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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5

       

       

       

       

       

       135화. 마지막 시련 ( 8 )

       

       

       

       

       

       직접 본 적은 없지만, 저 땅끝에는 바다라는 곳이 존재한다고 한다.

       

       바다는 무척이나 넓고 거대한 연못과도 같은 곳인데, 물이 무척이나 짜다고 하였다. 마치 소금물처럼.

       

       오죽 넓으면 바다에게는 시작도 없고 끝도 없다는 말이 붙었을까.

       

       이러한 바다를 여행하다가 불행한 사고로 조난 당한 사람은, 망망대해를 떠돌며 극심한 목마름과 배고픔에 시달린다. 끔찍할 정도로 뜨거운 햇빛이 수분을 증발시키고, 떨어진 식량은 굶주림으로 이어진다.

       

       아주 천천히 죽어가는 것이다.

       

       그러면 사람은 바닷물을 마시기 시작한다. 짜디짠 소금물을 퍼먹으며 갈증과 굶주림을 달래려 한다.

       

       바닷물을 마시면 당장은 조금 괜찮아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곧 더 크고 끔찍한 갈증이 덮쳐온다. 짠 소금물이 몸의 수분을 빨아가기 때문이다. 바다 사람들은 이를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지금의 만신전은 마치 바닷물을 마시는 사람과 같다.

       

       독이 든 잔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마시면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거부할 수 없는. 오래된 기다림과 갈증이 이들을 지치게 만든 것이다.

       

       

       ‘어찌 이리됐을꼬…’

       

       

       바닷물을 마시면, 그 끝에는 죽음뿐이다. 안토니오는 떨리는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형형히 빛나는 눈동자의 이들.

       

       이들은 바닷물을 마셨다.

       어쩌면 독이 든 바닷물을.

       

       꿈틀.

       

       정신을 잃고 쓰러져있던 데모닉의 손가락이 움찔했다. 이내 천천히 눈을 뜨는 데모닉.

       

       

       “으윽…”

       

       “데모ㅡ”

       

       “쉿… 대사제 님, 지금 이 방을 지키는 이들이 몇 명입니까? 조심스럽게, 천천히 봐주십시오.”

       

       

       정신을 차리자마자 속삭이듯 말하는 데모닉. 그의 눈에는 분노가 이글거렸다. 안토니오는 데모닉의 말대로 아주 천천히 주변을 둘러봤다.

       

       

       “얼추 10명은 있어 보이네.”

       

       “그렇군요… 그렇다면 이렇게ㅡ”

       

       “알겠네.”

       

       

       잠시 고민하던 데모닉이 안토니오에게 작게 속삭였다. 그 말을 들은 안토니오는 결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잠시 후.

       

       

       “끄흐으으읍!! 흐으읍! 끄흡! 꾸흐으윽!!”

       

       “뭐, 뭐야! 무슨 일이야!”

       

       “갑자기 뭐야! 사람이 쓰러졌어!”

       

       

       안토니오가 갑작스레 발작하며 입에 거품을 물고 쓰러졌다. 손발을 덜덜 떨고 눈을 까뒤집은 것이 명백한 발작의 징조. 당황한 성기사들이 안토니오에게 달려왔다.

       

       바닥에 쓰러져서 펄떡거리는 안토니오에게 성기사가 다가오자, 죽은 듯 누워있던 데모닉이 벌떡 몸을 일으켰다.

       

       뿌득ㅡ!

       

       “끄하악!”

       

       

       팔의 관절이 뒤틀려 기괴한 각도가 된 성기사. 데모닉은 성기사의 허리춤에서 검을 빼 들었다.

       

       

       “함정이다, 물러서! 녀석은 혼자야! 제압해!”

       

       “차앗!”

       

       채챙! 카가가강!

       

       데모닉을 향해 우르르 달려드는 성기사들. 수많은 검격이 눈부시게 빛나며 주변을 둘러싼다. 데모닉의 눈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죽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가리라.

       

       

       ‘기다려, 리아…!’

       

       카캉!

       

       데모닉의 검이 울부짖으며 성기사들을 향했다.

       

       

       

              * * * * *

       

       

       

       로페누스의 무리는 텅 빈 복도를 빠르게 걸어갔다. 을씨년스러울 정도로 고요한 복도. 그에게는 마치 자신을 축복하는 듯 느껴졌다.

       

       

       ‘이제 곧… 이 세상을 구할 신이 만들어진다!’

