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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1

       

       

       

       

       

       131화. 마지막 시련 ( 4 )

       

       

       

       

       

       파츳.

       

       손을 타고 흐르던 별빛이 깜빡이더니 사라졌다. 케니스는 손에 별빛을 두르고 즐겁게 웃는 그녀의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은은하게, 끊임없이 흐르며 반짝이는 별빛.

       

       마치 케니스가 모르는 진실이 있음을 암시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녀를 둘러싼, 그리고 그녀가 모르는 무언가 존재한다.

       

       왜 케니스와 그녀의 어머니가 별빛을 다룰 수 있는지. 별빛의 힘과 위험성이 무엇인지.

       …왜 데모닉이 어머니에 대해서 말해주지 않았는지.

       

       

       ‘온통 수수께끼뿐이네.’

       

       

       차근차근 알아보면 결국에는 진실에 닿을 수 있을 것이다.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면서 결연한 표정을 짓는 케니스. 문득 데모닉이 말한 ‘리아의 어머니’에 대해 떠올랐다.

       

       

       ‘내 어머니도 별빛을 다루고, 어머니의 어머니… 그러니까 외할머님도 별빛을 다룬 건가?’

       

       

       그렇다면 ‘별빛’은 특정한 조건을 만족한 이만 다룰 수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케니스 본인은 별로써 축복을 받은 뒤에 별빛이 깃들었고, 리아와 외할머님은 핏줄로 이어진 관계.

       

       그리고 케니스는 리아의 딸.

       

       

       ‘…혈통? 아냐. 그렇다고 하기에는 나한테 별빛 같은 건 없었어.’

       

       

       각성하는 종류의 힘인가? 아니면 계승? 무수한 경우의 수가 머릿속에서 가지를 치며 뻗어나간다.

       

       푸쉭ㅡ

       

       살짝 과부화된 머리에서 김이 빠지는 듯한 모습이 된 케니스.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부족한 정보에 추측할 수 있는 것은 너무 많다.

       

       

       ‘좀 더 알아봐야겠네.’

       

       

       멍하니 몸을 뒤로 누인 채 생각에 빠진다.

       

       별빛, 시련, 어머니와 데모닉…

       

       과연 자신은 이 시련을 통해 무엇을 얻고, 어떻게 성장할 것인가.

       

       

       ‘…어떻게든 되겠지.’

       

       

       편하게 마음먹자 한결 머리가 편안해진 케니스는 몸을 벌떡 일으켰다.

       가만히 있어봤자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 우선 데모닉과 리아에게 자신이 딸이라는 사실을 밝히고,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볼 참이었다.

       

       뚜벅 뚜벅.

       

       다부진 발걸음. 나무판자로 만든 단단한 바닥을 밟으면서 데모닉과 리아를 향해 나아갔고ㅡ

       

       쑤욱.

       

       “어?”

       

       

       케니스는 발밑이 허전하다고 생각하는 동시에, 깊은 무저갱으로 떨어졌다. 바닥에 갑작스럽게 생겨난 구멍은 케니스를 빨아들였다.

       

       

       “으꺄아아아ㅡ!!”

       

       

       끝없이 추락하는 무저갱 속. 케니스의 비명마저 무저갱 속으로 끌려갔고, 누구도 그녀의 추락을 깨닫지 못했다.

       

       

       “음?”

       

       “리아, 왜 그래?”

       

       “아니. 방금 저기… 누가 비명을 지르지 않았어?”

       

       “비명? 난 못 들었는데. 잘못 들은거 아니야?”

       

       “그런가…”

       

       

       리아만이 케니스가 있던 곳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       *       *

       

       

       

       쿵-!

       

       허공에서 떨어진 케니스는 얼얼한 엉덩이를 부여잡으며 신음했다.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아, 아윽… 아파라.”

       

       

       얼마나 떨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체감상 상당한 높이를 떨어졌다는 것은 확실했다. 그렇게 오랫동안 낙하했음에도 엉덩방아 정도로 끝나다니, 범상치 않은 일이다.

       

       아마 신께서 그녀를 이곳으로 인도하신 것 같았다. 만약 악마의 수작이라면, 성검의 매운맛을 보여주면 그만이다.

       

       벌떡.

       

       쩌릿한 엉덩이를 문지르다가 몸을 일으켜 주변을 살폈다. 이곳이 어디인지 파악하는 게 먼저다.

       

       

       “만신전이잖아?”

       

       

       하얀색으로 가득한 실내와 특유의 고풍스러운 장식, 벽 한쪽에 걸린 성인들의 초상화. 만신전이 틀림없었다.

       설마 현실로 돌아온 것일까?

       

       

       ‘아냐. 아직 과거야.’

       

       

       케니스는 확신했다. 근거도 나름 확실했다.

