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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23

       

       

       

       

       

       123화. 지옥의 끝에서 ( 3 )

       

       

       

       

       

       빠밤ㅡ!

       

       《’서리가 낀 알’ 획득!》

       

       

       인벤토리 한 켠에 위치한 파란색 알. 그 이름처럼 군데군데 서리가 껴있는 모습이었다. 

       

       

       ‘이제 이걸 뭐 어떻게 하면 되는 거지?’

       

       

       다른 게임에서는 알을 부화시키려면 별도의 부화기를 구매해야했다. 설마 이 게임에서도 부화기를 돈 주고 사야 하나?

       

       

       삥뽕ㅡ!

       

       《’서리가 낀 알’을 햇빛이 잘 드는 곳으로 옮겨주세요! 알은 꾸준한 관심과 애정으로 자라납니다!》

       

       ‘아무 데나 두면 되는구나.’

       

       

       알을 드래그해서 적당한 풀밭으로 옮겼다. 애초에 신전과 전이문, 대장간 그 외 건물과 광산으로 향하는 땅굴을 제외하면 아무것도 없는 초원이라 다 똑같은 곳이다.

       

       툭.

       

       초원에 덩그러니 위치한 알. 갑자기 생겨난 알에 드워프들이 모여들면서 관심을 가졌다.

       

       

       – 《이rㅔ 무=ㅓ지¿¡》

       

       – 《으₩음..》

       

       

       저들끼리 모여서 이리저리 둘러보고 고개도 갸웃거린다. 망치로 두들기려는 ‘일꾼 3호’와 그걸 말리는 ‘일꾼 1호’, 술에 취했는지 알을 붙잡고 하소연하는 녀석까지. 아주 가지각색이다.

       

       드워프가 작은 건지 알이 큰 건지.

       알을 둘러싼 드워프 3마리를 위로 쌓아야 겨우 높이가 맞을 듯싶은 알의 크기. 뭐가 나올지 벌써부터 설렌다.

       

       

       “언제 부화하는 거지?”

       

       

       알을 터치하자 모래시계가 뾰롱하고 나타난다. 모래시계의 위에 있는 모래가 천천히 아래로 떨어지고 있다.

       

       아마 부화까지 남은 시간을 보여주는 모양.

       

       모래알이 느릿느릿하게 떨어지는 꼬락서니를 보니 제법 시간이 걸릴 것 같다.

       

       

       “꺼야겠다.”

       

       

       더 할 것도 없으니 이만 게임을 껐다. 휴일을 맞이해서 밀린 집안일을 처리하고, 빨래도 돌리면서 바쁘게 집 안을 돌아다녔다.

       

       오싹!

       

       “으씨. 뭐야 진짜.”

       

       

       또 등골이 시려오면서 누군가 보는 듯한 시선이 느껴진다. 이게 한두 번이 아니다. 벌써 며칠째 지속되는 현상.

       

       혹시나 구멍이나 도청 장치, 카메라 같은 게 있을까 샅샅이 뒤져봤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괜히 입맛이 쓰다.

       한평생 귀신이나 종교, 외계인 같은 초자연적인 존재는 믿지 않았는데, 무당이나 절이라도 가야 할 노릇이다.

       

       

       “진짜 귀신이 있나…”

       

       

       나중에 퇴근하면서 부적이라도 한 장 받아 와야겠다.

       

       

       

       

       

              * * * * *

       

       

       

       

       

       저벅 저벅.

       

       태양은 산등성이 너머로 얼굴을 숨기며 붉은 노을을 펼치고, 저 멀리서 달과 별이 손 잡고 우르르 몰려오는 시간.

       

       어둑한 땅거미가 거리를 뒤덮으면, 성도의 시민들은 하나둘 집으로 돌아간다. 그날에 있었던 좋은 일과 슬픈 일을 가족과 나누며, 오늘 하루도 무사했음에 기도를 올리는 것이다.

       

       저벅 저벅.

