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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5

       

       

       

       

       

       105화. 결투 축제  ( 4 )

       

       

       

       

       

       “와아아아아-!!”

       

       

       콜로세움은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다. 전사들은 피와 땀을 흘리며 치열하게 싸우고, 관중들의 환호성은 분위기를 달군다.

       

       한없이 뜨겁게 타오르는 결투장이지만, 어쩐지 황제 카이사르의 심정은 불편하기 그지없었다.

       마치 가시방석에 앉은 듯한 이 기분.

       

       

       ‘방금 그건…’

       

       

       방금까지만 하더라도 자신과 분위기 좋게 이야기하던 대사제 안토니오. 그의 허허로운 얼굴이 누군가를 보더니 귀신같은 표정을 지었다.

       저도 모르게 아들과 함께 자리를 피할 정도의 기백.

       

       안토니오가 어디론가 사라진 이후 다시 자리로 돌아오기는 했지만… 도대체 왜 그렇게 분노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오랫동안 심신을 수양한 대사제가 저렇게 분노할 정도의 일이 생겼다는 건가?’

       

       

       듣기로는 제국에서 파견했던 스툴투스가 대사제의 면전에서 신성 모독 발언을 했을 때 저런 표정을 지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또다시 악마 숭배자가 이 자리에 나타났다는 뜻?

       

       카이사르는 설마 아니겠지 하는 심정이었지만, 어쩐지 조금 불안해진 마음에 주변을 둘러봤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카이사르의 모습에 곁에 있던 호위기사가 말했다.

       

       

       “폐하, 뭔가 불편하신 점이라도 있으십니까?”

       

       “음… 아니다. 결투에 출전한 제국의 기사들을 찾아보고 있었다.”

       

       

       적당히 둘러댄 카이사르. 복잡한 심정으로 결투를 보고있자니 사라졌던 안토니오가 허허 웃으며 다시 자리에 돌아왔다.

       

       

       “허허허. 폐하, 송구합니다. 급한 일이 생겨서 잠시 용무를 처리하고 왔습니다.”

       

       “그, 그렇소?”

       

       

       인자하게 웃으며 말하는 안토니오의 뺨 한쪽에는 핏방울이 묻어있었다.

       괴리적인 그 모습에 카이사르는 식은땀이 흘렀다.

       

       아무것도 모르는 황태자 율리우스는 천진하게 웃으며 안토니오의 얼굴을 가리켰다.

       

       

       “대사제님 얼굴에 이상한게 묻었어요!”

       

       “음? 어이쿠 이런.”

       

       “아바마마, 대사제님이 저희 몰래 뭔가를 먹고 온 것이 분명해요! 이것 보세요!”

       

       “허허허, 몰래 먹으려고 했는데 들켜버리고 말았군요. 황태자님, 제가 맛 좋은 음식을 대접할 테니 한번만 봐주시겠습니까?”

       

       “와아-!”

       

       

       손수건으로 슥슥 뺨을 닦은 안토니오가 태연하게 율리우스와 눈높이를 맞추며 놀아준다. 겉보기에는 인자한 할아버지의 모습이지만, 카이사르는 확신할 수 있었다.

       방금 얼굴에서 닦은 것은 절대로, 절대로 음식 소스 같은 것이 아니다.

       

       

       ‘…현명한 자는 구태여 벌집을 쑤시지 않는 법.’

       

       

       카이사르는 조용히 시선을 돌리며 모른 척 했다.

       

       

       

       

       

              *       *       *       *       *

       

       

       

       

       

       “후우-”

       

       

       결투장에 오른 케니스는 호흡을 가다듬으며 주변을 둘러봤다. 사방을 둘러봐도 가득한 관중들, 거대한 여섯 개의 옥좌 그리고 뜨겁게 달아오르는 분위기.

       저 앞에는 자신을 향해 전의를 불태우는 전사가 보였다.

       

       케니스는 눈을 감고 심신을 차분하게 가라앉혔다. 긴장하거나 두려워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

       과도하게 흥분하는 것을 막기 위함이었다.

       

       

       ‘약하게, 약하게! 손에 힘을 빼고 약하게!’

       

       

       저도 모르게 흥분해서 힘을 과하게 주면 상대가 죽을지도 모른다. 어찌 보면 상대를 무시하는 생각이었지만, 케니스의 입장에서 이 생각은 당연했다.

