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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63

       

       

       

       

       

       163화. 황금 나무 ( 5 )

       

       

       

       

       

       《불가사의 건축물 “위대한 황금 나무”》

       

       짧고 간단한 메시지가 보인다. 화면 너머로 보이는 것은 거대한 황금 나무와 성체로 자라난 이베르.

       그리고 황금 나무의 주변에서 살아가는 엘프들.

       

       곰곰이 생각해본다. 

       

       드워프들이 만들지도 못하고, 어깨나 으쓱거렸던 활.

       황금 나무의 대궁.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보이는 황금 나무와 관련이 있을 것 같다. 최소한 활을 만들 수 있게 해주는 트리거라도 되지 않을까.

       카메라를 잔뜩 확대해서 황금 나무를 관찰한다. 황금빛이 도는 잎맥과 나무껍질 주름까지 보일 정도로 당겨봤지만, 뭔가 눈에 뚜렷하게 보이는 건 없었다.

       

       혹시나 싶어 황금 나무를 꾹-눌렀다. 

       

       황금 나무가 건축물로 판정이 들어간다면, 아마 상세 정보가 나타날 텐데ㅡ

       

       삥뽕ㅡ!

       

       《위대한 황금 나무 : 신비와 기적이 흐르던 신화의 시대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무수한 세월과 풍파를 견뎌온 위대하고 고결한 나무다.》

       

       “오.”

       

       성지에서 건물들의 정보와 얼추 비슷하게 나왔다. 불가사의 건축물이라더니 정말 건축물로 취급하는 모양.

       

       간략하게 줄여진 설명을 빠르게 훑어보는 중, 또 다른 메시지가 나타났다.

       

       《황금 나무는 사악한 불에 타오르고, 신성을 먹혀 소생이 불가능한 피해를 입었다. 위대한 황금 나무의 긴 여정에 끝이 보이기 시작한다.》

       

       ‘끝이 보인다고? 건물인데 죽는 거야?’

       

       건축물인 동시에 나무여서 그런 걸까.

       

       메시지를 유의하며 자세히 바라보니 황금 나무의 빛이 아까보다 조금 더 옅어진 것 같기도 했다. 아니, 조금 옅어진 수준이 아니라 확실하게 죽어가고 있었다.

       

       한여름의 태양과도 같던 황금빛은 저물어가는 노을처럼 희미해졌고, 잎사귀는 몸을 바르르 떨며 지상으로 떨어졌다. 울창하던 나뭇가지는 금이 가고 부러지며 찢어졌고, 뿌리는 앙상하게 메마르며 땅 위로 드러나 제 몸을 비틀어 부서져 간다.

       

       ‘진짜 죽어가잖아!’

       

       대형 사고다.

       이제야 간신히 활을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르는 단서를 찾아냈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잃을 수는 없다.

       

       ‘방법이, 뭔가 방법이 있을 거야.’

       

       생각해야 한다. 사고의 방식을 넓혀야 한다.

       눈을 감고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리면서 스스로 되뇐다.

       

       ‘나는 신이야… 뭐든지 할 수 있는 신…’

       

       여러가지 방법들이 떠오른다.

       

       황금 나무에 힐을 줘볼까? 이미 ‘성역 선포’를 사용해봤다. 통하지 않았고, 또 사용해도 똑같을 것이다.

       상점에서 나무를 살리는 스킬이 있나 찾아볼까? 그때까지 나무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 지금 이 순간에도 잎사귀 떨어지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툭- 투툭-!

       

       떨어지는 잎사귀를 보는 내 심정도 타들어 간다. 마지막 잎새에 나온 소녀의 심정이 이러했을까.

       

       마음 같아서는 집게와 풀로 잎사귀를 하나하나 붙이고 싶은 심정이다.

       하지만 그런다고 죽어가는 황금 나무가 다시 살아나지는 않을 테고… 

       

       ‘나무, 나무… 으ㅡ 미치겠네!’

       

       초조해진 마음에 머리는 복잡해지고, 방법은 떠오르지 않는다.

       그야말로 미치고 팔짝 뛸 상황.

       

       뭔가, 뭔가 방법이 없을까?

       

       띠링ㅡ!

       

       《’뿌리는 땅으로, 가지와 잎사귀는 하늘로.’》

       

       《자신의 끝을 받아들인 황금 나무는 겸허하게 최후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마땅히 자연으로 돌아가기 전, 황금 나무는 최후의 과업을 수행하고자 합니다.》

       

       《황금 나무가 자신의 뒤를 이을 후계자를 만들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선 도움이 필요합니다.》

       

       《도우시겠습니까? Y/N》

       

       내 선택을 기다리는 커서가 깜빡인다.

       

       두말할 것도 없이, 내 선택은 단 하나다.

       

       “이건 무조건 해야지.”

       

       일단 뭐라도 해봐야 실마리를 잡지 않겠는가.

       단숨에 손을 뻗어 ‘YES’를 눌렀고, 곧장 신앙심이 우수수ㅡ떨어져 내렸다.

       

       그 많던 신앙심이 이제는 바닥을 보일 지경.