       

       집집마다 창문 너머로 불빛이 새어 나와 거리를 비춘다.

       

       라이언하트는 주홍빛 노을과 함께 성도로 돌아왔다. 

       

       끼익ㅡ

       

       “애덤, 거기 있나?”

       

       싸늘하게 식은 대장간의 공기가 그를 반겼다. 어쩐 일로 그의 오랜 지기, 애덤이 대장간을 비운 모양.

       

       

       “…별 일이 다 있군.”

       

       

       약간 무안한 마음에 괜히 중얼거리는 라이언하트.

       

       차라리 잘 됐다. 애덤이 오기 전에 깨끗하게 몸을 씻으며, 내일 있을 시련에 대비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탁.

       

       “음.”

       

       

       벽 한 켠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그의 애장이 눈이 들어왔다. 

       오랜 시간을 함께하며 전장을 누빈 전우.

       

       오랜만에 공동묘지를 다녀와서일까? 알 수 없는 감정이 차오른 라이언하트는 조심스럽게 그의 애장을 붙잡았다.

       

       묵직하고, 고요하다.

       

       수많은 피를 머금었고 그보다 더 많은 악을 처단했다. 라이언하트의 눈이 깊게 가라앉는다. 본래 이것은 그의 무기가 아니었다.

       

       살아생전 스승님이 쓰시던 애장을 그가 이어받았다.

       

       그가 유품을 쓰고 있다는 뜻이리라.

       

       

       ‘오랜만에 날이나 갈아야겠군.’

       

       

       지나온 세월만큼 애장의 날도 제법 무뎌졌다. 방랑하는 동안 무기의 관리를 소홀히 한 까닭도 크다.

       

       사악 삭ㅡ

       

       대장간인 만큼 숫돌은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숫돌이 날을 세우고, 시간이 느리게 흘러간다. 노을 무렵에 시작된 무기 손질은 저녁 무렵이 돼서야 끝났다.

       

       

       ‘오늘은 목욕재계하고, 경건한 마음가짐으로 내일을 준비해야겠군.’

       

       탁.

       

       날카롭게 날이 선 애장을 벽에 세우고, 라이언하트는 목욕을 위해 대장간 내부의 숙소로 향했다.

       

       멈칫

       

       “음? 이, 이 냄새는…”

       

       킁킁

       

       문득 발걸음이 멈춘 라이언하트가 코를 킁킁거렸다. 저기 안쪽, 굳게 닫힌 창고 안에서 익숙한 향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톡톡 튀는 탄산의 냄새와 톡 쏘는 청량감의 향기. 특유의 달콤한 꿀 냄새까지.

       얼마 전 애덤과 죽어라 마셨던 맥주의 향기다.

       

       꿀꺽-

       

       저도 모르게 침이 넘어간다. 생전 처음 먹어봤던 애덤의 맥주 맛이 저절로 떠오르며 그를 유혹했다.

       

       목구멍을 톡톡 두들기는 기포와 무슨 수를 썼는지 끝내주게 시원한 맥주. 한 입 가득 머금으면 꿀의 달콤함이 춤추고 시원한 청량감이 입을 헤엄친다.

       

       살아생전 그렇게 맛있는 맥주는 처음이었다.

       

       짝ㅡ!

       

       홀린 듯 창고로 향하던 라이언하트는 뺨을 강하게 후려치며 정신을 깨웠다.

       

       

       “후우ㅡ 안 되지 안돼. 수레에 실려 들어가는 건 한 번이면 충분해.”

       

       

       가까스로 스스로를 통제한 라이언하트. 손이 덜덜 떨리고, 발은 끊임없이 창고로 향하려 하지만, 팔라딘에 걸맞는 자제심으로 이겨냈다.

       

       오늘 밤은 경건하게 보내리라.

       

       굳센 다짐과 함께 목욕탕에서 온몸을 꼼꼼하게 씻은 라이언하트. 그는 곧 절망적인 광경을 목도한다.