       

       

       세상은 구원받으리라. 악마와 이단은 모조리 불구덩이로 떨어질 것이고, 선한 자와 믿는 자들은 영원한 축복의 땅에서 살게 되리.

       

       로페누스의 발걸음은 거침없이 나아갔다. 

       

       그렇게 도착한 리아의 방.

       

       쿵ㅡ!

       

       로페누스의 시선을 받은 성기사 한 명이 문을 거세게 열었다. 안에서 아이와 휴식을 취하던 리아가 화들짝 놀라 외쳤다.

       

       

       “꺅! 무, 무슨 짓이에요! 이, 이게 지금 뭐 하는 거죠!”

       

       “쉿. 리아, 너무 큰 소리 내지 말게. 아이가 깨지 않는가.”

       

       “로, 로페누스 사제님?! 도대체 이게 뭐 하는 짓인가요!”

       

       “뭐긴, 그대의 힘이 필요해서 왔지. 그리고… 그대의 아기도.”

       

       

       로패누스의 시선이 어둡게 가라앉으며 리아와 잠든 아기를 향했다. 심상치 않은 기색. 리아는 머리맡에 숨겨둔 단검을 빼 들었다.

       

       챙!

       

       바들바들 떨리는 손. 그녀는 한평생 칼보다는 성경이 익숙한 사람이었다. 

       

       탁!

       

       “크읏!”

       

       

       성기사의 가벼운 손짓에 힘없이 떨어진 단검. 로페누스가 리아의 팔뚝을 잡고 질질 끌어냈다.

       

       

       “노, 놓으세요!! 꺄아아악! 닉, 닉!! 도와줘!!”

       

       “허튼 반항은 하지 말게.”

       

       “닉! 안, 안돼!! 내 아기! 아기한테는 손ㅡ 으읍! 으으읍!”

       

       “우으으, 응애! 응애애애!”

       

       

       성기사의 우악스러운 손에 붙들린 리아와 조심스럽게 아기를 품에 안은 성기사. 이내 둘은 로페누스의 뒤를 따라 어디론가 향하기 시작했다.

       

       

       “나머지는 이곳을 지키고 있게. 나와 이 둘만 가서 의식을 진행하지. 비밀이 제일 중요한 사항이니, 이해 부탁하네.”

       

       “예!”

       

       

       로페누스는 리아를 어깨에 들쳐맨 성기사와 아기를 품에 안은 성기사. 이렇게 둘과 함께 만신전의 밖으로 향했다. 스산한 밤공기가 느껴졌다.

       

       이조차도 기분 좋은 징조로 느껴진다면 너무 과한 걸까?

       

       

       “날 따라오게. 내가 비밀리에 만든 장소가 있으니.”

       

       

       로페누스는 성도의 한 구석에 있는 낡은 집으로 향했다. 황량할 정도로 크고 초라한 것이 영락없는 창고였지만, 내부는 제법 번듯했다. 특이한 점은 벽과 천장을 빼곡히 채운 문양이랄까.

       

       

       “여기는…”

       

       “내가 예전에 구매한 창고라네. 틈틈히 보수하고 개조해서 어엿한 연구실로 만들었지. 아, 리아는 그쪽에 눕혀두게.”

       

       “예!”

       

       

       발버둥치다가 기력을 잃고 축 늘어진 리아를 조심스럽게 바닥에 눕힌 성기사. 울다 지친 아기도 그 옆에 뉘었다.

       

       로페누스의 눈동자는 이제 알 수 없는 불꽃으로 번들거리는 듯했다. 코 앞이다. 이제 손만 뻗으면 그의 이상이 완성되는 것이다. 

       

       

       “후ㅡ 밖에서 경계를 좀 서주게. 의식은 나 혼자서도 충분하니까.”

       

       “혼자서… 말입니까?”

       

       “…예.”

       

       

       신을 만드는 초유의 의식을 혼자서 진행하다니. 꺼림칙한 무언가를 느낀 성기사들은 고개를 갸웃했지만, 일단 그의 지시대로 방을 나섰다. 

       

       끼익ㅡ 탁.

       

       성기사들이 나가면서 문이 닫히고, 이내 로페누스는 희열감에 몸을 떨었다. 별빛과 그릇! 모든 것이 완벽했다. 이제 그간의 연구대로 별빛을 그릇에 모은다면, 그렇게만 한다면!

       

       

       ‘신을 만들 수 있어!’

