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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4

       

       

       

       

       

       134화. 마지막 시련 ( 7 )

       

       

       

       

       

       데모닉은 요즘 하루하루가 행복했다.

       

       

       “꺄아아ㅡ!”

       

       “여기 보렴, 까꿍!”

       

       

       사랑하는 아내가 무사히 아이를 출산하였고, 아이도 건강하다. 리아를 쏙 빼닮은 아이의 머리카락은 붉은색이었고 눈동자는 반짝이는 벌꿀 색이었다. 

       

       맑고 총명한 눈동자가 자신을 향해 빛날 때면 온 세상의 보석을 손에 넣은 듯 행복했다. 아니, 그 어떤 부자도 이런 아름다운 보석을 본 적 없을 것이다.

       

       

       “우리 귀염둥이, 아빠 보렴. 까꿍?”

       

       “꺄아흐으으ㅡ!”

       

       “닉, 애 좀 그만 웃겨. 그러다가 밤에 잠 못 자.”

       

       

       데모닉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다가 리아에게 핀잔을 듣고서야 멈췄다. 안토니오 대사제의 배려로 푹 쉬며 몸을 회복한 리아가 천천히 다가와 아이를 품에 안았다.

       

       

       “읏차. 우리 아기, 이제 밥 먹어야지? 옳지.”

       

       

       리아가 아이의 목을 조심스럽게 받치며 젖을 물렸다. 고소하고 달짝지근한 젖의 냄새가 방 안 가득하다. 아이는 배가 고팠는지 정신없이 젖을 빨았다.

       

       데모닉은 애써 시선을 돌리며 그 모습을 모른 척했다.

       구태여 다리도 한 번 꼬았다. 

       

       젖을 먹이던 리아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당신이 먹을 건 남겨 놓을 테니까 걱정마. 그리고 그렇게 숨길 필요 있어? 이미 볼 거 다 본 사이에.”

       

       “무, 무무무 무슨! 애 앞에서 못 하는 말이 없어!”

       

       “어머. 그래? 난 좋아하는 줄 알았지. 그럼 이건 필요 없어?”

       

       “…”

       

       힐끗.

       

       데모닉의 눈동자가 돌아간다. 꼰 다리가 덜덜 떨려온다. 이건 유혹이다. 넘어가면 한동안 놀림을 면치 못 하리라. 데모닉은 이를 잘 알고 있었지만, 하지만. 

       

       남자라면 알면서도 넘어가야 할 때가 있는 법. 데모닉은 눈을 질끈 감고 말했다.

       

       

       “…내 몫은 남겨놔.”

       

       “푸흡. 늦었어. 옛날처럼 불러주면 생각해 볼게.”

       

       “옛날? 잠, 리아! 그때 얘기는 안 하기로 했잖아!”

       

       “뭐라고? 난 ‘작은 장미’라서 리아가 누군지 모르겠네.”

       

       “윽…”

       

       

       한 방 먹은 데모닉의 표정이 구겨졌다. 리아는 그 표정 제법 웃겼는지,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아하하하! 당신 표정 지금 되게 웃긴 거 알아? 푸흣! 이걸 남겨 놓을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웃지마. 나 기분 상했어.”

       

       

       휙 고개를 돌린 데모닉. 어째 나이를 먹고 애 아빠가 되더니 점점 새침해지는 건 기분 탓일까? 리아는 그 모습을 보며 즐겁게 웃음을 터뜨렸다. 엄마가 웃으니 품에 안겨 있는 아이도 웃었고, 이내 데모닉도 쓰게 웃음을 지었다.

       

       그들의 작은 웃음소리는 문밖으로 흘러 나갔다. 아주 작고, 따뜻하게.

       

       

       “…”

       

       

       케니스는 창문 밖에서 그 모습을 보며, 조용히 숨을 죽일 뿐이었다. 어쩌면 그녀가 마땅히 누려야 했을 것들을 보며.

       

       그저 바라만 보았다.

       

       스슥.

       

       하염없이 바라보다가, 케니스는 조용히 걸음을 돌렸다.

