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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4

       

       

       

       

       

       154화. 다섯 종족 ( 1 )

       

       

       

       

       

       “나쁘지 않네.”

       

       

       화면을 보며 중얼거렸다. 성지에서 아주 막대한 임무와 함께 돌아간 퍼리우스, 아니 프리우스 후작.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일을 잘해주고 있다.

       

       설마 시민들을 동원해서 찾는다는 발상을 할 줄이야. 대중들에게 ‘수상한 그림’을 공개한다는 초강수를 두기는 했지만, 그에 따른 후폭풍은 후작이 알아서 감당하면 되는 일이다.

       

       

       “내가 짐승의 형태는 안된다고 그렇게나 강조했는데, 알아들었겠지.”

       

       

       어느 사이엔가 채팅창이 생겨있기에, 그걸 통해서 후작에게 내 말을 전달할 수 있었다. 아마 케넬름이 내 말을 저쪽 세계에 전달하기 위해 급하게 추가한 거 아닐까?

       

       채팅창을 통해 정말이지 몇 번이나 반복하면서 강조했다. 반쯤은 세뇌에 가까웠을 지경. 허락되는 건 오직 귀와 꼬리 뿐. 

       

       그 이상 가는 건 내가 허락할 수 없다. 거기서 더 나아가려는 자들을 막는 것이 바로 프리우스 후작의 역할.

       

       이렇게 해도 동물 귀에서 만족하지 못한다면… 나도 모르겠다. 프리우스 후작이 알아서 잘 처리하겠지.

       

       

       ‘설마 신이 하지 말라고 했는데 하겠어?’

       

       

       그렇게 마음먹으니 한결 편안해졌다. 설마 무슨 일 있겠어?

       

       성도를 구경하던 화면을 쭉 돌려 ‘신성 로마니안 제국’의 수도로 향한다. 성도에는 더 이상 잊힌 것들의 후손이 없었기 때문에 제국에서 그들을 좀 더 찾아보려고 한다.

       

       

       제국의 수도답게 오가는 사람들은 성도와 비교도 안 되게 많았다. 그만큼 잊힌 것들의 후손도 아주 가끔씩 눈에 보인다.

       

       삥뽕ㅡ!

       

       삥뽕ㅡ!

       

       삥뽕ㅡ!

       

       …

       

       

       제국과 성도 그리고 북쪽 끝에 위치한 몬테그로스까지 구석구석 뒤지며 찾다 보니, 어느새 제법 숫자를 채웠다.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 수확이다. 

       

       

       

       삥뽕ㅡ!

       

       

       

       《주민 ‘셀리나’가 성지에 도착했습니다!》

       

       

       

       정신없이 후손 찾기에 열중하다가 밀려있던 알람을 확인하니, 후작이 찾아낸 잊힌 것들의 후손,’셀리나’가 성지에 도착했다는 메시지가 있었다. 

       

       저쪽 세계의 수인은 어떻게 생겼나 자세히 보고 싶은 마음에 한 명만 이쪽으로 보내보라고 했었는데, 어찌어찌 알아서 잘 보낸 모양이다.

       

       

       

       제일 처음으로 피를 각성시킨 주민을, 후작이 처음으로 찾아내다니. 재밌는 우연이다.

       

       후작이 일 하나는 빠릿빠릿하게 잘하는 것 같단 말이지. 알아서 사람들을 선동해서 후손 찾게 만드는 것도 그렇고.

       

       

       

       

       

       *****

       

       

       

       

       

       “”동물 귀! 동물 귀! 동물 귀! 동물 귀!!”

       

       

       일대의 공기 자체를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관중의 환호성. 후작은 신비한 힘이 깃든 그의 목을 매만지며 잠시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위대하신 분이 그를 지켜보고 계심인지, 신묘한 힘이 그의 목소리를 우렛소리보다 커다랗게 만들어주었다. 이는 그의 사명을 다하라는 계시 아니겠는가? 

       

       또각 또각.

       

       저 앞, 운명처럼 그의 사명이 다가온다.

       

       까만 장발이 밤하늘의 장막처럼 흔들리고, 짙푸른 녹음을 머금은 눈동자가 그를 바라본다. 세월을 잊은 심장이 거세게 뛰기 시작한다. 주책맞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다.

       

       두근.

       

       천천히 시야를 위로 향하면…

       

       

       쫑긋ㅡ!

       

       “크읏!”

       

       

       완벽한 삼각꼴 모양의 고양이 귀가 씰룩거리고 있다. 저 치명적인 자태가 요망한 매력을 흩뿌리며 후작의 심장을 강타했다!

