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156

       

       

       

       

       

       156화. 다섯 종족 ( 3 )

       

       

       

       

       

       “저길 봐! 잊힌 것들의 후손께서 나를 바라보셨어!! 나에게도 멋있는 늑대 귀가 자라나게 해주실 거야!!”

       

       “네가 아니라 네 뒤에 있는 가게를 보신 거야!”

       

       “아냐, 분명히 나를 바라보셨어! 내 눈을 똑똑히 마주쳤다고!! 후손께서 내게 늑대 귀를 주실 거야!!”

       

       

       아찔.

       

       셀리나는 성지에서 돌아옴과 동시에 정신이 아득해지는 외침을 들어야 했다. 도대체 저게 무슨 정신 나간 대화란 말인가. 

       

       상상을 초월하는 아득한 군중의 외침에 당황한 셀리나의 뒤에서, 지팡이 짚는 소리가 울렸다. 프리우스 후작이 천천히 셀리나에게 다가온다.

       

       

       “셀리나 양께서 오셨군.”

       

       “아, 프리우스 후작님.”

       

       “그래, 성지에서 여섯 번째 신께서 셀리나 양에게 무슨 말씀을 하셨나?”

       

       

       누가 변태 후작 아니랄까 봐 곧장 용건부터 꺼내는 프리우스 후작. 걱정이나 안부를 바란 것은 아니지만 참 재미없는 인간이라고 셀리나는 생각했다. 

       

       

       “여섯 번째 신께서 후작님과 함께 잊힌 다섯 종족을 찾으라고 하셨어요. 그리고 저는 그 분의 나팔수이니, 모두가 그 뜻을 알게 하라고…”

       

       “오오, 그렇군. 그러면 셀리나 양은 당분간 나와 함께… 음? 다섯 종족? 잊힌 것들이 더 있단 말인가?”

       

       “네. 후작님은 따로 들으신 게 없으신가요?”

       

       “나는 셀리나 양처럼 동물 귀가 자라난 이들을 찾아서 보호하라는 말씀밖에 듣지 못했네. …아 그렇군. 몰락한 종족 중 일부라는 뜻이 이런 거였나. 나는 일부분을 이끌고 셀리나 양은 나팔수. 거기에 뜻을 널리 알리라고 하셨으니, 셀리나 양이 앞장서서 이끄는 형태인가? 그러면 셀리나 양이 일단 내 상급자ㅡ.”

       

       “예?”

       

       

       고개를 숙이고 무언가 빠르게 중얼거리는 후작. 무언가 불길한 단어가 들린 셀리나의 안색이 딱딱하게 굳었다.

       

       다른 종족들을 이끌어? 후작의 상급자?

       

       가슴이 쿵쾅거린다. 제발 아니길 바랬다.

       

       

       “셀리나 양.”

       

       덥썩.

       

       

       후작이 냉큼 다가와서 셀리나의 양손을 붙잡았다. 마주 보는 후작의 눈동자에는 무언가 이글거리는 것이 존재했다.

       

       열정보다는 질척하고, 욕망보다는 순수한 이름의 무언가.

       

       

       “아무래도 여섯 번째 신께서는 셀리나 양에게 대업을 맡기신 모양이네.”

       

       “에, 예? 대, 대업이요?”

       

       “음. 나는 신께서 동물 귀 자라난 자들… 너무 길군. 앞으로 이들을 수인(獸人)이라고 부르겠네. 나는 이 수인들을 모으고 보호하라는 사명을 받았네. 하지만 셀리나 양, 자네는 달라.”

       

       “…뭐가요?”

       

       “나는 고작 한 종족을 찾고 보호하는 역할이지만, 자네는 다섯 종 전체를 모으고 이끄는 사명을 받지 않았나. 자네와 나의 사명이 일부 겹치는 것이 있지만, 엄연히 따지면 셀리나 양이 나의 상급자 되는 위치인 거지. 나는 한 종족을 담당하였고, 셀리나 양은 다섯 종족 전체를 이끌어야 하니.”

       

       “예, 예? 아니 제가요? 후작님, 제가 어떻게 감히 후작님의 상급자를ㅡ”

       

       “신의 뜻이 그러하네. 신께서 그렇게 정하셨으면, 셀리나 양에게는 그럴만한 능력이 충분히 있다는 뜻이겠지. 나는 신의 뜻을 굳게 믿네. 하여 셀리나 양의 능력도 믿고 있네.”