       

       

       ‘저번에 엄마한테 손을 뻗던 그 사람의 눈빛… 뭔가 굉장히 위험한 분위기였어.’

       

       

       옷장 안에서 바라본 로페누스라는 사제의 눈빛.

       

       그 눈빛은 상당히 위험했다. 자신이 옳은 일을 한다고 믿어 의심하지 않는 사람 특유의 맹신이 가득했다. 방향성도, 의도도 모르지만 상당히 극단적인 일을 저지를 것 같았다.

       

       

       ‘일단 그 사람을 찾아서 지켜봐야겠어.’

       

       

       발 뻗고 잘 곳 하나 없고, 편하게 말 붙일 이도 없는 낯선 과거에서.

       

       케니스는 오로지 그녀의 직감과 희미한 단서에 의존하여, 진실을 더듬어가고 있었다.

       머릿속으로는 앞으로 할 일을 정리하던 그녀는ㅡ

       

       쑤욱!

       

       “흐꺄아아아악!”

       

       

       다시 한번 구덩이로 빠졌다.

       

       

       

              *       *       *       *       *

       

       

       

       시간은 공평하고, 화살처럼 쏜살같이 흐른다. 

       

       옹알이하던 갓난아기가 두 발로 설 만큼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로페누스는 만신전의 곳곳을 은밀하게 누비며 뜻을 함께할 동지를 모았다.

       

       때로는 그의 언변으로, 때로는 이성으로.

       뒤틀리고 혼란스러운 세계를 끝내줄 신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누군가는 미쳤다 하였고, 누군가는 감화되어 그와 함께 했다.

       

       그리고 충분한 수의 동지가 모였다고 판단했을 때, 로페누스는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내며 움직였다.

       

       쾅ㅡ!

       

       “우리에게는 사명이 있습니다! 이 끔찍한 세계를 구할 의무가 있단 말입니다!”

       

       “헛소리! 감히 인간의 몸으로 그딴 말 같지도 않은 중죄를 입에 올리는가!”

       

       “이단 심문관! 이단 심문관은 어딨어! 당장 저 미친 녀석을 끌어내!”

       

       

       대회의실은 그 어느 때보다 열기가 뜨거웠다. 허나 그 불꽃은 따뜻하게 일렁이는 모닥불이 아니라, 서로를 잡아먹기 위해 탐욕스러운 혓바닥을 낼름거리는 화염이었으니.

       

       로페누스를 주축으로 한 이들이 자칭하기를, ‘개혁파’.

       

       다섯 신은 침묵하며 지상을 돌보지 않고 악이 들끓도록 방치하였으니, 새로운 신을 만들겠다는 대의로 모인 이들. 급진적이고 혈기가 넘치는 젊은 사제와 성기사들이 로페누스의 신념에 감화되어 그 무리를 이루었다.

       

       안토니오를 비롯하여 나이가 지긋한 이들은 로페누스의 무리와 팽팽히 대립하였다. 교리에 따라 다섯 신을 섬기고 약자들을 보살피는 것이 그들의 업이자, 사명이라고 생각했기에.

       

       감히 신을 만든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불경이었다. 인간을 신으로 만들겠다니, 그것은 신과 동등하게 서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았다.

       

       

       “이단 심문관은 어디 있어! 이단 심문관!!”

       

       “…소용 없습니다.”

       

       “자, 자네가 어째서 그쪽에 있는 건가!”

       

       “다섯 신의 침묵은 끝나야 합니다. 이 혼란과 비명이 가득한 세상을 보십시오. 저희의 손으로 끝낼 수 있습니다.”

       

       “미친 소리… 미친 소리야! 되돌릴 수 없는 중죄를 저지를 참인가!”

       

       

       이단 심문관을 이끄는 대사제 피엘로가 로페누스의 뒤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성기사들과 함께 만신전의 무력을 담당하는 우두머리라고 할 수 있는 이가 로페누스의 편에 서다니.

       

       낭패다. 피엘로 대사제는 만신전의 모든 이단 심문관을 이끄는 자. 상급자에 대한 충성심이 강한 이단 심문관들의 조직 특성상, 이는 모든 이단 심무관이 로페누스의 편에 선다는 것과 같았다.