       

       

       부들부들 몸을 떨던 로페누스는 부산스럽게 움직이며 의식을 준비했다. 바닥을 덮은 매트를 치우자 창고를 가득 덮은 알 수 없는 문양들이 드러났고, 팔다리를 구속할 수 있는 침상도 끌고 왔다.

       

       철컥! 차르륵!

       

       문양의 한가운데에 그릇을 준비한다. 별빛을 공급할 모체는 가장 아래에, 이를 지휘할 자신은 맨 위로. 

       

       모든 준비는 끝났다.

       

       시작한다.

       

       후우웅ㅡ!

       

       거대한 창고에 가득한 문양이 불길한 핏빛을 내뿜으며 가동한다. 로페누스는 희열감에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됐어, 됐다고! 작동하고 있어!’

       

       

       핏빛 문양이 부들부들 떨리며 몸을 일으킨다. 그 모양새는 마치 핏줄과도 같았다. 숙주의 피를 원하는 핏줄. 꿈틀거리며 일어난 핏줄이 더듬거리며 기어 다니다가, 리아의 몸을 파고들었다.

       

       푸욱!

       

       “꺄흐으으읍!! 끄하아아아악!!”

       

       

       고통스러운 비명. 그에 반응하듯 리아의 몸에서 별빛이 한가듯 일어난다. 핏줄은 별빛을 게걸스럽게 빨아들였다. 목 마른 사람이 오아시스를 만난 것처럼, 꿀꺽거리며 별빛을 삼켜댄다.

       

       꿀럭 꿀럭!

       

       “아으으윽!! 끄흐, 아으으으윽!!”

       

       핏줄이 삼킨 별빛은 핏줄을 따라 움직인다. 문양을 따라 나뉘고 흩어지고 모이고를 반복하다가, 문양의 중심에 위치한 그릇으로 향한다.

       

       이를 반복하면 신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하하! 아하하! 하하하하!!”

       

       

       로페누스는 희열감에 가득 찬 웃음을 터뜨렸다. 자신은 틀리지 않은 것이다! 이걸 보라! 별빛이 그릇에 모여들면서… 모여들면서…

       

       쿠웅!

       

       “…뭐?”

       

       

       문양을 따라 움직이던 별빛들이 크게 꿀렁이며 저들끼리 부딪쳤다. 문양의 핏줄을 따라 움직이던 별빛들은 로페누스의 의지대로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저들끼리 흐르며 문양의 핏줄을 벗어나려 했다.

       

       

       “뭐, 뭐냐! 뭐가 문제인 거야!!”

       

       

       로페누스가 황급히 외치며 문양을 샅샅이 훑었다. 문양에 문제는 없을 터였다. 도대체 어째서…!

       

       꿀럭! 쿠웅! 쿵!

       

       잔뜩 커진 문양의 핏줄이 종양처럼 부풀어 오른다. 명백한 폭주의 징조. 로페누스는 이를 악물고 별빛을 통제하려 했다.

       

       

       “끄흐으읍!! 머, 멈춰! 멈추고 그릇으로 가란 말이야!!”

       

       까드드득!

       

       이가 갈릴 정도로 힘을 주며 문양을 통제하지만, 별빛은 멈추지 않았다. 잔뜩 부풀어 오른 문양의 핏줄이 점차 커지더니ㅡ

       

       이윽고 쾅! 하고 터졌다.

       

       파스스스ㅡ

       

       창고를 가득 메운 별빛이 쏟아진다. 그 별빛은 그가 전에 봤던 리아의 별빛처럼 아름답지 않았다.

       오색 찬란하지도 않고, 맑고 순수하지도 않았다.

       

       까맣고, 불길하고, 질척거리고, 피처럼 끈적거렸다.

       

       

       “어, 어째서…”

       

       털썩.

       

       무릎을 꿇은 로페누스는 떨리는 손으로 별빛을 바라보았다.

       

       어째서…? 왜?

       

       손에 닿은 별빛이 로페누스의 몸으로 스르륵 녹아든다. 까맣고 붉은, 마치 핏방울과도 같은 별빛들이 로페누스의 몸으로 모여든다.

       

       별빛들이 모여들고 모여들수록, 로페누스의 마음 속에는 질척한 감정들이 커졌다. 

       

       불현듯 스쳐지나가는 고서의 문장.

       

       

       ‘무엇도 아니고,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것은… 이런 걸, 의미…했나.’

       

       후회, 분노, 질시, 탐욕, 부정, 집착, 고통…

       그 모든 것들이 별빛에 스며들어 있었다.

