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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41

       

       

       

       

       

       141화. 비사 ( 5 )

       

       

       

       

       

       쿠웅ㅡ!

       

       천지를 울리는 굉음이 울려 퍼진다. 파랗게 청명하던 하늘의 한가운데 쩍하고 커다란 선이 그어졌다. 아이가 장난스럽게 낙서를 그린 듯, 삐뚤빼뚤하고 투박하게 그어진 선.

       

       커다란 한 줄기의 선에서 나뭇가지가 퍼지듯 무수한 갈래로 작은 선들이 뻗어나간다. 빽빽한 거미줄처럼 혹은 하늘을 뒤덮는 나뭇가지처럼.

       

        쩌적- 쩌저적!

       

       부서진다.

       

       하늘이 제 몸을 반으로 접으며 오므라들고, 구부려진다. 그리하여 점차 부서진다.

       

       

       “저, 저…!”

       

       “꺄아아악!”

       

       “하늘이, 하늘이 무너진다!!”

       

       

       갑작스러운 난리에 시민들은 혼란에 빠졌다. 갑작스럽게 하늘이 무너지기 시작했으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하지만, 사제들과 성기사들은 단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았다.

       움직일 수 없었다.

       신성력을 느낄 줄 아는 이라면 누구나 그랬으리라.

       

       저 거대한 선.

       

       하늘에 그어진 거대한 틈을 말미암아 흘러나오는 신성이 느껴졌다.

       

       거대한 나무의 뿌리처럼, 힘차게 쏟아지는 폭포처럼.

       하늘에 땅으로 흐르는 저 강대한 기운을 보라!

       

       저것은 징조였다.

       강림의 시작이자, 신의 편린이었다. 하여 그들에게는 감히 움직이는 것도, 눈을 깜박이는 것도 허락되지 않았기에 그저 두 눈을 부릅뜨고 그것을 응시하였다.

       

       쩌저적!

       

       하늘은 계속해서 무너졌다. 찢어지고 늘어나며 틈이 벌어졌고, 벌어진 틈으로 그것이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저, 저건… 별…?”

       

       “…은하수잖아?”

       

       “아니, 저건 도대체…”

       

       

       그것은 수많은 별이었다.

       찬란하게 빛나는 별들이 무수한 숫자를 이루어 군체를 이루었으니 그것의 이름은 은하수요, 혹은 우주였다.

       

       사아아ㅡ

       

       찬란하게 빛나는 별들은 저마다의 빛을 자랑하며 서서히 하늘에서 내려왔다. 별들이 지나가는 자리에는 반짝이는 빛의 꼬리가 남았는데, 오래도록 빛나며 저들의 궤적을 남겼다. 

       

       

       “여, 여섯 번째 신의 강림이다…”

       

       “신이시여-”

       

       

       사람들은 그제서야 주춤주춤 머리를 숙였다. 머리를 조아리고 무릎을 꿇어 별을 영접했다.

       별들은 춤을 추듯 이리저리 허공을 유영하다가, 이윽고 거대한 하나의 형상을 이루어냈다.

       

       넓고 두툼한 하나의 몸통에서 뻗어 나온 길쭉한 기둥이 다섯 개. 

       그것은 손의 형상이었다.

       거대하고 거대한 손.

       

       신의 손이다.

       

       안토니오의 두 눈은 튀어나올 듯 부릅 떴고, 굵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 그의 인생 말미에서, 두 번이나 신을 영접하였으니 이는 평생의 영광이라.

       

       당장이라도 엎드려 절을 하는 것이 옳았지만, 거대한 손이 천천히 그에게로 다가왔기에 감히 허리를 꼿꼿하게 펴서 별을 바라보았다.

       

       샤아아아ㅡ

       

       별로 이루어진 손은 천천히 움직였다.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 주변의 공기를 묵직하게 짓누르며 느릿하게 움직인다.

       

       그리하여 안토니오의 앞에 손이 쫘악 펴졌다가, 무수한 별로서 그의 몸을 휘감았다.

       

       

       “시, 신이시여!”

