이 된다. 바람을 가득 실은 검이 솟구치는 파도처럼 라이언하트의 가슴을 노리며 달려들었고ㅡ

       

       

       “엇차.”

       

       스르릉-

       

       

       라이언하트가 마주댄 롱소드의 검등을 따라 부드럽게 이끌리며 엉뚱한 곳으로 향했다.

       

       롱소드의 날을 타고 올라가며 차르륵ㅡ하고 불똥이 튀었고, 이윽고 크로스 가드에 막히며 멈춘다. 

       

       완전히 붙잡힌 그의 검은 라이언하트의 롱소드를 따라 원을 그리며 한바퀴 빙글 돌았다. 허무하게 빗나간 일격.

       

       실로 경악스러운 패링. 전력을 다한 공격이 부드럽게 무산되자 전사의 눈이 커다래졌다.

       

       큰 공격이 빗나가면 허점이 드려나긴 마련. 힘이 잔뜩 실린 일격이 허무하게 흘려지자, 전사의 몸에는 빈틈이 가득했다.

       

       

       “좀 감정적이었지만, 나쁘지 않은 일격이었네!”

       

       

       라이언하트는 당연하다는 듯 말하며, 롱소드의 포멜로 전사의 관자놀이를 내려쳤다.

       

       

       “어, 어떻게ㅡ 컥!”

       

       

       전사는 눈을 하얗게 뒤집고 풀썩 쓰러졌다. 라이언하트는 쓰러진 전사를 보며 씩 웃었다.

       

       

       “하하! 오래 살다 보면 이런저런 잡기술이 느는 법이지.”

       

       

       온갖 전장에서 구르다 보면 싫어도 알게 되는 여러 잡기술들이 있다. 이것도 그중 하나였다.

       

       

       “뭐, 칼밥 좀 먹은 놈들 상대로는 힘들지만.”

       

       

       상대가 일격에 끝내기 위해 무작정 달려든 것이 패착이었다. 오히려 시간을 끌면서 장기전으로 갔다면, 숙취에 쩔은 라이언하트는 조금 고생했을지도 모른다.

       

       

       “아앗ㅡ!! 말씀드리는 순간, 천 번째 결투조의 승자가 나왔습니다!! 승자는 바로, 레온ㅡ!! 상대를 순식간에 기절시키면서 압도적인 전투를 보여줬습니다!!”

       

       

       사회자의 우승 선언. 관중석에서는 레온의 이름을 외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레온! 레온! 레온! 레온!”

       

       “멋있다 할배!!”

       

       “휘익ㅡ!!”

       

       

       라이언하트는 머리를 긁적였다. 정신없이 나오다 보니, 투구도 깜빡하고 챙기지 못했다.

       

       꾸르르륵-

       

       그에게만 들리는 불길한 소리가 울렸다. 그것은 재앙을 날리는 불길한 나팔의 소리와도 같았으니.

       라이언하트의 안색이 하얗게 질리며 입을 틀어막았다.

       

       

       “욱! 우욱!”

       

       

       조금 격하게 움직였다고 바로 소식이 오는 위장. 라이언하트의 안색이 파리하게 변했다. 전날 먹은 음식들이 정해진 수순을 거스르고 역류하려 한다.

       

       필사적으로 입을 막았지만…

       

       오오, 인체의 신비. 그것은 거부할 수 없는 것. 

       

       

       ‘여, 여기서 토하면!’

       

       

       온 성도의 사람들이, 수천수만의 사람이 지켜보고 있다. 여기서, 여기서 토하면 정말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는 망신이다.

       

       

       ‘아, 안돼!!’

       

       

       먹었으면 나오는 것이 이치라.

       

       가끔은 아래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위로 나오기도 한다. 그것은 감히 거스를 수 없는 재앙과도 같으니.

       

       맹세컨데 라이언하트는 그의 인생에서 손꼽힐 정도의 위기감을 느끼며 빠르게 결투장 바깥으로 달렸다.

       

       경각에 다다른 신체는 그 어느때보다 빠르게 움직였고ㅡ

       

       

       “우웨엑!!”

       

       

       가까스로 수만 명의 관중 앞에서 토하는 초유의 사태를 피할 수 있게 했다.

       

       콜로세움을 빠져나와 구석진 곳에서 전날 먹은 음식들을 모조리 게워낸 라이언하트의 얼굴은 10년의 세월을 더 먹은 듯 초췌해 보였다.

       

       

       “흐… 흐으ㅡ”

       

       

       라이언하트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후들후들 떨리는 무릎을 손으로 짚었다. 다리뿐만 아니라 손도 덜덜 떨려온다.

       

       토를 해서 이렇게 몸이 떨리는가?

       

       아니다.

       

       라이언하트는 알 수 있었다. 

       

       등 뒤에.

       

       

       “그래. 다 했는가?”

       

       

       싸늘한 한기가 등을 파고든다.

       

       피부가 바짝 일어나며 오싹할 정도의 위기를 경고한다.

       

       뒤에 있다. 그의 등 뒤에.

       

       하지만 도망칠 수 없다.

       

       

       “다 토했는가?”

       

       

       그의 등 뒤, 죽음이 있다.

       

       죽음은 소리없이 다가와 그의 뒤를 점했다. 라이언하트는 겸허하게 눈을 감았다.

       

       

       ‘나의 업보구나…’

       

       

       뒤는 돌아보지 않았다. 돌아보면 더 아플 테니까.

       

       

       “이!!! 망할!!! 망나니 새끼야ㅡ!!!”

       

       

       이윽고 분노한 대사제의 철권이 라이언하트의 등짝에 작렬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몰라도 되는 롱소드의 부위별 명칭》

    크로스 가드 = 사용자의 손을 보호하는 십자 모양의 부분.
    포멜 = 손잡이 끝에 튀어나온 뭉툭한 부분, 찍히면 아프다

    ㄴㅇ0ㅇㄱ!! 아닛 이게 무슨 일입니까!!

    – ‘신선우’님!! 1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퍼리요?? 제가 허용할 수 있는 퍼리는 동물귀가 마지노선입니다!!! 저는 털박이가 아닙니다!!! 털박이 멈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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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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