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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46

       

       

       

       

       

       146화. 수상할 정도로 수상한… ( 1 )

       

       

       

       

       

       우스갯소리로 세상을 모조리 얼려버리라고 했지만, 이 귀여운 녀석이 정말로 세상을 얼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오히려 정말로 세상을 얼려버리면 곤란하다.

       

       

       ‘그래도 내가 신이라는데.’

       

       

       별로 해준 건 없지만 이제부터라도 나름 신답게 활동을 좀 해보려고 한다. 그전에 우선 내정부터 챙겨야지.

       

       툭 툭.

       

       드워프들이 드나드는 광산의 입구를 터치해 몇 층까지 열려있나 확인했다. 현재 뚫린 층은 7층. ‘반짝이는 백금’이 나오는 곳이다. 모아둔 골드를 사용해서 8층을 개방한다.

       

       잠시 기다리자 드워프들이 낑낑거리며 새로운 금속을 들고나왔다.

       

       

       빠밤ㅡ!

       

       《최초획득! ‘날카로운 흑요석’을 획득!》

       

       

       백금 다음에는 흑요석인가. 금속의 등급이 올라가는 기준을 알다가도 잘 모르겠다.

       

       새로운 무기까지는 해금할 골드가 없어서 그냥 리스트 구경만 하다가, 저번에 해금해두고 만들지도 못하는 활 두 개가 보였다. B등급 무기 ‘황금 나무의 대궁’과 D등급의 ‘삐걱거리는 활’.

       

       이제 근거리 딜러들은 충분히 많아서 원거리 딜러를 만들어보기 위한 아이템이었는데… 원딜을 만들기는커녕, 무기를 만들어 보지도 못했다.

       

       

       ‘보니까 또 화나네. 다른 무기들은 잘 만들면서 이건 왜 못 만드는 거야?’

       

       

       애꿎은 드워프 하나 붙잡아서 하늘에서 탈탈 흔들려다가 봐줬다. 이 녀석들도 진짜 살아있다니까, 아껴주…기는 개뿔. 너희는 좀 더 열심히 일해야 돼.

       

        

       빠밤ㅡ!

       

       《’조금 허름한 양조장’이 완공되었습니다! 이제 조금 더 시원하고, 다양한 술을 마실 수 있겠군요? 일꾼들의 작업 효율이 상승합니다!》

       

       

       열심히 먹고, 소처럼 일하라는 의미에서 남는 골드로 드워프들 건물이나 하나 올려줬다.

       

       

       – “우와ㅇAㅏ아!! 양wㅈㅗ장! 양조wㅏ(dㅇ이다!!”

       

       – “지긋지그£ㅅ한 벌꿀 맥주Eㅗ 이제 안녕이ㄱ¥ㅜ나!! 위대ㅎ■ㅏ신 분 ㅁ€ㅏㄴ세! 양조장 만세!!”

       

       

       술이 그렇게나 좋은지 저들끼리 모여서 춤을 추는 드워프들. 짧은 다리로 날렵하게 탭댄스를 추는데 솜씨가 제법이다.

       

       양조장을 만들고도 골드가 조금 더 남아서 건물이나 슬쩍슬쩍 업그레이드 해줬다.

       

       

       빠밤ㅡ!

       

       《’먼지 쌓인 도서관’을 ‘책이 가득한 도서관’으로 승급했습니다! 해금 가능한 룬이 있습니다!》

       

       《’약간 따뜻한 온천’을 ‘김이 올라오는 온천’으로 승급했습니다! 서리비룡 ‘이베르’가 온천을 향해 몸을 풍덩 던집니다!》

       

         

       “아, 맞다. 룬이 있었지.”

       

       

       도서관을 업그레이드하니 해금 가능한 룬이 있다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룬이 뭔지 실험한다고 한스한테 ‘용기의 룬’을 주고선 까맣게 잊어버렸다.

       

       새로운 룬이 해금 가능하다니까 도서관을 터치해서 확인해봤다.

       

       

       ‘음… 골드가 좀 많이 들어가네?’

       

       

       해금 가능한 룬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는데, 해금하는데 드는 골드가 좀 비싸다. 이 정도 골드면 무기 한두 개는 우습게 해금할 수준.

       

       일단 쓸 수 있는 룬부터 쓰는 게 좋을 것 같다.

       

       

       《사용 가능한 룬 : 용기의 룬 (사용됨), 힘의 룬, 속도의 룬》

       

       ※ 룬은 서로 상호 작용하며 예상치 못한 작용을 이끌어 내기도 합니다! ※

       

       

       전에 없던 주석이 눈에 들어온다. 아마 케넬름이 급하게 추가한 문장 아닐까? 천천히 읽어보니 조금은 충격적인 내용. 룬끼리 서로 상호 작용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아니, 이럴 줄 알았으면 내가 용기의 룬을 한스한테 안 줬지!”

       

       

       이러면 나머지 룬들은 무조건 한스한테 줘야 된다. 시너지 효과를 포기할 수는 없으니, 결국 답은 정해졌다. 속도의 룬과 힘의 룬은 한스한테 줘야 된다. 룬을 몽땅 받은 한스가 부디 제값을 하길 바라는 수밖에.