       

       

       몸이 붕 뜬다는 생소한 감각에 당황한 안토니오가 잠시 발버둥 쳤지만, 이내 별들이 자신의 몸을 붙잡아 준다는 것을 깨닫고는 몸을 맡겼다.

       

       안토니오의 몸이 서서히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점차 높게 올라간다. 발을 받쳐주던 땅은 저 아래로 아주 작게 보였고, 차가운 바람이 옷깃을 파고들었다.

       

       까마득한 상공. 그는 별빛과 함께 날아오르고 있었다.

       

       

       “아하, 아하하하하!!”

       

       

       구름도 그의 아래에 있고, 신께서 그와 함께한다. 안토니오는 무한한 자유로움과 영혼에서부터 터져오르는 황홀함에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별들과 함께 춤을 추고, 바람이 그와 함께 합을 맞췄으니.

       

       이 어찌 즐겁지 아니한가?

       

       별빛과 함께 황홀한 춤을 이어가다가, 저 멀리 익숙한 붉은 머리카락을 보았다. 용사 케니스다. 그녀도 안토니오처럼 별빛에 몸을 맡기고 하늘을 날고 있었다.

       

       

       “용사님!! 용사님!!”

       

       

       반가운 마음에 소리쳐 불러보았지만, 거센 바람에 묻혀 들리지 않은 듯했다. 별빛과 안토니오는 계속해서 올라갔다. 구름도 저 밑으로 아주 작게 보이는 지경이 되었고, 이렇게 계속 올라가다가 별자리가 되는 게 아닐까 싶었다.

       

       만약 별자리가 된다면, 더 없는 평생의 영광 아닐까? 실없는 생각을 하며 안토니오는 눈을 부릅 뜨고 이 모든 것을 기억하려 애썼다. 이 모든 것을 적어서 후대에 남기는 것이 그의 의무였다.

       

       별자리까지 닿을 듯했던 비행이 멈추고, 안토니오는 잠시 주변을 둘러보았다.

       

       

       “어어, 으아아…! 대, 대사제님?”

       

       “용사님! 하하하, 오셨군요.”

       

       

       별빛에 몸을 맡긴 케니스가 빙글빙글 위아래 구분 없이 회전하며 안토니오의 곁으로 다가왔다. 반가운 얼굴도 잠시.

       

       쿵ㅡ!

       

       심장이 한 차례 거세게 뛰었다. 영혼이 맥박치는 이 감각. 그의 영혼 저 깊숙한 곳에서 외친다. 저 하늘을, 별을 아우르는 분께서 오고 계신다.

       

       온다, 그 분께서 오신다!

       

       쿵- 쿵- 쿵!

       

       

       “아, 아아…!! 신, 신이시여!!”

       

       

       안토니오는 발밑을 흐르는 별을 밟아 몸을 일으키려 애썼다. 허나 안개와도 같은 별은 참으로 부드럽고 흐르는 것이라, 일어나려다 계속해서 넘어지기를 반복했다.

       

       

       “흐읍…!”

       

       

       덜덜 떨리는 고개를 억지로 움직여 머리를 박는다. 눈가의 추레한 주름을 타고 뜨거운 눈물이 뚝뚝 흘렀다. 머리 위로 거대한 의지가 느껴진다. 그것은 마치 하나의 법칙이라. 그 자체로 오롯한 하나의 무언가였다.

       

       샤아아ㅡ

       

       별빛이 부드럽게 흐르며 그의 몸을 일으켰다. 안토니오는 떨리는 몸을 주체하지 못하며, 별빛의 인도를 따라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흔들리는 동공으로 위를 올려다본다.

       

       

       “으, 아… 아아….!!”

       

       

       숨이 가빠져온다.

       

       저 하늘 위, 별들 속에서! 가장 빛나고 거대한 저 별의 거인이!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글거리는 태양과도 같은 눈이 그의 영혼을 꿰뚫었다. 아니, 그것이 눈은 맞았을까? 감히 인간의 잣대로 신에게 눈이 있다고 말하는 것은 오만이리라.