       

       안토니오는 황망한 눈빛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의 주변에는 연로한 소수의 이들이 로페누스의 무리와 대치하고 있었다. 도대체 어느 사이에 이렇게 많은 사람을 모은 걸까. 알 수 없었다.

       

       로페누스를 중심으로 눈이 이글거리는 이들이 가득했는데, 그들의 눈에는 신념이라는 이름의 광기가 불타고 있었다.

       

       누군가 발악하듯 소리 질렀다.

       

       

       “그대들이 인간을 신으로 만들겠다는 건 감히 신과 동등해지겠다는 것과 뭐가 다른가! 그것이 믿고 따르는 자의 태도인가? 어찌하여 믿고 기다리지 않ㅡ”

       

       “믿고 기다리는 것은!”

       

       쾅ㅡ!

       

       

       로페누스가 탁상을 내려치며 벼락 같은 소리를 내었다. 한순간 정적으로 가득한 대회의실.

       

       

       “믿고 기다리는 것은 이제 충분합니다.”

       

       

       로페누스가 중얼거리며 말했다.

       

       

       “다섯 신의 침묵으로 지상이 어지럽고, 무고한 자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악마는 점차 득세하여 활개 치고, 군주라는 자들은 제 배를 채우기 위해 무의미한 전쟁을 할 뿐. 누구 하나 백성들을 보살피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긴 시간 동안! 저희가 얼마나 기다렸습니까!”

       

       “…”

       

       “온갖 고난과 역경을 버티고 또 버티며 기다림을 이어왔는데, 이 모습을 보십시오. 예? 이 세상을 좀 보십시오!”

       

       “…”

       

       “이게 믿음의 대가입니까? 이딴 게 저희가 바라던 세상입니까! 빵 한 쪽에 자식을 파는 세상이, 전쟁에 끌려간 아들의 사지가 잘려 돌아오고, 배가 고파서 아비의 시체를 먹는, 정녕 이것이!”

       

       

       눈이 벌게져라 소리치는 로페누스의 모습은 마치 악에 받친 사람과 같았다. 울분을 토해내는 사람과도 같았고, 잔뜩 화가 난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안토니오는 침묵했다.

       

       지난 긴 역사 동안, 지상은 점차 혼돈에 휩싸여 갔으니까.

       신들의 침묵은 그들에게 고통스러운 기다림을 강요했으니까.

       

       점차 늘어나는 악마들의 공세와 고통의 신음을 토하는 대륙.

       침묵하는 신.

       

       후우ㅡ

       

       길게 심호흡을 뱉은 로페누스는 머리를 쓸어 올리며 안토니오를 바라보았다.

       

       

       “안토니오 대사제 님, 오늘 이렇게 말씀드리는 것은 대사제 님을 비롯한 저에게 반대하는 분들을 설득하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뭐?”

       

       “자, 자네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건가?”

       

       

       안토니오와 로페누스에 반대하는 이들의 주변으로 모여드는 성기사와 이단 심문관들. 그 기세가 흉흉하였다.

       허리춤에 찬 검을 매만지며 서서히 거리를 좁혀온다.

       

       촤앙!

       

       안토니오의 곁에 있던 데모닉이 심상치 않은 기세에 검을 빼 들었다.

       

       

       “대사제님! 제 곁으로!”

       

       “자, 자네가 지금 무슨 짓을 하는지 알고 이러는 건가! 이건 신에 대한 도전이야! 인간이 신에게 도전하는 거라고!”

       

       주춤.

       

       그 말에 다가오던 이들이 조금 주춤했다. 신에 대한 도전이라는 말이 조금은 효과가 있었던 걸까.

       

       

       “신에 대한 도전이 아닙니다.”

       

       “…뭐?”

       

       “저희는 침묵하는 신들을 대신해서 이 세상을 구하려는 거지, 감히 신에게 도전하는 것이 아닙니다.”

       

       “…헛소리! 그건 더러운 변명에 불과해! 그렇다면 왜 신을 만들려고 하는 건가!”

       

       “대사제 님은 ‘별빛’에 대해 들어보셨습니까?”