       

       불의의 일격을 맞은 후작이 가슴팍을 붙잡고 비틀거리자, 다가오던 셀리나가 당황한 듯 다가와 그를 부축했다.

       

       

       “어, 음. 저기요? 괜찮… 으세요?”

       

       “크, 후우… 흐. 나는 괜찮네. 후우. 실제로 보니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아름답군.”

       

       “에?”

       

       “아 오해 말게. 자네의 그 형편없이 뭉게지고 이목구비가 자유분방한 얼굴을 말하는 게 아니니까. 난 자네의 귀를 보고 말한 거니 오해하지 말도록.”

       

       

       “아ㅡ 네…”

       

       

       셀리나가 그럼 그렇지 하는 표정을 지었다. 후작은 수많은 거래처 중 하나였던 셀리나를 알아보지 못하는 듯했지만, 셀리나는 후작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의 취향, 성격, 심미안…

       

       후작의 높고 고상한 심미안을 충족하려면 어지간한 미인으로는 턱도 없을 터. 오히려 그녀의 귀를 아름답다고 한 것이 놀라울 지경이다. 

       

       

       “그러고 보니 이름도 못 들었군.”

       

       “셀리나. 그냥 셀리나예요. 평민이라서.”

       

       “그렇군. 셀리나 양? 이쪽으로 오게.”

       

       

       후작이 한쪽 팔을 쭉 뻗으며 셀리나를 에스코트했다. 그녀를 어디로 인도하는 걸까? 이 앞에 있는 것이라고는, 무식할 정도로 커다란 문밖에 없는데.

       

       

       “여섯 번째 신께서는 잊힌 것들의 후손을 찾으면 최초의 한 명을 당신에게 보내라고 하셨지. 자세한 방법은 말씀해주시지 않았지만…”

       

       

       후작이 멋들어지게 손질된 콧수염을 매만지며 말했다.

       

       

       “모든 순례자들이 그러한 것처럼 그대도 이 문을 통해 들어가면 되는 일 아니겠나? 참으로 당연한 이치인 것이지.”

       

       “…여기를요?”

       

       

       셀리나가 고개를 한참 꺾어도 그 끝이 보이지 않는 문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후작을 돌아보는 그녀의 눈이 무언으로 외쳤다.

       

       이 굳게 닫힌 문을 열고 들어가라고? 내가? 어떻게?

       

       셀리나의 시선을 받은 후작이 어깨를 으쓱했다.

       

       

       “한 번 열어 보는 게 어떤가?”

       

       “…”

       

       

       거대한 문이 잘도 여인의 힘으로 열리겠다 싶었지만… 귀족이 까라면 까야 되는 거 아니겠나. 셀리나는 한숨을 푹 내쉬고는 성지의 문으로 다가갔다.

       

       가까이 갈수록 그 위용이 피부에 와 닿는다. 거대한 크기와 그와 반대되는 세밀하고 섬세한 조각들.

       

       문의 좌우 기둥에는 수많은 생물들의 형태가 조각되어 있었다. 가장 작은 벼룩과 쥐, 개미 따위부터 시작하여 오래된 전설에서 나오는 하늘 고래까지.

       

       그야말로 과거부터 현시대에 존재했던 온갖 모든 생명들이 기록되어 있는 생명의 서와도 같았다.

        

       

       ‘저건…’

       

       

       헌데, 중간 중간 비어있는 것이 있었다. 있었다가 사라졌다는 듯 공백으로 남은 몇 개의 여백. 셀리나는 무언가에 홀린 듯 문으로 천천히 이끌렸다.

       

       손을 들어 성지의 문에 가져다 댄다. 마치 그녀의 존재를 문에게 알리는 듯, 집주인에게 제 안부를 알리는 손님처럼.

       

       파아아앗ㅡ!

       

       “으읏!”

       

       

       셀리나의 손이 맞닿은 부분에서 빛이 터져 나온다. 그 빛은 성지의 문을 타고 구불구불 헤엄쳐 올라가더니, 이윽고 제 자리를 찾았다는 듯 날렵하게 몸을 던져 들어갔다.

       

       성지의 문 곳곳에 존재했던 빈 공간. 그 공간 중 하나에 밝은 빛과 함께 무언가 새겨지기 시작한다.

       

       그것의 형태는… 인간이었다. 머리 위에 동물의 귀, 허리에는 꼬리가 그려진 인간의 형상.

       

       

       “저, 저게 대체… 뭐지?”

       

       “모르겠어. 잘은 모르겠는데, 꼭… 성지의 문에 새로운 것이 적히는 것처럼 보여.”