       

       

       “끄응ㅡ 아, 레온! 나 좀 도와주게. 이게 워낙 무거워야 말이지.”

       

       “…”

       

       

       한동안 보이지 않던 애덤이 커다란 맥주 오크통을 나르며 그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 애덤이 오크통을 들고 한 걸음 걸을 때마다 안에서는 찰랑이는 맥주의 소리가 들려왔다.

       

       라이언하트에게는 그 소리가 마치 자신을 유혹하는 악마의 속삭임 같았다.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자, 자네. 안 보이더니 어디 있었나?”

       

       “어디를 가긴. 창고에서 맥주 좀 정리하고 있었지. 결투장에 온 사람들이 마시는 맥주 중에서 내가 담근 맥주도 있거든.”

       

       

       성도 제일의 대장장이를 넘어서 양조쟁이까지 넘보는 애덤의 양조술. 쿵ㅡ하고 오크통을 내려놓은 애덤이 어깨를 으쓱였다.

       

       

       “이게 참 좋은 기회 아니겠는가? 이건 스승님들의 비법으로 만든 맥주를 널리 알릴 기회란 말이지.”

       

       “그, 그그래. 그 말이 맞지.”

       

       

       라이언하트의 눈이 거칠게 떨렸다. 방금 막 목욕했음에도 손에는 땀이 한가득하다.

       

       오크통을 드는 것 정도는 문제없다. 문제없을 것이다.

       

       요망한 맥주가 제 몸을 간드러지게 흔들며 유혹해도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이 두 통만 저기 문 쪽으로 좀 옮겨주게. 나머지는 내가 다 정리했거든.”

       

       “…”

       

       “레온?”

       

       “후우ㅡ 알겠네. 난 준비가 됐어.”

       

       “으잉? 뭐, 그래.”

       

       

       단호하고 진지한 라이언하트의 눈. 애덤은 이 친구가 왜 이러나 싶다가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보나 마나 시덥지 않은 이유이리라.

       

       

       “흣…!”

       

       

       오크통 두 개를 번쩍 들어 어깨 위로 들어 올린다. 실로 경악스러운 괴력. 애덤이 작게 박수를 치며 감탄했다.

       

       

       “키야. 대단하구만. 나도 어디 가서 힘으로는 꿀리지 않는데, 자네한테는 못 당하겠어.”

       

       “끄흐읍…!! 됐고! 어디에 두면 되나…!!”

       

       빠득ㅡ

       

       라이언하트의 얼굴이 시뻘겋게 변하면서 이빨 갈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애덤은 그렇게나 무거운가 하고 생각하며, 서둘러 라이언하트를 안내했다.

       

       

       “여기! 이쪽으로 오게!”

       

       “흡!”

       

       찰랑 찰랑

       

       한 걸음 옮길 때마다 오크통에 부딪히는 맥주의 소리가 귀를 간지럽힌다. 그것은 유혹이고 시련이었다. 남성의 정기를 빼먹는 악마도 이렇게 달콤한 소리를 흘리지는 못 하리라.

       

       라이언하트는 속으로 미친 듯이 경전을 읊으며 정신을 가다듬었다.

       

       내일이 자신의 시련인데 술은 절대로 안 된다! 만약 내일도 수레에 실려서 도착한다면, 토니가 자신의 배에 구멍을 내리라.

       

       쿵ㅡ!

       

       “후ㅡ 후우ㅡ 이걸로 됐나…?”

       

       “음! 고맙네!”

       

       

       가까스로 맥주의 유혹을 떨쳐낸 라이언하트. 온몸이 땀 범벅이지만, 매우 뿌듯했다. 그는 저 사악한 맥주의 유혹에서 이겨낸 것이다! 이는 인간 승리라고 봐도 무방하리라.

       

       뽕-

       

       스스로를 칭찬하며 뿌듯해하던 라이언하트의 귀에 불길한 소리가 울렸다.

       

       뚜껑이 열리는 소리.