       

       “…”

       

       

       이제는 하늘이 노랗게 보인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신께서는 그저 후작과 함께 힘을 합치라 하였는데, 그것이 설마 후작을 부하로 쓰라는 뜻이었단 말인가?

       

       후작의 근거 없는 믿음이 무겁기만 하다.

       

       

       “하, 하하… 하하하…”

       

       

       힘없는 웃음소리가 새어 나온다.

       

       뒷골목 좀도둑 평민년이 후작을 부하로 부려 먹으라고? 그것도 제국에서 몇십 년 굴러먹은 능구렁이 후작을? 갑자기?

       

       

       ‘와… 셀리나 출세했네. 어? 후작이 네 부하란다. 하하…’

       

       

       셀리나의 자조 어린 웃음이 실실 흘러나온다. 그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후작은 셀리나에게 제 할 말을 폭풍처럼 쏟아냈다.

       

       

       “셀리나 님, 첫 번째 보고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우선 셀리나 님께서 성지에 계신 동안 총 스물 일곱의 동포들을 추가로 찾아냈으며ㅡ”

       

       “예? 스물 일곱?!”

       

       

       자신이 그렇게나 오랫동안 성지에 가 있었단 말인가? 깜짝 놀란 셀리나는 후작이 자신을 ‘셀리나 님’이라고 부른 거에 대해 뭐라고 할 생각도 못 했다.

       

       셀리나의 황망한 표정을 읽은 후작이 말을 추가했다.

       

       

       “아, 참고로 셀리나 님께서 성지에 가시고 하루 만에 돌아왔습니다.”

       

       “아니, 후작님 제발 저를 존칭이 아니라… 그것보다 하루? 하루 만에 스물 일곱이나 찾았다고요?”

       

       어떻게?

       

       

       셀리나의 의문 가득한 눈빛을 받은 후작은 태연했다. 그저 당연하다는 태도.

       

       

       “쉬운 일입니다. 특징이 뚜렷하니까요. 여기저기 뿌려둔 손발이 좀 있어서, 성도와 제국 곳곳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몇몇은 이미 노예시장에 끌려가기 일보 직전에 구출하기도 했죠.”

       

       “어…”

       

       

       아무리 부하가 있다고 해도 하루 만에 성도와 제국에서 그렇게 찾을 수 있나? 싶은 의문이 떠올랐지만… 이내 셀리나는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후작이 그렇다면 그런거겠지.

       

       

       “마침 성도에 와 계신 제국의 황제 폐하와 안면이 좀 있어서 협조를ㅡ… 셀리나 님을 비롯한 수인들에 대한 추가적인 특징 확보를 위한 조사가 필요하여ㅡ…”

       

       “…”

       

       

       폭풍처럼 쏟아지는 보고의 향연. 이 모든 것은 수많은 군중이 보는 앞에서 이루어졌다. 

       

       이제는 하늘이 보라색으로 보인다.

       

       정신을 놓기 일보 직전. 셀리나는 가까스로 정신줄을 붙잡고 후작의 말을 끊었다.

       

       

       “…ㅡ 그리하여 구출한 동포들은 성도에 임시로 자택을 확보해ㅡ”

       

       “자, 잠깐!”

       

       

       몰아치던 보고의 태풍이 멈춘다. 셀리나는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여기서 그냥 후작님한테 전부 맡긴다고 하고 튈까? 아냐 하루 만에 제국까지 영향력이 닿는 사람한테서 어떻게 숨어! 그러면 어쩌지? 어쩌면 좋지?’

       

       

       지금 당장은 이 상황에 대한 답이 나오지 않는다. 일단 주제를 돌려야 한다.

       

       

       “아, 아아! 그러고 보니까 제가 다섯 종족에 대한 이야기를 여기 모인 분들에게 말씀드려야 하지 않을까요?”

       

       “그렇군요. 잊힌 종족이 다섯이나 깨어나는 것이니, 백성들의 혼란을 줄이고 헛소문을 방지하려면 확실한 자리에서 말하는 것이 옳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후작이 들고 있던 검은 지팡이를 내밀었다. 고급스러운 광택이 도는 지팡이다.