       

       꾸드득!

       

       누군가의 뼈가 뒤틀리고, 살점이 찢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어디서 들리는 거지? 아, 내 몸인가?

       

       로패누스는 깨달았다.

       

       

       ‘별빛… 별빛이 문제였구나.’

       

       

       감히 별빛을 통제하려 한 것이 문제였다고. 

       

       꾸드드득!

       

       시야가 점차 높아진다. 길쭉해진 팔이 바닥에 끌리는 것이 느껴진다. 내 팔이 원래 이랬던가? 크르륵ㅡ하고 거칠어진 호흡이 거슬린다. 

       

       중요하지 않다.

       

       로페누스의 머릿속에는 오직 한 가지 생각으로 가득했다. 

       

       

       ‘한 번 더… 다시 한다면 성공할 수 있다…!’

       

       크르륵ㅡ

       

       높아진 시야가 창고의 천장에 맞닿았다. 길쭉한 팔을 움직여 문양을 다시 그린다. 이제는 확실히 알 것 같다! 한 번 더! 이번에는 다를 것이다!

       

       콰앙ㅡ!

       

       “로페누스 사제님! 괜찮으ㅡ! 괴, 괴물이다!”

       

       

       폭발을 듣고 들어온 성기사들이 검을 빼 들고 달려들었다. 로페누스가 길쭉한 꼬리를 휘둘러 성기사들의 몸통을 잘라냈다.

       

       투툭!

       

       바닥을 적시는 핏방울. 이조차도 좋은 재료가 될 것이다. 손가락으로 피를 쿡 찍어 문양을 그린다.

       

       

       ‘다시, 다시…! 나는 신을 만들 수 있다!’

       

       크르르륵!

       

       거칠어진 호흡이 창고를 울린다. 바닥에 뚝뚝 침이 떨어진다. 누구의 침이지? 문양을 더럽히잖아!

       

       크하아아악!

       

       짜증이 치밀어 오른 로페누스가 거칠게 울부짖었다. 길쭉한 나뭇가지 모양의 손가락으로 문양을 이리저리 그리며 휘젓는다.

       

       멈칫.

       

       재료가 부족하다. 문양을 그릴 재료가 부족하다. 성기사들의 몸에서 나온 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크르르륵…

       

       로페누스의 고개가 그릇과 별빛을 향하다가 절레절레 저었다. 저것들은 건드리면 안 된다. 귀찮지만 직접 나가서 재료를 구하는 수밖에.

       

       역관절 모양의 다리를 질질 끌며 창고를 가로지른다. 밖에 나가면 재료가 많을 것이다. 그 재료들로 다시 문양을 고치고, 별빛을 모은다면… 그래, 그래!

       

       성공할 것이다!

       

       캬르륵!

       

       환희에 가득 찬 울부짖음. 로페누스의 머릿속은 오로지 하나의 단어로 가득했다. 

       

       신을 만들어라.

       

       로페누스가 문양을 가로질러 밖으로 나가려 할 때ㅡ

       

       콰앙!!

       

       창고의 벽 한쪽이 무너지며 굉음을 토했다. 갑작스러운 침입자에 로페누스가 날카롭게 반응한다.

       

       키햐아아악!

       

       “이 더러운 괴물 새끼…”

       

       화륵!

       

       침입자는 붉은 날개를 꺼내 들고, 신성함이 가득한 대검을 겨누었다. 단 한 톨의 사악함도 용납하지 않는 불꽃이 이글거린다.

       

       로페누스가 침입자를 향해 달려들었다. 채찍 같은 팔이 허공을 날아들었고, 불꽃이 이글거리는 대검과 부딪혔다.

       

       콰쾅!!

       

       굉음과 함께, 스산한 밤바람이 창고 위로 지나갔다.

       

       휘이잉ㅡ

       

       서늘한 바람이 피비린내를 머금고 멀리 퍼져나갔다. 달콤하고 질척한 별 가루와 피를 한가득 머금고, 저 멀리까지.

       

       그리고 이는.

       

       악마들에게 보내는 만찬의 초대장과도 같았으니.

       

       가장 빨리 온 손님은, 마치 뱀의 형상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한 주의 마지막이군요! 그걸 기념해서 작가에게 추천과 댓글은 어떨까요?

    – ‘신선우’님! 귀중한 후원!! 감사합니다!! 갈수록 데모닉의 이미지가 망가져가는 것 같아서 슬프군요… 힘내라 데모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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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Install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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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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