       

       마치 종말의 날에 악마들이 심연을 박차고 나오는 듯한.

       라이언하트에게는 무자비하게 내려쳐지는 심판의 망치 소리처럼 들렸다.

       

       오크통의 뚜껑을 열고 한껏 맥주의 향기를 음미하는 애덤. 그 표정은 흐뭇함이 가득했다. 마치 한껏 장성한 아들을 보는 아버지의 표정이랄까.

       

       

       “쓰읍ㅡ 하아. 이 향기, 내가 담갔지만 정말 끝내주는군! 자네 한 모금 할 텐가?”

       

       “그, 그그그… 끄흐읍…!!”

       

       

       저도 모르게 앞으로 나가는 손. 손가락의 끝이 거칠게 떨린다.

       

       요망하게 몸을 흔들며 빛을 반짝이는 저 꿀물빛의 액체를 보라! 앙증맞은 기포들이 톡톡 터져 오르며 만드는 저 작은 교향곡을 보라!

       

       오오, 그것은 유혹일지니.

       

       허나 라이언하트는 이마저도 이겨냈다.

       

       

       “나, 나는…!! 됐네!! 내, 후우ㅡ 내일이 시려,련 이라서 말이야…!!”

       

       “아… 그렇군. 맞아 잊고 있었어. 내일이 자네 차례였지?”

       

       

       애덤의 표정에는 어떠한 악의도 없었다. 정말 순수하게 한 모금 마시라고 권유했던 것.

       

       살짝 아쉽다는 표정을 짓더니, 애덤은 저 혼자 맥주를 한 컵 크게 퍼서 마시기 시작했다.

       

       꿀꺽… 꿀꺽…

       

       “…자, 자네…”

       

       

       애덤의 목덜미가 꿀꺽거리며 움직인다. 컵에 맺힌 물방울이 또르륵 떨어지고, 라이언하트의 눈이 사정없이 흔들린다.

       

       한계다.

       

       

       “크으ㅡ!! 이거야, 이거거든! 이게 스승님들의 비법으로 만든 맥주 아니겠나! 정말이지 둘이 먹다 하나 죽어도 모를 맛이야!”

       

       “나, 나도…!!”

       

       

       라이언하트가 눈을 꾹 감으며 외쳤다. 

       

       딱 한 잔. 

       

       진짜 딱 한 잔만 마시고 멈출 것이다. 그래, 딱 한 잔 정도만 먹는 건 괜찮을 거다. 겨우 한 잔인데 무슨 일 있겠는가?

       

       

       “나도 한 잔 주게….!”

       

       “자네 괜찮겠어? 내일 시련이…”

       

       “걱정말고! 딱 한 잔만 마실꺼니까! 어서, 어서 주게!”

       

       “어이쿠, 이 사람 참. 알겠네 알겠어. 성질도 급하구만.”

       

       

       애덤이 미덥지 않은 표정으로 라이언하트에게 맥주를 한 컵 따라줬다. 컵을 따라 맥주가 부어지는 그 황홀한 울림이란!

       

       조심스럽게 맥주를 마셨다.

       

       한 모금.

       다시 한 모금.

       

       끝내줬다. 

       

       순식간에 컵을 비운 라이언하트는 맥주를 다시 가득 채웠다.

       

       

       한 컵만 더… 진짜 한 컵만 더… 정말 이번이 마지막으로…

       

       텅 빈 오크통은 점차 쌓여가고, 밤은 더욱 깊어졌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꺼윽ㅡ”

       

       

       라이언하트는 얼굴이 시뻘게진 모습으로 결투장이 나타났다.

       온몸에서 술 냄새를 풀풀 풍기고, 비틀거리는 꼬락서니로.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봐주셔서 항상 감사합니다!!

    추천과 댓글은 작가에게 아주아주 큰 힘이 됩니다!!

    – ‘신선우’님!! 1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으, 음습하군요!! 갈!!! 그런 망측한 상상이라니…!! 머, 멈춰어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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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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