       

       

       ‘아니야. 오히려 좋을 수도 있어. 한스는 저번에 혼자 악마도 썰었던 놈이잖아. 투자를 하면 그만큼의 효율이 나오겠지.’

       

         

       두 번째 룬은 ‘속도의 룬’이 좋을 것 같다. 한스가 아무래도 근접 캐릭터니까 접근만 하면 제법 잘 싸운다. 

       

       곧장 ‘세계 탐험 모드’로 화면을 옮겼다. 즐겨찾기 해둔 목록에서 애덤을 찾는다. 저번에 임시 일꾼으로 야무지게 일하고 갔던 주민이다.

       

       

       ㅡ 카강! 캉! 카앙!

       

       ㅡ “네 눈ㅇ€ㅔ는 이게 실로 보Dㅇl냐! 이 두껍고 불규치€ㄱ한 뭉텅ㅇ|가 실이냐고!”

       

       ㅡ “아니€ㅂ니다! 죄소#○합니다!!”

       

       

       애덤은 대장장이라는 직업답게 시끄러운 대장간에 있었다. 청년 앞에서 마구 악을 지르는 모습. 뭐가 그리 마음에 안 드는지 모르겠는데, 여기는 너무 시끄러우니까 빨리 룬 각인만 지정해주고 가야겠다.

       

       

       빠밤ㅡ!

       

       《룬 대장장이, 애덤의 ‘룬 각인’이 준비되었습니다! 대상을 선택해주세요!》

       

       《선택 가능한 대상》

       

       악마 살해자, 한스 : 낡은 롱소드 (용기의 룬 – 각인됨)

       …

       기적의 대행자, 케니스 : 신실한 자의 대검

       용 사냥꾼, 프리가 : 용 사냥꾼의 도끼

       …

       수호자, 이스칼 : 수호자의 거대한 방패

       …

       

       

       전과 달리 이름 앞에 붙은 칭호들이 엄청나게 멋있어졌다. 한스는 악마 살해자에 이스칼은 수호자, 프리가는 용 사냥꾼… 아주 그냥 화려하기 짝이 없다.

       

       

       ‘이스칼은 수호자 칭호가 붙을만했지.’

       

       

       무수한 대군에 맞서 홀로 방패를 들고 달려가는 그 모습은 다시 생각해도 진짜 멋진 장면이었으니까.

       

       딴 생각을 하면서도 손가락은 착실하게 움직여 한스에게 ‘속도의 룬’ 각인을 해준다. 앞으로 6시간 정도 걸릴 테니까, 저녁 먹고 확인하면 된다. 

       

       

       ‘이제 뭐 하지?’

       

       

       할 것도 없어서 전에 즐겨찾기 해둔 목록이나 눌러가면서 대충 훑어봤는데, 아주 이질적인 것을 발견했다.

       

       ‘수상할 정도로 수상한 그림’. 

       

       이름만 보면 아주 수상하기 짝이 없는 그림인데, 실상은 사람에게 고양이나 강아지의 귀와 꼬리가 붙은 모습이 그려진 아이템이다.

       

       가끔 수수께끼 상점에서 산 다음에 골목길에 버리고 즐겨찾기에 등록했던 아이템이었는데, 간혹 살펴보면 그림의 소유주가 바뀌어 있고는 했다.

       

       

       ‘그림들이 전부 한 곳에 뭉쳐있네?’

       

       

       그 많은 그림들이 전부 한 곳에 모여있다니.

       

       아주 수상한 이벤트의 냄새가 난다.

       

       

       

       

       

       *****

       

       

       

       

       

       터덜 터덜.

       

       지나치는 사람들이 저마다 왁자지껄하게 떠들며, 근심 하나 없는 표정으로 걸어간다. 이런 것을 보며 모두가 행복해 보인다. 

       

       

       ‘나만 빼고…’

       

       

       이스칼은 어깨를 축 늘어트리고 힘없이 걸었다. 오늘도 프리가 공녀님을 만나지 못했다.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공녀님을 찾아다녔지만, 결국 찾을 수 없었다.

       

       저번 편지의 건으로 뭔가 단단히 오해하셨는지, 평소 괄괄하고 털털한 모습답지 않게 크게 화가 난 프리가는 그에게 “앞으로 절대 나 찾지 마!” 라는 말과 함께 어디론가 사라졌고, 그 이후로 아직까지도 못 만나고 있었다.

       

       

       ‘그래도 산쵸는 내가 무조건 먼저 찾아서 말을 걸으라고 했지.’

       

       

       한 손에 들린 꽃다발이 처량하기만 하다. 그의 종자이자 오랜 친구인 산쵸의 조언대로라면 꽃다발과 진심 어린 사과라면 한번은 봐줄 것이라고 했는데.

       

       

       – “아니, 도련님! 여인이 ‘절대 나 찾지마!’ 라고 했다고 진짜로 안 찾으시면 어떡합니까! 아이고, 우리 답답이 도련님!”