       

       

       이 모든 것을 보고 있는 관중들이 술렁였다. 성지의 문에 있는 빈 공간은 그저 여백이 아니었다니.

       

       후작의 커다래진 눈이 셀리나를 향하고, 이게 무슨 일인가 싶은 셀리나가 제 손을 내려다보았다.

       

       쿠그그그그ㅡ!

       

       새로운 형상을 새긴 성지의 문이, 제 육중한 몸을 움직이며 땅을 뒤흔들었다. 아주 조금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주변의 땅이 가볍게 흔들리다가 이윽고 진동이 멈춘다.

       

       꿀꺽ㅡ

       

       열린 문의 틈으로 보이는 것은 까만 어둠뿐. 셀리나의 밝은 눈으로도 보이지 않는 어둠에 살짝 겁이 난 그녀가 주춤 뒤로 물러났다.

       

       

       “저, 저기. 아무래도 전 여기 못 들어갈 것 같은ㅡ”

       

       툭.

       

       “잘 다녀오게.”

       

       “꺄아아아ㅡ!”

       

       

       슬며시 다가온 프리우스 후작이 뒤로 물러나는 셀리나의 등을 툭 떠밀었다. 균형을 잃고 어어 하다가 어둠 속으로 굴러떨어진 셀리나의 비명만이 애처롭게 어둠을 빠져나와 허공을 맴돌았다.

       

       

       

       

       

       *****

       

       

       

       

       

       얼마나 누워 있었을까.

       

       

       “아으 아파…”

       

       

       셀리나는 끔찍한 두통을 느끼며 몸을 일으켰다. 그 망할 변태 후작이 등을 떠미는 바람에 굴러떨어진 것 같다. 조심조심 만져본 머리에는 큼지막한 혹이 달려 있었다.

       

       울상이 된 셀리나. 혹을 문지르며 주변을 둘러봤다.

       

       

       “여긴 또 어디야…”

       

       

       왼쪽에서부터 오른쪽 끝까지 있는 힘껏 고개를 돌려도 보이는 것은 풀, 풀, 풀. 드넓은 초원이 가득하다.

       

       삐이익!

       

       바람을 타고 기묘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병아리가 삐약거리는 듯한 소리. 셀리나의 고양이 귀가 쫑긋하고 움직이며 울음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향했다.

       

       저 멀리서 모락모락 연기가 올라오는 곳. 저곳에서 기묘한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저기로 가야 되나?”

       

       

       모든 것이 낯선 땅. 셀리나는 천천히 발을 옮겨 울음소리가 들려오는 것으로 향했다.

       

       삐이익! 삑, 삐익!

       

       첨벙 첨벙!

       

       “으하악! 이 녀석, 나는 건 반칙이지!”

       

       

       가까이 갈수록 소리가 점점 더 선명해진다. 무언가 물장구치는 소리도 들려오고, 걸걸한 사내의 목소리도 들려왔다.

       

       셀리나는 한껏 발소리를 죽이고 살금살금 걸었다. 커다란 신전과 대장간, 시끄러운 술집을 지나 삐약거리는 소리를 따라 도착한 곳은ㅡ

       

       

       “온천…?”

       

       

       하얀 수증기가 구름처럼 올라가는 뜨끈한 온천이었다.

       

       갑자기 초원 한복판에 온천이라고? 잠시 고개를 갸웃한 셀리나였지만, 이내 이곳이 성지라는 걸 깨닫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기적과 초월에서 제일 가까운 곳이 바로 여기일 텐데, 초원에 온천이 있는 것 정도야.

       

       셀리나가 고개를 빼꼼 내밀어 조심스럽게 온천을 살폈다. 거기 보이는 것은…

       

       첨벙ㅡ!

       

       “삐히이익!! 삐이익!!”

       

       “으아악! 이, 이베르 잠깐 좀 멈춰!!”

       

       

       그것은 치열한 전투의 현장.

       

       피 대신 물이 흐르고,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오가는 물장구의 향연. 푸른 빛이 감도는 날개 달린 도마뱀과 짜리몽땅하고 근육으로 꽉 찬 사내 세 명의 전쟁.

       

       놀랍게도 작은 도마뱀이 날렵한 몸을 앞세워 사내들을 압도하고 있었다.

       

       

       “크윽! 이대론 무리요! 형님, ‘그걸’ 씁시다!!”

       

       “좋아, 가자!! 세듀스, 트리비우스! 나한테 맞춰라!!”

       

       “갑시다 형님들!!”

       

       푸화아아악!

       

       

       신호를 주고받은 세 명의 사내가 서로 합을 맞춰 일제히 온천의 수면을 밀어내자, 앞뒤로 꿀렁이던 수면이 점차 높아지기 시작했다!