       

       “뭐…?”

       

       “우연히 고서에서 발견한 글귀입니다. ‘별빛은 가장 순수한 태초의 힘이다. 아무것도 아니기에 순수하고, 순수하기에 무엇이라도 될 수 있다.’…이 별빛이 핵심입니다. 충분한 양의 별빛이 있다면, 그리고 그릇만 있다면! 저희는 신을 만들 수 있는 겁니다! 악을 심판하고 이 세상을 구원할 가장 완벽한 신을! 인간성을 지닌 신을 만들 수 있습니다!”

       

       “미쳤군… 완전히 미쳤어…”

       

       

       로페누스의 눈빛은 확고한 각오로 가득했다. 안토니오는 그 눈을 보며 직감했다. 저것은 이미 모든 준비를 마친 자의 것이다.

       대사제들을 대회의실로 불렀을 때부터, 이미 모든 준비는 끝났으리라.

       

       안토니오가 힘없이 말했다.

       

       

       “…그럼, 그 별빛이라는 것은. 그게 없으면 결국 망상에 불과한 거 아닌가.”

       

       “신께서는 침묵하셨지만, 운명은 저를 도왔나 봅니다. 우연히도 별빛을 다루는 이를 찾았지요. 운이 좋았습니다.”

       

       “뭐?”

       

       

       로페누스의 시선이 데모닉을 향했다. 한치의 흔들림도 없이 고요한 로페누스의 눈빛. 그 눈빛 너머로, 어두운 그림자가 일순간 꿈틀거리는 듯 보였다.

       

       데모닉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설마 저 녀석은 리아의 별빛을 알고 있단 말인가?

       

       

       ‘도, 도대체 어떻게? 아니, 언제?’

       

       뿌득.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을 터인데. 도대체 어떻게.

       

       

       “별빛도 준비되었고 그릇도 확보했습니다. 모든 게 완벽하니 이제 남은 건 실행뿐. 그동안 반대하시는 분들은 이곳에 얌전히 있어 주시기 바랍니다.”

       

       “이 미친놈이!! 감히 누구 아내한테!!”

       

       타탓!

       

       

       로페누스가 대회의실을 나가려 하자, 눈이 돌아간 데모닉이 검을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섬광과도 같은 일격.

       

       카앙!

       

       하지만 닿기에는 로페누스 주변의 경호가 삼엄했다.

       

       

       “크으읏!”

       

       “핫!”

       

       카앙!

       

       

       데모닉의 일격은 거구의 성기사에게 막혔다. 찰나의 순간. 신성력과 검이 부딪히며 치열한 공방이 오고 갔다.

       

       로페누스가 힐끗 그 모습을 보더니 대회의실의 밖으로 향했다.

       

       

       “데모닉, 자네 딸. 귀엽더군. 좋은 그릇이 될 거야.”

       

       “뭐?”

       

       퍼억!

       

       “끄흐읍!”

       

       

       한순간, 시선을 팔린 틈을 놓치지 않은 성기사의 일격이 데모닉의 복부를 강타했다.

       죽이고 싶지는 않았는지 주먹으로 후려쳤지만, 불의의 일격인 만큼 데모닉의 의식이 점차 흐릿해졌다.

       

       점차 흐려지는 시야의 너머로 로페누스의 뒷모습이 보인다. 데모닉은 떨리는 손을 뻗었다.

       저 미친 녀석을 막아야 하는데, 아내와 딸을 구해야 하는데.

       

       

       ‘안… 안돼… 리,아…’

       

       

       의식이 가라앉는다. 몸에 힘이 빠지고 생각이 느려진다.

       힘없이 뻗어진 팔이 툭 떨어진다.

       

       그렇게 데모닉은.

       

       그의 인생에서 가장 큰 후회로 남은 시간을 보내게 된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댓글은 언제나 큰 힘이 됩니다.

    – ‘신선우’님!! 소중한 도토리같은 후원!! 감사합니다!! 후후, 저도 작가이기 이전에 한 명의 독자! 말씀하신 작품은 이미 읽어 보았습니다!! 볼 때마다 감탄이 나오는 작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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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Install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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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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