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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13

       

       

       

       

       

       113화. 순위전 ( 6 )

       

       

       

       

       

       한스의 동공이 거칠게 떨렸다. 바위 거인의 거대한 덩치와 체구를 보라. 열 명의 전사들이 한 마음으로 싸워야 비등할 텐데, 저걸 혼자 싸우라고?

       

       

       ‘신이시여!! 어찌 저에게 이런 시련을!!’

       

       

       그를 제외한 아홉 명의 전사들은 저들끼리 눈을 마주치다가, 이내 한스의 어깨를 툭툭 치며 결투장의 바깥으로 향했다.

       

       툭툭-

       

       “이야, 고생 좀 하겠네. 열심히 해봐!”

       

       프리가.

       

       “한스 님. 어려운 상대겠지만… 할 수 있을 거예요!”

       

       케니스.

       

       “음… 그, 힘내시기 바랍니다.”

       

       이스칼까지.

       

       어느새 드넓은 결투장에 바위의 골렘과 단둘이 마주하게 된 한스.

       

       바위의 거인은 한스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지.금.부.터》

       

       쿠그그그-

       

       기둥같은 팔이 천천히 움직이면서 주변에 바람을 만들어냈다. 자그마한 움직임 하나하나가 주변을 파괴하는 자연재해와도 다름없었다.

       

       

       《그.대.의》

       

       쿠웅ㅡ!!

       

       거인이 팔을 내려찍자, 굉음과 함께 주변의 땅이 미약하게 흔들렸다.

       

       화르르륵ㅡ!!

       

       바위 거인의 몸 전체에 거대한 불꽃이 일어났다.

       

       

       《시.련.을.시.작.한.다》

       

       

       넘실거리는 불꽃은 거인의 몸을 태우고 또 태우며 바위를 녹였고, 단단한 바위는 뜨거운 열기에 녹아내리며 끈적한 마그마가 되었다.

       

       

       “세, 세상에…”

       

       

       얼굴을 덮쳐오는 강렬한 열기에 한스는 주춤주춤 물러났다. 공기가 지글지글 끓어올라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른다.

       

       

       ‘이걸 저 혼자서 어떻게 상대합니까!!’

       

       

       한스는 속으로 신을 향한 비명을 질렀다. 그 비명이 신에게 닿았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지만.

       

       

       “큿…”

       

       촤아아아ㅡ

       

       불현듯 롱소드에 새겨진 용기의 룬에서 빛이 흘러나왔다. 오른손에서 두근거리는 감각이 느껴졌고, 강렬한 파동이 혈관을 따라 온몸을 질주했다.

       

       용기의 룬이 한스에게 속삭이는 듯했다.

       두려워하지 말라, 할 수 있다.

       

       두근 두근-

       

       규칙적인 두근거림이 몸을 타고 흐를 때마다 마음이 가라앉는다.

       차분하고 고요하게.

       

       뜨거운 열기는 더 이상 한스를 괴롭히지 못했다. 힘들지만 견딜만하다.

       

       온몸을 내달리는 피를 따라서 룬의 힘이 스며든다.

       한스는 눈을 부릅뜨고 바위의 거인, 이제는 용암 거인이라 불러야 할 존재를 바라봤다.

       

       

       “후ㅡ”

       

       

       깊은숨을 내뱉으며 정신을 가다듬는다.

       

       신께서 주신 시련은 피할 수 없는 것.

       그렇다면 정면으로 부딫힐 것이다.

       

       한 자루의 검처럼 예리하게.

       고요한 호수처럼 차분하게.

       점차 감각이 곤두서고 날카로워진다.

       

       관중들의 환호성이 멀어져간다.

       시끄러운 소음은 작아지고, 눈에 보이는 세상이 좁아진다.

       

       어느덧 한스의 세상에는 용암 거인과 자신.

       둘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한스 님!! 힘내세요!!”

       

       

       극한의 집중을 뚫고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 저도 모르게 작은 미소가 지어진다. 저 아이가 뒤에 있다면, 무엇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쿠그그그ㅡ

       

       용암 거인이 거대한 팔을 크게 뒤로 젖혔다. 뚜렷한 공격의 징조.

       

       기둥처럼 굵은 팔을 한껏 뒤로 젖혔다가ㅡ

       

       쿠콰앙ㅡ!!

       

       별이 떨어졌다고 착각할 정도의 굉음이 대지를 흔든다. 거인이 휘두른 팔은 결투장을 부수며 깊숙이 파고들었다.

       

       파괴의 화신, 그 자체인 모습에 모두가 침묵했다.

       

       한스는? 도전자는 어디 있는가?

       자욱하게 먼지가 일며 시야를 방해했다.