       

       신의 축복으로 재구성된 그녀의 육체는 그야말로 인간을 벗어난 무언가. 바뀐 육체에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식사도 마음 편하게 할 수 없었다.

       

       

       “후우-”

       

       

       눈을 감고 차분하게 마음을 달래던 케니스가 번쩍 눈을 떴다. 

       

       

       “들어오시죠!”

       

       “한 수 부탁드립니다!”

       

       

       케니스의 선공 양보에 상대가 빠르게 달려들었다. 날카로운 창이 케니스의 머리를 노리며 맹렬하게 찔러왔고-

       

       카앙-!

       

       쇳소리를 내며 허무하게 튕겨 나갔다. 케니스가 최대한 힘을 빼고 휘두른 검에 튕겨 나간 창은 허공을 몇 바퀴 돌다가 툭 하고 떨어졌다.

       

       

       “으윽…”

       

       

       상대는 창을 타고 전해진 힘에 손바닥이 터졌는지 피를 뚝뚝 흘리고 있었다.

       

       

       “더 하실건가요?”

       

       “…기권하겠습니다.”

       

       

       잠깐이지만 케니스의 괴력을 실감한 상대는 고개를 푹 숙이며 기권을 선언했다. 

       

       

       “용사 케니스ㅡ!! 순식간에 상대를 무력화시키면서 승리를 가져옵니다!!”

       

       

       사회자의 선언에 관중들이 연신 케니스의 이름을 외쳤다. 

       

       

       “케니스! 케니스! 케니스!”

       

       “꺄악!! 언니 이뻐요!!”

       

       “용사님 사랑해요!!!”

       

       

       관중들의 외침에 케니스는 쑥스러운 표정으로 손을 흔들었다. 손을 흔들 때마다 관중들의 환호성은 더욱 커져만 갔다.

       그렇게 관중들에게 인사를 마친 그녀는 대기 장소로 이동했다.

       

       대기실로 들어서자 적지 않은 수의 전사들이 듬성듬성 앉아서 저마다의 방법으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누군가는 명상을, 누구는 가벼운 운동을 하며 마음을 가다듬고 있는 모습.

       등에 큰 부상을 입었는지 투구로 얼굴을 가린 거대한 체구의 전사가 끙끙거리는 소리를 내며 앓는 모습도 보였다.

       

       그리고 그중에서는 눈에 띌 정도로 거대한 도끼를 손질하고 있는 여성도 있었다. 

       숫돌로 도끼의 날을 갈고 있는 프리가. 도리어 숫돌이 갈려 나가고 있었지만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아마 날을 간다는 행위 자체가 그녀의 휴식 방법인 듯 했다.

       

       프리가를 발견한 케니스는 재빨리 그녀에게 다가갔다. 케니스는 아직 프리가에게 용서를 받지 못했다.

       프리가도 단단히 화가 나서 자신에게 선전포고를 하고 갔으니, 그것이 못내 마음에 걸렸다.

       

       

       “저기… 공녀님…”

       

       

       케니스가 우물쭈물하며 프리가를 조심스럽게 불렀다. 프리가는 못 들은 척 도끼를 손질하는 데 열중했다.

       

       

       “공녀님… 그으, 제가 사과드릴게요. 제가 너무-”

       

       “아니.”

       

       

       프리가는 케니스의 말을 끊었다. 용 사냥꾼의 도끼가 날카로운 날을 자랑하면 한껏 빛난다.

       

       

       “너랑 내가 할 얘기는, 강철의 대화뿐이야.”

       

       “읏…”

       

       “사과하고 싶어? 그러면, 지성인과 문명인답게 해야지.”

       

       쿵-

       

       용 사냥꾼의 도끼가 묵직한 소리를 내며 땅을 울렸다. 거대한 도끼는 그 자체로 거대한 위압감을 주는 무언가였다.

       

       

       “북부식으로.”

       

       

       프리가는 케니스를 바라보며 씩 웃었다. 

       케니스의 무례한 질문에 화가 난 것? 물론 화가 났다. 하지만 뭐, 늘 그렇듯 프리가는 금방 훌훌 털어버렸다.

       

       머리가 좀 식고 나니까, 오히려 이걸 빌미로 케니스와 한판 붙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에게 사과하고 싶어서 안절부절 못하는 지금이라면, 자신의 말에 꼼짝 못 하리라.