       

       – “도련님, 잘 들으십쇼. 여인은 말입니다? 아주 복잡하고 또 섬세한데, 어떤 때에는 굉장히 단순합니다. 그러니까 절대 나 찾지마! 이거는 무조건 먼저 사과해! 이런 말입죠.”

       

       – “무조건 잘못했다, 미안하다 이런 의미 없는 사과는 좋지 않습니다. 그 편지는 이러이러한 편지였다 하면서 자세하게 설명을 하고 꼭 안아주면 안 넘어오는 여인이 없습죠. 아! 그리고 작은 선물 하나 챙겨 가십쇼. 꽃이나 예쁜 보석이면 아주 좋죠.”

       

       

       ‘산쵸… 이게 정말 맞는 거야?’

       

       

       이스칼이 태어나는 순간부터 그를 보살펴온 든든한 아버지 같은 산쵸였지만, 노총각인 그의 조언은 못미덥기만 했다.

       

       휴우ㅡ

       

       깊은 한숨을 푹 내쉬고 다시 걸음을 옮겼다. 결투장에서 시련을 치른 이후로, 유독 그의 얼굴을 알아보는 이들도 제법 많아졌다.

       

       

       “어! 엄마, 저기! 수호자 이스칼 님이에요!”

       

       “이스칼 님, 여기 이거. 이것 좀 드셔 보세요. 제가 그냥 드리는 거예요.”

       

       “하하하!! 아이 참, 뭐 이런 걸다.”

       

       “수호자님! 여기 사인! 사인 좀 해주세요!!”

       

       

       이스칼의 주변으로 모여든 사람들이 마치 구름 떼와도 같았다. 축 처졌던 어깨는 언제 그랬냐는 듯, 타인의 관심을 양분 삼아 무럭무럭 솟아오른다. 

       

       그를 알아보는 사람들과 일일이 악수를 해주고, 사인을 해주다 보니 하늘 높이 걸려있던 태양은 지평선 너머로 고개를 걸치고 새빨간 노을을 만들어 냈다.

       

       오늘도 망했다.

       

       

       ‘…진짜 공녀님은 어디 계신 거지.’

       

       

       성도 안에 계신 것은 분명할 텐데, 도통 행방을 찾을 수가 없다. 오늘도 허탕을 친 이스칼은 무거운 심정으로 터덜터덜 골목길을 걸었다. 

       

       아예 새벽부터 공녀님의 숙소를 찾아가야 하나 싶다. 하지만 그것도 쉽지 않은 것이, 공녀님의 숙소는 철저한 금남의 구역. 잘못하다가 걸리면 호되게 혼날 것이다.

       

       

       ‘혼나는 선에 끝나면 차라리 다행이겠지.’

       

       

       가뜩이나 요즘 ‘장미꽃의 팔라딘’이라는 이명으로 불려서 한껏 저기압인 데모닉인데, 만약 그에게 걸린다면…

       

       오싹!

       

       ‘차라리 시련을 한 번 더 치르고 말지.’

        

       

       이스칼은 고개를 휙휙 흔들며 불길한 상상을 털어냈다. 결국 최선은 열심히 발품을 팔면서 공녀님을 찾는 것뿐이다. 

        

       만나는 얼굴마다 공녀님의 행방을 묻고 찾아다니면, 결국에는 만나게 되지 않겠는가.

       

       타다닥!

       

       “음?”

       

       

       달빛만이 비추는 골목길 사이로, 한 그림자가 어둠을 틈타 재빨리 걸음을 옮긴다. 그 과정에서 들려온 가벼운 발걸음 소리. 이스칼의 귀를 쫑긋하게 만들기에는 충분했다.

       

       타탁!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닌 듯, 고양이처럼 가볍게 담벼락을 넘더니 어둠 사이로 몸을 숨기며 골목길 으슥한 곳으로 뛰어간다.

       

       냄새가 난다.

       

       아주 수상한 냄새가.

       

       

       ‘…수상한 걸?’

       

       

       설마 신께서 직접 지켜보시는 성도에서 범죄나 인신매매가 있지는 않겠지만, 호기심이 동한 이스칼은 발걸음을 죽여 그 뒤를 따라갔다.

       

       

       “음?”

       

       반짝.

       

       문득 시선이 느껴져 올려다본 하늘에는 무수한 별이 가득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하나의 별자리.

       

       7개의 별로 만들어진 눈동자가 조용히 이스칼을 향하고 있었다.

       

       

       “…신께서 보고 계신 건가?’

       

       

       이스칼은 별자리를 보며 중얼거렸다. 그리고 다시 조용히 전진한다.

       

       저 앞에 보이는 수상한 그림자를 향해.

       

       수상한 사건의 냄새를 향해.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신선우’님!! 휘황찬란 번쩐번쩍, 따뜻하고 반짝이는 후원!!!! 감사합니다!!! 서리비룡은 응애야… 응애는 아껴줘야 해욧!!! 조사, 갈무리 멈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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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Install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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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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