       

       

       ‘만신전에서 성인들의 초상화를 대대적으로 보수한 적이 있다고 했어. 내가 봐온 초상화들은 전부 새 것에 가까운 것들이었는데, 이건…’

       

       

       군데군데 헤지고 낡았다. 세월의 흔적이 물씬 묻어 나오는 초상화들. 

       만신전에서 아직 초상화를 보수하기 전이라는 뜻이었다. 그렇다면 자신은 아직 과거에 있다는 것이 확실했다.

       

       꿀꺽.

       

       케니스의 눈동자가 서서히 초상화를 향했다. 그간 초상화의 원본을 한 번도 보지 못한 것이 얼마나 아쉬웠는가?

       이번이 아니면 언제 초상화의 원본을 볼 수 있을지 모른다.

       

       

       ‘아, 아주 잠깐만 보는 건 괜찮겠지?’

       

       

       케니스는 초상화의 원본에 그만 홀려버리고 말았다. 

       

       

       ‘와, 와- 우서리우스 경 초상화 원본은 이렇게 생겼구나. 저 눈빛이랑 색감 좀 봐! 세상에 세상에, 저건 스위츠 바넬로피 수녀님이잖아? 보수된 초상화랑 너무 다르게 생기셨는데? 맙소사, 이건 케넬름 성녀님 초상화 원본? 여섯 신 맙소사! 이걸 내 눈으로 보는 날이 올 줄이야!’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복도를 오가며 초상화를 얼마나 봤을까.

       

       타다다닥-!

       

       복도 모퉁이에서 사람들의 발소리가 들려왔다. 무엇이 그리 급한지 무리 지어 다급하게 뛰어가는 이들.

       그 선두에 있는 얼굴은 케니스가 아는 이였다.

       

       

       ‘안토니오 대사제 님?’

       

       

       그녀의 기억 속 안토니오보다 조금 더 젊고 생기 넘치는 모습이다. 다만 그의 머리가 하얗게 센 것을 보니 그리 오래된 과거는 아니었다.

       

       

       “어서 서둘러라! 더 빨리!”

       

       “예!”

       

       “산파는 어찌 되었는가! 오고 있겠지? 뜨거운 물과 깨끗한 천도 준비하고!”

       

       “산파는 지금 막 출발했다고 합니다! 물과 천은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끙… 다섯 신 맙소사! 성기사들을 시켜서 당장 산파를 데려오라고 하게! 시간이 없네! 산통이 시작된 지가 언제인데 아직도 이 모양인가!”

       

       “죄, 죄송합니다!”

       

       “빨리 움직이게! 어서! 나는 먼저 가 있겠네!”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안토니오가 소리치며 사람들을 지휘했다. 화가 나서 그런 것이 아니다. 안토니오도 당황하여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연신 손수건으로 땀을 닦는 안토니오를 보면, 그도 매우 긴장했다는 것이 보였다.

       

       

       ‘산파? 산통? 누가 태어나고 있나?’

       

       

       누가 태어나길래 대사제인 안토니오까지 직접 나서서 사람들을 진두지휘한단 말인가? 이 소란이 시련과 연관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케니스는 조심스럽게 안토니오의 뒤를 따라갔다.

       

       아아악ㅡ! 꺄아아아악ㅡ!

       

       어디선가 여인의 고통스러운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안토니오를 따라갈수록 비명이 커진다.

       케니스의 표정도 점차 굳어갔다. 도대체 안토니오는 어디로 향하는 걸까.

       

       

       “아아악!! 끄흐으윽!! 아으으윽!!”

       

       

       여인의 비명이 들려오는 문 앞에 도착한 안토니오는 연신 땀을 닦더니, 호흡을 한 번 고르고 결연한 표정으로 문을 두들겼다.

       

       쿵 쿵.

       

       “나 안토니오일세. 들어가도 괜찮은가?”

       

       “끄흐윽ㅡ!! 끄, 흐으읍! 흐으ㅡ…”

       

       “대사제님! 어서, 어서 들어오시죠!”

       

       

       다급하게 문이 열리며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실내의 풍경이 보였다. 

       침대에 누워있는 리아, 문을 열어주는 데모닉. 방 안을 뛰어다니는 사람들.

       

       그리고ㅡ

       

       잔뜩 부풀어 오른 리아의 배. 그것은 임산부의 배였다.

       

       즉…

       

       

       ‘내, 내가 태어난 시간이라고?’

       

       

       케니스가 태어나는 순간이었다.

       

       

       

       

       

              *       *       *       *       *

       

       

       

       

       

       탁ㅡ! 탁ㅡ!

       

       화면이 까맣게 변해버린 핸드폰을 손바닥으로 내려친다. 옛날부터 기계는 때려서 고친다고 했는데, 너무 최신 문물이라 통하지 않는다.

       

       기술의 발전이 낳은 참사다.