       

       얼떨결에 지팡이를 받아 든 셀리나. 후작이 태연하게 말했다.

       

       

       “그 지팡이에 깃든 힘이 셀리나 님의 목소리를 모두가 들을 수 있게 할 겁니다.”

       

       “아.”

       

       

       주춤주춤 앞으로 나서는 셀리나. 막상 앞에 나서자 무슨 말을 해야 하나 머리가 새하얘진다. 손이 덜덜 떨리고 사람들의 무수한 시선은 창이 되어 날아든다.

       

       가쁘게 호흡을 몰아쉬던 셀리나가 휙 뒤돌아섰다.

       

       

       “모, 못 하겠어요!! 이런,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갑자기…”

       

       “무리도 아닙니다. 당장은 제가 하지요.”

       

       

       어쩐 일로 부드럽게 셀리나를 챙긴 후작이 천천히 지팡이를 넘겨받는다. 그 짧은 사이, 후작이 아주 작게 중얼거렸다.

       

       

       “다섯 종족의 지도자로 자리를 확고히 하면, 공작은 우습게 볼 수 있을 텐데… 당장은 너무 이른가.”

       

       

       흘리듯 아주 작게 들썩거린 입술.

       

       셀리나의 귀가 쫑긋하며 그 말을 포착했다. 

       

       

       ‘공작 버금가는 권력? 내가?’

       

       

       당장 떠오르는 것은, 프리가 공녀. 셀리나와 프리가 사이에는 높은 벽이 존재한다.

       

       그것은 바로 신분.

       

       공녀의 신분으로 누군가의 첩이 된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평민이 정실이고, 공녀가 첩이라고? 말도 안 되는 소리.

       

       평민인 셀리나와 공녀인 프리가 사이에는 어쩔 수 없는 태생의 한계가 존재했다. 늑대와 고양이처럼, 태생적인 한계.

       

       꾸욱.

       

       그걸 바꿀 수 있다면?

       

       주먹을 말아쥔 셀리나가 눈을 단단하게 굳히더니 후작의 지팡이를 휙 뺏어갔다. 평소라면 상상도 못 할 무례였지만, 셀리나는 그러한 행동을 자각하지도 못했다.

       

       

       “성도의 시민 여러분! 저의 이름은 셀리나!! 동물 귀가 자라난 후손이자, 잊힌 다섯 종족의 지도자로 사명을 받은 자 입니다!!”

       

       

       어디서 그런 용기가 솟아났는지 우렁차게 외치는 셀리나. 한껏 상기한 두 볼이 발갛다.

       

       

       “여섯 번째 신께서는 저에게! 수인뿐만 아니라, 잊힌 다섯 종족들을 찾고 모아서 번성케 하라 하셨습니다!! 다섯 종족 중 첫 번째가 바로 저희 동포들!! 이르기를 수인!!”

       

       “수인? 동물 귀 자라난 사람들이 수인이야?”

       

       “쉿! 계속 말하신다.”

       

       “먼 옛날, 신화의 시대에 다섯 종족이 이 땅을 누비고 살았습니다! 산과 바다가 뒤집힐 정도의 시간이 흐르며, 그들은 모습을 감췄지만!! 여섯 번째 신께서는 그 다섯 종족들을 다시 찾아내고 모아서 번성케하라 하셨으니!! 과분하게도 제가 그들을 이끄는 자로 사명을 받들고자 합니다!!”

       

       “다섯… 종족? 뭐 아는 거 있어?”

       

       “아니 나도 처음 듣는데.”

       

       

       군중이 술렁인다. 갑작스러운 말에 모두가 당황한 듯 보였다. 무리도 아니다. 갑자기 신화 시대에 다섯 종족이라고 해도, 그들은 어디까지나 일반인.

       

       신학에 박식한 사제들이나 학자들만이 어렴풋하게 뭔지 알아들었다.

       

       

       ‘이건 안 좋아.’

       

       

       셀리나는 그 사실을 본능적으로 느꼈다. 군중들의 반응이 영 시원치 않다. 좀 더 확실하고, 직관적인 무언가 필요하다.

       

       재빨리 속으로 할 말을 고른 셀리나가 다시 한번 외쳤다.