       

       조금 속이 쓰려오지만, 부디 쓰인 신앙심만큼의 유의미한 소득이 있기를.

       

       간절하게 기도했다.

       

       

       

       

       

       *****

       

       

       

       

       

       《…이거 혹시 내 잘못인가?》

       

       창가에 바싹 눈을 붙이고 있던 이베르가 멋쩍게 중얼거리며 멀어졌다. 자신은 그저 원숭이가 찾던 팔찌를 전달해주려던 것뿐인데.

       지레 소리를 지르며 쓰러지고 기절하다니.

       

       이래서야 순 자신이 악당 아닌가?

       

       ‘필멸자들은 도통 알다가도 모르겠군.’

       

       생긴 것도 그렇고, 행동하는 것도 그렇고.

       

       완벽한 생물이라 자부하는 이베르의 눈에 그들은-엘프와 인간들- 비효율적인 구성 그 자체였다.

       연약한 가죽과 허약한 뼈, 외부의 충격에 취약한 내장과 약간의 열 혹은 추위에도 쉽게 망가지고 죽어버린다.

       생긴 것도, 하는 행동과 생각도. 너무나 이해하기 어려운 필멸자들.

       

       이것은 용으로서의 드높은 자긍심이 만들어낸 오만이었다.

       불멸에 가까운 수명, 튼튼하고 질긴 가죽과 세상에서 제일 튼튼한 뼈. 약간의 햇빛과 별빛이 있다면 먹지 않아도 되고, 잠은 선택에 의한 것에 불과하다. 

       

       용에게 죽음이란 그저 길고 긴 수명이 다해서 자연의 품으로 돌아가는 것 외에는 존재 하지 않았고, 몇몇 초월자들을 제외한다면 감히 용을 사냥하는 이는 없었다.

       

       ‘용을 사냥한다는 것은, 용과 대등하다는 의미.’

       

       사냥감과 사냥꾼. 

       먹고 먹히는, 쫓고 쫓기는 사냥의 관계. 

       

       그것은 용과 견줄 정도의 능력이 있기에 가능하다는 의미였고, 이에 용은 동족을 사냥한 자에게 경의를 표했다.

       가녀린 필멸자의 몸으로 용을 죽인 위대함에 찬사를.

       

       이미 두 차례나 이베르를 사냥한 전적이 있는 프리가는 이베르의 친우로 인정받기에 충분했다. 

       

       “저기, 저기이…”

       

       상념에 빠져있자니 발밑에서 어슬렁거리는 원숭이 두 마리가 눈에 들어왔다. 할 말이 있는지 한참 동안 주변을 맴돌더니 이제야 말을 꺼낸다.

       

       《무슨 일이냐, 원숭이들.》

       

       다른 이들에게 관심이 없으니 구태여 얼굴도 구분하지 않았고, 얼핏 보기에는 죄다 비슷하게 생겼기에 원숭이다.

       

       이베르의 무심한 말투에 한 원숭이가 덜덜 떨기 시작했다.

       

       “그, 그그그그게ㅡ!”

       《하아…》

       

       턱을 덜덜 떠는 꼴이라니. 이베르가 무심코 한숨을 내쉬었고, 어렵게 말을 꺼낸 엘프의 얼굴은 사색이 되었다.

       온몸을 달달 떠는 모습이 보기 안쓰러웠는지, 뒤에 있던 엘프가 앞으로 나섰다.

       

       “위대한 용이시여, 미천한 필멸자가 인사드립니다. 저는 엘프들을 이끌고 있는 대족장, 알랜시아라고 합니다.”

       

       깊이 허리 숙이는 몸짓에는 절제된 교양이 돋보인다. 앞서 질질 짜던 원숭이들과는 좀 다른 모습.

       

       이제야 조금 말이 통하는 녀석이 나타났군. 고개를 끄덕인 이베르가 대족장 알랜시아를 똑바로 마주 봤다.

       

       《위대한 여섯 번째 신을 모시고 있는 하수인, 서리용 이베르다.》

       “신비와 기적이 깃든 용을 마주하게 되어 크나큰 영광입니다.”

       

       정중한 인사를 나눈 용과 엘프. 알랜시아는 이베르에게 물어볼 것이 수도 없이 많았다.

       

       “위대한 용이시여, 크나큰 실례지만 몇 가지 여쭈어봐도 되겠습니까?”

       《말해봐라.》

       “여섯 번째 신이라 함은 무슨 말입니까? 전능하고 위대한 신은 다섯 분이 아니었습니까?”

       

       오랜 세월 동안 바깥의 위협으로부터 스스로를 가둬온 엘프들. 이베르는 이리도 바깥 물정에 어두울 줄은 미처 몰랐다는 듯 탄식했다.

       

       《허어.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고, 귀가 길어도 장식처럼 달고 다니는구나. 너희 원숭이들은 저 하늘에서 빛나는 그 분의 눈동자가 보이지도 않느냐?》

       “눈동자…?”

       

       족장 알랜시아와 뒤에 있는 엘프는 처음 듣는다는 듯 서로를 마주 봤다. 설마하니 이런 것도 몰랐을 줄이야.