       

       

       “끄하아아압!!”

       

       “합을 맞춰라!! 물의 파문을 이용해!!”

       

       

       사내들의 이두근과 삼두근의 핏줄이 불끈 솟아나고, 수면의 출렁임이 점차 높아지더니ㅡ

       

       촤아아아ㅡ!!

       

       그리하여 만들어진 것은 믿을 수 없는 높이의 파도!

       

       셀리나의 눈높이보다 조금 더 높은 수준에 있는 파도가 온천에서 몸을 일으켰다!

       

       

       “하하하하! 받아라 이베르! 우리 삼 형제의 선라이트 오버 드라이브!!”

       

       “우리는 그 어떤 싸움에서도 최선을 다한다! 설령 상대가 아기라고 해도 말이지.”

       

       “아무리 너라고 해도 이건 무리다 이베르! 포기해라!! 흐하하하하!!”

       

       푸화아아아악!!

       

       승리를 확신한 사내들이 기세등등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거대한 파도가 아가리를 벌려 작은 도마뱀을 집어삼키려 든다. 너무나 작고 귀여운 도마뱀이 당장이라도 파도에 휩쓸릴 것 같은 모습!

       

       지켜보던 셀리나가 저도 모르게 입을 막았다.

       

       허나 이를 바라보는 작은 도마뱀은 태연하기 그지없었다. 마치 “소용없다ㅡ”라고 말하는 것처럼.

       

       후으읍ㅡ

       

       가만히 서 있던 도마뱀이 크게 숨을 들이마신 후, 파도를 향해 숨결을 내뱉었다.

       

       

       “삐이이이이ㅡ익!!”

       

       쩍ㅡ 쩌저적!!

       

       

       도마뱀의 숨결에 닿은 파도는 거짓말처럼 얼어붙으며 허공에서 멈춰섰다. 얼음이 거대한 파도를 타고 오르더니, 이내 와르르 무너졌다.

       

       완벽한 카운터. 

       

       도마뱀이 작은 날개를 퍼덕이며 의기양양하게 어깨를 으쓱했다.

       

       승부의 종착. 사내들은 전투의 흔적으로 가득한 온천에 무릎 꿇었다.

       

       

       “크으. 비장의 신기술로도 안 되는 건가.”

       

       “그건…진짜 사기다…!!”

       

       “얼음 숨결은 반칙이지 이베르! 한 번만, 한 번만 더 하자!”

       

       

       구질구질하게 매달리는 사내들.

       

       마치 조카와 놀아주며 진심을 발휘했는데도 처참히 패배한 삼촌들의 모습이랄까. 셀리나는 저도 모르게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쿡쿡.”

       

       “삐익?”

       

       “엉? 거기 누구요?”

       

       “손님이신가? 요즘은 손님이 자주 오는구먼.”

       

       

       도마뱀과 사내들이 셀레나가 숨은 곳을 바라봤다. 

       

       

       “아.”

       

       

       들켰다.

       

       머뭇거리던 셀리나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짜리몽땅한 사내 세 명과 귀여운 도마뱀 한 마리, 총 4쌍의 눈이 셀리나를 향한다.

       

       

       

       

       “손님이신가?”

       

       

       “…머리 위에 그 귀는 뭐요?”

       

       “제 귀에요…”

       

       “신기하구만. 전에 왔던 손님들은 이런 귀가 없지 않았나?”

       

       “삐이, 삑?”

       

       

       셀리나의 고양이 귀가 신기한지 뚫어져라 바라본다. 어쩐지 몰려오는 수치심에 셀리나는 고개를 푹 숙였다.

       

       

       “시, 신께서 저를 부르셨다고 했는데! 신께서는 지금 어디에 계신가요!”

       

       “아, 위대하신 분? 지금은 여기 안 계시는데, 아마 좀 기다리다 보면 돌아오실 거요.”

       

       “손님을 밖에 세워두는 것도 예의는 아니니까, 그때까지 와서 불이라도 쐬다 가쇼.”

       

       “삐익ㅡ 삑, 삐이익”

       

       

       짜리몽땅한 사내들이 짧은 다리를 열심히 놀리며 앞장서고, 작고 푸른빛의 도마뱀도 그 옆에서 열심히 뒷발로 뒤뚱뒤뚱 걸어간다.

       

       기묘한 행진.

       

       셀리나는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이내 그들의 행진을 따라가기 시작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신선우’님!!! 양털처럼 포근하고 따뜻한 후원!!! 감사합니다!!! 비열한 돚거는 구석에서 붕대나 감고 있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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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Install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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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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