       

       

       “이것은 신화의 재림입니다!! 고대의 다섯 종족을 통합하여, 신의 영광을 지상에 재현하고! 기적과 이적의 시대를 다시 한번 시작하는 겁니다!!”

       

       

       신화의 재림.

       

       그 말은 직관적이었고, 민중의 마음에 깊숙이 틀어박혔다.

       

       

       “빛과 영광이 가득하고, 신비가 흐르는 신화의 시대!! 신께서 굽어 살피시는 온정의 땅!! 우리가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고대의 다섯 종족과 함께 힘을 합쳐서, 영광의 땅을 만드는 겁니다!!”

       

       신화의 땅을 만듭시다ㅡ!!

       

       

       뜨거운 용암을 토해내듯 외치던 셀리나가 헉헉거리며 무릎을 짚었다. 

       

       잘한 걸까? 모르겠다. 

       

       정적이 흐르던 공기가, 일순간 폭발하듯 뜨겁게 터져 올랐다.

       

       

       “”우와아아아ㅡ!!””

       

       “신화의 재림!! 아아아아악!!”

       

       “셀리나! 셀리나! 셀리나! 셀리나!!”

       

       “셀리나 님께서 나를 신화의 땅으로 인도하실 거야!!”

       

       

       나쁘지 않게 해냈구나.

       

       그제야 맥이 탁 풀린 셀리나가 다리에 힘이 풀리며 앞으로 휘청했다. 그녀의 어깨를 붙잡는 손이 없었다면 넘어졌으리라.

       

       텁.

       

       “많이 투박하고 여기저기 어설프지만… 잘하셨습니다.”

       

       “프리우스 후작님…”

       

       “뒷정리나 자잘한 것들은 제가 처리할 테니, 이만 쉬시는 게 좋겠습니다.”

       

       

       프리우스 후작의 기꺼운 권유. 셀리나는 후들거리는 다리를 움직여 가까스로 자리를 옮겼다. 멀리서 이 사태를 보고 있던 성기사들이 부리나케 달려와 그녀를 부축했다.

       

       

       ‘…나쁘지 않군.’

       

       

       후작이 셀리나의 뒷모습을 유심히 바라봤다. 

       

       셀리나가 성지로 간 하루 동안, 후작은 셀리나에 대해 간단히 조사했다. 별 특이한 점은 없었다.

       

       뒷골목 출신에 좀도둑, 자신에게 몇 번 그림을 판매했고, 이스칼 사도와 협력하여 범죄 기록 말소. 그 후 이스칼 사도와 몇 번 거리에서 시간을 보냈다.

       

       특이한 점이라면 프리가 공녀와 묘한 적대 관계로 보였다는 걸까.

       

       

       ‘연적이라는 거겠지.’

       

       

       후작도 확신하지 못할 정도로 희미한 단서였기에. 구태여 셀리나에게 공작을 언급하며 넌지시 찔러보았다.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곧장 변하는 그 눈빛이라니. 사랑은 여인을 변하게 만드는 걸까.

       

       후작은 묵빛의 지팡이를 잡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신께서 임명하신 그의 상급자. 인생에서 두 번째로 모시는 분이 고양이 귀가 있는 묘령의 여인이라니.

       

       

       ‘모실 맛이 나는군.’

       

       

       이것저것 알려줄 것이 많지만, 그래서 더욱 보람차다. 더욱이 셀리나의 고양이 귀를 가까이서 볼 수 있으니 더할 나위 없다.

       

       

       ‘아주 좋아.’

       

       

       후작은 고양이 귀와 꼬리가 좋았다.

       

       너무 좋았다.

       

       후작에게 셀리나는 최고의 상급자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하꼬인생’님!!! 솜이불처럼 포근하고 전기장판처럼 따뜻한 후원!!! 감사합니다!!! 늙고 병든 작까…!!! 연참은 무리지만…!!! 일일 연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헤헤, 그리구 독자님이 주신 기부금 맛나요 쩝쩝

    – ‘신선우’님!!! 새싹호떡처럼 달달하고 델리만쥬보다 달콤한 후원!!! 감사합니다!!! 이모티콘 구매…!! 감사합니다!!! 언젠가 나올 방치형 임티 Mk.2… 언젠가 나옵니다!!! 성녀의 매??혹??? 헤으응…

    다음화 보기


           


I Install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I Install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