       

       

       “에이 진짜.”

       

       

       어젯밤부터 먹통으로 변해버린 핸드폰. 다행히 게임은 정상적으로 잘 작동했다. 콜로세움 UI만 켜면 화면이 까맣게 변했을 뿐.

       

       버그가 터진 건지 어플의 오류인건지 알 방법도 없으니 속이 답답했다.

       꼴에 게임이라고 공식 카페가 있기는 한데, 내가 옛날에 올린 질문글이 가장 최신글로 나올 정도로 방치되고 있는 곳이다.

       

       카페에 글을 올려도 해결되지 않을 것 같다.

       

       

       ‘게임이 망하려고 이러나. 진짜 왜 이러냐.’

       

       

       어둑한 길을 따라 터덜터덜 퇴근한다. 케니스의 시련이 어떻게 돼가고 있는지 확인도 해야 하고, 만약 끝났다면 어떻게 끝났는지도 확인해야 하는데.

       

       게임이 이래서야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에이 진짜.”

       

       탁!

       

       괜히 길가의 돌을 걷어차며 화풀이한다. 어째 좀 잠잠하나 싶더니, 막판에 와서 큰 버그가 터질 줄이야.

       

       데구르르.

       

       저 멀리 굴러가는 돌을 무의식으로 바라보다가, 특이한 전단지가 눈에 들어왔다.

       

       

       “뭐야 이건… 팔선녀가 당신의 운세를 읽어드립니다. 사주팔자, 운세, 학업, 취업, 굿?”

       

       

       무당의 전단지다.

       무지개 바탕에 붉은 글씨의 궁서체까지. 왜 있는지 모를 보노보노가 ‘이건 정말 대단하다!’ 하고 말하고 있다.

       

       용한지는 모르겠는데, 일단 별로 가고 싶지는 않은 전단지였다.

       

       

       멈칫.

       

       전단지를 지나치려다가 멈췄다. 하단에 쓰인 글귀가 눈에 들어온다.

       

       

       “…상담은 무료? 무당이 상담도 해줘?”

       

       

       잠시 고민한다. 요 근래에 자주 오한이 들고, 시선이 느껴지는 일이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교회를 가야 하나 싶었는데, 공짜라면 속는 셈 치고 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전단지에 그려진 약도를 따라 길을 걸었다.

       

       마침 그리 멀지 않은 곳이다. 산책한다고 생각해도 나쁘지 않은 거리다.

       

       터벅 터벅.

       

       얼마나 걸었을까. 저 멀리 무당집이 보인다. 높게 솟은 장대에 하얀 천과 빨간 천이 펄럭인다.

       

       

       “음…”

       

       

       막상 들어가려고 하니까 뭔가 좀 꺼림칙하다. 함부로 들어가기 힘든 분위기라고 해야 할까.

       대문 앞에서 어물쩍거리며 잠시 고민했다.

       

       

       ‘괜히 들어갔다가 이상하게 돈만 뜯기는 거 아니야?’

       

       

       혼자 와서 조금 겁이 났다. 나중에 다시 오는 게 좋을 것 같다.

       그렇게 무당집은 다음에 오기로 하고, 발걸음을 돌렸는데ㅡ

       

       우당탕ㅡ!

       

       “상제님!!”

       

       “우와악!”

       

       

       무당이 대문을 박차고 뛰어나왔다. 얼마나 급하게 나왔는지 버선발로 마당을 가로지른 듯했다.

       

       

       “상제님, 상제니임!! 쇤네에게는 어쩐 일로 오셨는지요! 아이고, 상제니임!!”

       

       

       다짜고짜 길에 무릎을 꿇은 무당은 넙죽 절을 하며 상제님이라고 외치기 시작했다.

       

       

       “아, 아니! 저기, 잠깐만요! 잠깐! 일단 좀 일어나고 말씀하시죠! 좀 일어나요!”

       

       “상제니임! 쇤네가 살아생전 상제님을 뵙다니, 아이고ㅡ! 평생의 영광입니다!”

       

       

       필사적으로 말려도 무당은 꿋꿋하게 상제님이라고 외치며 절을 했다. 급기야 주변 행인들의 시선이 이쪽으로 집중되며 저들끼리 수군거린다.

       

       

       “상제님? 저게 뭔 소리야. 뭐 찍나?”

       

       “나도 몰라. 쿡쿡. 일단 웃기니까 찍자.”

       

       

       낭패다.

       

       

       “이, 일단 일어나세요! 알았으니까 일어나시라구요!”

       

       “아이고, 예 상제님! 누추하지만 안으로 모시겠습니다!!”

       

       

       그렇게 무당을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들 떡국은 드셨나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2023년에 하시는 일 모두 잘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 ‘신선우’님!! 휘황찬란한 후원!! 감사합니다!!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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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Install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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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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