       

       두근- 두근- 두근-!

       

       시선이 느껴진다. 감히 고개를 돌리는 것도 허락되지 않았다. 더 이상 커질 수 없을 정도로 크게 뜬 눈동자를 통해, 안토니오는 거대한 의지를 느꼈다. 

       

       궁금해하고 계신다.

       

       신께서 그에게 이유를 듣고자 하신다.

       

       별의 거인에게서 숭고하고 거룩한 음성이 들려왔다. 신께서 본연의 목소리로 말씀하신다.

       

       

       《노인아, 어찌하여 그랬느냐.》

       

       

       아아!

       

       천상의 나팔 소리보다 웅장하고, 흐르는 꿀보다 달콤한 그 목소리가! 안토니오의 귓가를 파고들며 영혼을 뒤흔들었다.

       

       오로지 진실만을 듣고자 하는 그 음성은 감히 거역할 수 없는 것이라, 안토니오는 그의 영혼에서 우러나오는 진심만을 털어놓았다.

       

       

       “여, 영원한 빛과 함께하시는! 여섯 번째 신이시여…!! 이 늙고 추한 노인의 말을 부디, 부디 들어주십시오…!!”

       

       

       가슴 깊숙히 묻어두었던 진심을 털어놓는다. 지난 세월 동안 밧줄로 묶고, 철창에 가두고 쇠사슬로 칭칭 감싸서 아무도 모르게 숨겨온 그의 진심을.

       

       긴 세월이 흘러서야 꺼내놓았다.

       

       

       “이, 이 모든 것은 저의 부덕함입니다! 제가, 제가 조금 더 현명했더라면, 조금 더 영민하게 움직일 수 있었다면!! 그 모든 것을 사전에 막을 수 있었을텐데…”

       

       

       세월이 흘러 먼지가 켜켜이 내려앉은 그것은 변명도, 원망도, 책망도 아니었다.

       

       후회였다.

       

       조금 더 영리하게 말했다면, 조금 더 주위를 살펴서 이변을 알아챘다면, 그랬더라면…

       

       그 모든 것들을 사전에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그를 오랜 세월 동안 괴롭혔다.

       

       

       “저는, 저희는… 어쩔 수 없다는 그 알량한 변명으로 스스로의 눈을 가리고, 추악한 진실 위에 그저 뚜껑을 덮었나이다… 겉으로는 백성을 위한다는, 혼란을 방지한다는 얄팍한 변명 위에서 모른 척 눈을 감았습니다…!”

       

       

       로페누스와 만신전의 광기를 막지 못한 부족함. 진실을 숨기고 은폐한 부덕함. 이제서야 그 모든 것을 털어놓는 부끄러움. 자괴감, 후회, 자책, 죄책감…

       

       그 모든 감정은 용광로에 녹아드는 것처럼 섞여들어 차마 말로 이루어낼 수 없는 무언가가 되었다. 그리고 뜨겁게 응어리진 덩어리들은 그 모든 것을 안토니오에게 짊어지라 말했다.

       

       만신전의 모든 원죄를 짊어지라고.

       다름 아닌 그 스스로가 그렇게 정했다.

       

       

       “저를 벌하소서! 부디 가장 뜨겁고 낮은 불구덩이에 저의 영혼을 처박아서 오랫동안 불태우소서…!! 그리하여 저를 벌하소서!!”

       

       

       하여 스스로 벌 받기를 청하였다. 이제서야 모든 것을 털어놓는 자신에 후련함을, 또 후련함을 느끼는 자신에 대한 모멸감을.

       

       가슴 속 깊이 얹은 돌은 목구멍을 타고 뜨거운 용암처럼 뱉어졌고, 그는 신을 우러러보며 하염없이 울었다.

       

       신께서는 그를 오랫동안 바라보셨다. 영혼 그 너머를 응시하시며 하염없이 울부짖는 그를 바라보았다. 

       

       가장 밝은 별들은 고고하도록 아름답게 불타오르며, 끝 모를 지혜와 지식의 편린을 비추었으니.