       

       

       “저, 저기!!”

       

       

       누군가의 외침에 일제히 고개가 돌아간다.

       

       타탓-

       

       한스는 먼지를 뚫고 크게 뛰어올랐다.

       짧은 사이, 한스도 나름의 전략을 세웠다.

       

       거인의 이글거리는 몸과 굵은 다리, 무쇠 같은 팔에다가 아무리 칼질을 해도 유효타를 먹이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치익-

       

       땅에 박힌 거인의 팔을 밟고 올라타자, 불꽃이 일렁이며 발에서부터 살이 익어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으윽!”

       

       ‘머리를 노린다!’

       

       

       작열하는 고통, 신경을 불태우는 감각이 느껴졌지만 그렇기에 더욱 빠르게 달린다.

       

       치이이익-

       

       울퉁불퉁한 거인의 팔을 밟고 달릴 때마다 고기 익는 소리가 났다. 일렁이는 불꽃이 다리를 타고 올라오는 것이 느껴진다.

       

       혀를 낼름거리는 불꽃을 뚫고, 거인의 팔을 거슬러 올라가는 한스의 모습은 참으로 영웅의 모습이라. 관중들은 저도 모르게 두 손 모아 한스를 응원했다.

       

       

       “크아아앗!”

       

       

       고통은 기합으로 이겨낸다. 한스의 두 눈은 오직 거인의 머리! 그것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것이 패착이었다.

       

       

       “무모하군.”

       

       

       결투장 바깥에서 팔짱 끼고 바라보던 라이언하트가 중얼거렸다. 청년의 기세와 배짱은 매우 훌륭하지만 판단이 아쉽다.

       

       만약 라이언하트 자신이었다면 거인 시야의 사각지대로 이동하며 빈틈을 만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다리부터 노려서 기동성을 제거하고 차근차근 상대했으리라.

       

       타탓ㅡ!

       

       거인의 팔에 박힌 바위들을 밟아가며 높이 솟구친 한스. 어느덧 거인의 머리가 코 앞이었다.

       

       

       “흐아아압!!”

       

       

       있는 힘껏 뛰어오른다.

       

       높이 더 높이!

       거인의 머리를 향해!

       

       그리고.

       

       콰아앙-!

       

       “크억ㅡ?!”

       

       

       용암 거인의 반대쪽 팔이 매섭게 날아들며 한스를 후려쳤다. 흡사 날아다니는 벌레를 후려치는 듯한 동작.

       

       한스는 쏜살같이 날아가서 반대쪽 결투장의 벽에 처박혔다. 

       

       

       “끄으… 우욱.”

       

       

       거인은 벽 깊숙이 처박힌 한스를 향해 쿵쿵 걸어왔다. 살아있기는 한지 한스가 작은 신음을 흘렸다.

       

       안간힘을 쓰며 일어나려 했지만, 팔과 다리는 박살 나서 달랑거리고 입에서는 피가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젠…장…”

       

       

       한스의 고개가 푹 꺾였다.

       간신히 가슴이 들썩이는 것을 보아 살아있기는 한 모양.

       

       그걸 본 거인이 선언했다.

       

       

       《이.자.의.시.련.은.끝.이.다》

       

       

       한스는 시련을 이겨내지 못했노라고.

       

       거대한 적을 마주하고 물러서지 않는 용기와 기상은 훌륭했지만, 들끓는 피를 주체하지 못하여 무모한 결정을 내렸고 아쉬운 판단으로 일을 그르쳤노라고.

       

       허나, 그럼에도.

       

       한없이 강대한 적 앞에 당당히 맞선다는 것부터 이미 하나의 시련. 

       

       산처럼 거대한 거인과 싸운 저 청년을 보아라!

       비록 패배했지만 그의 기상과 용기!

       어찌 훌륭하지 아니한가.

       

       관중들은 한스를 향해 찬사와 환호를 보냈다.

       

       샤아아아-

       

       하늘에서 내려온 한 줌의 별무리가 쓰러진 한스의 몸을 감쌌다. 따뜻한 온기를 간직한 별무리는 정신을 잃은 한스의 몸을 조심스럽게 어루만졌다. 

       

       화아아악ㅡ

       

       별무리가 어루만진 한스의 몸은 상처가 아물고 뼈가 붙으면서 빠르게 아물어갔다.

       

       그걸 본 관중들은 더욱 크게 환호성을 질렀다.

       

       여섯 번째 신께서도 청년의 기세가 마음에 드셨음이니!

       찬양하라, 청년의 용기를!

       찬미하라, 여섯 번째 신의 전능함을!

       

       제 할 일을 마친 거인은 나머지 아홉 명의 전사를 바라봤다.