       

       지성인다운 대화. 문명인의 대화. 

       그것들은 북부에서 오직 강철로 이루어진다.

       

       날카로운 검과 묵직한 도끼로 이루어진 이야기는 술로 나누는 대화와 맞먹을 정도로 진솔하니.

       프리가는 케니스와 지성인의 대화를 원했다.

       

       

       “문명인답게 해결하자고.”

       

       

       프리가는 입꼬리를 올리며 씩 웃었다.

       

       늘 그렇듯, 그녀의 미소는 사납기 그지없었다.

       

       

       

       

       

              *       *       *       *       *

       

       

       

       

       

       – “케니스ㅡ! 순식간에 상대를 무력화시킵니다!!”

       

       “오, 케니스 엄청 쌔네.”

       

       

       케니스는 결투장에 오르자마자 순식간에 상대를 무찔러버렸다. 케니스의 평타 한방에 나가떨어진 상대.

       그동안 애지중지하며 키운 보람이 있다.

       

       그래. 지금까지 내가 얼마나 신경을 써줬는데, 이 정도 모습은 보여줘야 키울 보람이 나지.

       

       프리가도 그렇고 케니스고 그렇고. 내가 무기를 준 모험가들은 기본적으로 조별 리그 수준에서는 순탄하게 올라왔다.

       아마 한동안은 내가 별다른 버프를 주지 않아도 알아서 잘 올라올 것 같다.

       

       이제 남은 것은 이스칼 혼자인데, 제일 불안한게 바로 이스칼이다. 무기라고는 방패 하나만 들고 있는 놈이 어떻게 상대를 이길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아직 차례가 아닌지 나오지는 않았지만… 여차하면 내가 버프를 줘야 할 것 같다.

       

       

       – “이제 오늘의 마지막 결투입니다!! 오늘 축제의 마지막을 장식할 전사들을 만나보시겠습니다!!”

       

       “이제 나오려나 보네.”

       

       

       모인 전사들의 수가 800명에 달하는 만큼, 이벤트 기간이 꽤 긴 모양이다. 

       오늘은 일단 조별 리그까지 하고, 다음에 또 이어서 할 것 같은데.

       

       

       –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이스칼이 커다란 방패를 들고 결투장에 모습을 드러낸다. 네모난 모양의 거대한 문짝과도 비슷하게 생긴 방패다. 

       방어력 하나는 확실한데, 아무리 봐도 공격력이 부족할 것 같단 말이지.

       

       이스칼의 상대는 날카로운 쌍곡도를 무기로 쓰는 녀석. 복장도 천 갑옷 위주에다 몸이 가벼워 보이는 것이, 누가 봐도 민첩성이 높아 보인다.

       

       

       “씁… 이거 괜찮나?”

       

       

       이스칼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 계속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방어력이야 저번 보스전에서 확인했으니 문제는 없다. 문제는 과연 이스칼이 상대한테 유효타를 먹일 수 있을지…

       

       

       – “흡!”

       

       

       버프를 줘야되나 고민하는 사이 경기가 시작한다. 역시나 빠르게 달려들며 선공을 가져오는 상대.

       쌍곡도가 교차하며 이스칼을 노린다.

       

       화면에 프레임이나 잡혔을까 싶을 정도로 빠르게 휘둘러진 곡도가 이스칼을 덮쳤다.

       

       카앙-!

       

       다행히 기민하게 반응한 이스칼의 방패가 두 자루의 곡도를 모두 막아냈다. 이스칼의 체력은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그에 반해 상대는…

       

       

       “네 체력이 왜 줄어?”

       

       

       오히려 공격한 상대의 체력이 깎였다.

       도대체 이게 무슨 상황이지 싶어서 한참 생각하다가 무릎을 탁쳤다.

       

       

       “버그네.”

       

       

       어쩐지 한동안 잠잠하다 싶었지. 

       망겜 수준 어디 안 가는구나?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과 추천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ㄴㅇ0ㅇㄱ!! 아닛 이게 무슨 일입니까!!

    – ‘신선우’님!! 1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주말 연재는 개같이 실패…!! 너무나 슬픕니다… 팔라딘의 등짝은 너무 아프게 맞은 듯 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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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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