       

       안토니오는 그저 그의 처분을 기다렸다.

       

       

       

       

       

       *****

       

       

       

       

       

       ‘뭐, 뭐야? 왜 우는 건데?!’

       

       

       손바닥 위에 작은 인형처럼 앙증맞은 크기의 노인과 케니스. 노인한테 그때 왜 그랬냐고 물어보니까 막 울면서 뭐라 대답했다.

       

       

       ‘아니, 내가 그렇게나 못되게 굴었나?’

       

       

       그냥 그때 왜 그랬냐고 물어본 게 전부인데. 당황스러운 상황에 케넬름을 돌아보자 눈을 감고 무언가에 한껏 집중한 모습의 케넬름.

       

       나를 도와줄 여력은 없어 보인다.

       

       식은땀이 줄줄 흐르기 시작한다. 애초에 알은 멀쩡한 크기로 잘 나왔으면서, 케니스랑 노인은 왜 이렇게 작은 크기인지도 모를 노릇이다.

       

       

       ‘…내가 미니어처라고 생각해서 그런 건가?’

       

       

       현실성 없는 가설이지만, 이 모든 상황이 현실과 동떨어진 상황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모든 것을 내려놓으니 마음이 편해졌다.

       

       펑펑 울고 있는 노인을 잠시 바라보며 멍때렸다. 아까부터 뭔 지옥에 떨어뜨려서 영원히 불태워달라고 하는데, 들어보니까 이 노인의 잘못은 없어 보였다.

       

       애초에 잘못한 놈들은 전부 죽거나 자살했고. 나이 드신 분을 지옥에 보내는 것도 못 할 짓이다.

       

       

       ‘음… 이제 케니스 얘기를 들어볼까.’

       

       

       삼자대면의 목적은 각 당사자의 이야기를 모두 듣는 것.

       

       할아버지의 이야기는 들어봤으니, 이제 직접적인 피해자라고 할 수 있는 케니스의 말을 들어볼 차례다.

       

       살짝 고개를 돌려 케니스를 바라보았다. 손바닥 위에 쭈그려 앉은 작은 인형 크기의 케니스. 조금 귀여워서 볼을 살짝 찔렀는데, 몰캉한 감촉이 아주 중독적이다.

       

       말랑 말랑.

       

       저도 모르게 몇 번 더 찔러보다가, 퍼뜩 정신이 들었다. 마성의 볼따구를 소유한 여자 같으니라고.

       

       

       “흠, 흠!! 케니스, 넌 이번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 거지?”

       

       

       나름 신이니까, 조금 위엄을 갖춰서 말투도 깔고 신처럼 말해보았다.

       

       이 정도면 제법 신처럼 보이지 않았을까?

       

       

       

       

       

       *****

       

       

       

       

       

       《사명을 받은 나의 첫 번째 검, 나의 용사야. 내 그대에게 묻노니,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케니스는 신의 질문에,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0아카식레코드0’님 께서 정기 후원을!! 감사합니다!!! 무한한 감사와 함께 작가의 사랑을!!! 끼에에엑!!!

    – ‘신선우’님 께서 정기후원!!! 감사합니다!!! 번쩍거리는 사랑과 함께 작가의 애교를!!! 뿌잉뿌잉!!

    – ‘0아카식레코드0’ 님께서 엄청엄청 커다랗고 무지막지한 후원!!! 감사합니다…!!! 그런, 극찬을…!! 저 주제에 그런 영광이라니!! 감사합니다!!!

    – ‘독서567’님 께서 엄청엄청 번쩍이고 커다랗고 거대한 후원!!! 감사합니다…!!! 저도 토요일 연재…!! 하고 싶었지만…!!! 사소한 찐빠… 있었던 것입니다!!! 죄송합니다!!!

    – ‘신선우’님 께서 엄청엄청 반짝거리고 귀중하고 커다란 후원!!! 감사합니다!!! 그, 그런 걸로 경쟁하시면…!!! 작가가 부담감에 짓눌립니다…!!! 멈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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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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