       

       

       《시.련.을.준.비.하.라》

       

       

       아직 시련은 끝나지 않았으니.

       

       전사들은 시련을 준비하라.

       

       

       

       

       

            * * * * *

       

       

       

       

       

       “휴…”

       

       

       용암 거인에게 쳐맞고 빈사 상태가 된 한스에게 ‘미약한 치유’를 걸어준 다음 식은땀을 닦았다. 한스가 갑자기 온갖 버프 다 두르고서 달려들 때는 진짜 한스가 이기는 줄 알았다.

       

       그런데 설마 거기서 점프 공격을 할 줄이야.

       

       

       “점프 공격은 패배의 상징이다, 한스야…”

       

       

       동작이 큰 점프 공격을 함부로 시도하면 골로가는 것이 이 바닥이다.

       

       한스의 체력이 완전히 회복된 걸 확인한 다음, 한스의 기록을 확인한다.

       

       《한스 : 시련 실패 (38.7초) ㅡ 1위》

       

       “진짜 순살 당했네.”

       

       

       물론 순살 당하라고 거인에게 버프를 주긴 했다. 그래도 설마 38초 컷이 날줄은 몰랐다. 

       

       

       ‘내가 버프를 주긴 했어도 기본적으로 시련에 나오는 애들이 좀 쌘것같은데…?’

       

       

       하위권으로 보낼 친구들한테 주로 싸우는 시련을 줘서 떨구면 될 것 같다.

       

       B등급으로 나온 ‘끔찍하게 무거운 망치’같은 경우에는… 저쪽 저 술주정뱅이한테 주면 될 것 같다. 망치랑 노인의 조합은 나름대로 근본 있는 낭만 조합이니까.

       

       다음 시련을 고르기 위해 리스트를 뒤적인다. 무수한 종류의 시련들이 보였다.

       

       그 수가 너무 많으니까 도리어 고르기 어려울 지경.

       

       적당히 괜찮은 이름의 시련을 하나 고르고, 대상으로는… 사자 가죽 뒤집어쓴 놈을 고른다. 저 캐릭터도 이름이 있는 한데 너무 길다.

       

       마침 몽둥이를 무기로 쓰고 있으니 앞으로 저놈의 별명은 헤라클레스의 짝퉁, ‘짭라클레스’다.

       

       근육이 아주 우락부락한 남정네다.

       

       그러고 보니 어떻게 된 게 10명 중에서 여캐라고는 케니스랑 프리가 밖에 없는지. 이런 게임에서는 예쁜 미소녀 캐릭터가 많아야 장사가 잘되는데 말이다.

       

       

       《뱀의 시련, 도전자는… 》

       

       

       – 《샤아아아아아ㅡ!!》

       

       

       굳건하게 서 있던 용암 골렘이 와르르 무너지더니, 그 안에서 커다란 뱀이 튀어나왔다. 크기가 제법 크지만, 용암 거인보다는 조금 작았다.

       

       그래도 성인 남성은 한 입 간식으로 먹을 수 있는 수준의 크기. 뱀 앞에 선 짭라클레스가 아주 초라해 보인다.

       

       

       ‘뱀한테 버프는 안 줘도 되겠지?’

       

       

       한스의 경우에는 무조건 빨리 탈락시켜서 10등을 만들어야 했는데, 나머지 하위권 친구들은 그냥 적당히 하다가 떨어져도 된다.

       

       설마 38초보다 빨리 떨어지지는 않겠지.

       

       

       – 《샤아아아!!》

       

       

       본격적으로 시련이 시작됐다.

       

       뱀이 똬리를 틀고 짭라클레스를 노려본다. 날름거리는 혀에서 스슥ㅡ하는 소리가 나고, 몸을 천천히 움직이며 짭라클레스의 틈을 노리다가.

       

       주둥이를 벌리고 번개처럼 달려들었다!

       

       프레임에 잡히기나 했을까 의문인 쾌속의 공격!

       

       놀랍게도 짭라클레스는…

       

       

       – “사람 살려!!”

       

       “아니 씨, 야!”

       

       

       시작한 지 10초도 안 지났다고!

       

       벌써 죽으려고 하면 안 되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과 추천을 달아주신다면, 작가가 매우 기뻐합니다!!

    – ‘신선우’님!! 30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허억…!! 너무나 거대하고 우람한 코인…!! 생일 축하드립니다!!! 감기는 어서 쾌차하시길 기도 드립니다…!!

    근데 말이죠? 저도 진짜 오늘 연참하려고 이 악물고 두 편째를 써봤는데용… 작가의 글 주머니가 삐쩍 말라서 더 안나와용 데헿☆ 저 진짜 노력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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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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