       이베르가 작게 탄식을 토하며 눈을 가렸다. 도대체 이 원숭이들은 하늘도 안 보고 산단 말인가?

       

       《저기 하늘을 봐라. 무수한 별들 사이에서 빛나는 위대한 눈동자가 보이지도 않느냐?》

       “하늘에… 눈동자?”

       “어, 으음. 아. 별자리가 그런 것일 줄은…”

       

       이베르의 손짓을 따라 하늘을 올려다본 알랜시아와 엘프가 이리저리 고개를 꺾어 하늘을 둘러봤다.

       눈을 감은 이베르는 이제 한껏 감탄사와 경탄을 터뜨릴 원숭이들의 반응을 기대했다. 이제 분명 그분의 위대함에 까무러치게 놀랄테지.

       

       “…어? 어어?!”

       “저, 저저저!! 요, 용이시여!”

       《그래그래. 후후. 저 빛나는 눈이 보이느냐? 저것이 바로 전지전능하고 끝없는 지혜를 품으신 여섯 번째 신의 눈ㅡ》

       

       지그시 눈을 감고 고개를 끄덕이며 신나게 자랑하는 이베르. 엘프들은 비명을 지르듯 이베르를 불렀다.

       

       “황금 나무!! 황금 나무가!!”

       《…뭐?》

       

       보라는 별은 안 보고, 나무가 뭐 어쨌다는 건가.

       

       그제야 이상함을 느낀 이베르가 눈을 뜨고 황금 나무를 바라봤다. 여전히 눈부신 빛을 내뿜고 있는 황금 나무.

       엘프들이 호들갑을 떨 만큼 큰일이 일어난 것도 아니다. 용인 이베르는 이변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평생을 황금 나무와 살아온 엘프들은 뭔가 달랐던 걸까.

       

       우르르.

       

       구멍이 뚫린 나무에서 엘프들이 우르르 튀어나온다. 가지에서 가지를 넘나들며 위태롭게 뛰어넘고 달리면서, 시선은 황금 나무만을 바라봤다.

       

       “황금 나무시여! 위대한 황금 나무시여!!”

       “안 됩니다, 아직 저희는 준비가 되지 않았습니다!!”

       “저희를 두고 가시면 안 됩니다!! 아아 황금 나무시여!!”

       

       불난 둥지에서 토끼들이 뛰쳐나오듯, 삽시간에 모여든 엘프들이 황금 나무를 향해 오열한다. 더러는 눈물을 줄줄 흘리다 쓰러지는 이도 있었다.

       아무런 전조도 없이 일어난 상황. 

       

       《도대체 이게 뭔…》

       

       심상치 않은 상황임을 깨달은 이베르가 눈을 가늘게 뜨며 황금 나무를 샅샅이 살폈다. 그제야 달라진 점이 보이기 시작한다.

       

       여기저기 갈라진 나무껍질과 금이 가고 부서진 나뭇가지. 찢긴 잎사귀는 지상으로 떨어지고, 태양 같던 황금빛은 희미해졌다.

       

       ‘죽어가고 있군.’

       

       신성을 먹힌 것에 더해 황금 나무가 지나온 세월이 가볍지 않음이다.

       

       죽음은 삶과의 굴레. 끊임없이 먹고 먹히는 순리의 일부.

       태어나면 마땅히 죽는다. 아마 신성을 먹히지 않았어도 황금 나무에게 주어진 수명은 한계에 가까웠을 것이다.

       

       ‘신성을 먹히지 않았다면… 기껏 해봐야 백 년 정도 더 살았겠군.’

       

       담담한 이베르와 달리, 한평생 황금 나무와 함께 살아온 엘프들은 갑작스러운 이별을 쉬이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것은 황금 나무 또한 마찬가지였을까.

       

       파르르 떨리는 나뭇가지가 어쩐지 애처롭게 흔들렸다.

       

       갑작스레 찾아온 이별은.

       

       남는 이에게도, 떠나는 이에게도.

       짧은 인사마저 허락하지 않는다. 무정하리만큼 냉정하게, 그리고 갑작스럽게 찾아온다.

       

       허나ㅡ

       

       화아아악ㅡ!

       

       별빛 가득한 하늘이 황금 나무를 향해 떨어지며, 또 다른 만남을 기약하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작 가 부 활!》

    – ‘신선우’님!!! 허억!!! 어마어마하게 커서 입이 떡 벌어지고, 뒤로 발라당 넘어질 정도의 왕사탕 후원!!! 감사합니다!!! 자유의 몸이 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저한테 돈을 쓰지 마시고 부디 그걸 독자님에게 써주세요!!! 저는 댓글과 추천이면 충분합니다!!! 일거리가 끝나지 않는 낙?원?

    ??? : 노동이 자유롭습니다.

    – ‘0아카식레코드0’ 님의 정기 후원!!! 허억!! 감사합니다!!! 이 멈추지 않는 사랑과 응원!! 언제나 감사드립니다!!! 끼요오오오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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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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